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67
추민재 팀장의 말에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 건욱이? ”
“ 어어. 아, 끊겼다. ”
“ 어제 잠깐 스쳤어. 일단, 그건 여기 정리하고 나가서 얘기하자. ”
고개를 끄덕이는 추민재 팀장이었고, 그 시점에 김앤미디어 사장과 제작실장이 다시금 회의실로 들어왔다.
계약서 파일 하나를 주혁에게 내밀었고, 하나는 김앤미디어 사장이 가지고 있는 채였다.
-팔락.
받아든 계약서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한 주혁이 마지막으로 자신이 말한 사항이 정확하게 들어가 있는지 확인했다.
‘ 확실히 들어가 있네. ’
항목을 확인한 주혁이 파일 옆부분에 붙어있는 펜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 아, 그리고 제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강주혁이라는 이름이 밖으로 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물론, 어느 시점에는 발표를 해주셔야 하는 타이밍이 있긴 하지만, 그때까진 함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 걱정하지 마세요. 말씀해주실 때 홍보 자료 뿌리는 거야 일도 아니니까요. ”
김앤미디어의 사장은 말을 끝내면서 제작실장에게 눈길을 던졌다. 그러자 제작실장 역시 대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감독님도 작가님도 부탁드립니다. ”
“ 알겠습니다. ”
“ 네! ”
그들의 확고한 대답을 모두 들은 주혁은 손을 계약서 쪽으로 옮겼다.
-스윽
이어서 사인을 휘갈긴 후 김앤미디어 사장에게 계약서를 전달했다. 이후로는 자질구레한 절차가 있었지만, 애초 계약을 생각하고 온 주혁이었기에 막힘없이 진행됐다.
계약을 마친 후.
미소를 짓던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앤미디어 사장을 시작으로 제작실장, 최태우 PD, 정작가 순으로 악수를 했다.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그에 따라 강주혁과 악수를 나눈 모두와 인사치레를 마친 주혁은 시간을 확인하며 회의실을 나서려 했다. 그러다 순간 발을 멈추더니 다시금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 아, 기본적인 이슈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저한테 바로 연락 주세요. 어지간한 부분은 제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제작 사항이나 기타 작은 일들은 제가 궁금할 때마다 따로 연락 드리죠. ”
대답은 최태우 PD 쪽에서 나왔다.
“ 아, 예. 알겠습니다. 저희도 기본적인 건 그렇다 쳐도 알려드려야 할 부분은 전달하겠습니다. ”
“ 좋네요. 그럼 일차적으론 저한테 연락을 주시되, 제가 연락이 안 되면 여기 추민재 팀장님한테 연락하셔도 됩니다. ”
“ 네. ”
“ 그럼. ”
-달칵!
“ ······ ”
“ ······ ”
강주혁과 추민재 팀장이 빠져나간 회의실은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가장 먼저 깬 것이 정작가였다.
“ 와······ 저 완전 꿈꾸는 거 같아요. 진짜 강주혁님 왕팬이었는데. ”
그 틈새를 제작실장이 붉은 단발을 흩날리며 끼어들었다.
“ 저, 저도. ”
그리고 최태우 PD가 거들었다.
“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 그런데 저분 웹상에서 퍽치기범 잡아서 강트맨, 강트맨 하던데. 진짜 분위기가 좀 오묘하네요. 저도 처음 뵙긴 했는데. ”
“ 그러니까요. 제작사 운영하면서 저도 이런 적은 처음인데, 앞으로도 겪을 순 없겠죠? ”
“ 모르죠. 강주······아니 보이스프로덕션 사장님이 계속 이쪽 일을 한다면 자주 볼지도. 그런데 정작가 뭘 그렇게 열심히 적는 거야? ”
어느새 정작가는 뭐에 홀린 듯 아이디어 노트에 무언가를 써재끼고 있었다.
“ 지금 상황이요! 이런 거 다른 작가들이 겪어보기나 했겠어요? 지금 나눈 대화들 상황들 대사나 장면으로 언젠가 써먹어야지! ”
그렇게 정작가는 현재 이 회의실에서 나눈 모든 대화와 상황들을 빠짐없이 적어내기 시작했다.
지하 주차장, 주혁의 차 안.
차에 탄 강주혁은 추민재 팀장이 조수석에 타자마자, 주차장을 빠져나가 소속사 건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차 안의 침묵을 깬 건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추민재 팀장이었다.
“ 근데 얘가 왜 사장님한테 안 하고 나한테 전화를 했지? 혹시 아직 얘한테 연락 안 한 거냐? ”
“ 건욱이? ”
“ 어어. ”
“ 안 했지. 내 여론도 최근에서야 긍정적으로 변했잖아. 괜히 만났다가 사진 찍히면 골치 아프니까. ”
“ 오해 풀어줘야 안 되겠냐? 나한테 전화한 거 보니까, 아직도 너가 자길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
“ 뭐, 그렇겠지. 슬슬 전화를 해봐야지. ”
말을 마친 주혁이 핸들을 왼손으로 꺾으면서 오른손으로 식어 빠진 캔 음료를 들어 올렸다.
“ 그나저나 형. ”
“ 어? ”
“ 28주, 궁궐. 악역들 어땠어? ”
“ 캐릭터 잘빠졌더라. 정작가? 글빨좋던데? ”
“ 지금 하진씨나 하영씨 그리고 재욱이 드라마 돌릴 정도는 돼? ”
주혁의 물음에 추민재 팀장의 눈빛이 변했다.
“ 흐음······ 배역 알 박게? ”
“ 그냥은 안되지. 확실한 루트를 통해서. ”
“ 오디션을 보게 하겠다? ”
“ 투자자라고 배역을 날로 먹겠다고 하면 대본 가지고 장난치던 놈이랑 다를 게 없잖아. 거기다 나는 그냥 걔들 대충 아무 배역이나 떠먹여 줄 생각 없어. 확실히 쟁취하게끔 할 거야. 키울 거면 확실하게 키워야지. 단단하게. ”
추민재 팀장이 순간 실소가 터졌다.
“ 크크. 너답다. ”
“ 일단, 김앤미디어 측에 말해서, 앞으로 제작 일정 확실히 파악해두고, 오디션 계획도 확인해둬. 주기적으로 제작팀, 연출팀이랑 연락하면서 동향 파악해주고. ”
“ 예예. ”
“ 기획안 봤지? 시간이 없어서 아마 빠르게 움직일 거야. 저렇게 빨리 핸들링하면 분명 어딘가 구멍 뚫려서 바람 새니까,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보완해줘야 해. ”
어느새 다이어리를 꺼내든 추민재 팀장은 강주혁이 말한 지시사항을 빼곡하게 적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보이스프로덕션.
눈을 뜨자마자, 소속사 건물에 도착한 주혁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선 천천히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발신자는 부동산 업자였다.
“ 예. ”
“ 아이고. 사장님.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 1층 빈 점포에 편의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요. ”
“ 상관없겠죠. 저희 건물 계약서 특이한 것 잘 알려주시고, 그쪽에서 확실하게 인지한 상태면 들어오라고 하세요. ”
“ 예에~ 잘 알겠습니다. ”
-뚝!
전화를 끊은 주혁은 차례로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띵!
이어서 4층에서 내린 주혁은 복도에서 사장실로 향하는 황실장의 뒷모습이 보고는 곧장 말을 던졌다.
“ 황실장님. ”
“ 아! 사장님. 어제 오자마자, 사장실로 오라고 하셔서. ”
“ 하하하. 네. 커피 하셨어요? ”
“ 아니요. 제가 타겠습니다. ”
“ 앉아 계세요. ”
살짝 고뇌하던 황실장은 이내 자리에 앉았고, 주혁은 머신에서 뽑은 커피를 황실장 앞에 내려놓았다.
“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무슨 일로. ”
“ 아, 다른 건 아니고. ”
주혁이 이유를 설명하려던 때에 품속에 있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장수림 변호사.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 네. 변호사님. ”
“ 강사장님. 어제 말씀드린 건으로 전화 드렸습니다. 혹시 지금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
“ 예. 도착하시면 곧장 4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
“ 알겠습니다.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강주혁이 전화를 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황실장을 다시금 쳐다보며 주혁의 입이 열렸다.
“ 이상하게 이 사람, 장수림 변호사는 믿음이 안 가서요. ”
“ 아, 지금 온답니까? ”
“ 네. 이사 선물을 가지고 온다는데. ”
“ 그렇군요. 잘하셨습니다. ”
자신이 왜 이른 아침부터 불린 것인지 이해한 황실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한잔 들이켰다.
잠시 뒤.
사장실에서 장수림 변호사를 기다리던 주혁의 귀에 복도에서 들리는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에 따라 황실장이 복도 쪽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왔나 봅니다. ”
황실장의 말을 끝으로 복도로 나가보니, 장수림 변호사는 정장 입은 몇몇 가드들과 함께 큰 화분과 수많은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때마침 강주혁을 알아본 장수림 변호사.
“ 아, 강사장님. 오랜만입니다. 혹시 이것들 어디 둘 곳이. ”
수많은 박스들을 보며 주혁이 살짝 놀라며 물었다.
“ 이게 다 뭡니까? ”
“ 노트북입니다. 이번 광고가 잘돼서, 저희 사장님이 준비하신 겁니다. 새로 이사도 하셨으니 필요할 거라고. ”
포장된 박스는 대충 봐도 30개는 넘어 보였다. 주혁이 박스의 향연을 잠시간 지켜볼 때, 장수림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
“ 앞으로 가전기기 포함 집기들 필요한 것 저한테 연락 주시면 됩니다. 무제한 지급하겠습니다. 일단, 이것들은 어디로? ”
“ 아, 이쪽으로 오세요. ”
주혁은 사장실 옆, 아직까진 비어있는 사무실에 그들을 안내했고 몇 분 뒤, 빈 사무실에는 노트북 수십 박스가 쌓였다.
이어서 박스를 전부 옮긴 장수림 변호사를 주혁은 사장실로 불러들여 커피 한잔을 권했다.
“ 감사합니다. ”
그렇게 주혁은 자리에 앉은 장수림 변호사와 이것저것 대화를 나눴고, 황실장은 옆에 묵묵히 둘의 대화를 경청했다.
“ 그나저나, 일전엔 감사드립니다. ”
“ 뭐가요? ”
“ 강사장님 덕분에 아이기스가드 물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순간 황실장의 표정이 변했고, 주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 김재황 사장이 말한 건가? ’
이해는 갔다. 어찌 됐건 장수림 변호사는 김재황 사장의 가장 최측근 비서니까.
“ 아니요. 제가 한 게 뭐 있나요. ”
“ 강사장님 정보 아니었으면 못 잡을 뻔했습니다. 정보만 알고 있다면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해도 해창전자 손바닥 안이죠. ”
“ 그렇. ”
대답하던 주혁이 2초 정도 뜸을 들이다, 이내 끝말을 뱉었다.
“ 습니까? ”
그러면서 주혁은 가만히 앉아있는 황실장에게 눈길을 던졌다. 그의 눈도 오묘한 빛을 내고 있었다.
“ 아, 벌써 시간이. ”
그때 손목에 둘린 시계를 확인한 장수림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주혁에게 가볍게 인사를 던졌다.
“ 이만 가보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세요. ”
“ 알겠습니다. ”
-끼익
인사를 마친 장수림 변호사가 사장실을 빠져나갔고, 일어섰던 주혁은 다시금 자리에 앉으면서 말없이 앞에 놓인 종이컵을 만지작거렸다.
“ ······ ”
그렇게 약 1분 동안 말 없던 주혁의 입이 열렸다.
“ 황실장님. ”
“ 예. ”
“ 저희가 그 퍽치기 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말했었나요? ”
“ 적어도 제가 있던 상황에서는 전혀. ”
“ 그렇죠? 저도 얘기를 한 기억이 없는데. ”
-툭툭툭
어느새 검지로 책상을 때리고 있던 주혁은 생각을 빠르게 정리했다.
“ 황실장님. ”
“ 예. ”
“ 장수림 변호사. 뒤를 한번 캐보죠. 오래 걸려도 상관없습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번 알아보세요. ”
“ 알겠습니다. ”
그렇게 황실장은 사장실을 빠져나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혁이 혼잣말을 읊조렸다.
“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
같은 시각, 케이블 방송사 WTVM 국장실.
아침부터 국장실에 불린 최태우 PD가 불같이 화를 낸다.
“ 아니 국장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편성을 내년으로 미룬다구요? ”
“ 임마. 내 말을 끝까지. ”
“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립니까? 이미 이번 편성 맞춰서 판 다 짜놨는데, 왜 이러세요. 진짜! ”
“ 야야야. 여기가 놀이터야? 회사야 회사. 거기다 나는 국장이고. 당연히 더 잘 팔릴 걸 일찍 내보내야 하지 않겠냐? ”
최태우 PD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뭔데요. 이건 또. ”
“ 송호가 해외 나간 최작가를 잡아 왔어. 거기다 김태령에다가 고민석이 세팅시켰다. ”
“ 고, 고민석이요? 고민석은 우리가. ”
“ 야 임마! 이 바닥 빤한데 연출인 니가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자는 거야! 후- 너 이번에 그 걸그룹 소이인지 뭔지 밀어주는 투자자 깠다매? 고민석이 소속사 사장, 그 투자자랑 친구란다. ”
“ 예?! ”
“ 어이구. 등신 진짜. 그러니까 적당히 작가 갈아서 대본 수정하고 배우 도장부터 찍었어야지. ”
WTVM 국장은 이미 기획 총괄을 도맡아 하는 CP를 통해 사태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바로 그때 국장실의 문이 열렸다.
-덜컥!
“ 국장님. ”
“ 어. 송호 앉아. ”
박송호 PD가 국장실로 들어오자, 최태우 PD가 그를 휙 돌아보며 외쳤다.
“ 아니. 송호 선배. 이게 뭐 하는 짓거립니까? ”
“ 뭐. ”
“ 선배는 상도덕이라는 게! ”
“ 그만! ”
국장의 호통에 잠시간 사무실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최태우 PD의 분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 틈새에 국장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 3일 준다. 태우! 너가 송호보다 배우 세팅 좋으면 편성 너 줄 거야. 그래! 헤나 좋잖아. 헤나 같은 거물 잡아 오면 편성은 물론이고, 예산까지 바로 따따블이다. 그러면 송호 너는 편성 내년이고. ”
그러자 박송호 PD가 국장에게 빠르게 시선을 던졌다.
“ 국장님! ”
“ 시끄러 임마! 어쨌거나 송호 니가 똥 싼 거 태우가 치우고 있었던 건 맞잖아. 후배 배우나 빼돌리고 말이야. 거기다 너 왜 대본 안 가지고 와? 배우만 때려 박으면 끝이야? ”
PD 두 명은 국장의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국장이 다시 한번 외쳤다.
“ 가만히 서서 뭣들 해! 빨리 움직여! ”
그에따라 박송호 PD는 짧게 혀를 차며 국장실을 나섰고, 이어서 최태우 PD도 이를 악물었다.
‘ 이 와중에 헤나라니. 말이 되나. 아, 시발! ’
이어서 최태우 PD도 국장실을 나섰다.
두 PD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국장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 하이고~ 두야. ”
비슷한 시각, TVL 로비.
중년의 제작 총괄 CP가 젊은 PD를 다그치고 있다.
“ 아니, 지금 대본 보낸 지가 언젠데. 왜 헤나랑 미팅 한번을 못하는 건데? ”
“ 연락이 없는데, 전들 어쩝니까. ”
“ 야 이 머저리 같은 새끼야! 너 헤나가 HTVC에서 찍은 거 막방 몇프로 나왔는지 알아? 13.8 나왔어 13.8! ”
젊은 피디가 한숨을 팍 쉬었다.
“ 아, 저도 알죠, 제가 왜 몰라요. 아니 근데 입질이 안 온다니까요! ”
“ 이런~ 답답아. 소속사 가서 눕던지, 기어가던지. 일단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눠야 뭐가 돼도 될 거 아니야. 지금 걔 놀고 있는 거 빤한데, 우리가 잡아야 할 거 아니야! ”
“ 아니, 그래도 감독 체면이 있지. ”
“ 체면? 지랄하네. 야 연출은 시청률이 체면이고 체통이야. 계속 나불거릴래? 안 뛰어? ”
“ 아, 아! ”
중년의 제작 총괄 CP가 젊은 PD의 엉덩이를 발로 차면서 억지로 밖으로 내몰았다.
덕분에 젊은 PD는 작게 욕을 뱉으면서 방송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점심.
주혁은 오전, 김앤미디어 측에 1차 투자금을 보낸 후에 사장실에서 대충 점심을 때우면서, 최태우 PD가 연출한 작품을 확인하고 있었다.
바로 아침드라마와 미니.
“ 괜찮네. ”
아침드라마 같은 경우 수많은 인물의 갈등이 얽히고설킨다. 따라서 까딱 연출을 잘못하면 그야말로 스토리가 꼬여서 보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최태우 PD가 연출한 아침드라마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인물 간 갈등을 조금씩 풀면서, 극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어서 미니.
“ 다른 건 몰라도, 여주 포커스 하나는 기가 막히네. ”
여주의 존재감을 폭발시키는 연출력. 미니를 처음 연출한 게 맞나 싶을 정도의 장면 소화력. 그리고 대중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컷에서는 온 힘을 다해 연출을 뿌린 게 눈에 확보일정도였다.
어느새 빠져들어 드라마를 시청하던 주혁은 다음 화를 보기 위해 마우스를 움직였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으로 핸드폰을 집은 주혁은 곧바로 발신자를 확인했고.
*070-1004-1009
그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그대로 전화를 받는 강주혁.
[‘브론즈’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 안녕하세요!] [강주혁님의 유료 서비스 ‘브론즈’의 남은 횟수는 총 8번입니다.] [‘유료 서비스’를 경험하며 인생역전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 [계속 진행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세요. ]-띠익
[들으실 항목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 [ 1번 ‘366’, 2번 ‘2’, 3번 ‘K’, 4번 ‘아침 11시’, 5번······ ] [ 다시 듣기는 #버튼을 눌러주세요. ]“ 흐음. 뭐를 눌러볼까. ”
그가 핸드폰 액정을 잠시간 쳐다보며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띠익
잠시 고민하던 그가 1번을 선택했다.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366’입니다! ] [ 인기 OST 곡 ‘366’일의 사랑이 외국 가수 폴샤크의 Powerful과 매우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겸 연기자 헤나 씨가 지난 10년간 몸담았던 소속사와 헤어지면서 홀로서기를 하게 되지만, 전 소속사의 관계자가 헤나는 당시 OST 곡이 표절곡임을 알면서도 녹음에 참여했다는 유언비어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를 바라보는 여론이 더욱 싸늘하게 변합니다. ]-뚝!
끊긴 핸드폰을 조용히 책상에 올려두는 주혁의 입이 열렸다.
“ 헤나? ”
낯익은 이름이었다.
이어서 검색사이트에 헤나를 검색해보는 강주혁. 꽤 인기 절정인지, 그녀에 대한 검색 정보량이 어마어마했다.
출력된 정보를 대충 훑던 주혁은 짧게 숨을 뱉으며 턱을 문질렀다.
“ 이건 또 어떻게 써먹지?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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