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8
김재황 사장이 식탁에 올려진 핀배지를 유심히 바라본다.
“ 우리 경호업체 핀배지구만? 그래서 이게 어쨌다는 건가? ”
핀배지를 보던 김재황 사장이 다시금 강주혁을 쳐다봤다. 눈을 마주치던 주혁이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영수증을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 사장님. ”
“ 음? ”
“ 그 경호업체.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혹시 판교 쪽입니까? ”
“ 그래. 판교에 있지. ”
영수증에 찍힌 주소도 판교였다. 이제부터는 본론이다.
“ 사장님. 퍽치기범 기억하시죠? ”
“ 그럼. 자네가 잡아준 놈. 기억하지. 그놈은 걱정하지 마. 아주 평생을 감옥에서. ”
이를 갈며 말하는 김재황 사장의 말을 톡 잘라먹고 주혁이 끼어든다.
“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
“ 뭐? 뭐가? ”
“ 퍽치기범이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
“ 한 명이 아니었다고? ”
“ 네. 퍽치기범을 잡고 고개를 돌려보니, 웬 놈이 망치를 들고 아드님을 내려칠 자세를 하고 있던데요. ”
“ 뭣?! ”
-덜컹!
김재황 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 바람에 의자가 뒤쪽으로 내팽개쳐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무심하게 말을 이어갔다.
“ 그놈이 저를 보더니 냅다 도망치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있던 황실장님이 쫓아갔는데. ”
“ 그래서! 잡았나? ”
“ 놓쳤습니다. ”
“ 뭣! 왜 지금껏 말하지 않았나! ”
“ 단순한 퍽치기범 같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사장님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그놈이 아드님을 죽이려 했다는 확신도 없었고. ”
그러자 김재황 사장이 짐짓 신중한 표정으로 강주혁에게 묻는다.
“ 그렇다면 지금은 확신이 있어서 말을 해준다는 건가? ”
“ 맞습니다. 사실 그놈 놓쳤을 때, 입고 있던 점퍼를 벗고 도망쳤습니다. 황실장님한테 잡혀서. 근데 그 점퍼 속에서 뭐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가지고 뭘 좀 해보려는데, 해볼 필요도 없던데요. ”
“ 뭐? ”
“ 여기 경호원이 차고 있었으니까. ”
강주혁이 말을 끝내면서 탁자 위에 놓여있는 핀배지를 툭툭 친다.
“ 이 핀배지가 도망친 그놈 점퍼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영수증 두 장하고. 뭘까 했는데, 여기 왔더니 경호원이 차고 있던데요. 이 핀배지를. 아이기스 가드라면서요? 가드 업체 이름이. 심지어 해창그룹 전용 가드 업체라던데. ”
강주혁의 말을 들은 김재황 사장이 식탁 위, 핀배지를 집어 들며 나지막하게 말을 뱉는다.
“ 그렇다면······ ”
“ 저야. 재벌가 내부사정이야 모르겠고, 아이기스 가드니 뭐니 잘 모르지만. 사장님. ”
“ ······ ”
김재황 사장을 불렀지만, 말이 없었다. 그저 얼굴이 잔뜩 구겨져 있을 뿐.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담담하게 결과를 뱉는다.
“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
결론을 던진 주혁을 가만히 쳐다보던 김재황 사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내 아들을 죽이려던 놈이 또 있었는데. 그놈 주머니에서 이 배지가 나왔다는 건가? ”
“ 네. 믿거나 안 믿거나 사장님 자유지만. ”
-드륵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 그럼. ”
집 안은 어느새 적막이 흘렀고, 주혁은 담담하게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아침.
최근 일이 많았는지, 주혁의 사무실 출근이 평소보다 늦었다. 물론 사무실로 오면서 받을 수 있는 보고는 모두 받았지만.
-끼익
사무실에 도착한 주혁은 탕비실에서 인스턴트커피 한잔을 타서는 자리에 앉았다. 이제 그 망치 든 놈도 김재황 사장에게 넘겼겠다, 강자매들의 앞날에 대한 구도를 정확하게 잡을 작정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끼익
닫혔던 사무실 문이 다시금 열렸다. 강주혁이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들었는데.
“ 안녕하세요. ”
김재욱이 인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 너 무슨. ”
얼추 당황스러운 마음에 주혁이 입을 열었지만, 김재욱은 강주혁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손걸레로 탁자를 닦기 시작했다.
-슥슥
구석구석 빠짐없이 탁자를 닦던 김재욱은 타박타박 걸어서 소파 빈틈에 쌓인 먼지를 닦아낸다.
“ 야. 너 뭐해. ”
가만히 쳐다보던 주혁이 보다못해 묻자, 김재욱이 허리를 펴며 답했다.
“ TV에서 봤어요. 달인이나 그런 분 밑으로 들어가려면 청소부터 시작하는 거. ”
솔직히 말해 웃음이 터질 뻔했다. 터질뻔한 웃음을 꾹꾹 참으며 주혁이 다시 묻는다.
“ 내가 달인이냐? ”
“ ······네. 연기 달인. 사장님 나온 영화. 다 봤어요. ”
헛웃음이 나왔다. 가만히 지켜보니 김재욱의 눈은 이미 결심이 선 눈빛이었다. 턱 봐서는 그리 드세 보이지 않았는데, 나름의 고집도 있는 모양이었다.
대화가 끊기니 김재욱은 다시 쓸고 닦고를 시작했다.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닦아댄다. 강주혁이 할 일을 정리하는 와중에 슬쩍슬쩍 흘겨보는데.
공부를 저 정도로 했으면 점수가 대폭 늘어나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그 정도로 열심히 한다.
그렇게 1시간.
한참이나 쓸고 닦던 김재욱이 사무실을 한번 스윽 둘러보곤,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강주혁에게 인사를 꾸벅한다.
“ 그럼 가보겠습니다. ”
-타박타박
“ 야. ”
이미 문손잡이까지 잡은 김재욱이 강주혁의 부름에 깜짝 놀라 뒤돌아본다.
“ 밥 먹고 가라. ”
이런 전개는 예상 못 했는지, 아니면 당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김재욱이 순간 멍청히 있다, 이내 대차게 대답한다.
“ 아, 네! ”
몇십 분 뒤 김밥집에서 도착한 오므라이스를 김재욱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아침이라 배도 고프겠지.
그런 김재욱을 가만히 지켜보던 주혁도 제육볶음 한점을 입에 넣으면서 한마디를 던진다.
“ 내일은 오지 마라. ”
“ ······ ”
김재욱은 대답 없이 오므라이스를 퍼먹을 뿐이었다.
그날 늦은 밤.
계속해서 FNF엔터의 사장과 J-쥬비스의 정보를 캐던 황실장이 확실하게 정리를 했는지, 사무실에 들렀다.
“ 앉으세요. ”
“ 예. 사장님. ”
먼저, 강주혁에게 깊은 인사를 던진 황실장이 소파에 앉았고, 그 반대편에 강주혁이 앉았다.
“ 뭐 좀 나왔습니까? ”
강주혁의 물음에 황실장은 들고 온 가방에서 수첩과 사진들을 탁자에 올려놓는다.
그중 남자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앞으로 내밀며 황실장이 입을 열었다.
“ 이 사람이 FNF엔터의 사장 송갑필입니다. ”
“ 인상이 더럽네요. ”
“ 주변 소문은 더 더럽습니다. ”
“ 그렇습니까? ”
“ 예. ”
그러면서 황실장이 여러 여자가 찍힌 사진을 송갑필이 찍힌 사진 위에 올린다.
“ 이쪽이 말씀하신 J-쥬비스입니다. ”
“ 그렇군요. ”
“ 일단, 송갑필은 만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장임에도 그쪽 계열 사람보다는 사업차 만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사채업자나 깡패들도 있습니다. ”
“ 깡패들? ”
“ 예. ”
대답하며 황실장이 여러 남자가 찍힌 사진도 보여준다.
“ 그런데 문제는 이쪽이 아닙니다. ”
“ 문제는 따로 있다? ”
“ 예. ”
이번에 황실장이 내민 사진은 무슨 펜션 같은 느낌의 집이었다.
“ 송갑필이 자주 들리는 별장입니다. ”
“ 별장? ”
“ 예. 이것 좀 보세요. 당시에 찍은 사진들인데, 밤 11시 송갑필이 도착합니다. 그리고 11시 24분 의외의 인물이 이어서 별장으로 들어갑니다. ”
황실장이 사진 한 장을 올린다.
“ 태신식품 상무이사 박종주. 확인해보니 태신식품 쪽 막내아들이었습니다. ”
“ 잠깐만. 누구요? ”
“ 박종주라고. ”
“ 하하하. 박종주? ”
이 새끼가 왜 여기서 튀어나와? 주혁이 순간 웃음이 터졌다.
“ 아, 혹시 사장님이 아시는 분인지. ”
“ 아뇨. 아닙니다. 계속하세요. ”
황실장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계속 보고를 진행했다.
“ 송갑필과 박종주가 별장에 들어간 뒤, 정확하게 30분이 지난 시점에. ”
다시 탁자 위에 올려지는 사진.
“ 젊은 여자들이 도착합니다. 승합차에서 내리는데, 운전사는 확인 못 했습니다. ”
주혁이 탁자에 올려진 사진들을 하나씩 돌려보다 이내 입이 열렸다.
“ 이거 접대네. ”
“ 아마도. 그 젊은 여자들 확인을 해보니까, 대부분 FNF엔터의 연습생이나 소속 가수들이었습니다. ”
“ 접대 플러스 스폰이구만. ”
“ 그리고 그중에는 말씀하신 J-쥬비스라는 그룹의 최화진 양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여기. ”
말을 마치며 황실장이 최화진으로 보이는 여자가 별장으로 들어가는 사진을 올린다.
어느새 즐비해진 탁자 위 사진들을 보며 주혁이 턱을 쓰다듬는다. 생각을 정리하는 듯. 그 와중에 황실장이 말을 던졌다.
“ 그런데 여기서 황당한 게 ”
“ 황당? ”
“ 예. 최화진 이 친구. 나이가 좀 어립니다. ”
“ 몇 살인데요? ”
“ 20살. 이제 막 성인이 된. ”
“ 이런 미친 새끼들. ”
솔직히 최화진이 이렇게 어릴 줄 강주혁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럼 FNF사장인 송갑필 이 겁대가리 없는 놈은 20살짜리 걸그룹을 접대 및 스폰으로 밀고 있다는 건가?
-스윽
그때 황실장이 무인모텔이 찍힌 사진을 내민다. 남녀 한 쌍이 같이 찍혀있다.
“ 이 사진을 보시면 젊은 여자와 송갑필이 연인 사이인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무인모텔 출입이 잦습니다. 확인해보니, 이 여자도 FNF엔터 연습생이었습니다. 아, 송갑필은 이미 결혼은 한 상태입니다. ”
“ 즉 불륜인데 그 상대가 연습생이다? 욕도 아까운 새끼네. ”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을 주혁이 말을 이었다.
“ J-쥬비스가 전부 별장에서 이 짓을 당하고 있었습니까? ”
“ 아닙니다. 별장에서는 최화진 이 친구만 보이고, 나머지는 없었습니다. ”
“ 흠. ”
보고를 마쳤는지, 황실장은 수첩을 덮었고 주혁은 짧은 한숨을 내쉰다.
“ 일단 알겠습니다. 증거들 전부 두고, 오늘은 이만 퇴근하세요. 황실장님은 오늘부터 이일에 손 떼시고, 다음 주부터 사무실 출근하세요. ”
“ 알겠습니다. ”
-끼익
강주혁에게 꾸벅 인사를 한 황실장은 사무실을 떠났고, 주혁은 소파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빠졌다.
접대, 스폰, 불륜.
이 바닥에 이런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FNF엔터 사장인 송갑필처럼 쓰레기인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송갑필의 뒷배는 태신식품 상무이사 박종주. 강주혁이 가만히 박종주의 사진을 보다가 혼잣말을 뱉는다.
“ 얻어걸렸네. ”
이어서 핸드폰을 꺼낸 주혁은 연락처에서 한 명의 사람을 검색한다.
-미친 박 기자.
박기자는 국내에서 외압이 적기로 유명한 디쓰패치 소속 기자였다. 사실 박기자는 기자라기보다 첩보원에 가까울 정도로 특종 먹잇감을 물면 어떻게든 캐내는 독종.
다만, 주먹구구식으로 기사부터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증거를 확보한 후, 타겟의 숨통을 끊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 박기자는 강주혁의 수많은 사건이 터졌을 당시 유일하게 전부 루머라는 기사를 내준 기자이기도 했다.
뜬 소문이나 찌라시는 믿지 않고, 확실한 증거와 본인의 취재결과만을 믿는.
미쳤지만 나름 믿을만한 기자였다.
“ 뚜루~뚜루~뚜루~뚜루~ ”
“ 지금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하지만 박기자가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짧게 혀를 한번 찬 주혁이 박기자에게 문자를 보내둔다.
-악취 나는 어마어마한 특종제보. 필히 연락 바람.
문자를 보낸 주혁은 탁자 위에 올려진 증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어진 다음 날.
사무실에 다시 출근한 주혁은 벙찔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 앞에 김재욱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재욱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오면 손걸레로 여기저기 닦아대고, 대걸레로 바닥도 닦는다.
그렇게 하루, 이틀. 포기하지 않고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리고 박기자에게 연락이 안 온 지 3일째가 되던 날 역시, 김재욱은 주혁의 사무실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날은 보이스 프로덕션의 전체 회의가 있는 날.
덕분에 청소하는 김재욱을 강재매들과 팀장들 그리고 황실장까지 신기한 듯 쳐다본다.
“ 어머. 누구야? 청소부치곤 너무 잘생겼는데? ”
“ 니 눈에 뭔들 ”
“ 후- ”
설명이 필요하겠다 싶었는지, 주혁이 짤막하게 김재욱에 관해 구라를 섞어서 설명했다. 자신을 설명하고 있는데도 김재욱은 여기저기 닦아대기 바빴다.
“ 아- 그러니까 대뜸 연기하고 싶다면서 나타났다? ”
대충 넘긴 것인지, 아니면 뭔가 사정이 있나 보다 했는지. 누구도 김재욱이 강주혁의 사무실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대신.
“ 그럼 테스트라도 시켜보지? 탈 괜찮은데. ”
추민재 팀장이 말을 던졌고.
“ 커흐흠! ”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황실장은 그저 헛기침하기 바빴다. 그리고 김재욱의 정체를 전혀 모르는 홍혜수 팀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 나도 찬성. 간만에 우리 민재가 맞는 말 했네. 아, 맞아. 나 연습 대본도 있어. ”
번뜩 생각났는지, 홍혜수가 연습 대본을 가방에서 꺼내, 주혁에게 건넨다. 연습 대본은 드라마나 영화 등 극 중 대사를 짤막하게 정리해놓은 교재.
연습 대본을 손에 쥔 주혁. 사실 이들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김재욱 저놈을 포기하게 하려면 뭔가 강한 충격이 필요하긴 할 테니.
“ 김재욱. ”
한창 창틀을 닦던 김재욱이 고개를 번쩍 들어 강주혁을 쳐다본다.
“ 이리 와봐. ”
“ 네. ”
-스윽
걸레를 바닥에 내려놓은 김재욱이 타박타박 걸어서 강주혁의 앞에 섰다. 그런 김재욱을 올려다보던 주혁은 그에게 연습 대본 한 장을 건네면서 입을 열었다.
“ 해봐 이거. 한번 보자. ”
그러자 김재욱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놀란 표정으로 얼떨결에 연습 대본을 받아 든다. 그 와중에도 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 어차피 못할 거. 대충 보고 보내야지. ’
연습 대본을 김재욱이 보고 있을 때, 홍혜수 팀장이 강하진에게 말을 던졌다.
“ 하진아. 저거 너가 연습하던 대본이니까, 상대역 좀 해주면 어때? 그림 괜찮겠어. ”
“ 침 좀 닦아 아줌마. ”
팀장들의 티키타카가 다시금 점화되려던 때에 주혁이 강하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하진이 발딱 일어나서 김재욱에게로 다가간다.
“ 재욱이 너는 대사 보고 해도 돼. 준비되면 시작해. ”
강주혁의 말이 끝나자, 팀장들도 입을 다물었고 강하진이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연기를 시작한다.
“ 여기 좋네요. 비도 가려주고, 조용하고. ”
강하진의 말에 김재욱이 연습 대본을 내리면서 담담하게 대사를 친다.
“ 누굴 죽이려구요. ”
순간 팀장들의 표정이 바뀐다. 이어서 강하진이 웃으며 던지는 대사.
“ 언제 죽여드릴까요? ”
강하진의 대사에 김재욱이 말없이 침묵으로 여유를 가지며 강하진을 애틋하게 쳐다본다. 그러다 다시 대사를 던진다.
“ 우리 사귈래요?
“ 미쳤어요? ”
강하진의 약간 격앙된 연기. 김재욱은 담담하게 받아친다.
“ 미치진 않았는데. 사귀는 게 미친 거예요? ”
“ 미친 거지. 나 알아요? ”
“ 사귀려면 뭘 많이 알아야 해요? ”
“ 그럼 모르고 사겨요? ”
“ 그럼 알려드릴게요. 24살, 대학은 안 갔고, 군필에 회사는······ ”
“ 아, 잠깐잠깐. 우리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이래요? 나 예뻐요? 아니면 원나잇? ”
그리고 이어지는 김재욱의 마지막 대사.
“ 실제로 예쁘지만, 예쁘다고 아무 여자나 잡고 자러 가진 않아요. ”
-스윽.
그렇게 연습 대본으로 한 김재욱과 강하진의 연기가 끝났다. 강하진은 연기가 끝나자,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팀장들은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사무실에 오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 크흐흠! ”
이어지는 황실장의 헛기침.
와중에 강주혁만 유일하게 김재욱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어떻게 된 걸까? 주혁은 방금의 연습 연기를 다시 들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두 귀를 의심할 정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 김재욱이 쪼가 가득 박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연기를 펼칠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 와 뭐지? ’
주혁이 이마를 쓸어내렸다. 그러다 여전히 멀뚱히 서 있는 김재욱에게 시선을 다시금 던지며 속으로 읊조렸다.
‘ 왜 연기를 잘하지?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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