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52
추민재 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 드라마? ”
“ 어.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
“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사극인가? ”
“ 모르지. 한번 확인해봐. 아마 케이블일 텐데 어느 케이블 방송사에서 빼는 것인지, 외주인지 아닌지, 제작사는 어딘지. 혹시 이미 제작 구도가 잡혔으면 작감(작가, 감독)은 누군지. ”
순간 목이 막혔는지, 사이다를 들이켜던 추민재 팀장이 빈 통을 내려놓으며 팔짱을 낀다.
“ 아예 정보가 없어? 처음부터 알아보라는 거네. ”
“ 맞아. 드라마 제목만 들었는데, 궁금한 게 있어서. 아직 제작이 안 들어갔을 수도 있어. 특정된 정보가 없으니까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지금 하진씨 스케쥴이 어떻게 돼?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추민재 팀장에 주변에 뒀던 다이어리를 집어 들었다.
“ 내일 모래 척살 로케(로케이션, 야외촬영). 이게 길어지면 이틀 스케쥴로 빠질 수도 있고. 이거 빼곤 연기 레슨. ”
“ 야외촬영지 어딘데? ”
“ 인천. ”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주혁이 이내 결론을 지었는지, 추민재 팀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 그거 알아보는 동안 내가 하진씨 잠깐 보지 뭐. ”
멈칫.
강하진의 젓가락이 순간 멈췄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 어차피 나 급한 건 얼추 정리해서 괜찮아. 오히려 형이 알아봐야 할 드라마가 더 급해. ”
“ 헐! 진짜 사장님이 매니저 해주시는 거예요?! ”
왠지는 모르겠지만, 강하영이 대뜸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리자, 강하영이 아차 싶었는지 애꿎은 돼지 뼈를 나무젓가락으로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이상했는지, 강하영의 단짝인 홍혜수 팀장이 그녀의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 너 또 왜 그래? 무슨 엉뚱한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
“ 아, 아니에요! ”
그녀와는 반대로 강하진은 아까 굳은 모습 그대로 멈춰있다. 그러나 아무도 눈치채진 못했고.
강하영, 강하진, 김재욱을 차례로 쳐다보던 주혁이 정리가 필요했는지, 말문을 열었다.
“ 추팀장님은 내가 말한 드라마 알아봐 주시고, 뭐든 나오면 정리해서 미팅하는 거로 하자. 홍팀장님 포지션은 지금까지와 동일. 대신 재욱이가 추가로 들어왔으니까, 하영씨 스케쥴을 잘 맞춰야 될 텐데, 힘들면 말해. 내가 잠깐씩 하영씨 봐도 되니까. ”
“ 어머. 진짜? ”
주혁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황실장님은 이제 저랑 움직이면 됩니다. ”
“ 예. 알겠습니다. ”
직원들에게 지시를 얼추 내린 강주혁이 이번에는 소속 연기자들을 바라봤다.
“ 일단, 하진씨부터. ”
멈춰있던 강하진이 자세를 바로 했다.
“ 네. ”
“ 척살 분위기 어때요? ”
“ 좋아요. 전부 잘해주시고, 모두 새롭고 재미있어요. ”
“ 영화는 대부분 초중반엔 분위기 좋아요. 대신 중후반부에 많이 갈려. 다들 감정 소모가 심하고, 감독은 빨리 찍고 싶은데, 배우들은 잠이 부족하니까 점점 날카로워져. 그때가 가장 위험해요. ”
“ 네. 명심할게요. ”
대답은 빨랐지만, 혹시나 해서 주혁은 강하진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아직까지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 좋아요. 그리고 추가로.”
“ 네. ”
“ 이제 곧 하진씨한테 웹드라마 하나 줄 건데. 아직 미팅은 못 했고, 컨셉 정도만 파악했어요.”
그때 강하진의 담당인 추민재 팀장이 끼어들었다.
“ 잠깐. 웹드라마? ”
“ 어. 웹드라마. ”
“ 출처가 어딘데? 어디서 따왔어? ”
“ 해창전자. ”
“ 아~ 해창전······뭐? 해창전자라고?! ”
“ 어어. 해창전자. 마케팅 웹드라마고 자세한 건 미팅해봐야겠지. ”
추민재 팀장을 포함해, 연습실의 앉아 있는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대뜸 일을 따온 것도 신기한 건데 거기다 해창전자라니?
입을 크게 벌리고 있던 추민재 팀장이 어렵사리 목소리를 냈다.
“ 그, 그러니까 지금 해창전자에서 준비하는 마케팅 웹드라마의 오디션 일정을 따온 게 아니라, 아예 배역을 가지고 왔다고? ”
“ 그렇지. ”
“ 이런 미친! 무슨 배역인데? ”
“ 여주. ”
“ ······와씨 소름 돋아. 아니 염병 친구 1, 2 같은 것도 아니고, 여주? ”
그간 강자매들 때문에 욕을 최대한 아끼던 추민재 팀장이 놀란 탓인지 오랜만에 욕이 튀어나왔다. 덕분에 주혁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진정하라는 말을 던졌다. 물론 ‘너 같으면 진정하겠냐!’같은 말이 돌아오긴 했지만.
사실 모두가 놀란 상태이긴 했다. 한 명 빠짐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나 주혁은 아랑곳없이 이번에는 강하영을 쳐다봤다.
“ 하영씨. ”
“ 네, 넵! ”
“ 하영씨는 광고 줄 건데, 이것도 미팅을 해봐야겠지만, 비연예인 광고고, 스토리 있는 거로 갈 거예요. 아마. ”
이번에는 홍혜수 팀장이 끼어들었다.
“ 어머. 이번에는 광고야? 설마 광고도 해창전자는 아니지? ”
“ 해창 맞아. 노트북 광고. ”
“ ······진짜야? ”
“ 응. 진짜. ”
가만히 주혁의 얼굴을 쳐다보던 홍혜수 팀장이 대뜸 옆에 있던 강하영의 팔뚝을 꼬집었다.
“ 아얏! 팀장님 갑자기! ”
“ 현실이네. 하영아. 너 지금 사장님이 무슨 일을 물어왔는지 가늠은 하니? ”
“ 과, 광고라고 들었습니다! ”
군기가 바싹 든 신병 같은 말투로 소리친 강하영 옆 김재욱은 애써 모두의 시선을 피했고, 황실장은 헛기침을 뱉어내기 바빴다.
그때 추민재 팀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 잠깐! 정리 좀 해볼까 한다. 하나는 웹드라마고 하나는 광고야. 근데 둘 다 해창전자에서 준비하고 있는 거고, 해창이면 또 어마어마한 지원자 몰릴 게 뻔한데, 그걸 사장님이 물어왔다는 거네? 그것도 둘 다 주인공으로? ”
“ 맞아. ”
“ ······너는 배우를 하지 말고 애초에 소속사를 차리지 그랬냐. 왜 배우 했어? 와. 대박인데? ”
잠깐 말을 끊은 추민재 팀장이 강자매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 너네, 사장 잘 만나서 완전 고속도로네 ”
그 뒤를 홍혜수 팀장이 거들었다.
“ 뭐야뭐야? 사장님 해창전자랑 무슨 끈이 있니? 그런 건 지원자만 수천 명이 몰려서, 일반 소속사는 엄두도 못 내는 건데? ”
“ 크흐흠! ”
헛기침의 데시벨이 더욱 높아진 황실장이었고, 김재욱은 이제 아예 상황을 외면하고 있었다.
“ 아니, 뭐. 어떻게 그렇게 됐어. 나중에 설명은 따로 해줄게. ”
“ 민재 말이 맞네. 이 정도 일빨이면 배우 말고, 소속사를······아니야. 강주혁이라는 배우도 버리긴 아까워. 그냥 처음부터 둘 다 했어야 됐네. ”
덕분에 뭔가 불타올랐는지, 추민재 팀장이 의욕 가득 찬 눈빛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나 지금부터 방송국 돌아본다! ”
대답은 당찼지만, 강주혁이 찬물을 끼얹었다.
“ 내일부터 돌아. 형. 얘네 데려다줘야지. 어디를 간다는 거야 지금. ”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강자매를 가리키는 강주혁. 덕분에 추민재 팀장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이내 차갑게 식었다.
슬쩍 웃음을 짓던 주혁이 강하영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래서 마저 하자면. 하여튼 광고는 하영씨가 가는 건데, 다큐 독립영화 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할머님이 이제 곧 시외 나들이 촬영인데, 어차피 하는 김에 서울에 와서 하영씨와 같이 촬영을 하고 싶다고. ”
“ 어! 저 너무 좋아요! 안 그래도 할머니 보고 싶었는데······ ”
진짜 그리웠는지 강하영이 말끝을 흐렸다. 그 말끝을 강주혁이 붙잡았다.
“ 그래서 말인데, 하영씨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어떨까 싶어요. ”
“ 제가 일하는 모습이요? ”
“ 응. 일하는 모습. 영화가 다큐니까, 자연스럽게 하영씨가 일하는 모습을 할머님이 구경하면서 촬영장도 구경시켜드리고 그러면 어때요. 새로울 거야. 협조야 내가 해창에다 말하면 되니까. ”
“ 네! 저는 좋아요! ”
그녀의 대답은 당찼다. 고개를 끄덕이던 주혁이 홍혜수 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 누나. 해창 쪽에서 연락 오면 일정 바로 알려줄 테니까, 독립영화 팀이랑 상의해서 날 잡아. 세부적인 컨셉은 따로 알려주고. ”
“ 알겠어요. 사장님. ”
“ 좀 더 진행되면 바로바로 미팅 잡을 테니까, 오늘은 대충 정리합시다. 추팀장님이 애들 좀 데려다주시고, 홍팀장님도 이만 퇴근해요. 재욱이 너는 좀 남고. ”
사장님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먹던 족발 세트의 잔해들을 빠르게 치워내고, 각자 인사를 나누며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연습실에는 3명만 남았다.
“ 재욱아. ”
“ 네. ”
“ 대충 상황 봐서 알겠지만, 한동안은 너에 대한 모든 것을 비밀로 할 거다. 가능하면 오래. ”
“ 아, 네. ”
김재욱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당연했다. 딱히 재벌에 신경도 안 쓰던 강주혁도 앞에 있는 이 아이를 색안경 끼고 대했었는데, 직원들을 오죽할까. 따라서 최대한 숨길 작정이었다.
“ 황실장님도 조심해주세요. ”
“ 알겠습니다. ”
“ 그리고 너 반에서 몇 등 한다고? ”
느닷없는 질문에 김재욱이 움찔한다.
“ ······중간쯤 ”
“ 확실해? ”
“ 그것보다는 조금 아래요. ”
“ 첫 번째 미션이다. 공부해. 이번 중간고사에서 적어도 반에서 10등 안에 들것. 친구들도 사귀고, 학교생활을 충분히 즐겨. 물론 홍혜수 팀장님이랑 스케쥴 맞춰서 연기 레슨도 꾸준히 받고. ”
이게 무슨 전개인가 싶었는지, 김재욱의 눈이 커졌다.
“ 당황스럽냐? 그래도 해. 난 이 바닥에서 너보다 훨씬 일찍 데뷔해서 생활했다. 후회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쉬움이 많아. 다른 거야 지금이라도 배우면 되지만, 학교생활만은 지금 아니면 경험해볼 수가 없어. ”
잠시 한 템포 쉬며 김재욱의 반응을 살피던 주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 배우는 경험이 목숨줄이야 경험이 부족하면 놓치는 작품이 수두룩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경험이 부족하면 빼낼 수 있는 감정선이 적다. 나는 너를 허투루 키울 생각 없어. 그러니까 해. 감정을 배워. 지금 학교생활이 감정 배우는 데는 딱 맞다. 여자도 좀 만나고. ”
“ ······네. ”
당장은 대답이 시원찮았지만, 언젠가는 이 아이도 이해해줄 거란 생각에 주혁은 이 정도에서 말을 마무리를 지었다.
“ 그런데 너 혼자 왔어? ”
“ 아, 아니요. 밑에 주차장에 경호원 아저씨들 계세요. ”
“ 왔다 갔다는 그렇게 하면 되겠네. 일단 오늘은 가. 앞으로 전달사항은 홍혜수 팀장님한테 전화 받을 거야. ”
“ 네. 오늘 족발 잘 먹었습니다. ”
꾸벅 인사를 한 김재욱이 타박타박 연습실을 빠져나갔고.
“ 황실장님도 퇴근하세요. 내일 아침에 사무실 출근하시고. 한동안 저랑 움직입시다. ”
“ 예. 알겠습니다. ”
황실장 역시 연습실을 나갔다. 그렇게 주혁은 연습실에 혼자 남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정면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한참을 거울을 보던 그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추민재 팀장의 차 안.
회사에서 받은 승합차에는 추민재 팀장과 강자매가 타고 있다. 차 안에는 최신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노래를 추민재 팀장이 흥얼거리고 있다.
그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강하진이 우물우물하다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 ······저 팀장님. ”
“ 응? 왜? 뭐 먹고 갈래? ”
“ 저는 닭갈비! ”
대뜸 뒤에 앉아 있던 강하영이 끼어들었지만, 강하진이 이에 질세라 다시 질문을 던졌다.
“ 저도 닭갈비 좋아요. 그것보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
“ 어어. 말해말해. 스읍. 닭갈비 집이 어디쯤 있더라. ”
“ ······그 혹시 사장님은 이제 연기 안 하시는 거예요? ”
우뚝.
그녀의 질문이 끝나자, 순간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 무거운 침묵. 강자매들이야 궁금증에 입을 다물고 있다고 치지만, 추민재 팀장은 달랐다.
“ 후우- ”
-지잉.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내리는 추민재 실장.
“ 망할. 아까워. 솔직히 아까워 죽겠다. 그놈은, 아니 사장님은 내가 처음 보자마자 반한 놈이야. 아깝지. 아까워 미치지. ”
“ 그런데. 왜······ ”
“ 그게 그렇다. 이 바닥이 그래. 상품이 상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아. 그래서 당장은 힘들겠지. 아니. 못하겠지. 그래도. 그래도 언젠가는······ 기대는 하고 있다. ”
“ ······ ”
추민재 팀장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에는 다시금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같은 날, 늦은 밤
나는 알고 싶다 팀의 메인 작가 집에서 디쓰패치 팀과 이번 프로젝트 관련 인원이 모여있다. 그중 가장 가장자리에 예쁘게 생긴 여자 한 명이 울고 있고.
그들 한가운데 핸드폰이 놓여있다.
얼추 인터뷰를 끝냈는지, 박기자가 켜놓은 핸드폰을 집으면서 여자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 화진씨.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진정하세요. 저희 모두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
너무 울어서인지, J-쥬비스의 멤버 최화진은 그저 대차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 힘없는 걸그룹 멤버의 참상을 들은 디쓰패치 팀과 나는 알고 싶다 팀 사람들은 힘없이 울고 있는 최화진을 보며 너 나 할 것 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들의 눈에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건 박기자도 마찬가지였다.
“ 하나 빠짐없이 밝혀서, 처벌받게 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최화진양 인터뷰는, 자주 보셨죠? 화면 가운데에 핸드폰 그림 있고, 자막 붙여서 목소리만 변조해서 쓰겠습니다. ”
“ ······네. ”
어렵사리 목소리를 낸 최화진이 양 볼에 흐르는 눈물을 슥슥 닦아낸다.
“ 가시죠. 모셔다드리겠습니다. ”
박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최화진이 조용히 그를 따랐다.
도로를 달리는 차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최화진은 최화진 나름대로, 박기자는 박기자 나름대로 머리가 복잡했다.
-끼익.
어느새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운 박기자에게 최화진이 최대한 목소리를 끌어냈다.
“ 감···사합니다. ”
“ 아닙니다. 용기 내주셔서 저희가 감사합니다. ”
“ 그럼. ”
살짝 고개를 숙이며 차 문을 여는 최화진을 물끄러미 보던 박기자가 아차 했다.
“ 아! 화진씨. ”
“ 네? ”
“ 잠깐만요. 드릴 게 있는데. ”
속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박기자가 이내 작은 명함 하나를 최화진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 받아두세요. ”
“ 이게······ ”
박기자가 빙긋 웃었다.
“ 이 모든 일의 시동은 그 사람이 걸었습니다. 그 사람 아니었으면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
“ 아. ”
짧게 탄성을 내뱉은 최화진이 명함을 내려다봤고, 박기자가 말을 계속 이었다.
“ 이 사건의 피해자들 신상 보호도 그 사람이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해서, 절대 화진씨에 관한 정보는 밖으로 새지 않게 하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
“ 그리고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
“ 예? ”
박기자가 손가락으로 명함을 가리키며 답했다.
“ 정 앞이 안 보이거나, 힘들면 전화하랍니다. 그 사람이. ”
대답을 들은 최화진은 잠시간 박기자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금 손에 들린 명함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해창전자 사장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김재황 사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칙칙!
담배에 불을 붙이고 딱 한 모금을 빨아들일 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들어와. ”
-철컥!
“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
“ 음. 그래. ”
문을 열고 깊숙하게 인사를 올린 장수림 변호사가 허리에 검은색 파일을 끼고서는 김재황 사장의 앞으로 걸어간다.
-스윽.
그리고 파일을 곧장 김재황 사장에게 내밀었다.
“ 이게 그건가? ”
“ 예. 사장님. ”
파일을 펼친 김재황 사장이 품속에서 얇은 안경을 꺼내, 코끝에 걸쳐 썼다.
그렇게 몇 분간 보고서를 확인하던 김재황 사장이 보고서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 이 사건들은 나도 기억나.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누가 작업 친 거 같은데? 국내 최정상 배우가 이렇게 한순간에 가는 게 말이 되나? ”
“ 요즘 그 바닥은 마약 루머만 돌아도 치명타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워낙 빨라서. ”
“ 흠.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대놓고 수상하지 않나? ”
“ 예. 사실 저도 좀 수상합니다. ”
짧게 혀를 차며 파일을 덮은 김재황 사장이 검지로 파일을 툭툭 치며 생각에 빠졌다.
다시 몇 분이 흘렀고.
“ 장변. ”
이윽고 김재황 사장이 장수림 변호사를 불렀다.
“ 예. 사장님. ”
“ 찾아내. ”
“ 예? ”
“ 수단, 방법 생각지 말고, 연루된 놈들 찾아봐. ”
살짝 놀란 장수림 변호사가 눈을 크게 떴다.
“ 사장님. 굳이 그렇게까지. ”
순간 김재황 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야. 너 요즘 왜 이렇게 말이 많아? ”
“ 아! 죄, 죄송합니다. ”
“ 수림아. 하라면 그냥 해. 최대한 빨리 움직여. 그리고 홍보팀 좀 올라오라고 해. 얘네 왜 이렇게 일 처리가 느린 거야. 드라마랑 광고. 아직 안 넘겨줬지? 줄건 빨리 던져야 일이 진행될 거 아니야! ”
“ 아! 예! 알겠습니다. ”
바싹 쫀 장수림 변호사가 다시금 깊숙하게 인사를 올리고는 사장실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 스읍- 후- ”
혼자 남은 김재황 사장이 깊숙하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길게 빼내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 내 아들을 키워줄 놈인데 이미지가 그래서는 안 되지. ”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