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6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강주혁 앞에 서 있는 김재욱의 인사가 끝나자, 집 안은 고요해졌다. 20평 남짓 되는 넓이. 거기에 사람이 5명이 있는데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는다.
‘ 그러니까 얘가 아들이라는 거지? 좀 놀라운데? ’
김재황 사장은 이 김재욱이라는 아이를 보고 아들이라 말했고, 홍길동이라 칭했다.
솔직히 김재황 사장의 이름을 더 빨리 알았다면 장수림 변호사가 경찰서에서 해창전자의 명함을 내밀었을 때,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지 몰랐다.
다만, 주혁이 정치, 경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따라서 김재황 사장의 이름도 지금에야 확실히 알았다.
덕분에 모든 것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부모가 아닌 장수림 변호사가 경찰서에 나타났는지, 왜 퍽치기 사건에 해창전자가 관여를 하는지, 그리고 그 수많은 기사나 공식 발표에서 저 김재욱이라는 아이의 존재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었는지.
이 아이가 김재황 사장의 아들이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그렇게 잠시간 김재욱을 쳐다보던 주혁의 시선은 김재황 사장으로 바뀌었다.
“ 그러니까. 홍길동. 즉 사생아다, 이겁니까? ”
“ 그렇지. ”
양주를 잔에 추가로 채우며 무심하게 대답하는 김재황 사장을 뒤로하고 이번에 주혁은 서 있는 김재욱에게 말을 걸었다.
“ 궁금한 게 있는데. ”
“ ······네. ”
“ 너 나 처음 봤을 때, 왜 이름 다르게 말했냐? ”
“ 아 그건 당황해서 얼떨결에······ ”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당시의 김재욱을 떠올려본다면.
‘ 해창그룹의 장남 김재황 사장, 그 장남의 아들인데 취급이 좀. ’
주혁의 의문점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그냥 때가 돼서인지는 모르지만, 김재황 사장이 김재욱에게 말을 던졌다.
“ 들어가 있어. ”
-끼익, 달칵!
5초 컷. 순식간에 방으로 사라진 김재욱을 쳐다보던 김재황 사장이 양주잔을 입으로 가져다 대며 다시 한번 말문을 열었다.
“ 고맙네. ”
“ 뭐가 말입니까? ”
“ 내 아들 구해줘서, 고맙다고. 진심이야. 정말로 큰일 날뻔했어. ”
갑작스레 감사를 받은 강주혁이 잠시간 김재황 사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물었다.
“ 왜 아드님에게 경호 같은 걸 안 붙입니까? ”
“ 경호라. 안 붙였겠나? ”
잠시 말을 끊은 김재황 사장이 양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 후, 다시 말을 이어간다.
“ 그런데 저놈이 자꾸 도망을 쳐. 사춘기인지 뭔지 반항이 심해. 배부른지도 모르고. ”
얼추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김재황 사장을 강주혁이 쳐다보는데, 김재황 사장이 느닷없이 미소를 짓는다.
-달그락.
그때 양주잔을 다시 들어 올리는 김재황 사장.
“ 내 아들놈의 존재를 아는 건 이 세상에 나와 이 친구밖에 없어. 경호원들조차 내 아들이라는 건 모르지. ”
잔을 들어 올리며 장수림 변호사를 가리킨다. 이어서 싱긋 웃으며 장수림 변호사를 가리키던 손가락이 강주혁을 향한다.
“ 아, 이제 자네도 아는군? 그리고 그 뒤에 친구도. ”
김재황 사장의 손가락이 황실장에게까지 뻗쳤다.
“ 협박입니까? ”
“ 설마. 내 아들을 구해준 은인에게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저 내 푸념이야. 푸념. ”
“ 관심 없습니다. 이런 일에는. ”
강주혁의 말에 김재황 사장이 양주잔을 내려놓으며 여유롭게 답한다.
“ 그런가?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내가 좀 확실히 해둘 건 해두는 편이라서 말이지. 아, 내 푸념을 말하는 거야. 오해 말아. ”
‘ 보통 아니구만 이 영감. ’
아마 김재황 사장은 퍽치기 사건을 접하고, 곧장 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켰을 것이다. 경찰이야 힘 좀 써서 입막음시키면 되는데, 문제는 뜬금없이 자기 아들을 구해준 강주혁이라는 배우.
분명 불안했겠지.
‘ 저 위치에 있으니, 작은 싹을 애초에 잘라낸다는 느낌인가? ’
어떻게 할까? 어찌 됐건 강주혁은 우연히든 뭐든 간에 김재욱을 구해버렸다. 덕분에 해창전자 아니 해창그룹과 연이 생겨버렸다.
‘ 재벌이랑 엮이는 건 귀찮은데. ’
그리고 강주혁은 과거 재벌과 엮여서 귀찮았던 기억이 있었다. 어영부영 대처하면 또 같은 결과가 반복될 뿐이었다. 잠시간 생각을 하던 주혁이 이내 김재황 사장을 쳐다보며 웃는다.
“ 그럼 깔끔하게 뭐든 주세요. ”
“ 뭐든? ”
“ 예. 사례 같은 거. 입막음시킬 땐 뭐 든 줄 거 주고 치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바쁩니다. 솔직히 재벌 어쩌고 별로 관심 없기도 하고. 그러니 주세요. 아무거나. ”
“ 허허허. 화끈하시구먼? 그래 뭘 받고 싶은가? ”
글쎄?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돈? 돈은 별로. 당장 없는 것도 아니고, 보이스피싱도 있으니 딱히 땡기지 않았다.
‘ 좀 더 뭔가 지금 상황에 이득이 될만한 게. ’
이왕 받을 거, 확실하게 이득이 될만한 것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주혁은 이내 식탁 위에 올려진 김재황 사장의 명함을 집어 든다.
“ 고민 좀 해보고, 결정 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 그래? 좋아. 그게 옆에서 주구장창 비비는 것들보다야 훨씬 낫지. 그렇게 하지. ”
“ 그럼 가보겠습니다. ”
“ 음. ”
얘기를 끝낸 주혁이 김재황 사장의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로써 강주혁에게는 빅엔터의 박찬규 사장 명함이 한 장, 해창전자의 김재황 사장의 명함이 한 장.
총 두 장으로 늘었다.
강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남에 따라 황실장이 현관문 쪽으로 몸을 돌렸고, 주혁도 그 뒤를 따르려던 찰나에 어느새 나와 있었는지, 김재욱이 방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꾸벅.
문 앞에 서 있던 김재욱은 말없이 강주혁에게 인사를 했고, 주혁도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강주혁과 황실장이 집을 빠져나갔고, 이어서 장수림 변호사가 따라 움직이자, 김재황 사장이 입을 열었다.
“ 장변. 저 친구 지금도 배우를 하고 있나? ”
“ 아닙니다. 지금은 사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
“ 사업? ”
“ 예. 영화 제작이나 투자, 그리고 엔터 사업을 주로······ 자세히 알아볼까요? ”
“ 그래. 한번 알아봐. 과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얼굴은 안 그런데 눈빛이 뭔가······. 저런 놈은 처음 보는군. 저놈 뭔가 특이해. 배우는 전부 저렇나? ”
“ 저도 잘······ ”
“ 확실하게 캐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
“ 예. 알겠습니다. ”
당차게 대답한 장수림 변호사는 김재황 사장에게 다시금 90도로 인사를 하곤 집을 빠져나간다.
다시 오른 엘리베이터.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혁은 생각에 빠졌다.
‘ 걔가 재벌가 아들일 줄이야. ’
사생아든 뭐든 간에 김재욱이 김재황 사장의 아들임은 틀림없었다.
‘ 얻어걸린 건가. ’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얻어걸렸다고 생각할만했다. 정확하게 따지면 강주혁이 보이스피싱의 미래정보를 이용해 먹은 결과였지만.
‘ 뭘 받아내야 하나. ’
강주혁이 고민을 하는 찰나에.
-띵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차는 이미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고, 올 때와 똑같이 운전사 한 명과 경호원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곤 곧장 차에 탔고, 가만히 서 있던 경호원이 차 문을 강주혁 대신 열어준다. 그 모습에 강주혁은 경호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던진다.
“ 아, 감사합. ”
순간 인사를 하던 주혁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그리고 경호원의 가슴팍에 시선이 멈춰있다.
그렇게 3초. 짧은 시간 동안 멈췄던 주혁은.
“ 니다. ”
말을 겨우 끝내면서 차에 올라탔다.
-부웅
모두 탑승을 끝내자, 차는 다시 강주혁의 사무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가 얼마나 달렸을까? 주혁이 느닷없이 조용히 핸드폰을 보던 장수림 변호사에게 말을 걸었다.
“ 경호하시는 분이 아주 든든하네요. 저도 슬슬 경호팀을 짜야 하는데. 어떻게 소개 좀 해주시겠습니까? ”
“ 아, 그건 어렵겠습니다. ”
“ 어렵습니까? ”
장수림 변호사가 싱긋 웃으며 강주혁과 눈을 마주친다.
“ 네. 해창그룹은 경호업체를 계열사로 따로 두고 있어서, 오직 해창그룹만 경호합니다. 해창그룹 관련 전체 경호를 맡고 있죠. ”
“ 아- 저도 어디서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 회사 이름이······ ”
“ 아이기스 가드. ”
“ 맞아. 아이기스 가드. 아쉽네요. ”
“ 혹 필요하시면 잘 아는 경호업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 오, 좋네요. ”
자연스러운 웃음을 뱉는 주혁이었고, 차는 어느새 강주혁의 사무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강주혁이 소파에 움푹 몸을 박는다. 그 반대쪽 소파에 황실장이 자리하며 입을 열었다.
“ 사장님. ”
“ 예. 황실장님. ”
“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
“ 뭘요? ”
“ 그 아이. 재벌가의 사생아라는 걸. ”
강주혁이 피식 웃어버린다.
“ 그럴 리가요. 저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
“ 그럼 퍽치기범의 정보는. ”
“ 아, 그건 제가 제보를 받는 곳이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진 못합니다. ”
“ 그럼. 어쨌든 퍽치기범을 잡아서 학생을 구했는데, 구하고 보니 학생이 재벌가 아들이었다는 겁니까? ”
“ 그렇게 됐네요. ”
“ ······대단, 아니 굉장하군요. ”
턱을 쓸어대며 감탄하는 황실장. 강주혁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었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고.
이내 강주혁이 다시금 황실장에게 말을 던졌다.
“ 황실장님. ”
“ 예. ”
“ 제가 드린 거 다시 줘보세요. ”
“ 예? 아, 핀배지랑 영수증 말씀입니까? ”
“ 네. ”
-스윽
품속에서 핀배지와 영수증 2장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는 황실장은 약간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실 아직 이쪽은 손도 못 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탁자 위에 올려진 물건 중에 주혁은 핀배지를 집어 들었다. 높은 빌딩 그림에 크게 검은색 글씨로 G라고 박혀있는 작은 핀배지.
‘ 똑같아. ’
턱을 괴곤 가만히 핀배지를 바라보며 생각하던 주혁은 이내 황실장에게 말을 던졌다.
“ 황실장님. ”
“ 예. 사장님. ”
“ 찾았습니다. ”
“ 예? 무엇을······ ”
“ 이 핀배지가 어디 건지. ”
“ 정말입니까? 어디. ”
황실장이 흥분하며 말을 뱉었지만, 주혁이 그 중간을 파고들며 말을 이었다.
“ 아이기스 가드. ”
“ 아이기스 가드요? 거기라면 아까 변호사가 해창그룹만 전용으로 경호하는 해창 계열사 경호업체라고······”
“ 맞아요. ”
“ 근데 거기가 어째서. ”
의아해하는 황실장을 보며 주혁이 슬쩍 웃으며 답한다.
“ 아까 그 경호원 가슴에 이 핀배지가 달려있더라구요. ”
“ 정말입니까?! ”
눈알이 튀어나올 듯, 황실장이 되물었다.
“ 예. 아까 그 조수석에 앉아있던 경호원 가슴에 분명 달려있었습니다. ”
“ 그렇다는 것은. ”
역시 황실장이 이해가 빨랐다. 다만, 주혁은 당장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도 정리는 필요했다.
생각해보면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준 퍽치기범에 대한 미래정보는 그저 김재욱이 퍽치기의 3번째의 희생자가 된다는 게 다였다.
즉, 과정은 생략됐다는 뜻.
강주혁이 그 사건을 막지 않았다면 김재욱은 퍽치기범에게 희생됐을 텐데, 그게 돌을 돌리던 퍽치기범에게 당한 건지, 망치를 휘두르던 남자에게 당한 건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망치를 들고 있던 남자가 김재욱을 죽이고, 돌을 돌리던 퍽치기범에게 뭔가 먹여서 입을 막았다면 다음날 뉴스에서는 그저 퍽치기범의 3번째 희생자라고 발표하겠지.
“ 황실장님. 가정을 해보죠. ”
“ 네. ”
“ 일단, 퍽치기범은 잡았습니다. 그런데 김재욱을 구하고 보니, 지하 보도에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죠? ”
“ 퍽치기범 같진 않았고, 뭔가 전문가적인 놈이었죠. ”
“ 맞아요. 그놈이 취하고 있던 자세로 미루어보건대, 우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김재욱을 그대로 내려쳤을 겁니다. ”
“ 하지만 사장님과 제가 나타나면서 현장에서 도망을 쳤고, 핀배지와 영수증 2장을 남겼습니다. ”
핀배지를 만지작거리며 강주혁이 말을 이었다.
“ 또 구하고 보니 김재욱이 김재황 사장의 숨겨둔 재벌가에 사생아야. ”
“ 그리고 해창그룹을 책임지는 아이기스 가드라는 경호업체의 핀배지가 망치 든 남자의 점퍼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
핀배지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주혁이 결론을 던졌다.
“ 그 재벌 아저씨. 우리 말곤 아는 사람 없다더니, 아니네. 또 있는 거구만? ”
“ 해창그룹의 누군가가 김재황 사장의 숨겨진 아들을 눈치채고, 자객을 보냈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기스 가드가 전부 김재황 사장과 척진 상태일까요? ”
“ 모르죠. 알 필요도 없고. 우린 그저 받을 건 받고, 이 정보를 던져주면 그만입니다. 알아서 처리하게. ”
“ 근데 그 망치 든 놈 사장님 얼굴도 봤으니, 빨리 처리하시는 게. ”
“ 그러니까 우리에겐 이득이죠. 어차피 처리할 문제니까, 저쪽이 알아서 하게 넘겨버리자구요. 그게 편해. ”
얼굴에 미소가 걸린 주혁이었고, 황실장은 아까와 같이 메모를 하기 바빴다.
다음날부터 주혁은 바삐 움직였다. 황실장이 잠시 미뤄뒀던 FNF엔터에 대해 알아보는 동안, VIP 픽처스 독립영화 사업부의 직원과 미팅을 진행했다.
“ 다큐네요? ”
이만철 팀장이라는 독립영화 사업부의 직원은 처음 내 어머니 박점례의 기획서를 보고 살짝 의아해했다. 요즘 독립영화도 예술 쪽으로 많이들 치중돼서 다큐 독립영화는 잘 안 나온다는 이유에서였다.
“ 네.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취지와 작품성 자체는 상당히 볼만합니다. 투자와 제작은 이미 들어간 상태고, 배급만 구하면 됩니다. ”
강주혁의 연설을 듣고는 이만철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획서 몇 장을 더 넘겨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 일단, 검토해보겠습니다. 최혁 팀장님 얘기도 있었고, 지금 우리 회사에 강주혁씨 소문이 자자해요. 하하. 최대한 힘써보겠습니다. ”
“ 연락 부탁드립니다. ”
“ 알겠습니다. ”
이만철 팀장과의 미팅은 악수로 시작해서, 악수로 마무리 지어졌다.
이후 주혁은 도넛 가게에서 세트 몇 개를 구매한 후, 사무실 주변 연습실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연기 연습하는 것이 불가능 하기도하고, 요즘은 전부 연습실을 대여해서 운영하는 게 편하다는 홍혜수 팀장의 조언 덕분에 연습실을 달 단위로 대여했다.
-쿵!쿵!퉁!퉁!
연습실로 통하는 복도에서부터 강한 비트가 주혁의 귀에 팍팍 박혔다. 뭔가 싶어서 슬쩍 연습실 창문으로 내부를 보니, 강자매가 리듬에 맞춰 미친 듯이 몸을 움직이고 있다. 아니, 춤을 추는 건가?
“ 에어로빅? ”
홍혜수 팀장 역시 강자매들 앞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고, 그 율동 자체를 강자매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
“ 자아~ 여기서 올리고! 올리고! 내리고! 내리고! ”
열정적이었다.
“ 에어로빅이라니. ”
물론, 연기하기 전 또는 하는 도중에 몸을 유연하기 위해 스트레칭이나 발레, 댄스 등을 익히는 것은 필수다.
하지만 에어로빅을 하는 것은 주혁도 처음 본 광경이었다.
-스윽
혹시 민망할까 싶어서 연습실 문 앞에 사 온 도넛들을 살포시 내려둔 주혁이 홍혜수 팀장에게 도넛의 위치를 톡으로 알려주고선 자리를 떴다.
다음 날, 전북 부안군 주변 폐공장.
널찍한 폐공장 주변으로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모두 척살의 첫 촬영을 위한 준비과정. 동선, 콘티, 장소, 시간, 소품, 의상 등 촬영 스케쥴에 따라 스텝들이 빠르게 뛰어다니면서,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 야! 여기 조명하나 더 대봐! ”
“ 대역은 어딨어! ”
“ 보출(보조출연) 빨리 준비시켜! ”
“ 야야야! 거기 아니잖아! 정신 안 차려?! 미쳤어? 어? ”
여기저기 악을 질러가며 연출팀과 제작팀을 비롯한 모든 스텝이 오로지 첫 촬영을 위해 달려간다. 이윽고.
“ 리허설 가겠습니다!! ”
조감독이 다다닥 뛰어다니며 매 샷 등장할 배우들에게 리허설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렇게 샷마다 카메라 테스트와 연기자 리허설을 거쳐야지 본 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
리허설을 통해, 감독은 촬영, 조명, 미술 등 주요 감독들과 함께 콘티를 정리하며 구도와 각도, 촬영 순서, 위치를 조정한다.
사실 리허설 자체가 영화의 첫 촬영인 셈.
“ 자 하정훈님 오셨습니다! ”
하정훈이 스텝들에게 인사를 하며 폐창고 중앙에 섰고.
“ 리허설 들어갑니다! ”
조감독이 척살 첫 촬영의 시작을 알렸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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