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55
강하진의 연기가 끝날 때까지, 송사장과 최혁 팀장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녀의 연기를 감상했다.
강하진이 맡은 역할은 소희.
교복을 입고 있는 강하진을 멍하니 보며 최혁 팀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 그냥. 소희네요. ”
“ 그러게요. 이젠 하진씨 아닌 소희를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
“ 저도요······ ”
그렇게 3명은 할 일도 잊은 채, 나란히 서서 그저 소희를 연기하는 강하진을 바라봤다.
“ 안 밀리겠어요. ”
최혁 팀장이 확신했고.
“ 예. 저도 그 말 취소합니다. 느껴지는 건 다른데, 확실히 밀리지는 않아요. ”
송사장이 덧붙였다.
-찰칵! 찰칵!
손이 멈춰있던 직원도 어느새 열 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치 이건 찍어야 해! 같은 열정적인 뒷모습이었다.
“ 오늘 인터뷰가 기대됩니다. ”
“ 잘 부탁드립니다. ”
느닷없이 재개된 셔터 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린 송사장과 최혁 팀장이 악수하며 현실로 돌아왔다. 이어서 최혁 팀장은 사진 찍는 직원을 데리고, 다른 방향으로 찍어보자며 자리를 옮겼고, 혼자남은 송사장은 촬영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는 지금 이름 모를 쾌감에 젖어있었다.
애초 척살이란 영화는 송사장에게 그저 엎어진 영화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 분쇄기에 밀려버릴 그런 작품.
하지만 뜬금없이 나타난 강주혁 덕분에 세상에서 사라질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저 수많은 무명 배우들에게 기회를 선사했다.
많은 고초가 따랐고, 위기도 있었다.
그럼 에도 송사장이 본 강주혁은 오묘하게 우직했고, 희한하게도 강직했다. 그의 핸들링 덕분에 어찌어찌 넘어서 여기까지 왔다.
“ 대단한 새끼. ”
짧게 혼자 말을 뱉은 송사장. 말이 좀 거칠어서 그렇지, 송사장은 지금 짜릿함과 감개무량이 공존하는 표정을 지으며 촬영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빠르게 진행되는 촬영현장. 배우들의 열연. 그 옆을 맴돌며 홍보 사진을 찍고 있는 국내 최고의 배급사. 그리고 강주혁.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잔뜩 번진 송사장이 한 번 더 혼잣말을 뱉었다.
“ 이거 진짜 터질지도 모르겠어. ”
어떠한 예상이 아니라, 영화 척살이 터진다는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점심에서 오후 사이, 보이스 프로덕션.
광고사에서 사무실로 돌아온 주혁은 간단하게 점심을 마치고, 노트북을 열었다. 박기자가 보낸 파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딸칵! 딸칵!
“ 깔끔하네. ”
박기자가 보낸 파일은 한글파일로 내용이나 방향성 등이 깔끔하게 정리돼,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져 있었다.
“ 뭐, 기자는 기자구만. ”
뭐, 요즘 세상은 기자들의 신뢰도가 기레기라 불릴 정도로 바닥을 치지만, 박기자의 필력은 수준급이었다.
대충 내용을 훑던 주혁인 이내 자세를 바로 하고 정독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이랬다.
먼저, ‘나는 알고 싶다 ’가 먼저 방영을 하고, 그 방송에서 살짝 떡밥을 던져서 궁금증을 유발, 그 뒤로 디쓰패치에서 대대적인 기사를 내면 내용 중 강주혁이 건넨 녹음파일을 토대로 박종주의 마약 관련을 풀어내겠다는 내용.
그중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 5년 전 이 같은 오해로 부당하게 연예계에서 사라진, 한순간 몰락한 남자 탑배우. ’
문구를 보자마자, 주혁이 피식했다.
“ 나쁘지 않네. ”
너무 대놓고 강주혁임을 알리면 이 사건의 포커스가 자칫 흔들릴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너무 이슈가 적게 되면 하는 의미가 없고.
딱 적당한 문구였다.
확인을 끝낸 주혁이 한글 프로그램을 끄고는 곧장 박기자에게 답장을 보냈다.
-확인했다. 내용 괜찮네. 방금 몇 개 더 떠올라서 알려준다. 예전에 FNF엔터가 마약 게이트 사건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잖아? 그거를 박종주랑 엮어서 후속타를 때려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생각인데 아마 마약 물주가 박종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자 내용을 전부 적고는 첨부파일에 송사장에게 받은 자료들을 적당히 정리해서 첨부했다.
-이건 내 이중계약 문제. 너도 기억하지? 가장 처음 터진 사건. 이번 FNF, 박종주 터트리고 나서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이 조금 생겼을 때, 기사로 써서 던지면 된다. 던지면 꼭 연락 주고.
이어서 전송.
문자가 전송된 지 5분도 채 안 돼서 박기자에게 답장이 왔다.
-OK.
답장을 확인한 주혁이 이번에는 홍혜수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번에 본 그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신호가 꽤 길게 이어지다 끝물에 끊겼다.
“ 누나. ”
“ 어. 사장님. 말해. ”
“ 오늘 광고 계약했거든? 하영씨한테 알려주고, 사무실 탁자에 광고 대본이랑 기본적인 일정 정리한 거 올려둘 테니까, 가져가. ”
주혁이 한번 숨을 골랐다.
“ 그리고 광고 일정이랑 저기 다큐 독립영화 팀이랑 연락해서 시간 잘 맞춰. 튀지 않게. 광고 제작팀 쪽에 누나 연락처 전달해뒀으니까 따로 연락 갈 거야. ”
“ 응. 알았어. 사장님 밥은 먹고 일하지? 챙겨 먹어. 이제 시작인데 쓰러지면 큰일 난다? ”
“ 오케이. ”
-뚝!
얼추 일을 정리한 주혁이 의자에 움푹 몸을 기대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 후- ”
그러면서 손목에 둘린 시계를 쳐다봤다.
“ 시간 엄청 빠르네. ”
요즘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너무 빨랐다.
-탁!
켜져 있는 노트북을 미련 없이 덮은 주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피스텔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강주혁의 오피스텔.
침대에서 노트북과 함께 널브러져 있던 주혁의 눈이 순간 번쩍 뜨였다. 눈을 뜨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 와. 나 일하다 잠든 거냐? ”
실제로 어제 오피스텔로 돌아와 침대에서 노트북으로 남은 일을 정리하다 깜빡 잠이든 모양이었다. 그런 자신이 신기한지,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켠다.
“ 으윽! ”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 순간 침대 위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이 벨 소리를 뱉어냈다. 아침부터 누군가 싶어 액정을 확인하니.
-김재황 사장.
해창 전자의 사장이었다.
“ 이 아침부터 뭔 전화를. ”
의아했지만, 일단 전화를 받는 강주혁.
“ 네. ”
“ 아침 했나? ”
“ 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 그렇지. ”
“ 뜬금없이. ”
“ 안 했으면 좀 같이하지. 할 말도 있고, 사업가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지. ”
하긴, 밥 먹을 시간이 되기도 했다 싶었던 주혁은 대충 입고 있던 잠옷 바지를 내리면서 답했다.
“ 좋습니다. 어디로 갑니까? ”
“ 직접 올 거지? ”
“ 네. ”
“ 장변이 장소를 보낼걸세. 그쪽에서 보지. ”
“ 알겠습니다.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잠시 후.
-장수림 변호사
-초록바다 횟집으로 오시면 됩니다. 서울시 강남구······
장수림 변호사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주소를 확인한 주혁이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도착한 고급 횟집.
김재황 사장이 정한 횟집은 사실 횟집이라기보다 고급 한정식 같은 느낌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손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 큰 횟집을 통째로 빌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직원으로 보이는 정장 입은 남자가 강주혁을 보자 웃음으로 응대했다. 그를 따라 문짝에 VIP라고 적힌 방을 열었다.
-드르륵
방 안쪽에는 김재황 사장이 안경을 끼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주혁이 도착하자, 핸드폰을 식탁 위에 올려두면서 입을 열었다.
“ 왔나? 앉지. ”
장수림 변호사는 보이지 않았다.
“ 원래 아침을 챙겨 드십니까? ”
주혁이 김재황 사장 반대쪽에 자리하면서 물었다.
“ 먹지. 근데 보통은 집에서 먹고 나와. 회사랑도 꽤 먼데, 매일 이렇게 와서 먹을 순 없지 않겠나. ”
“ 그렇겠네요. ”
대화를 마친 김재황 사장이 직원을 올려다봤다.
“ 아, 우린 좀 이따 주문하겠네. ”
“ 알겠습니다. ”
-드르륵
직원이 90도로 인사를 하며 방문을 닫고 퇴장했다.
“ 그래. 내 아들은 좀 어떤가? ”
“ 이번 중간고사에서 10등 안에 들라고 했습니다. 아마 뭐 터지게 공부하고 있을 겁니다. 학교 끝나면 연기 레슨을 받고있구요. ”
“ 허허헛. 공부? 공부를 시켰어? ”
“ 뭐. 그렇죠. 사실 공부를 시켰다기보다는 학교생활을 즐기게끔 하고 싶은 게 제 속뜻이죠. 그러니까 부모로서 성적표가 나오면 확인하시고 알려주세요. 재욱이가 나한테 숨길지도 모르니까. ”
“ 그래. 이거 완전 내가 학교 선생님을 만나고 있는 거 같군. ”
“ 엇비슷하겠네요. ”
살짝 웃으며 물을 따르던 주혁이 표정을 달리하며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뭐 때문에 보자고 하셨습니까? ”
-툭!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탁자 위에 웬 서류봉투를 던지는 김재황 사장이었고, 말없이 펼쳐보라는 시늉을 던졌다.
해서 주혁도 담담하게 서류봉투를 집었다.
-팔락.
서류봉투 안에는 종이 몇 장이 들어있었다. 찬찬히 종이에 적힌 글씨를 읽어내려가던 주혁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 이게 뭡니까? ”
“ 뭐긴. 자네 과거 찌라시 날린 기자들 잡아다 실토시킨 거지. ”
“ 그러니까. 이걸 왜 사장님이. ”
“ 허허.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내 아들이 소속된 회산데. 서로 돕고 살아야지. ”
말문이 막힌 주혁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물론, 후반부에 터진 사건들은 찌라시가 대부분이었고, 그쯤엔 이미 주혁의 인생이 거의 나락에 빠져있었기에 후반부 사건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김재황 사장이 자료를 가지고 왔다.
그것도 당시 기자들을 하나하나 싸잡았는지 자료들이 꽤 디테일이 넘쳤다.
“ 다른 사건들은 구멍이 많더군. 꼬리를 빨리 잘랐어. 해서 정확하게 밝힐 사건들만 구성했네. ”
“ 음······ ”
“ 음? 왜 그런가? ”
자료를 받은 주혁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아 보였는지, 김재황 사장이 되물었다. 하지만 강주혁의 입에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고.
말없이 자료를 내려다보던 주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 사장님. ”
“ 그래. ”
“ 이거 사장님 쪽에서 터트려주시면 안 됩니까? ”
“ 내가? ”
“ 네. 사실 저도 제 오해를 풀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곧 세상에 던져질 텐데, 그쯤 포장 잘해서 터트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흐음······ ”
숨을 뱉은 김재황 사장이 탁자 위에 놓인 서류봉투를 내려다본다.
“ 내가 하면 뭐가 좀 다른가? ”
“ 나중을 위해서라고밖에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
사실 크게 뭔가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현재 이 자료까지 주변에 뿌리면 박기자에게 너무 많은 일을 던지게 되는 것도 있었고, 특정된 한 곳이 딱 집중되기에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다.
“ 뭐. 그러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언제쯤 터트리면 되겠나. ”
“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겁니다. 세상이 어느 순간 시끄러워질 테니까요. 그 날을 기준으로 2~3일 정도 후에 포장 잘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
“ 허허. 알겠네. ”
내밀었던 서류봉투를 다시금 회수한 김재황 사장은 얼추 얘기를 끝냈는지, 직원을 호출해 식사를 주문했고, 이후부터는 김재욱에 대해 떠들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재황 사장과 식사를 마친 후, 언제 대기하고 있었는지 가게 앞에 검은색 고급 세단이 서 있었다. 그 차에 탄 김재황 사장이 창문을 열어 한마디를 던졌다.
“ 또 연락하지. ”
“ 네. 잘 먹었습니다. ”
-부웅.
인사를 끝으로 검은색 고급 세단은 주혁의 앞에서 멀어졌다. 잠시간 그쪽을 바라보던 주혁도 이내 고개를 돌려 사무실로 목적지를 잡았다.
같은 시각, FNF 엔터테인먼트 사장실.
FNF엔터 사장 송갑필이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 예. 사장님. ”
송갑필이 대답하자, 통화 상대가 대뜸 오늘 일정을 확인하며 물어왔다.
“ 오늘 안 까먹었지? ”
“ 물론입니다. 벌써 애들 대기시켜놨습니다. ”
“ 야. 저번에 걔 괜찮더라. 누구냐. 민뭐시기. ”
“ 아- 박민아? 괜찮습니까? 그럼 잘 좀 봐주세요. 애가 끼도 있고 볼만합니다. 오늘 꼭 데려가겠습니다. ”
통화 상대는 태신식품 상무이사 박종주였다.
“ 오늘 거기에 기자도 몇 명 불러. 애들 약 좀 치게. ”
“ 아,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한번 칠 때 됐습니다. 한 너덧 명 불러보겠습니다. ”
“ 그래. 여자들 잘 노는 애들로 데려와. ”
“ 그런 건 걱정하지 마시고, 확실히 좀 밀어 주십쇼. 그리고 사장님. ”
“ 왜? ”
“ 그거 있잖습니까? ”
송갑필이 에둘러 말했다.
“ 뭐? 확실히 말해. ”
“ 마약 건 말입니다만. ”
“ 아- 니 회사 게이트? 그건 잘 덮고 있으니까, 시발 앞으로는 티 안 나게 확 쪼그려 있어! ”
“ 예. 앞으로는 절대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말은 아주. 끊어. 새끼야! ”
-뚝!
갑자기 끊긴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송갑필의 입가에 악의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직원을 호출했다.
잠시 뒤.
송갑필이 호출한 직원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그를 보며 송갑필이 신경질적이게 말을 던졌다.
“ 야. 박민아 지금 어딨어? ”
“ 민아요? 지금 연습실에. ”
“ 올라오라 해. ”
“ 알겠습니다. ”
대답한 직원은 똥 씹은 표정으로 사장실을 나간 반면에 송갑필의 표정은 비열한 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다시 보이스 프로덕션.
사무실에 도착한 주혁은 바삐 움직였다.
그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러는 와중에 강주혁과 관련된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강주혁을 포함해 보이스 프로덕션 전 직원과 연기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있는 스케쥴을 빠르게 소화했다.
중반부 촬영이 진행되던 척살은 최명훈 감독이 속도를 내어 중후반부에 접어들었고, 강하진 역시 본인의 출연 분량이 몇 컷 남지 않은 상황까지 이르렀으며 강하영은 내 어머니 박점례의 나레이션 녹음 시작과 광고 촬영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더불어 다큐 독립영화팀과 스케쥴을 확인해서, 다행히 할머님을 모시고 시외촬영을 광고촬영장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김재욱은 중간고사 10등을 목표로 공부에 열중했고, 강주혁의 조언대로 학교생활과 연기레슨을 병행하는 중이었고.
그 사이 주혁은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에 대해 꾸준히 체크를 해왔지만.
“ 형.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아직 소식 없어? ”
“ 어. 아직 없어. 이번 분기는 아닌가 싶은데? 이번에 들어갔으면 벌써 대본 세 바퀴를 돌렸을 거야. 근데 조용해. ”
아직까지 제작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아쉽긴 했지만, 급하게 생각해봐야 작가가 대본을 쓰지 않으면 드라마는 제작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괜히 힘 뺄 필요가 없었다.
조용히 타이밍을 노리고 있으면 그뿐.
이어서 중간중간마다 박기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확인 또 확인을 거쳤다. 박기자 쪽이나 강주혁이나 한방을 크게 터트려야 확실하게 놈들을 잡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흐름 파악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은 없지만, 매일매일이 중요한 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일주일하고 며칠이 지났다.
-딸랑.
“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
늦은 오후 로또점에서 주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로또 3장이 들려있다. 그 로또 3장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가게 앞에 주차해놓은 차에 올라탄 주혁이 짧게 읊조렸다.
“ 로또가 뜰 줄이야. ”
얼추 1주하고 며칠이 지난 상황. 그사이 주혁에게 보이스피싱이 총 2번 정도 왔고, 한번은 단타 주식으로, 한번은 로또 번호가 떴다.
덕분에 40억가량 있던 주혁의 재산은 단타 주식으로 약 50억, 로또 1등 3장으로 세금을 제하고도 약 80억가량으로 늘었다.
“ 로또는 뭐 비상금 정도로 빼둘까? ”
로또의 지급기한은 1년. 시간도 넉넉하겠다, 꼭 필요할 때 빼서 쓰자는 생각에서였다.
“ 몇 시지? 아, 도착하면 시작했겠는데. ”
시간을 확인한 주혁이 곧장 오피스텔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도착한 강주혁의 오피스텔.
오피스텔에 도착하자마자, 주혁은 사 온 맥주를 TV 앞 탁자에 올려놓고 겉옷을 대충 벗은 뒤, TV를 틀었다.
TV 특유의 전원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사이 주혁은 사 온 맥주 하나를 시원하게 땄다.
-탁! 푸쉬-
거품이 넘치든 말든 무심하고 시원하게 맥주를 꿀떡꿀떡 넘기면서 주혁이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틱.틱.틱
그리고 빠르게 채널을 넘겼다.
-틱.틱.틱
그러다.
“ 이렇듯 연예계의 이면에는 수많은 의혹이 있고, 입에 담지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그저 대중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죠. 과연 우리가 보는 모습이 전부일까요? ”
멈칫.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송에서 주혁은 채널 돌리기를 멈추고,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탁자에 앉아 있는 자세에서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고, 맥주를 삼키며 TV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방송에 나온 중후한 남자는 믿음직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중후한 남자가 시선을 달리하며 말을 잠시 멈췄다가, 이내 다시 다른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말입니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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