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53
이른 아침부터 강주혁이 사무실에 출근했다. 오늘 무언가 중요한 일정이 있는지, 그의 복장이 평소보다 더욱 힘을 준 느낌이다.
복도를 따라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한 주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놓고 남는 손으로 사무실의 경비를 해제하기 위해 빼냈다. 그런데 이미 문이 열려있었다.
“ 응? ”
고개를 갸웃하며 들어간 사무실에는 소파에 앉아서 자신의 수첩을 보고 있는 황실장이 보였다.
“ 황실장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
“ 아, 사장님 오셨습니까? 집에 있기도 심심하고, 그냥 일찍 나와버렸습니다. ”
“ 하하. 그래도 너무 일찍 오셨네. 무리하지 마세요. 실장님 쓰러지면 저 큰일 납니다. ”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남는 건 체력밖에 없습니다. ”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강주혁이 소파를 지나쳐 책상 의자를 빼냈다.
“ 아, 그분 언제 오는 겁니까? 그 후배라는. ”
“ 예. 얘기는 이미 끝났고, 그놈도 정리할 건 정리하고 빨리 넘어오기로 했습니다. 확정되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주혁은 책상 위 놓여있는 달력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오늘 좀 스케쥴이 빡빡합니다. 일단 무비트리 들렸다가, 하영씨, 하진씨 픽업하고, 척살 로케 현장으로 넘어갈 겁니다. ”
“ 알겠습니다. ”
“ 그럼 바로 출발하시죠. ”
황실장이 생각보다 일찍 출근했기에 주혁은 바로 움직였다. 곧장 사무실을 나와 송사장에게 전화를 걸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신호는 빠르게 끊겼다.
“ 아이고. 투자자님. 오랜만이네. ”
“ 형. 지금 어디예요? ”
“ 나? 출근 중. ”
“ 지금 나도 무비트리가는 중이니까, 모닝커피나 한잔합시다. ”
“ 커퓌? 조오치! 바로 내 사무실로 와. ”
“ 오케이 ”
그렇게 전화를 끊은 주혁이 황실장과 함께 무비트리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도착한 무비트리.
황실장은 잠시 차에 대기하고, 강주혁만 무비트리에 도착하니, 얼추 출근 시간이었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는 직원들이 몇 안 보였다. 그나마 남아있는 직원 몇몇에게 인사와 사 온 커피를 건넨 후, 주혁은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덜컥!
사무실 안 송사장은 이미 탁자에 커피 2잔을 올려놓고 주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 아, 나도 커피 사 왔는데. ”
“ 어어. 다 먹으면 돼. 요즘 카페인 없으면 일 못 해. 나. ”
실제로 송사장의 모습은 좀비를 연상케 했다. 얼굴이 검다 못해 검푸르다. 그런 검푸른 버섯처럼 변해버린 송사장의 건너편에 주혁이 앉자마자, 송사장이 커피를 들어 한잔 들이켰다.
“ 크으- 요즘은 이렇게 겁나 쓴 게 좋아. 뭔가 커피는 써야지 진짜 커피 같다니까. ”
-탁.
그가 커피의 쓴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순간, 주혁이 탁자 위에 핸드폰을 올렸다. 그런데 핸드폰 화면에는 녹음 앱이 실행되고 있다.
장난스레 웃으며 커피를 마시던 송사장이 탁자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보자마자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 너 이거. ”
“ 형. 그때. 내가 무비트리랑 이중계약 사건 터졌을 때, 계약서랑 CCTV 챙겨두라고 한 거. 잘 가지고 있지? ”
“ ······이제 시작하는 거냐? ”
“ 해야지. 벌려놓은 일이 많은데, 계속 나만 빠질 순 없잖아. ”
송사장이 커피를 탁자에 다시금 내려놓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형 인터뷰 좀 쓰고 싶은데. ”
“ 그래. 내 얼마든지 증언해주마. ”
“ 아니. 증언까진 필요 없고, 그냥 그때 이런 오해가 있었다. 정도로만 해줘요. 내 사건 중에 이중계약이 처음 시작이라 풀어놓고 시작할라 그래. ”
강주혁의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했을 무렵.
가장 처음으로 터진 게 이 무비트리와 연관된 사건이었다. 물론, 당시 무비트리의 사장은 송사장이 아니었다. 송사장은 부장급 되는 간부였고, 강주혁이 은둔하기 전 송사장에게 계약서와 당시 계약을 진행하던 장면이 담긴 CCTV를 챙겨두라고 부탁해뒀었다.
그걸 지금에서야 찾으러 온 거고.
이중계약 사건 자체는 이 바닥에서 흔히 볼 수는 없지만, 종종 일어나는, 인감을 돌려쓰며 생겨나는 문제였다.
소속사는 배우가 모든 계약에 참여할 수 없기에 배우의 계약을 대행하는 때도 있다.
강주혁이 소속사를 나오기 직전, 당시 소속사 사장이 주혁의 인감을 가지고 계약으로 장난을 친 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현재야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당시에는 한류 열풍이 뜨거웠다. 강주혁 역시 한류 열풍에 합류한 상태였고, 그때 찍었던 영화가 국내와 일본에 걸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었다.
문제는 팬 미팅과 사인회였다.
정신없는 스케쥴 속에도 주혁은 무조건 국내에서 먼저 사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단가는 당연히 일본이 비쌌지만, 한류의 시작은 어쨌든 한국 팬들이 만들어 준 것이니까.
그리고 스케쥴 당일, 소속사 사장은 국내 팬 미팅과 사인회 일정이 문제가 터져 취소됐다고 주혁에게 알렸다. 따라서 일본 일정을 앞당겼고, 시간이 촉박하니 당장 출국했으면 한다는 거였다.
탐탁지 않았지만, 일본 팬들도 팬이고 취소된 일정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당시 주혁은 너무 정신없이 바빴다.
그렇게 주혁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주혁이 일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국내에 기사로 퍼졌다. 대중들은 분노했다.
사실 국내 팬 미팅과 사인회가 취소된 게 아니었으니까.
강주혁 측의 일방적인 스케쥴 취소로 기사가 터지기 시작했고, 이어서 일본 일정을 소화하는 강주혁이 포털 메인에 걸렸다. 이중계약.
이게 강주혁 루머의 시작이었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주혁이 사장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잠적한 후였다. 이어서 미친 듯이 여러 사건이 터지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주혁은 10평짜리 월세방에 처박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소속사의 사장은 강주혁으로 인해 돈을 불려 그 돈으로 여기저기 문어발식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었다. 더불어 도박까지 손을 댄 상태였다.
심지어 사장의 채무 중 상당 부분이 강주혁의 이름으로 연대보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 그래. 아마 그때가. 언젠지는 정확하게 기억 안 나지만. 계약 당시 강주혁씨는 보이지 않았고. 소속사 사장이 직접 계약을 진행하러······ ”
어느새 진지한 태도로 당시 사건을 되짚으며 입을 연 송사장. 그런 송사장을 보며 주혁은 담담하게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돌아온 차 안.
강주혁이 송사장과의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차 안에는 기다리기 심심했는지, 황실장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주혁은 운전석에 타자마자, 송사장에게 건네받은 자료들을 뒷좌석에 던져버렸다. 뒤쪽으로 던져진 자료들을 황실장이 무심코 쳐다봤다.
“ 뭡니까 저게? ”
하지만 주혁은 그저 대답 없이 웃으며 차를 몰기 시작했고, 황실장도 굳이 더는 캐묻지 않았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부웅
지하 주차장에서 길가로 빠져나온 주혁의 차는 어느새 강자매들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 이제 스케쥴 소화합시다. ”
“ 알겠습니다. ”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주혁의 차는 강자매들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녀들은 이미 집 앞에 나와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주혁의 차를 보고선 도도도 달려온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실장님! ”
“ 안녕하세요. ”
차에 오른 강자매들이 각자 인사를 던지며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 그때 얘기했죠? 추팀장님 지금 따로 보는 일이 있어서 한동안은 내가 대신 볼 수 있는 일은 볼 거예요. ”
“ 넵! 알고 있습니다! ”
“ 보자. 오늘 하영씨는 바로 연습실로 갈 거고, 하진씨는 인천 갈 겁니다. ”
“ 네. ”
아침이라 그런가? 노메이크업 상태의 강자매들은 청초한 모습이었다. 원래도 예쁘긴 했지만, 뭔가 더욱 청순한 느낌을 풍겼다.
그때 황실장이 강자매들에게 에너지바 하나씩을 건넸다.
“ 이거 드세요. ”
“ 와! 배고팠는데. 감사합니다! ”
“ 감사합니다. ”
“ 아니요. 여기 사장님도 하나 드세요. ”
그렇게 차에 탄 모든 사람이 에너지바 하나씩을 입에 물었고, 주혁은 바쁘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인천 부둣가, 척살 야외촬영.
드라마 촬영이나 영화촬영을 세트가 아닌 이런 야외에서 진행할 때는 빠르게 펼치고, 빠르게 접는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고,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촬영장을 중심으로 커다랗게 원을 그려서 촬영할 공간을 확보하고, 그 공간보다는 더 넓게 잡아서 FD나 보조아르바이트 인원들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와중에.
영화촬영이 한창인 부둣가 주변. 현재는 강주혁이 꽂은 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한창이었다.
“ 빌어먹겠네. 시발 그러니까 내가 그 새끼 나대기 전에 따라고 했잖아! ”
“ 죄송합니다. 워낙에 발 빠른 놈이라, 대처가 늦었습니다. ”
“ 대처? 이런 미친 새끼가 확 대처버릴까부다. 아오. 진짜. ”
대사가 끝나고, 남자 배우가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들어 귀에 대는 모습까지.
장면 샷은 끝났지만, 최명훈 감독은 바로 자르지 않는다. 그렇게 배우들의 연기가 멈춰진 상태로 약 10초.
여유 컷트를 확보한 최명훈 감독이 외쳤다.
“ 컷! 오케이! 똑같이 한 번 더 갑시다. ”
결코, 배우들이 연기를 못해서, 대사 실수가 있어서 다시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 그림은 좋아. 연기도 딱이고. 이러니까 더 욕심나네. ’
방금 찍힌 그림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최명훈 감독.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기에 더 좋은 그림을, 더 멋진 샷에 대한 욕심이 당연스레 생겨났다.
“ 선배님. 이번에 바스트 좀 당겨서 가볼게요. ”
“ 오케이! ”
촬영 감독에게 촬영 구도 변경을 요청한 최명훈 감독의 바로 옆, 바싹 앉아 있던 스크립터 스텝이 감탄사를 뱉었다.
“ 오늘따라 배우들 연기 죽이네요. ”
“ 말해 뭐해. 점점 영화 연기가 느는 게 보이니까, 더 욕심이 나서 큰일 났다. 지금. ”
“ 근데 진짜 기대되지 않아요? ”
“ 뭐가? ”
“ 아니. 만약에 감독님 이 영화 걸어서 대박 터지면 몸값 오른 저 무명 배우들 전부 감독님 사단이잖아요? 요즘 우리 영화 입소문 좋던데. ”
최명훈 감독이 짧게 숨을 뱉었다.
“ 하나 터진다고 사단이 형성되냐? 그리고 나나 저 배우들이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 다들 잘 알고 있고. 내 사단은 무슨. ”
“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요? 누구요? ”
“ 있다. 그런 사람이. 나나 저 배우들 전부 꽂은, 아니지. 사실 이 영화 자체를 시작한 사람이. ”
스크립터 스텝이 고개를 갸웃했다.
“ 시작한 사람? 송사장님이요? ”
하지만 최명훈 감독은 웃기만 할 뿐, 이번 질문에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조감독의 사인이 나왔다.
“ 준비 끝났습니다! ”
그에 따라 최명훈 감독의 몸은 다시금 모니터를 향했고.
“ 자, 사운드! 카메라! ”
“ 오케이! ”
“ 하이~ 액션! ”
배우들의 연기가 다시금 시작됐다.
잠시 뒤.
조연들의 서사가 묻은 장면이 끝난 후, 주연 하정훈의 단독 샷 촬영순서였다.
“ 컷! 다시 한번 갈게요. 정훈씨 대사 좀 처집니다. 긴박하게 가볼게요. ”
“ 죄송합니다. ”
하지만 최명훈 감독은 하정훈의 연기가 탐탁지 않았다. 초반과 다르게 중반부로 넘어선 이후부터는 뭔가 대사 실수나 감정이 튀는 연기가 자주 보였다. 지금도 그렇고.
“ 니들이 여기서 죽는 이유는 놈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빌지 마. 빌어도 니들은 나한테 죽어. 차라리. ”
“ 컷. 정훈씨. 좀 더 템포를 빨리. 다시 한번 갑니다. ”
“ 알겠습니다. ”
담담하게 대답을 하면서도 하정훈은 속으로 짜증이 났다.
‘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냐. 아오- 씨발! ’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연기가 쓰레기 같다는 것을. 그렇기에 감독의 리-액션 사인에도 군말 없이 따르고 있는 거였다.
“ 하이- 액션! ”
감독의 사인에 다시 하정훈이 같은 대사를 치려는 순간.
저 멀리 스텝들 사이에서 방금 도착한 강하진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연기를 쳐다보는 강주혁도.
“ ······ ”
자신을 쳐다보는 강주혁을 보자마자 하정훈의 입이 멈춰버렸다.
“ 컷! ”
대사가 멈추자, 최명훈 감독이 컷을 때리고 곧장 하정훈에게 뛰어갔다.
“ 정훈씨. 요즘 무슨 문제 있어요? 어디 몸이라도 안 좋아? ”
“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감정 좀 잡을게요. ”
“ 그래요. 우리 쉬었다 갑시다. 그럼. ”
“ 예. ”
대답을 마친 하정훈이 다시금 강주혁이 서 있던 곳을 쳐다봤다.
‘ 어? ’
하지만 그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 우리 10분만 쉬었다 갑시다! ”
그때 최명훈 감독이 현장 전체에 쉬는 시간을 알렸고, 외침을 듣고 달려온 조감독에게 10분 뒤에는 방금 도착한 강하진 단독 샷을 가자고 알렸다.
“ 알겠습니다! ”
당차게 대답한 조감독은 강하진에게 뛰어갔고, 하정훈은 담배를 챙겨서 촬영장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었다.
-칙칙!
“ 후- ”
담배에 불을 붙인 하정훈은 흰 연기를 한숨과 섞어서 뱉어냈다.
‘ 시발. 진짜 왜 이러지. ’
그러면서 짜증이 잔뜩 담긴 손짓으로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 야. 연기가 그게 뭐냐? ”
깜짝 놀란 하정훈이 뒤돌아봤고, 그곳에는 강주혁이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걸어오고 있었다.
“ 연기가 그게 뭐냐고. 어디 재롱잔치 나가냐? ”
“ 지랄. 니 알빠냐! ”
일단, 관성적으로 격하게 반응하긴 했다만, 하정훈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딱히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충분히 쓰레기같이 하고 있었으니까.
-뚜벅뚜벅
어느새 하정훈과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선 주혁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쫄았냐? ”
“ 뭐, 뭘 쫄아? ”
“ 하진씨한테 들었는데, 니가 요즘 나 뭐하냐고 물었다매? 쫄았어? ”
“ 내가 왜 쪼냐? ”
“ 근데 연기가 왜 그따위냐고. 니가 제일 못해. 니가. 그것도 원톱 주연이. ”
다시 욕을 쏟아내려던 하정훈이 이를 악물고 말을 삼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주혁이. 연기 천재라 불리던, 연기력만으로 모인 사모임 ‘강하단’의 원래 주인인 강주혁이 자신의 연기를 지적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담배만 뻑뻑 피워댈 뿐.
“ 왜 이 영화에다 내가 알고 있는 깔리고 깔린 배우 중에 너를 꽂은 줄 아냐? ”
“ 내 약점을. ”
“ 그딴 건 그냥 과정일 뿐이잖아. 그 전에 애초 왜 너를 선택했는지, 결정하고 움직였는지 아느냐고. ”
“ 이름값. ”
틀린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 어- 그것도 어느 정도 있긴 해. 이러나저러나 니가 탑배우긴 하니까. 근데 그냥 탑배우라고 냅다 꽂았겠냐? ”
“ ······ ”
순간 피우던 담배를 입에 꽃은 하정훈이 강주혁을 쳐다봤다. 그런 그를 보며 주혁이 미소를 머금었다.
“ 연기를 잘하니까. ”
“ ······! ”
“ 단순해. 니가 연기를 잘하니까. 탑배우라고 전부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잖아. 니도 알다시피 그냥 돈만 처바르고 말만 할 줄 알아도 탑배우 취급받는 놈들은 많아. ”
말을 잠시 끊은 주혁이 하정훈과 시선을 맞췄다.
“ 근데 니는 성격은 지랄 같아도, 연기를 잘하잖아. 그것만큼은 인정한다 나도. 내가 너한테 자주 말하지? 배우는. ”
“ 연기만 잘하면 장땡. ”
어느새 다 피웠는지, 담배를 탁탁 치며 대답하는 하정훈이었고, 여전히 그와 눈을 마주치던 주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니한테 연기를 빼면 남는 게 뭐냐? 없어.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는데, 약속은 지킨다. 기억나지? 이 영화만 찍으면 너 내버려 둔다고 했던 말. ”
“ 흥. 지켜보면 알겠지. 그리고 니가 지랄 안 해도 이 영화 어떻게든 찍을 거다. ”
“ 그럼 꺼져. 가서 연기나 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
얼굴에 불만이 잔뜩 끼어있는 표정으로 강주혁을 째려보던 하정훈은 이내 몸을 돌려 촬영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 하여간에. 불안한 새끼. ”
슬쩍 웃으며 혼잣말을 뱉은 주혁도 벗어났던 촬영장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전화가 울렸다.
곧장 액정을 확인한 주혁의 입이 열렸다.
“ 모르는 번혼데? ”
핸드폰 액정에는 모르는 번호가 찍혀있었고, 고개를 갸웃하던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약간 경쾌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여기 프로덕션클릭인데요. 해창전자 광고 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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