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64
해창전자의 화력은 엄청났다. 뭐, 대기업 광고야 어디든 화력이 엄청나겠지만, 삽입곡이 흥하고 강하영을 따라하는 패러디 영상 등이 서로 섞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
본 광고인 ‘내팽개쳐진 그것’ 편은 방송은 기본이었고, 라디오, 너튜브, SNS, 인터넷, 영화관까지 뻗쳐나갔다.
심지어 자동차 극장까지 광고가 걸릴 정도였다.
대중들은 이미 티저광고로 강하영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본 광고가 여기저기서 나오자, 그녀의 관심도는 극에 달했다.
애초 티저로 내보낸 광고는 10초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었기에, 풀버전인 1분짜리 광고를 보기 위해 해창전자 공식 너튜브로 사람들이 몰렸다.
해창전자 측은 공식 너튜브에 가수 혜쥬가 부른 삽입곡과 더불어 광고 풀버전을 나란히 올려놓았는데.
몇 시간 만에 조회 뷰가 50만 건이 넘었다.
-ㅋㅋㅋㅋㅋ또 봐도 웃기넼ㅋㅋㅋㅋ
-심지어 연기도잘함ㅋㅋㅋ
-아니 언니 얼굴 그렇게 쓸 거면 저주세옄ㅋㅋ
-아침을 이 영상으로 시작한 사람 손.
-22222손
-나만 안 웃김?
-33333333손
-여윽시 원본 미만잡.
-어떻게 저렇게 개쓰레기 춤을 춰도 예쁘냨ㅋㅋ
-별론데.
-예쁘긴 한데, 웃긴지는 모르겠음.
-저런 얼굴 강남가면 널림.
-역시나 파리가 꼬이는구낰ㅋㅋㅋ
-병신들 많네.
-저 모델이 예쁜 건 팩트다. 의견 받는다.
그리고 풀버전 영상 설명글에는 오후에 메이킹 영상을 추가로 공개할 것이며 거기에 광고모델의 인사말이 있을 거라는 예고가 적혀있었다.
그에 따라 해창전자의 구독자 수가 순간 수만 명이 늘어났고,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을 주혁은 보이스프로덕션 사무실에서 전 직원과 연기자들을 모아놓고,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방송이나 영화관 등의 반응은 바로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온라인상의 반응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강주혁이 새로 고침을 누른 후, 입을 열었다.
“ 방금 60만 뷰. ”
그의 말이 끝나자, 강하영이 옅은 탄성을 지르며 얼굴을 감쌌다.
“ 떨린다! ”
홍혜수 팀장이나 추민재 팀장은 불안한지 책상 주변을 서성거렸고, 김재욱이나 강하진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본 광고의 인기를 등에 업은 가수 혜쥬의 삽입곡은 차트 1위에 올랐고, 검색사이트 메인에 추가로 광고가 뜨면서, 해창전자의 노트북 광고 인기는 무섭게 치솟았다.
그렇게 시간이 1시간, 2시간.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심을 먹고 전부 다시 모인 시간은 오후 3시.
첫 번째 메이킹영상이 공개되는 시간이었다.
프로덕션클릭이 꾸린 메이킹 제작팀이 직접 소속사 건물에 방문하여 연습실에서 촬영을 진행한 강하영의 인사 영상.
이 영상을 찍을 때, 주혁은 강하영에게 한가지 주문을 넣었다.
“ 하영씨. 현재 본인의 모습을 최대한 아끼고, 영상에 나오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차분한 모습으로 청순하게 진행해요. ”
“ 예?! 제가요? 어. 왜요? ”
“ 처음부터 다 보여줄 필욘 없으니까. 그리고 보면 볼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배우는 작품 폭이 넓어져요. 나는 하영씨에게 그런 걸 원해. ”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현재 대중들은 강하영의 쾌활하고 병맛넘치는 매력에 빠져있다. 그런데 인사 영상에서는 느닷없이 차분하고 청순한 매력을 뽐낸다면?
분명 대중들이 강하영에게 또 다른 매력을 찾을 거라고 주혁은 판단했다.
“ 내가 보는 하영씨는 팔방미인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가볼 거야. 어디에 내놔도 어울리는, 그런 배우로 키우고 싶어요. ”
반전에 반전을, 거기에 다시 반전을.
언제나 통통 튀는 강하영이기에 이미지 소비가 빠른 이 바닥에서 주혁은 그녀의 미래에 대해 이미 결정을 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주혁이 주문한 청순함이 가득한 연기가 고스란히 담긴 강하영의 첫 번째 메이킹 영상이 공개됐다.
“ 여러분. 안녕하세요. ”
연습실에서 강하영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장면.
“ 어- 저는 지금 연습실에 와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반응을 확인하고 있는데, 너무 얼떨떨해요. 앞으로도 2편 3편 계속 나올 테니······ ”
약 3분 정도로 편집된 영상은 강하영의 인사말로 30초, 나머지 영상 메이킹 부분으로 2분 30초. 중간중간 강하영의 촬영장면을 따로 찍어서 짜깁기 한 영상.
영상 속 강하영은 누가 봐도 청순의 대명사였다.
천연덕스럽게 청순한 연기를 펼치는 그녀의 영상을 가만히 감상하던 주혁이 이 팔방미인인 강하영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잠깐 상상했다.
기대가 담긴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에도 메이킹 영상의 조회 수는 지속해서 오르고 있었고, 영상 설명에 첨부된 보이스프로덕션의 공식 사이트와 SNS로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 미친! 새로고침 한 번 했는데! 방문자 수가 순간적으로 500명이 넘었어! ”
흥분한 추민재 팀장이 외쳤고,
“ SNS에 올린 하영이 사진에 댓글이 계속 달린다. 어머 하영아! 정신 차려. 너 진짜 대박 났어! ”
홍혜수 팀장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어서 공식 홈페이지에 따로 작성해 놓은 메일파트를 맡은 황실장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 저······ 사장님.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메일이 엄청 들어옵니다. ”
“ 메일이요? 잠깐만! ”
옆에 있던 추민재 팀장이 잽싸게 황실장의 노트북을 가져다가 확인했다.
-드륵드륵
재빠르게 마우스 휠을 돌리던 추민재 팀장이 멍한 표정으로 강주혁을 바라봤다.
“ 사장님. 이거 전부 섭외 메일인데? ”
당최 이슈는 되고 있는데 그 출처가 불분명한 강하영을 두고 벼르고 있던 방송사와 언론사에서 섭외 메일이 쏟아진 것.
“ 어딘데? ”
“ 대부분 예능이야. 라디오도 있고. 잡지도. 인터뷰랑 게스트 출연요청. ”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주혁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화번호를 배제하고 메일주소만 올리도록 지시했었다.
전화가 빗발칠 것을 예상했기에.
모두가 소란스러운 바로 이 시점에 주혁은 말없이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게 몇 초간 조용하던 주혁의 입이 열렸다.
“ 자, 집중해봐요. ”
모두를 한마디로 집중시킨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섭외 요청 전부 거절합니다. ”
사장실은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가장 먼저 깨트린 것이 추민재 팀장.
“ 지금은 하영이를 예능에서 소비시킬 때는 아니라는 거지? ”
“ 맞아. 나중에 나가는 거야 그때 상황 봐서 결정한다고 쳐도, 지금 하영씨는 배우에 뿌리를 둬야 해. ”
그때 홍혜수 팀장이 거들었다.
“ 나도 같은 생각. 나~중에 매력을 뽐내기 위해 예능을 돌리면 모를까, 잠깐 이슈되기 위해 예능 나가서 이미지 소비하는 건, 하영이가 아까워. ”
고개를 끄덕인 주혁이 의견을 정리했다.
“ 컨셉 자체도 베일에 싸인 느낌이니까. 그리고 앞으로 이 광고 2, 3탄도 찍을 것이고 계속 메이킹도 나갈 테니까, 하영씨 설정을 아주 조금씩 풀자. 내 계획상으로는 다큐 독립영화 개봉까지는 사람들을 계속 궁금하게 해야 돼. ”
주혁의 결정을 들은 추민재 팀장과 홍혜수 팀장이 주거니 받거니 계획을 보충했다.
“ 그럼 그때까지 계속 떡밥을 뿌려야겠구만? 기자들이 침 흘리게. ”
“ 어머. 그럼 나는 공식 사이트나 SNS에 하영이 사진이나 영상 조금씩 올리기도 해야겠네? 팬서비스 차원에서. ”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주혁은 양손을 부딪치며 다시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 홍팀장님은 메일 보낸 관계자들 전부 만나봐. 가서 무슨 포맷인지 흐름도 듣고, 지금 현재 하영씨가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파악해봐. 그리고 명함도 뿌려. 여지는 주자는 거야. ”
홍혜수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어리를 꺼내 들었다.
“ 그리고 추팀장님.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어때? ”
“ 좀 이따 제작사 사장이랑 만나볼 거야. 거기서 미팅 얘기를 꺼내야지. ”
“ 그래? 그럼 일단, 추팀장님은 거기에만 집중하세요. 형은 바로 출발. ”
추민재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기된 표정의 강하영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던지며 사장실을 나갔다.
“ 황실장님은 홍팀장님이랑 동행해서, 일 좀 거들어주시고. ”
“ 예. ”
“ 박과장님은 우리 회사 소속 연기자들 좀 데려다주세요. 끝나면 황실장님이랑 합류하시고. ”
“ 옙! ”
얘기를 마치며 주혁이 흥분한 상태의 강자매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 반응 좀 지켜보자구요. 둘 다 며칠 연기 연습에만 치중해요. 오늘은 일단 가서 쉬고. ”
“ 네. ”
대답은 강하진이 했고, 강하영은 차마 대답까진 못했지만,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재욱아. ”
“ 아, 예? ”
자신이 갑자기 불릴지 몰랐는지 김재욱이 살짝 놀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 중간고사 언제야? ”
“ 아······ 다음 달이요. ”
“ 10등이다? ”
“ ······네. ”
“ 연기레슨도 꼼꼼하게 받고. ”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김재욱을 보던 주혁은 슬쩍 웃으면서 모두를 향해 말했다.
“ 자, 움직입시다. ”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들 한가지씩의 목표를 가지고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시끄럽던 사장실은 어느새 강주혁 혼자만 남았다.
“ 후- ”
짧은 한숨을 내쉬며 주혁이 자리로 이동했다. 그는 의자에 앉으면서 속주머니에 들어있던 수첩과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중 핸드폰을 집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신호가 3번이 지나가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 나야. ”
“ 예. 접니다. ”
전화를 받은 것은 김재황 사장이었다.
“ 감사 인사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
“ 아니야. 자네야 뭐 받을 거 받았고, 나야말로 얻어걸린 거지. 웹드라마도 곧 시안 확정 짓는다지? ”
“ 예. 곧 연락해준답니다. ”
“ 기대하고 있네. 노트북이 아주 반응이 좋아. ”
“ 하하. 그렇습니까? ”
“ 그래. 내 아들은 어쩌고 있지? ”
“ 다음 달. 중간고사랍니다. ”
김재황 사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 허허헛. 그래? 감시해야겠구먼. ”
“ 연기 레슨도 꾸준히 하고 있고, 애가 나쁘지 않아요. 끈기도 있고. ”
“ 누구 아들인데. 그래야지. 알았어. 또 연락하지. ”
“ 그러시죠.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주혁은 곧바로 노트북을 열어, 디쓰패치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메인 화면에 바로 보이는 기사 제목.
-[단독] 사라진 탑스타, 강주혁을 인터뷰하다.
사실, 박기자는 며칠 전, 강주혁과 협의하고 인터뷰를 따간 기사를 이미 올려둔 상태였다.
이쪽 여론은 이쪽대로 시끄러웠다.
이미 여러 차례 강주혁의 해명기사가 파도를 친 후였고, 추가로 터진 퍽치기범을 잡았다는 소식의 여파 덕분인지, 강주혁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어느새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오히려 그의 복귀를 원하는 팬들이 더욱 늘어났고, 강주혁의 소식을 접한 영화 리뷰 너튜버들이 날카롭게 선 너튜브 각을 캐치하며 그가 출연한 작품을 리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강주혁이 찍은 작품들이 재조명됐고, 그런 분위기를 힘입어, 닫혔던 강주혁의 팬카페가 다시 활성화되기도 했다.
몰락한 탑스타의 화려한 재기를 바라는 붐이 일어나는 이 시점에서 주혁은 무심하게 읊조렸다.
“ 이제 괜찮겠어. ”
자유롭게 활개 치며 돌아다녀도 괜찮다는 뜻.
기사와 대중들의 반응을 대충 확인한 주혁은 이내 노트북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화장실이나. ”
오랫동안 참았는지 어쨌는지, 말도 끝까지 끝내지 못하고 걸음을 옮기려는 강주혁.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주혁은 가던 발을 멈추고 발신자를 확인.
*070-1004-1009
전화는 보이스피싱이었고,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브론즈’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 서비스 ‘브론즈’의 남은 횟수는 총 9번입니다.] [‘유료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366’, 2번 ‘2’, 3번 ‘호구’, 4번 ‘아침 11시’,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 호구? ”
이번에 누를 차례는 3번이 아니긴 했지만, 새로 나온 호구라는 키워드가 궁금했던 주혁은 3번을 눌렀다.
-띠익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호구’입니다! ] [ 오후 5시 50분. 이매역 8번 출구 대로변 부근에서 영화 김‘호구’씨의 희망 촬영장을 구경하던 사람 중 몇몇이 도롯가로 밀리면서 4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 이 사고로 인해 영화 김‘호구’씨의 희망을 바라보는 여론이 매우 악화하면서 결국 영화제작이 무산됩니다. ]-뚝!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 사고? ”
짧게 읊조린 주혁이 곧장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4시 5분이 조금 안 된 시간.
“ 설마 오늘은 아니겠지. ”
주혁은 일단 보이스피싱 내용을 정리해서 수첩에 적었고, 침착하게 검색사이트를 켰다. 이어서 검색창에 김호구씨의 희망를 검색했다.
검색결과는 빠르게 출력됐고.
-2020. 개봉예정 / 김호구씨의 희망
대충 정보를 확인하니 내년쯤 개봉하는 영화였다. 주혁은 곧장 제목을 클릭해서, 영화 정보를 확인했다. 그런데.
-주연 : 김건욱
“ 건욱이? ”
영화의 주연배우 이름을 보자마자, 주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 이 영화가 건욱이 작품이었어? ”
배우 김건욱.
김건욱은 어린 시절 강주혁의 데뷔작, 류성수 감독의 영화 ‘할머니···’에 같이 출연한 아역 배우였다.
당시에는 김건욱이 한 살 많은 강주혁에게 ‘형형’하며 잘 따랐었고, 초등학교 생활이 부족한 두 아이는 친구처럼 급속도로 친해졌었다.
즉, 김건욱이 주혁에게는 처음 생긴 친구인 셈.
그렇게 영화를 마무리 지으면서 멀어졌지만, 연락은 하고 지내다가, 강주혁이 군대 전역을 하고 맡은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거기서부터 급속도로 친해진 두 사람은 바쁜 와중에도 김건욱이 새벽녘에 소주 몇 명을 사 들고 강주혁의 집으로 들이닥칠 정도로 가까워졌었다.
그러다 사건이 터지면서, 주혁은 김건욱에게 오는 수많은 연락을 피했다.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 옛날 생각나네. 좋은 놈이었는데. 연기도 잘하고. ”
배우 중에는 여러 종류의 배우가 있지만, 김건욱은 우직한 배우에 속했다. 예능 및 인터뷰 등 일절 없이 오직 연기만 하는.
하지만 반대로는 팬서비스 부분이 부족해서, 연기력으로는 극찬을 받지만, 대중적으로 스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 그놈 작품이라는 거지. 이게. ”
김건욱의 이름을 보며 잠시 옛날 생각에 젖어 들었던 그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검색사이트의 스크롤을 쭉 내렸다.
그런데.
-박공주@parkkkkkkkk
[#김호구씨의 희망 #이매역 #구경 중]
[이매역에서 지금 김건욱 촬영중ㅋㅋㅋ 오늘이 이매역 마지막 촬영이랰ㅋㅋㅋ 지나가다 우연히 본건데 개꿀ㅋㅋ 김건욱 실물깡패다….존잘이야…..그런데 좀 아슬아슬하다. 사람들 음청 몰림.]
검색사이트 중간쯤 당일 실시간 SNS를 표시하는 구간에서 주혁의 시선이 멈췄다.
“ 허? ”
그렇게 몇 초간 머물던 그의 시선은 다시금 시간으로 향했다.
-4시 11분.
“ 설마······ 이 사고. 좀 이따 일어나는 건가? ”
영화 촬영이란 본디, 같은 장소에서 여러 번 촬영하지 않는다.
물론, 매번 등장하는 장소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애초 감독이 이런 역 주변을 자주 등장시키지 않는다. 촬영에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
그래도 부득이하게 유동인구가 많은 이런 역 주변 야외 촬영컷을 담아야 할 땐, 빨리 펼치고 빨리 접는 것을 택한다. 그렇게 해서 어지간하면 하루 안에 모든 촬영은 마친다.
즉, 사고가 일어날 것은 오늘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거기다 실시간 SNS에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라는 문구도 있었고.
순간 주혁의 뇌가 빨리 돌았다. 하지만 생각은 잘 정리되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는 확실했다.
“ 일단, 시민들이 다쳐. ”
어쨌든 촬영장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4명이나 크게 다치는 것은 팩트였다. 그리고.
“ 이 사고를 안 막으면 건욱이 작품도 엎어지고. ”
몇 개월을 준비한 작품이 엎어지면 배우는 피눈물이 난다. 그만큼 힘들게 연습한다. 그건 누구보다 강주혁이 잘 알고 있었다.
뭐가 됐든 김건욱은 당시 주혁의 아끼는 후배였고, 눈에 밟혔다.
“ 후- ”
짧게 숨을 내뱉은 강주혁.
생각할 것은 많았지만, 당장에 머리가 잘 돌지 않았던 탓인지, 주혁은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 까짓거 한번 막아주지 뭐.”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