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59
추민재 팀장에게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에 대한 보고를 받고 며칠이 흘렀다. 당장 궁금하긴 했으나, 강하진의 척살 출연분이 막바지였고, 덕분에 강하진을 맡은 추민재 팀장이 움직이기 힘들다는 이유하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제작 소식만 들었다뿐이지, 실질적인 정보는 방송국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하기에 별수 없었다.
“ 끄으으! ”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던 주혁은 곧장 핸드폰을 들어 해결할 스케쥴을 확인했다.
첫째로 오늘은 보이스프로덕션 전 직원과 연기자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전달할 것도 있기에 모두 불러 모았다.
다음으로 강하영의 광고 촬영. 며칠이 흐르는 사이 저번 강주혁에게 된통 혼났던 프로덕션클릭이 새로운 감독을 하루 만에 구했다. 덕분에 스케쥴을 잡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강하영의 광고 재촬영 일정은 오늘.
보이스프로덕션의 전체 미팅이 끝나면 바로 이동하면 되는 스케쥴이었다. 이어서 다큐 독립영화 내 어머니 박점례의 배급사 VIP와의 미팅과 편집실 문제.
다행히 편집실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주혁은 그냥 쉽게 무비트리 송사장에게 부탁했다.
“ 형. 어디세요? ”
“ 회사지. 왜? ”
“ 아니. 지금 편집실 놀죠? ”
“ 아무래도? 척살 촬영 끝나면 최명훈 감독이 몇 달은 처박혀있겠지만, 당장은 놀지. ”
“ 그럼. 그거 나 좀 써도 되나? ”
“ 응? 왜? ”
“ 우리 독립영화 후반 작업 들어가야 해서. 그리고 편집 기사분들 좀 있었으면 하는데. 인건비는 따로 지급할게. ”
“ 이야. 그거 벌써 후반 작업 들어가? 그래. 뭐. 어차피 노는데. 일정 잡히면 알려주기만 해. ”
“ 오케이. ”
전화를 끊은 주혁이 간단하게 해결한 편집실에 대한 소식을 문자로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알렸다. 답장은 빨랐다.
-감사합니다! 오늘 촬영분 마무리되면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답장을 확인한 주혁은 곧장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했다. FNF엔터와 박종주에 대한 사건이 터진 지도 벌써 며칠이 흘렀기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접대, 마약’ 태신식품 막내아들 박종주, 국내 최대 로펌 ‘파우스’ 선임』
태신식품 쪽은 발 빠르게 재판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기업 태신식품 자체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이미 사건은 국내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크게 번진 상태에다가 성난 대중들은 태신식품에서 나오는 상품들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참이었고.
『FNF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이나 연기자들 계약 해지 사태.』
이번 사건으로 접대와 마약 등이 섞여들면서 파문을 일으킨 FNF엔터 쪽은 더 이상 회생 불가능이었기에, 소속 연기자들이 하나둘 계약 해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FNF사장인 송갑필도 박종주와 비슷하게 재판을 준비하곤 있었지만, 뒷배가 사라진 상황에서 희망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재미있는 점.
FNF엔터와 박종주의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 날, 빅엔터의 박찬규 사장과 하정훈에게 전화가 왔었다.
먼저 박찬규 사장.
“ 지금 기사를 확인했어요. 혹시 이거 강주혁씨 작품인가? ”
“ 글쎄요. ”
“ 음. 과거 FNF엔터 마약 게이트까지 엮은 걸 보고 당연하게 강주혁씨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
“ 아, 우연이 아닐까 합니다만? ”
“ 허허. 그래요. 뭐, 그렇다고 칩시다. FNF엔터 날아가는 걸 내 생전 볼 수 있는 날이 오는군. 그나저나 내가 준 명함은 언제 써먹으려나? ”
“ 그것 역시 글쎄요라고 밖에 말 못 하겠네요. ”
“ 하하. 알겠어요. 이만 끊습니다. ”
박찬규 사장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목소리였다. 그에 반해 다음으로 전화 온 하정훈은 약간 불안한 느낌이었다.
“ 야. 이거 니가 한거냐? 아니지. 너밖에 없지. 이렇게 디테일한 증거가 나왔는데. ”
“ 내가 한 거 아니야. 방송이랑 디쓰패치가 한 거지. ”
사실이 그랬다. 강주혁은 그저 뒤에서 핸들링만 했을 뿐, 쏘아 올린 것은 방송과 디쓰패치였다. 주혁의 말을 들은 하정훈이 콧방귀를 꼈다.
“ 흥. 지랄하네. 그래 봤자 판 자체를 니가 짰겠지. ”
주혁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쫄지마. 너랑 한 약속은 지키니까. ”
“ 이제 안 쫄아! 것보다. ”
“ 것보다 뭐. ”
“ 더 깊게 파고들진 마라. 너 복수 같은 거 안 한다매? ”
“ 야. 니가 지금 나를 걱정하는 거냐? ”
“ 거, 걱정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후······. 근데 너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었냐? 사람이 5년 동안 그렇게 처박혀 살았는데. 어떻게. ”
“ 보이스피싱을 받아서. ”
“ 뭐? 웬 미친 소리야. 장난하고 자빠졌네. 끊어 이 새끼야! ”
그렇게 전화는 끊겼었다.
다시금 하정훈의 전화 내용이 떠오른 주혁은 순간 피식했다.
“ 하여간에 특이한 새끼. ”
잠시간 딴생각을 하던 주혁은 이내 자세를 바로 하며 다시금 FNF엔터와 박종주의 사건 상태확인을 마무리했다.
어쨌든 대체로 법의 심판을 받기 직전이었다.
대충 상황 파악을 마친 주혁이 이번에는 자신에 관한 기사를 검색했다.
『‘강주혁’, 당시 악의적인 찌라시 돌린 기자 “정말 죄송하다. 직접 사과하겠다. ” 』
익명으로 돌던 기사가 이제는 강주혁이라는 이름이 박혀서 양산되고 있었다. 초기 디쓰패치에서 터트린 기사에는 익명으로 보도했으나, 익명에서 예상으로 예상에서 확신으로 바뀌어 있다.
거기에다 이미 디쓰패치의 익명 해명기사와 김재황 사장 측에서 돌린 후반 해명기사까지 전부 다 터진 상황이었다.
연예면 기사 1면에는 항시 강주혁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간간이 실시간 검색어에도 등장했다.
대중들의 반응은 나름 뜨거웠다.
-강주혁 복귀각 잡나요?
-5년이면 복귀할 만하지. 거기다 전부 루머였다며?
-남자 배우 와꾸 순위로는 강주혁 1등 ㅇㅈ?
-복귀작 나오면 바로 보러 간다.
-지금 복귀는 시기상조 아님? 미투때매 ㅈㄴ피바람 불 텐데.
-난 믿고 있었지!!!
-뭐냐? 왜 저 새끼 빨아 재끼냨ㅋㅋㅋ
-님들 강주혁 영화 중에 화려한 폭력봄? 연기 개쩔던데.
-얘 기사 왜 자꾸 터지냐.
-강주혁 연기로는 못깜
너무 넘치지도 그렇다고 너무 시시하지도 않은 적당한 관심이었다.
“ 이 정도면 괜찮겠어. ”
이 상태라면 강주혁이 자유롭게 움직이기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확인을 끝낸 주혁이 침대에서 일어나, 출근을 서둘렀다.
도착한 보이스프로덕션.
미팅시간이 도달한 보이스프로덕션에는 이미 모두가 모여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한 강주혁을 보자, 직원들과 연기자들이 환호했다.
“ 어머. 사장님. 오다가 기사 봤는데.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축하해! ”
“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
“ 아니 뭐야? 이 상황 사장님이 판 짠 거야? 반응이 나쁘지 않던데? 축하한다! ”
직원들이 기쁜 표정으로 환호하자, 강자매들도 이에 동참했다.
“ 사장님!! 기사 보는데 제가 기분이 다 좋았어요! 축하드립니다! ”
“ 저도요. 축하드려요. ”
강주혁은 이게 무슨 축하받을 일까지 되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홍혜수 팀장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강주혁의 어깨를 부여잡았고.
“ 아니야. 이건 축하받을 일이 맞아. 너 임마 얼마나 고생했냐. 완벽히 씻긴 건 아니라도, 이 정도 반응이면 너 돌아다니는 데 아무 지장 없겠더라. ”
추민재 팀장은 고개를 저으며 열변을 토했다. 그즈음 강주혁에게 문자도 도착했다.
-사장님! 기사 봤습니다. 지금 학교에서도 애들 사장님 얘기 엄청나게 해요. 물론, 마약 사건 같은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반 친구들이 사장님 이름 막 얘기하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김재욱이 학교에서 보낸 문자였다.
문자를 확인하던 주혁은 피식 웃으며 공부하라는 답장을 보냈다. 이어서 직원과 연기자들을 보며 상황 설명을 에둘러서 대충 던졌고.
“ 앞으로는 거리낌 없이 명함 팍팍 날려. ”
더욱 바빠질 것을 암시하며 자리로 움직였다. 앉을 소파가 부족한 탓이었다. 강주혁이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앉아 있는 직원과 연기자들을 둘러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 우리 곧 이사 갑니다.”
“ 어?! ”
“ 예?! ”
“ 아?! ”
강주혁에 뜬금없는 폭탄 발언으로 사무실이 우렁차게 울렸다. 황실장만 빼고.
“ 일단 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건물 매입 예정이 잡혀있어. 사무실도 점점 좁아지고, 지금 학교에 있는 재욱이 포함해서 사람도 늘어나고, 거기다 연습실도 자꾸 왔다 갔다 하기 힘드니까. 그냥 소속사 건물 하나 살 거야. 일단 이 이야기는 끝. ”
모두들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강주혁은 매몰차게 미팅을 진행했다.
“ 홍팀장님. 하영씨. ”
“ 응. 사장님. ”
“ 넵! ”
“ 오늘 미팅 끝나면 광고 촬영 다시 진행하죠? 오늘은 내가 못 가보는데, 이번엔 안 그러겠지만 혹시나 저번처럼 그딴 행태로 나오면 그냥 박차고 나와요. 우리 을아니야. 갑도 아니지만, 하여튼 을아니니까, 그런 생각으로 움직여요. ”
“ 넵! ”
“ 알겠어. ”
말을 끝낸 주혁이 스케쥴을 정리해놓은 다이어리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 추가로 하영씨. ”
“ 넵! ”
“ 독립영화 소식 들었어요? ”
“ 아, 네! 이제 곧 후반 작업 들어간다고. ”
“ 맞아요. 홍팀장님은 이번 광고 촬영 진행하면서 독립영화팀이랑 짬짬이 스케쥴 맞춰봐요. 이제 나레이션 녹음이나 편집점 맞춰봐야 할 테니까. ”
강주혁의 말을 들은 홍혜수 팀장도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고, 그녀를 보던 주혁이 입을 열었다.
“ 자, 그럼 홍팀장님은 출발. 하영씨 오늘 고생해요. ”
“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
“ 다녀올게. 사장님. ”
광고 촬영이 임박한 홍혜수 팀장과 강하영은 그대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다음. 하진씨. ”
“ 네. ”
“ 이제 곧 촬영 분량 끝나죠. ”
“ 이번 주 안으로 끝나요. ”
“ 고생했어요. 남은 거 빨리 털고, 웹드라마 들어갑시다. 웹드라마 쪽도 제작사가 콘티 확정 나면 미팅 진행하기로 했어요. 대본부터 빨리 받아볼 테니까, 일단 대학교 관련 드라마로 많이 봐두고 감정 연습하고 있어요. ”
“ 네. 사장님. ”
“ 일단, 차에 가 있어요. 추팀장님 금방 보내줄게. ”
“ 네. ”
오늘따라 더욱 청초한 강하진은 조용히 강주혁에게 인사를 던지고는 사무실을 벗어났다. 자리에 앉아 있던 주혁은 천천히 추민재 팀장 반대쪽 소파로 이동하면서 물었다.
“ 확인 좀 해봤어? ”
“ 어어. 짬짬이 돌아봤는데. 많이는 못 건졌다. ”
“ 괜찮아. 건진 것만 얘기해봐. ”
고개를 끄덕인 추민재 팀장이 다이어리를 꺼내 들었다.
“ 일단, 사장님이 말한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이라는 드라마는 케이블이 맞아. WTVM. ”
“ WTVM? ”
“ 응 WTVM. ”
케이블 방송사를 들은 주혁이 턱을 쓰다듬었다. 현재 추민재 팀장이 말한 WTVM이라는 방송사는 케이블 3사 중 가장 성적이 안 좋은 방송사였다.
쉽게 말해 꼴등.
“ 그리고? ”
“ 지금 그 방송사에서 하는 신입사원 박원태라고 미니 있는데, 그 뒤로 들어갈 편성인 거 같아. ”
“ 작감(작가,감독)은? 확인됐어? ”
“ 감독은 최태우 PD, 작가는 아무리 쑤셔봐도 이름이 안 나와. 아무래도 신인 아니겠어? ”
“ 신인? 흠. 그 최태우라는 연출. 좀 알아? 나는 처음 듣는데. ”
“ 아, 나도 많이는 모르고, 대충만 알아. 3년 전인가 입봉하고 아침, 미니 이렇게 총 2개 연출했더라. ”
“ 그래? 그 작품 제목 좀 문자로 찍어줘. ”
“ 확인해보게? 오케이. ”
이 바닥의 용어들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 황실장은 뭐가 재미있는지 흥미롭게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알 리 없는 강주혁이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얼마나 진행된 거래? ”
“ 정보 많이 없는 거 보니까. 딱 프리단계 같어. 스텝들 좀 쑤셔봤는데, 스텝 회의도 안 했고, 이제 대본 1~2부 나온 정도 아닐까 예상해본다. 제작사도 확인이 안 돼. ”
“ 스텝 계약도 안 했다는 거네. 흠. 그럼 투자도 전혀 진행 못 했겠는데. 아예 작품만 골라놨나 보네.”
“ 아마? 어떻게 그쪽 제작팀이랑 접촉해봐? ”
추민재의 말을 들은 주혁은 팔짱을 끼며 등을 소파에 움푹 기댔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이 알려준 내용을 떠올렸다.
‘ 어쨌든 그 드라마는 투자자의 지나친 개입으로 초대박에서 오물드라마로 전락한다는 게 팩트야. ’
-툭툭.
생각을 하며 주혁이 검지로 팔뚝을 툭툭 쳐댔다. 그 모습을 자주 봐오던 황실장은 흥미롭게 강주혁을 쳐다봤고, 추민재 팀장 역시 입을 다물고 기다렸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고.
“ 아니야. 당장은 건들지 말자. 목마른 놈이 우물 찾는다고, 그쪽 사정이 척박해질 때까지 지켜만 보는 거로. 대신 동향은 확실하게 파악해야 돼. 지금보다는 약을 두 배로 쳐. 진행비 아끼지 말고 팍팍 써도 돼. 형. ”
“ 오케이. ”
“ 하진씨 잘 케어하고, 웹드라마 정리되면 형한테 토스 할 테니까, 형도 스케쥴 꼬이면 바로 말해줘. 내가 붙어도 되니까. ”
“ 알겠습니다요. 사장님. ”
“ 응. 형도 출발. ”
추민재 팀장이 강주혁에게 먼저 인사를 던졌고 이어서 황실장에게도 인사를 던지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황실장님. ”
“ 예. ”
“ 리스트는요? ”
“ 여기. ”
며칠 전 강주혁은 황실장에게 광주 오포읍 방면으로 건물을 알아보라고 시켰었다.
황실장이 탁자에 건물 리스트를 올려놨다.
“ 총 5곳 정도 추렸습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조건들이 충족되는 건물로만. ”
“ 네. ”
-팔락.
탁자 위에 올려진 리스트들을 한 장씩 넘기는 주혁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좋네요. 오늘 저랑 좀 움직입시다. 건물들 쭉 돌아보죠. ”
“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 후배.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는지. ”
“ 그럼요. 가능하면 오늘 얼굴 좀 보시죠. ”
“ 연락해두겠습니다. ”
“ 자, 가시죠. ”
“ 예. ”
소파에 앉아 있던 강주혁과 황실장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주시 오포읍 방면, 첫 번째 건물 앞.
일단 부동산 업자 없이 단독적으로 강주혁과 황실장이 움직였다. 운전은 황실장이 했고, 지금 그들은 리스트에 있는 첫 번째 건물 앞에 와있다.
“ 어떠십니까. ”
“ 나쁘지 않네요. 그런데 1층에 저 마트가 걸립니다. 유동인구가 많겠어요. ”
“ 예. 아무래도. 2~4층까지 공실은 많은데 1층은 전부 점포가 들어선 상태입니다. ”
“ 흠. ”
사실 1층에 무슨 점포가 들어서 있든 상관없었지만, 아무래도 소속사로 쓸 건물이니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가게는 피하는 게 좋았다.
“ 여긴 얼맙니까? ”
“ 잠시. 어- 대략 30억쯤 되는 것 같습니다. ”
“ 30억. ”
가격은 나쁘지 않았지만, 일단 보류.
“ 일단 다음 거 보러 가시죠. ”
“ 알겠습니다. ”
주혁의 말에 황실장이 곧장 운전석에 올라탔고, 주혁도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품속 핸드폰이 울렸다. 주혁은 곧장 열던 차 문을 닫고 액정을 확인했다.
*070-1004-1009
보이스피싱이었다. 확인하자마자 차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는 강주혁.
-띠익
이어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366’, 2번 ‘5’, 3번 ‘웹’, 4번 ‘아침 11시’,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 저번에 1번 눌러서 나온 게 H였지? ”
고민 없이 주혁은 2번 ‘5’를 눌렀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5’입니다! ] [ 김삼봉 감독이 SNS에 올린 소신 발언으로 인해 독립영화계에 큰 논란을 가중시킵니다. 오랫동안 DBS 국제독립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김삼봉 감독은 이번 제1‘5‘회 DBS 국제독립영화제의 출품된 독립영화들이 죄다 쓰레기 같다면서, 독립영화의 미래가 어둡다는 글을 게재합니다. ]-뚝!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살짝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주혁이 천천히 핸드폰을 품속에 넣으면서 입을 열었다.
“ 익숙한 이름이 나왔네. ”
굉장히 친숙한 이름이 나왔다. 바로 김삼봉 감독. 거기다가.
“ DBS 국제독립영화제라······ ”
주혁은 수첩에 메모하는 것도 잊은 채, 볼을 쓰다듬는다.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그러다 번뜩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재빨리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가 펼친 곳은 내 어머니 박점례의 미래정보가 적힌 장이었다. 정보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주혁의 입이 열렸다.
“ 개봉 전에 상하나 떡하니 타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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