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51
좀 의아했는지, 박기자가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이내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 어어. 받어받어. ”
-스윽
벨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주혁이 박기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 뭐? ”
“ 사진. ”
짧게 혀를 찬 박기자가 들고 있던 사진을 주혁의 손 위에 올렸다. 어차피 박기자와 거래를 할 생각이었고, 자세한 내용을 말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 밀당도 중요하니까. ’
박기자는 방금 강주혁에게 메인디쉬 전에 식전 빵을 받은 것과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전화를 받는 동안 입맛을 다시며 애를 태우겠지.
“ 기다려. 금방 끝나니까. ”
“ 어. 알았다. ”
-드르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혁은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고.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다시 한번 액정을 확인하는 강주혁.
*070-1004-1009
전화는 보이스피싱이었다. 액정을 보던 주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브론즈’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 서비스 ‘브론즈’의 남은 횟수는 총 15번입니다.] [‘유료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띠익
주혁은 1번을 누르면서 수첩을 꺼내 저번 키워드들을 확인했다.
-(1번 ‘J’, 2번 ‘28’, 3번 ‘아침 10시’, 4번 ‘108’)
이어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음성’, 2번 ‘28’, 3번 ‘아침 10시’, 4번 ‘108’,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 저번엔 1번을 눌렀으니까. ”
고민 없이 빠르게 2번을 누르는 강주혁.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28’입니다! ] [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한 드라마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은 1화 시청률 13%인 초대박으로 시작하지만, 지나친 PPL과 투자자의 도를 넘는 대본 개입으로 드라마 중후반부, 여자 주인공보다 여자 조연 배우가 훨씬 비중이 늘어나면서, 마지막 회 시청률 2%와 오물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얻는 졸작으로 전락합니다. ]-뚝!
“ 드라마? ”
꽤 흥미가 동하는 미래 정보였다. 그대로 들고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주혁은 수첩에 미래 정보를 빠르게 메모했다.
-영화 ‘척살’ (진행 중)
-다큐 독립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 (진행 중)
-걸그룹 J-쥬비스의 멤버 최화진 자살(진행 중)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오물 드라마, 졸작(진행 중)
“ 흠. ”
오랜만에 작품 관련 정보가 던져졌다. 주혁이 펜으로 입술을 툭툭 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 일단 영화들은 순항 중이고. ’
척살과 내 어머니 박점례는 딱 좋은 속도로, 아니. 어쩌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고, 딱히 문제도 없었다.
‘ 최화진 건은 오늘 던져준다 치고. ’
방에서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는 박기자. 그에게 던져주면 어련히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방금 들은 드라마에 관한 미래 정보.
‘ 좀 애매한데. ’
보이스피싱이 알려준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좀 애매한 부분이 보였다. 분명 확인이 필요했다.
-드르륵
대충 확인을 끝낸 주혁은 박기자부터 처리하자는 생각으로 방문을 다시 열어 자리에 앉았다.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박기자는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열중하다 기다리던 사람이 들어오자, 곧장 핸드폰을 집어 던지고 말문을 열었다.
“ 그래서 하던 건 계속해야지? ”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는 박기자를 보던 주혁이 뺏었던 사진을 다시금 박기자에게 전달한다. 굶주린 짐승처럼 사진을 받아든 그가.
-툭
탁자 위에 핸드폰을 올리며 녹음 기능을 켰고. 말을 이었다.
“ 스토리 좀 말해봐. ”
강주혁 역시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핸드폰 녹음 기능을 키면서 입을 열었다.
“ 이게 송갑필. 여기가 송갑필 별장. ”
한 장의 사진을 받으면서, 박기자가 답했다.
“ 송갑필이 별장이 있어? 이 새끼 출세했네? 아, 사장이니까 이미 출세는 한 건가. 그래서? ”
다시 한 장의 사장을 들어 올려 흔드는 강주혁.
“ 송갑필이 별장으로 들어가고, 20분 뒤에 나타난 게 박종주. ”
“ 그러니까. 나는 이게 궁금한 거지. 왜 여기서 박종주가 튀어나와? 얘 걔잖아. 너 사건 터졌을 때, 마약 관련 찌라시 돌린 새끼. ”
“ 어떻게 기억하네? ”
“ 야. 내가 너 사건에 몇 달을 쏟았는데. 당연히 기억하지. 뭐야? 인제 와서 복수라도 하는 거냐? ”
들고 있던 사진을 내리며 주혁이 웃었다.
“ 복수는 개뿔. FNF를 캤는데, 박종주가 얻어걸렸다. 지금 FNF 뒷배가 박종주야. ”
“ 쓰레기 뒤를 개쓰레기가 봐주고 앉았네.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탁자 위에 놓인 박종주 사진을 챙기는 박기자. FNF사장 송갑필이 찍힌 사진과 박종주가 찍힌 사진을 양손에 들고서 주혁을 다시금 쳐다본다.
“ 얘네가 별장에서 만났다. 다음은? ”
이어서 여자들이 찍힌 사진을 올리는 강주혁.
“ 30분 뒤 승합차에서 여자들이 내려서, 별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
“ 접대야? ”
“ 접대나 스폰? 뭐 둘 다 맥락은 같지만. ”
“ 흠. ”
턱을 쓰다듬는 박기자가 여자들이 찍힌 사진을 유심히 바라본다.
“ 얘네는 뭔데. 지망생? 아니면 소속 연습생? ”
“ 섞였어. 연습생도 있고, 이미 데뷔한 애들도 있고. ”
“ 어쨌든 전부 FNF 소속이겠지? ”
확실히 기자 생활로 먹은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박기자는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주혁은 송갑필이 자기 회사 연습생과 찍힌 불륜 사진을 올렸다.
“ 이건 보너스고. ”
“ 뭐. 이 새끼는 이러고도 남지. 불륜? 이 여자 어려 보이는데, 연습생이겠네. ”
입맛이 쓴지 앞에 놓인 허브차를 한잔 들이키던 박기자가 팔짱을 끼곤 정리를 시작했다.
“ 그러니까 태신식품 막내아들 박종주가 FNF엔터 사장 송갑필의 뒷배고, 만날 때마다 FNF 소속 연습생이나 가수들로 접대를 시킨다? 스폰은 당연할 테고. 거기다 자기네 회사 연습생이랑 불륜 중인 건 보너스고. ”
“ 일단은 그렇지. 근데 백프로 캐다 보면 더 나온다 이거. ”
“ 그렇기야 하겠다만. 이거 좀 애매한데? 여기 찍힌 연습생들이 전부 원해서 했다면 꼬리잡기가 힘들어. 설계는 어떻게 뒤를 따서 건다 치더라도, 한명이라도 증언을 받아야. ”
-툭.
박기자가 말하는 도중에 주혁이 J-쥬비스 멤버 최화진의 사진을 올렸다.
“ 이 친구는 억지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
사진을 집어 드는 박기자의 표정이 살짝 씰룩거린다.
“ 어떻게 확신해? ”
“ 나도 받는 정보가 있어. 이름이 최화진. 걸그룹 J-쥬비스의 멤버야. ”
“ 어? J-쥬비스? 나 들어봤어. 오- 걸그룹. 이러면 그림이 되게 풍성해지는데. ”
“ 여기서 두 번째 조건. ”
“ 응? ”
뜬금없이 탁자 위에 보이스 프로덕션의 명함을 올리며 주혁이 말을 이었다.
“ 최화진에 관한 모든 것은 철저하게 숨겨야 돼. 절대 신상 털리면 안 된다. 구라 적당히 버무려서 사발 푸는 거 잘하잖아? 포커스는 FNF와 박종주의 문제지, 최화진의 실명이나 신상은 중요한 게 아니니까. ”
“ 당연한 거 아니냐? 그거야 모자이크 돌리고, 예전 연습생이라고 털면 되는데. 명함은 뭔데? ”
“ 나중에 최화진 접촉해서 인터뷰 딸 때, 걔한테 줘. 박기자 너한테 이 일을 제보한 사람인데, 힘들거나 도저히 앞이 안 보일 때 전화하라 해. ”
최화진에게 명함을 전달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제 박기자가 소속된 디쓰패치와 나는 알고 싶다. 팀에서 FNF엔터와 박종주를 터트리면 FNF엔터는 분명 망가진다.
뒷배인 박종주도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겠지.
다만, 문제가 최화진의 자살이었다. 어떤 심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 주혁이었다.
탁자에 올려진 명함을 집어 든 박기자가 씨익 웃는다.
“ 사장 강주혁? 와. 이건 또 나름 재미있는 명함이네? 이 강주혁이 너냐? ”
“ 나지. ”
“ 이 건도 나 줄 거지? ”
어느새 그는 특종 냄새를 맡고 침을 흘리고 있었고, 주혁은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 송갑필, 박종주. 이 건만 확실하게 터트려. 뭐, 너나 그 방송 쪽 사람들이야 지금 발등에 불 떨어져서 미친 듯이 달려들 것 같긴 하다만. ”
“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줄 거지? ”
“ 내가 요즘 이래저래 재미있는 특종을 제보받는 곳이 있어. 이것도 거기서 받은 거고. 물론 기초 조사야 우리 쪽 직원이 한 거지만. ”
목이 말랐는지, 주혁이 허브차 한 모금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이번 거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마무리하면 앞으로 제보받는 특종 모조리 쓸어줄게. 특종 무게는 이번 것보다 크면 컸지 작진 않을 거다. 어때? 콜? ”
박기자의 눈이 빛난다.
“ 오오오. 내 인생에도 드디어 빛이 오는가. 콜.”
쉽게 말해, 특종 물주가 된다는 말과 같았다. 신을 영접하는 자세를 하는 박기자를 보며 주혁이 마지막 조건을 던졌다.
“ 여기서 조건 하나 더. 마지막이다. ”
“ 무엇이옵니까. ”
-툭.
품속에서 작은 물체를 꺼내서 탁자 위에 올린 강주혁. 작은 물체를 유심히 보던 박기자가 입을 연다.
“ USB냐 이거? ”
“ 맞아. ”
“ 뭐가 들었는데? ”
“ 예전에 박종주랑 통화한 거. 녹음파일. ”
“ 어? ”
말을 들은 박기자가 살짝 놀란다. 그에 반해 주혁은 USB를 집어 들며 무심하게 계획을 설명한다.
“ 원본은 아니고 내가 따로 편집한 거다. 니가 들어보고, 쓸 것만 써. ”
“ 그래서? ”
“ 이번 사건 터트리면서, 내 이야기도 살짝 풀어봐. 뭐 대충 몇 년 전 사라진 배우와 연관된 이야기 같은 타이틀이면 되지 않겠냐? ”
“ 목적이 뭔데? 복수 아니라매. ”
강주혁이 박기자에게 건네준 명함을 가리킨다.
“ 그런 쓸데없는 거 안 한다니까. 다만, 대중들이 아는 내 사건들, 오해들. 이제 슬슬 풀어야 하니까. ”
보이스 프로덕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세력을 확장할 테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텐데, 그 전 발목을 잡는 게 대중들이 보는 강주혁의 이미지였다.
모두 루머였다는 기사가 퍼졌어도 아마 많은 대중이 아직 그를 안 좋게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 대놓고 내 이름을 쓰진 말고, 사람들이 궁금해서 찾아볼 정도로만 적당히 이슈 될 정도로만 써. ”
“ 일단 불부터 붙이겠다? ”
“ 이미 빠그라진 이미지는 어쩔 수 없지만, 최종적으로는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고 전 국민이 알게끔 만들어야지. 와꾸 확실히 짜이면 이것도 너랑 할 테니까. 이번 건은 알지? ”
“ 여부가 있겠냐. ”
분위기가 슬슬 마무리단계로 치닫자, 강주혁이 먼저 녹음하던 핸드폰을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를 따라 박기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앞으로 자주 봅시다. 물주님. ”
“ 오케이. ”
“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보고 올릴 테니까, 내 연락 씹지 말고. ”
“ 너나. ”
그렇게 얘기를 마무리 지은 둘은 주차장에서 헤어졌다.
다시 돌아온 사무실(보이스 프로덕션)
오랜 시간 얘기를 해서 그런지, 강주혁이 사무실에 도착할 즈음 해는 이미 지고 없었다. 밖은 어두침침했고, 사무실의 분위기 역시 을씨년스럽다.
-드륵.
대충 사무실의 불을 켠 주혁이 의자를 꺼내 안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연결 신호는 빠르게 끊겼다.
“ 사장님. 미팅 중이라 전화를 못 봤네요. 어떻게 결정은 하셨습니까? ”
강주혁이 전화를 건 상대는 김재황 사장이었다.
“ ······자네. 자신 있나? ”
“ 자신? 저야 제 할 일을 할 뿐이겠죠. 재욱이나 사장님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이 좁혀지긴 하겠지만. ”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김재황 사장이 살짝 웃으며 답한다.
“ 허허. 자신감이 넘치는군. 좋아. 자네 말대로 하지. 대신, 할 거면 확실하게 하는 게 좋아. 그래. 자네 잘나가던 때보다 한 3배 정도는 어떤가?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강주혁이 슬쩍 웃으며 말을 대답한다.
“ 3배. 좋네요. ”
“ 그래. 식사 한번 하지. 할 말도 있고. 내가 거하게 한번 쏨세. 피차 바쁘니 좋은 날을 잡아보자고. ”
“ 기대되네요. ”
-뚝!
심플하게 할 말만 주고받은 통화가 끝난 후, 주혁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대충 올려두곤 노트북을 열었다.
검색어는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하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아직 제작조차 들어가지 않은 상황인지, 아니면 아직 발표만 안한 건지, 드라마와 관련된 정보는 전혀 없고 무슨 꽃과 관련된 정보가 쏟아졌다.
“ 온라인이 안되면 발로 뛰어야겠네. ”
방송사를 돌면서 정보를 캐보겠다는 뜻. 잠시간 노트북 화면을 보던 주혁이 다시 한번 혼잣말을 뱉는다.
“ 흠······ 제작 전인 게 차라리 나은데. ”
보이스피싱이 알려준 것은 드라마의 대략적인 과정과 결과가 전부였다. 즉, 언제 들어가는 드라마인지는 미지수. 당장 내일 들어갈 수도 있고.
한 달 뒤, 아니면 1년 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제작이 안 들어간 상태가 상황은 더 좋았다. 만약 투자고 제작이고 모두 결정돼서 촬영이 목전인 드라마라면 현재 주혁에게 이득 될 게 없으니까.
“ 어쩌면 작가가 아직 작품 구상 중일지도 모르지. ”
작가가 한 글자도 쓰지 않은 상황이라면 강주혁으로서는 준비할 여유와 와꾸를 잡을 시간이 충분하기에 오히려 더 좋았다. 바로 그때.
-띠링!
핸드폰이 문자 도착음을 뱉어냈다.
노트북 화면을 보던 주혁이 핸드폰을 집어 문자 내용을 확인하니 발신자는 김재욱이었다.
-김재욱.
-사장님. 저 아버지가 허락해주셨어요. 바로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주혁은 담담하게 답장을 보낸다.
-그러냐? 그럼 내일 학교 끝나고, 연습실로 올 것. 주소는······
대충 문자를 보낸 주혁은 노트북을 덮었다. 검색해봐야 이렇다 할 정보도 없었기 때문. 그렇게 자리를 정리한 강주혁이 퇴근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늦은 오후, 대여한 연습실.
오전 내내 직원들에게 전달할 사항들을 정리한 주혁이 모두를 사무실이 아닌 달마다 대여하는 연습실로 소집했다.
딱히 큰 이유는 없었고, 강자매의 오늘 스케쥴이 종일 연기 레슨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덜컥!
양손 가득 족발 세트를 든 주혁이 연습실 문을 열자, 땀범벅이 돼서 널브러진 강하영과 강하진이 보였다.
흡사 연체동물.
연체동물처럼 쓰러져있던 강자매들이 방금 들어온 강주혁을 보자마자 발딱 일어났다.
“ 사장님!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 쉬면서 이것 좀 먹어요. ”
“ 와! ”
도도도 달려온 강하영과 강하진이 신성한 물건을 취급하듯 족발 세트를 받아든다.
“ 뭘 사장님이 직접 사 오고 그래. 나 시키지. ”
어느새 뒤에서 추민재 팀장이 군침을 흘리며 나타났다. 근데 황실장이 안보였다.
“ 아니 뭐. 그냥 오는 김에. 실장님은? ”
“ 황실장님? 화장실. 아줌마도 화장실. ”
“ 나 여기 있거든? ”
대뜸 홍혜수 팀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 뒤로는 황실장이 차례로 연습실로 도착했고, 모두 족발 세트를 연습실 중앙에 펼쳐놓고 뜯어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덜컥!
문을 열고 나타난 김재욱이 얼굴만 문 사이로 끼워 넣으며 기웃거린다.
“ 거기서 뭐 해. 들어와. ”
“ 아, 네! ”
타박타박 걸어 들어온 김재욱을 소개하는 강주혁.
“ 우리 회사 세 번째 연기자. 이름은 김재욱이고, 다들 대충 그때 한번 봤죠? ”
“ 어머. 축하해. ”
“ 반갑다. ”
-짝짝짝짝짝.
족발을 먹던 보이스 프로덕션의 직원들과 강자매들이 박수를 쳐준다. 머쓱했는지, 김재욱은 머리를 긁적이며 꾸벅 인사를 던졌다.
“ 너도 가서 먹어. ”
“ 넵. ”
본격적으로 김재욱이 자리를 잡았고, 그 옆에 앉아 있던 강하영이 웃으며 나무젓가락을 건넸다.
이어서 두툼한 살코기를 입에 넣은 추민재 팀장이 말문을 열었다.
“ 와. 우리도 사람 많아졌네. 벌써 몇 명이냐 이게. ”
강주혁이 고추를 집어 들며 추민재를 쳐다본다.
“ 처음에도 말했는데. 슬슬 괜찮은 직원 뽑아. 정 없으면 서류 받아야지. ”
그때 황실장이 슬그머니 손을 올렸다.
“ 저, 사장님. 후배 한 명 데리고 와도 됩니까? ”
“ 물론이죠. 황실장님이 믿는 후배면 환영입니다. ”
“ 알겠습니다.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
이후로도 한참 동안 연습실은 후르릅과 쩝쩝 소리가 가득했다.
조금 김빠진 사이다를 들이켜던 주혁이 문득 연습실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족발을 뜯어먹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편안한 분위기였다.
어느새 친해졌는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강하영과 김재욱. 의외로 먹을 욕심이 있어서 입안 가득 쌈을 넣고 오물오물 씹고 있는 강하진.
쌈장이 안 보인다는 홍혜수 팀장의 말에 어딘가에 박혀있던 쌈장을 대충 던져주는 추민재 팀장. 그 둘을 보며 은근 옆에서 미소짓고 있는 황실장.
모두 강주혁을 믿고 모여준 사람들. 주혁은 순간 이름 모를 욕망이 치솟아 올랐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정상까지 데려가고 싶다는.
직원이든 배우든 모두를 품고 최정상까지 올라 이 바닥을 호령하는 그림을 상상해 본다.
그러다 강주혁이 피식 웃었다.
‘ 까짓거 하면 되지. ’
당장 보이진 않았지만, 못할 건 없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족발이 바닥을 보일 즈음 주혁이 나무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추민재를 불렀다.
“ 형.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이라는 드라마 정보 좀 알아봐. 세세하게.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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