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49
사무실은 정적이 흘렀다. 마치 모여있는 전부가 사장 강주혁의 말을 기다리는 듯한. 하지만 강주혁은 말없이 서 있는 김재욱을 보기만 할 뿐, 당장 입을 열진 않는다.
그럴 때가 있다.
너무 예상치 못한 전개가 벌어지면 말문이 막혀버리는. 지금 강주혁의 상태가 딱 그랬다. 그렇게 몇 초간 김재욱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주혁은 결국 입을 열었다.
“ 너 몇 살이지? ”
“ 17살이요. ”
‘ 17살. 그럼 고1이잖아? ’
김재욱이 보여준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강하진과 펼친 연기. 연습 대본은 로코 드라마의 대사였다. 그리고 강하진은 20살.
즉, 성인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다시 말문을 닫은 강주혁 대신 추민재 팀장이 김재욱에게 질문을 던졌다.
“ 17살? 와. 근데 키가 엄청 크네? 키가 한 180되나? ”
“ ······181이요. ”
“ 181? 아주 바람직해! 거기다 아직 성장 중이라는 거잖아? ”
이에 질세라 홍혜수 팀장도 거든다.
“ 목소리 톤도 좋아. 변성기는 지난 거예요? ”
“ 잘···모르겠어요. ”
“ 어머. 수줍어하는 것 봐. 이거 카메라 대면 바로 연하 역할로 작품 들어오겠어. ”
순간 추민재 팀장이 끼어든다.
“ 침 좀 닦아. ”
“ 퉤 ”
“ 이런! ”
팀장들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려던 때에, 주혁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 잠깐만. ”
주혁의 선포에 일동 움직임을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꽂혔다.
“ 형. 차 키 좀 애들한테 주고, 미안한데, 하영씨랑 하진씨 차에 좀 가 있을래요? ”
“ 넵! ”
“ 네. ”
요청을 받자마자, 강자매들이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추민재 팀장에게 키를 받아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혁이 김재욱에게 시선을 돌린다.
“ 너도. 너도 가 있어. ”
“ 아, 네. ”
강자매들의 뒤를 졸졸졸, 아니 성큼성큼 따라가는 김재욱.
-끼익
문소리를 끝으로 사무실에는 추, 홍팀장과 황실장만 남았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추민재 팀장이었다.
“ 나 하나만 솔직히 말해도 되나? ”
“ 어. 형 말해봐. ”
“ 저 친구 연기 보는데, 너 처음 봤을 때 기분이 들던데. 물론 너는 연기에 미친 놈이었지만. 그 정도 급은 아니라고 해도, 저 나이에 저 정도 퀄리티? 요즘 없어. 너도 알잖아? 척살 그거 오디션 진행해봤다며? ”
맞는 소리였다. 되고 싶은 직업 상위권에 연예인이 박힌 지가 벌써 오래전이다. 그에 따라 연예인 지망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판국.
그 사이에 김재욱을 끼워 넣으면 단연 돋보일 것이 자명했다.
“ 거기다 저 친구 상품 되겠어. 조건이 딱 연예인이잖아? 우리가 안 키워도 백 프로 어디서 채간다. ”
담담하게 듣던 주혁이 이번엔 홍혜수 팀장을 쳐다본다.
“ 나도. 민재 말에 찬성. 우리 이제 시작점인데, 사장님도 알다시피 가능성 있는 아이는 품고 있는 게 좋아. 심지어 저 아이 연기 봤잖니? 나는 재미있겠는데. ”
다음으로 황실장을 쳐다보는 강주혁.
“ 아, 저야 뭐. 사장님 뜻대로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
직원들의 의견을 들은 주혁은 소파에 몸을 움푹 기대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 후- 일단 회의부터 진행하죠. ”
이후 전반적인 상황과 강하진이 촬영하고 있는 척살의 상태 그리고 내 어머니 박점례의 속도, 강자매들의 발전 등 보고를 받았다.
진행은 빨랐다. 강주혁이 투자한 영화들이 큰 문제 없이 굴러가고 있고, 당장은 연기자가 2명밖에 없어서, 회의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 황실장님은 오늘부터 제가 딱히 지시하지 않는 이상은 추민재 팀장님과 같이 행동하시면서, 이쪽 바닥을 좀 봐두세요. ”
“ 네. 알겠습니다. ”
“ 움직입시다. 형. 가서 김재욱이만 올려보내 줘. ”
“ 오케이. 고생들 합시다! ”
-스윽
그렇게 한두 명씩 사무실에서 빠져나갔고, 잠시 뒤 김재욱만 조용히 다시 돌아왔다.
멀뚱멀뚱 서서 강주혁을 바라보는 김재욱.
소파에서 그런 김재욱을 잠시 쳐다보던 주혁이 이내 입을 열었다.
“ 앉아. 서서 뭐해. ”
강주혁의 말이 끝나자, 김재욱은 파다닥 소파에 궁둥이를 붙였다. 그런 그에게 주혁은 말없이 눈빛을 던졌다. 김재욱은 주혁의 시선이 따가웠는지, 그저 애꿎은 허공만을 찔렀고.
참다못한 주혁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 너 연기 어디서 배운 적 있냐? ”
“ ······배운 적은 없고. 엄마랑 조금씩. ”
“ 어머니? ”
“ 돌아가신 다음부터는 혼자 했어요. ”
“ 연습을? ”
“ 네. ”
“ 어떻게? ”
“ 그······너튜브를 보고. ”
“ 너튜브? ”
‘허- 얘도 괴짜 구만’
연기란 건 혼자 연습하면 우물안에 갇히기가 쉽다. 쉽게 생각해서, 매일 듣던 자신의 목소리도 막상 녹음해서 들으면 낯설게 들리듯이, 연기 또한 비슷하다.
살면서 생겨나는 버릇, 말투, 고정관념 등이 연기의 쪼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몸에 배면 벗겨내는 게 쉽지가 않다.
‘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가정사가 얘한테 영향을 미친 건가. ’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강주혁은 김재욱의 연기 강점은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판단했다. 감정연기 특유의 넘침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식지도 않은, 딱 적당하고 미적지근한.
대중들의 눈과 귀가 편해지는 연기.
잔잔하게 흘러가다 보면 어느새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있는, 감정이 배제된 듯한, 하지만 잔잔함 속에 감정이 숨어있는.
그런 연기를 하는 친구가 배우로서 대성하면? 말 그대로 다작 배우가 된다. 주연, 조연할 거 없이 여기저기서 불러댄다.
‘모든 배역을 소화할 수 있으니까.’
혼자 배워서 저 정돈데 옆에서 건드리면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주혁은 순간 욕심이 생겼다. 보이스 프로덕션의 대표로서의 욕심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강주혁이라는 이름으로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
배우로서의 욕심.
-툭툭툭
검지로 소파 팔걸이를 쳐대던 주혁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인스턴트커피 두 잔을 탄다.
-툭.
한 잔은 김재욱 앞에 내려놓고.
-스윽
다시 소파에 앉는다.
“ 감사합니다. ”
종이컵을 들며 강주혁에게 꾸벅 인사하는 김재욱. 이렇게 보면 또 그저 그런 평범한, 아니지. 또래보다는 좀 특별히 괜찮게 생긴 학생처럼 보인다.
커피를 후르릅 마셔대는 김재욱을 보던 주혁이 피식 웃어버린다.
‘내가 왜 이렇게 쫄아 있었지?’
강주혁은 어쩌면 김재욱을 가장 색안경 끼고 본건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저 가능성이 넘쳐흐르는 17살짜리 고등학생을 재벌가의 혼외자라는 이유만으로 싹을 잘라버리려 했다.
‘새가슴이 됐냐. 강주혁.’
움츠려 있을 이유가, 피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이 바닥에 있으면 재벌들과 엮일 일은 수도 없이 많다. 광고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파티며 소개자리 등.
‘그들 또한 이용해 먹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맞닥뜨릴 놈들이라면 그들 또한 입맛에 맞게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이용해 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사실 그들을 잘만 갈아내면 이 바닥에서 성장이 빨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밀접한 관계니까.
또한, 힘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양날의 검. 그만큼 위험이야 따르겠지만, 만약 김재욱을 강주혁이 데리고 있는 다면.
‘이 아이를 내가 데리고 있는 한, 김재황 사장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강주혁은 앞에 앉아있는 김재욱을 재벌가의 혼외자고 나발이고 그저 가능성이 넘치는 아이로, 그저 잘 팔리는 배우로 키울 것을.
즉, 순수하게 상품으로 보기로 했다.
아직 제대로 가공되지 않은 상품.
“ 너 반에서 몇 등 해? ”
“ 네? 아, 저 중간쯤. ”
“ 그럼, 그거 뭐냐. 혹시 일진 같은 거는 아니고? ”
“ ······네. ”
뭐, 그런 거야 황실장을 시켜서 알아보면 그만이었다. 요즘은 대중들이 워낙에 빨라서, 연예인의 과거 정리도 상당히 중요했다.
일진 논란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하니까.
“ 말 잘 들어라. ”
“ 네···어? 네?! ”
-스윽
어느새 도착한 보이스 프로덕션의 따끈따끈한 명함을 강주혁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에게 내밀었다. 얼결에 명함을 받아든 김재욱이 눈을 끄게 뜨면서, 강주혁을 올려다본다.
“ 너. 내가 한번 키워볼게. ”
“ 지, 진짜요? ”
“ 어. ”
“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순식간에 얼굴이 밝아진 김재욱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고개를 처박으면서 연신 인사를 해댄다.
“ 아니. 벌써 좋아하긴 좀 이르지 않냐? ”
“ 네? ”
“ 니네 아버지. ”
“ 아······ ”
“ 뭐, 어차피 곧 연락 오겠지. 연락 오면 내가 한번 만나 볼 테니까 일단, 그동안 말썽 피우지 말고, 반항도 접어. 알았지? ”
“ 네! ”
당찬 대답을 들은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를 더 붙였다.
“ 가. 이제. 가서 공부해. 내 번호로 문자 하나 보내두고. ”
손에 들린 명함을 보며 김재욱이 외쳤다.
“ 예! 알겠습니다! ”
대답을 마친 김재욱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고, 강주혁은 커피 한잔을 더 타기 위해 탕비실로 들어갔다.
시간이 흘러 늦은 밤.
주혁이 홀로 사무실에 앉아, 진행할 일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먼저, 김재황 사장에게 받아낼 웹드라마와 광고.
아직 해창전자 측에서 전해준 정보야 전혀 없지만, 나름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컨셉을 먼저 파악했고.
이어서 박기자에게 물려줄 먹이.
“ 기본적인 뼈대 정도는 잡고 만나야, 군침을 흘리겠지. 근데 이 양반이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
김재황 사장에게 정보를 던진 지도 꽤 됐고, 더불어 박기자에게 문자를 보낸 지도 벌써 3일이 넘었다. 두 쪽 다 연락이 없다.
-스윽
주혁이 생각난 김에 다시 한번 연락해볼 요량으로 핸드폰을 꺼내 든다.
“ 뚜루~뚜루~뚜루~뚜루~ ”
“ 지금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하지만 여전히 박기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작업 중인가? ”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박기자는 자신이 포착한 먹이를 위해 일주일 잠복도 서슴없이 반복하는 별종.
짧게 혀를 찬 주혁이 다시금 박기자에게 작업이 끝나면 연락 달라는 문자를 보내둔다.
-툭
전송을 마친 핸드폰을 책상 위에 대충 올린 주혁이 기지개를 길쭉하게 켠다.
“ 끄으 ”
느닷없이 사무실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끼익.
이어서 누군가 사무실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온다. 덕분에 주혁의 눈이 커졌다.
“ 밤늦게 미안하네.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겠나? ”
나타난 것은 김재황 사장이었다. 처음이야 조금 놀랐던 주혁도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 그러시죠. 거기 앉으시면 됩니다. ”
“ 그래. ”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김재황 사장은 퇴근 후 바로 왔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스윽
김재황 사장의 반대편에 자리한 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어떻게 혼자 오셨네요. ”
“ 올 땐 같이 왔고, 여긴 혼자 왔지. 다 차에서 대기 중일세. ”
“ 뭐 마실 거라도? ”
“ 아니. 괜찮아. ”
손을 내젓던 김재황 사장이 사무실을 한번 둘러본다.
“ 깔끔하구만. ”
“ 연지가 얼마 안 돼서요. ”
“ 그렇군. ”
“ 이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
물론, 뭐 때문에 나타났는지야 얼추 예상은 갔지만, 모른척하며 던진 주혁의 말에 김재황 사장이 짧은 숨을 내쉰다.
“ 후- 아무래도 내가 또 자네에게 신세를 진 모양이야. 그것도 좀 크게. ”
“ 확인해보셨습니까? ”
“ 그래. ”
“ 그놈은? ”
“ 찾았어. ”
‘ 잘 처리했나 보군. ’
김재황 사장의 상태로 보아, 어련히 알아서 처리했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강주혁으로서는 정보를 던져준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놈을 처리만 했다면.
‘지들끼리 지지고 볶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지.’
“ 이렇게 되면 저번 사례로는 부족한 게 되지? ”
“ 그렇게 되겠네요. ”
“ 그래. 원하는 것을 말해보게. ”
주혁이 팔짱을 끼면서 턱을 쓰다듬는다.
“ 뭐든 주십니까? ”
“ 그래. ”
“ 약속하신 거죠? ”
“ 날 뭐로 보나? 말해봐. ”
“ 하긴. 그 정도 위치에 계신 분이 두말은 안 하시겠죠. ”
딱히 대답 없는 김재황 사장이었고, 강주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럼 아드님을 주세요. ”
“ 그래. 아들을······ 뭐?! ”
“ 김재욱. 제가 키워볼까 합니다. ”
당연히 물질적인 부분을 말했다면 김재황 사장은 흔쾌히 줬을 테지만, 주혁은 김재욱을 원했다.
김재욱을 얻는다는 것은 곧 김재황 사장을 얻는 것. 즉, 김재황 사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 아니. 잠깐.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
“ 아드님이 배우를 꿈꾸는 것. 혹시 아십니까? ”
번뜩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김재황 사장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쉰다.
“ 하- 그래 맞아. 그놈이 그런 소릴 한 적이 있어. 하지만 안될 말이야. 난 그놈을 평범하게 키울 생각이네. ”
평범하게? 주혁은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 웃음을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 평범? 사장님. 이미 아드님은 사장님의 아들로 태어난 순간부터 평범하지가 않아요. 아니, 집에 가다가 히트맨한테 망치질 당하는 게 평범한 삶입니까? ”
“ ······ ”
“ 감춘다고 얼마나 감춰지겠습니까? 이번이야 어쩌다 우연으로 제가 구했다지만, 그런 우연이 또 일어나겠습니까? ”
“ 그러니 더. ”
“ 숨기겠다구요? 그럴수록 재욱이는 더욱 반항심만 커질 테고, 사장님한테서 도망 다니다가 결국 위험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김재황 사장이 깊은숨을 내쉬면서 얼굴을 쓸었다. 당장 결정하긴 힘들겠지. 주혁은 잠시간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말을 던졌다.
“ 아드님이 요 며칠간 여길 찾아왔습니다. ”
“ 여길? 뭐하러? ”
“ 와서 청소하던데요. ”
“ 청소를? ”
“ 네. TV에서 달인들 제자로 들어가려면 청소부터 시작하는 것을 봤답니다. 저한테 연기를 배우려고 청소부터 시작한다네요. ”
“ ······ ”
“ 아드님이 그렇게 세상에 대해 무지합니다. 걔 지금 상태가 그래요. 그런데 또 악바리는 있어서, 하루도 빠짐없어 와서 여기저기 닦아대요. 그래서 귀찮기도 했고, 대충 보고 치우자는 생각에 연기를 한번 시켜봤습니다. ”
결과는 또 궁금한지. 김재황 사장이 되물었다.
“ 그래서? ”
“ 잘합니다. 앞에서 말은 안 했지만, 옆에서 좀만 잡아주고 키우면 꽤 이름 좀 날릴 겁니다. 근데 연기연습은 너튜브보고 혼자 했답니다. 지금까지 혼자. 그 아이 주변에 가족이 있습니까? ”
“ 없어. ”
자기 아들을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고민에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재황 사장의 표정은 매우 공허했다.
그런 진지한 김재황 사장의 표정을 관찰하던 주혁이 힐끔 시간을 확인하고서는 말을 이었다.
“ 사장님. 발상을 한번 전환해보시죠. ”
“ 발상을 전환해라? ”
“ 어쭙잖게 숨기지 말고, 차라리 아예 유명해져 버리는 겁니다. 팬도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그런 유명한 배우가 되면 훨씬 건드리기 까다롭지 않겠습니까? ”
“ 유명해진 다라······ ”
“ 거기다 저야 잘 모르지만, 사장님 주변에서 아드님이 연예인이 된다면 안심할지도 모르죠. 그건 뭐 알아서 판단하시고. ”
“ 흠. ”
-스윽
할 말은 다 했는지,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따라 김재황 사장도 일어난다. 그런 그에게 주혁이 결말을 던진다.
“ 혹시 아드님이 연기에 관해서 얘기할 때 표정 보셨습니까? 못 보셨으면 한번 얘기를 나눠보세요. 걔가 얼마나 연기를 원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
“ 그래. 얘기해보지. ”
말을 마친 김재황 사장은 바로 몸을 돌리진 않았다. 잠시간 강주혁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살짝 웃음을 흘리면서 몸을 돌렸다.
그때 강주혁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 사장님. 기억하시죠? 뭐든 주신다고 하신 거. 설마 그 위치에 계신 분이 두말은 안 한다는 말도? 연락 주세요. ”
주혁의 말을 들은 김재황 사장은 잠시 멈칫하긴 했지만, 돌아보진 않았고 곧 문을 열고 사무실을 떠났다.
“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
혼잣말을 뱉으며 주혁도 퇴근준비를 서둘렀다. 시간이 벌써 새벽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대충 의자를 책상에 쑤셔 넣고는 핸드폰을 품에 넣었다. 이어서 사무실 전등 스위치를 누르려는 찰나.
-띠링!
문자 도착음이 울렸다.
주혁은 스위치를 누르려던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도착한 문자를 확인한다.
-미친 박기자.
-뭐야? 너 진짜 강주혁 맞아?
미친 박기자에게 드디어 답장이 왔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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