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70
멈칫.
질문폭격을 하던 헤나가 말을 멈추고 주혁과 눈을 마주쳤고, 짧은 정적이 흘렀다. 마치 의도를 파악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헤나였다.
“ 와. 신기하다. 혹시 저 영입 제의하시려고요? 선배님이? ”
“ 제의하면 오시겠어요? ”
주혁의 즉답에 헤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장난스레 웃던 주혁이 종이뭉치를 내밀었다.
-스윽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1부.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2부.
종이 뭉치는 드라마 대본이었다. 식탁에 올려진 대본을 본 헤나의 표정은 점점 더 요지경처럼 변했다.
“ 갑자기 대본? ”
“ 소속사를 독립하기 위해, 음반부터 드라마까지 굉장히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게 제 첫 번째 제안입니다. ”
“ 이 대본이 제안이라고요? ”
헤나가 다시금 올려진 대본을 힐끔 했다.
“ 맞아요. 저는 이 드라마 주연을 헤나씨가 해줬으면 좋겠는데. ”
“ 왜요? ”
“ 여기 나온 여주인공은 헤나씨가 해야 딱 맞을 거 같아서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 ”
주혁의 말이 끝나자, 헤나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심 기분이 좋아서였다.
누가 뭐래도 강주혁은 연기로서는 현존 탑에 있는 배우였으니까.
“ 제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
그녀의 물음에 주혁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 후, 입을 열었다.
“ 헤나씨 나온 작품을 전부 확인해봤어요. 본업이 가수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감정을 잡는 게 능숙했고, 전달력, 강세 등 배우로 전향하기 위해서 얼마나 연습했을지 보였어요. ”
“ ······ ”
대답 없는 헤나였고, 아랑곳없이 주혁은 말을 이었다.
“ 흔히들 이 바닥에서 아이돌이나 가수들이 어느 정도 인기를 끌면 배우라는 루트를 타는데, 욕먹기 일쑤죠. 그 편견을 깨기 위해서 발음부터 호흡까지 새로 배웠죠? 좋아요. 왜 드라마 연출들이 헤나씨를 선호하는지 알겠던데요. 그리고 뭣보다. ”
“ ······듣고 있어요. ”
“ 헤나씨 마스크가 참 재미있어요. 앳돼 보이는데, 그 속에 흡입력이 있어. 특히 두 번째로 찍은 작품 ‘밤의 연인’에서 전생을 회상하는 씬. 아주 인상 깊었어요. ”
대충 입 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주혁은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사장실에 틀어박혀, 밤새 헤나의 작품을 분석했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렸다.
28주, 궁궐과 정말 잘 어울리겠다는.
“ 그런데 헤나씨 작품들을 보다 보니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던데요. ”
“ 특이한 점이요? ”
“ 헤나 씨의 작품 선택 기준은 여주인공의 세계관이 명확한 게 대부분. 맞죠? 대충 1~2화에 ‘지금까지 이런저런 인생을 살았습니다.’ 하고 대충 발라버리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독자들에게 세계관을 어필하는 작품을 선택했던데. ”
“ ······ ”
주혁이 탁자 위 28주, 궁궐의 대본을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었다.
“ 읽어보세요. 아마 욕심이 나실 겁니다. ”
그의 얘기가 입발린 소리가 아닌, 진실성을 담고 있다고 느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헤나가 대본 중 1부를 끌어당기며 입을 열었다.
“ 읽어볼게요. 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
헤나는 속으로는 기분이 좋은 상태였지만, 겉으로는 새침하게 답했다. 하지만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안 하시면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드리기가 어려워요. ”
고개를 갸웃하는 헤나.
“ 정보요? 무슨 정보요? ”
“ 헤나씨. 그대로 독립하시면 필시 제 살 깎아 먹는,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아지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런데 그 정보를 현시점에는 저만 알아요. 여기서 두 번째 제안입니다. 이 드라마를 하시면 그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
표정은 웃고 있지만 비장한 눈빛을 한 주혁 덕분에 헤나는 살짝 황당함을 느꼈다.
‘ 거짓말 같진 않은데. ’
가뜩이나 최근 예민해져서인지,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헤나였다. 더군다나 제안을 한 사람이 그 강주혁이고, 옆에 앉아있는 박기자까지.
저 두 남자는 금방 탄로 날 거짓말로 이런 멍청한 시간을 보낼 만큼 태평한 사람들일까?
바로 그때 주혁의 요청대로 적절한 시기에 박기자가 양념을 쳤다.
“ 헤나씨. 제가 독자적으로 확인해봤는데, 신빙성이 있어요. 아니. 거의 확실합니다. 이대로 독립하시면 확실히 미끄러져요. ”
다른 기자도 아니고, 디쓰패치 소속인 박기자의 양념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지, 헤나의 표정이 짐짓 진지하게 변했다. 그 사이를 주혁이 비집고 들어갔다.
“ 그래서, 어쩌시겠어요? ”
고뇌에 빠진 헤나는 잠시 박기자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다시 강주혁을 노려봤다.
“ 어떻게 믿죠? 나중에 말 바꿀지도 모르잖아요. 선배님이. ”
“ 하하. 만약 상황이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헤나씨 입장에서 그냥 출연 안 해버리면 그만이죠. 계약서에 명시하면 되겠네요. 만약 나와의 약속에서 내가 거짓말을 한 게 되면 모든 계약은 무효, 같은. ”
“ 하······. 이런 출연 제의는 또 첨 받아보네. ”
-스윽
그 순간에 강주혁이 탁자에 놓인 대본을 헤나쪽으로 조금 더 밀면서 입을 열었다.
“ 그것도 그거지만, 전 이 작품이 자신 있습니다. 아마 꽤 걸작으로 평가받을 거예요. 물건입니다. 한번 읽어보고 계속하죠. ”
“ 지금부터 읽어요?! ”
“ 말했죠? 시간이 별로 없어요. ”
주혁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는 단호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김앤미디어 회의실.
이제 시간이 몇 시간 안 남은 상황, 회의실 안 분위기는 마치 마감 시간이 몇 시간 안 남은 편집부의 모습처럼 모두가 초조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그중 추민재 팀장은 제외. 그만큼은 여유로웠다.
김태우 PD는 연신 시계를 확인하면서, 책상 주변을 맴돌았고, 정작가는 모든 것을 포기한듯한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김앤미디어 사장과 제작실장은 계속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지만 상대방이 받지 않는지, 계속 혀를 차댔다.
“ 스읍. 이 역할은 재욱이가 나으려나. ”
하지만 그 혼돈의 회의실 상황 속에서 추민재 팀장만은 침착하게 자리에 앉아,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으며 혼잣말을 뱉고 있었다.
그 모습에 김태우 PD가 참다못해, 한마디를 던졌다.
“ 팀장님. 사장님 연락은 아직입니까? ”
그의 물음에 추민재 팀장은 시선을 여전히 다이어리에 두고는 짧게 답했다.
“ 그러게요. 아직 없네요. ”
“ 그, 근데 왜 이렇게 침착합니까! 무슨 대비책을! ”
-드륵.
살짝 흥분한 김태우 PD 덕에 자리에서 일어난 추민재 팀장이 그의 양어깨를 붙잡으면서 심호흡하는 시늉을 했다.
“ 감독님. 뤽렉스~ 후흡- 후우- 심호흡하시면서. ”
“ 아, 아. 죄송합니다. 흥분했네요. ”
“ 아뇨~ 뭐 이해는 합니다. 당장 내일이면 편성이 날아갈 판에. 어- 그런데요. ”
“ 예? ”
“ 어차피 배우들 전부 나가리 났잖습니까? 지금부터 뛰어다녀서 A급 배우 계약이 덜컥 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우리는 사장님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
“ 그, 그래도 시간이. ”
살짝 미소지으면서 자리에 다시 앉는 추민재 팀장.
“ 연락 준다고 했으니까, 죽이 되든 떡이 되든 뭐가 됐든 가져올 겁니다. 침착하게 기다려보죠. 너무 그렇게 걱정만 하고 살면 주름이 늘어요. 감독님. 우리 회사에 홍 팀장이라고 있는데 그 꼴 난다니까? ”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추민재 팀장이 적응이 안 됐는지, 김태우 PD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순간에도 김앤미디어의 사장과 제작실장은 연신 욕을 뱉으며 전화를 걸고 있었고, 정작가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노트북에 얼굴을 처박아버렸다.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하는 회의실을 둘러보던 김태우 PD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을 질끈 감았다.
‘ 내년 편성 확정이다······ ’
바로 그때.
-덜컥!
회의실 문이 열렸고.
-뚜벅뚜벅
강주혁이 걸어들어왔다. 따라서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로 박혔다.
“ 대충 맞췄네요. ”
정장 재킷 속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넣으면서 회의실로 발을 들인 주혁이 담담하게 추민재 팀장에게 다가갔다.
“ 별거 없었지? ”
“ 그럼. 어떻게 됐어? ”
“ 어? 어떻게 되긴. ”
주혁이 웃으면서 문 쪽을 보며 외쳤다.
“ 거기서 뭐 해. 들어와요! ”
그의 외침이 스치듯 모두의 귓가에 맴돌기를 몇 초. 그 소리를 이어서, 예쁜 여자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 아, 안녕하세요! ”
그녀를 바라보는 모두가 눈알이 튀어나올 듯 뜨며 순간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스윽
예쁜 여자 뒤로 흔히 볼 수 없는 마스크의 남자가 이어서 회의실로 들어왔다.
“ 반갑습니다. ”
그 바람에 눈알이 튀어나온 것도 모자라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는 사람들.
하지만 주혁은 무심하게 김앤미디어 사장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진행하시죠. ”
다음날 늦은 아침. WTVM 국장실.
국장실에는 이미 박송호 PD가 대본을 가지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국장은 자리에 앉아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송호 PD가 입을 열었다.
“ 국장님. 태우 이거 안 온다니까요. 아니, 현실적으로 제가 세팅한 배우랑 비슷한 급을 3일 만에 때려 박는 게 말이 안 되잖습니까. ”
“ 시끄러워 임마. ”
국장의 말에 투덜거리는 박송호 PD였다.
사실 박송호 PD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세팅이 끝났다면 적어도 어제쯤 문자라도 보냈어야 하나, 김태우 PD는 감감무소식.
‘ 쯧! 새끼. 그냥 얼추 B급 정도라도 데려왔으면 대충 우겨서라도 편성 줄려고 했드만. ’
편성은 국장 직인으로 시작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국장의 책임이라는 뜻.
따라서 아무리 밀어주고 싶어도, 그만한 이유와 변명거리는 필요했다. 해서 국장은 김태우 PD에게 배우를 빨리 물색해오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어차피 박송호 PD가 세팅한 A급은 바라지도 않았다. 얼추 그보다는 조금 밑이라도 국장에게는 명분이 필요했다.
하지만 김태우 PD는 그 작은 명분조차 국장에게 보여주지 못한 셈.
“ 아, 국장님. 빨리 편성 좀 해주세요. 저 빨리 제작 미팅해야 한다니까요. 시간도 없구만. 태우 그거 절대 배우 못 구해요. 지금 뺑끼 탄 거라니까요. ”
잠시간 시간을 확인한 국장 역시 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박송호 PD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 후- 송호. 너 최작가랑 한 번만 더 싸우면 1년간 B팀만 돌린다? ”
“ 예? 아! 그럼요. 절대 안 싸우죠. 저희 지금 사이좋습니다. 국장님. ”
“ 지랄은. ”
말을 마친 국장이 책상에 놓인 편성 승인 서류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다시 박송호 PD를 쳐다봤다.
“ 시간 없으니까, 바로 준비해. ”
“ 그럼! 편성 저 주시는 겁니까?! ”
“ 그래 임마. 빨리 꺼져! 진짜 싸우기만. ”
밖이 소란스러워 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 ······하세요~ ”
“ 반갑······ ”
“ 와······ ”
그 덕에 맘을 멈춘 국장이 미간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뭐야. 누가 왔어?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야. 송호 나가서 확인해봐. ”
“ 예? 아, 예. ”
귀찮은 표정을 지은 박송호 PD가 억지로 국장실 문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덜컥!
“ 우왓! ”
박송호 PD가 문손잡이를 잡은 순간에 국장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고, 그 바람에 박송호 PD가 바닥에 엉덩이를 찧었다.
“ 선배? 거기서 자빠져 뭐해요? ”
문을 연 것은 김태우 PD였다.
“ 너 이씨! 야······ 어? ”
그때 김태우 PD 등 뒤로 여자 얼굴이 스윽 튀어나왔다.
“ 응? 이분은 여기서 왜 이러고 계시는 거예요? ”
“ 헤, 헤나?! 아니 헤나씨가 왜 여길?!”
여전히 자빠진 채로 놀라는 박송호 PD.
느닷없이 튀어나온 헤나를 보고 놀란 것은 국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풀 메이크업을 한 헤나는 나자빠져 있는 박송호 PD를 호기심 있게 보다가, 이내 국장에게 눈길을 던졌다.
“ 아! 국장님. 안녕하세요! ”
“ 예? ”
얼결에 대답한 국장의 시선은 천천히 김태우 PD로 옮겨붙었다. 하지만 김태우 PD의 고개는 다시 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오시면 돼요! ”
문밖을 향해 소리친 김태우 PD. 덕분에 자연스럽게 국장의 시선도 문 쪽으로 쏠렸고, 몇 초 뒤 그 문을 거쳐서 장신의 남자 한 명이 추가로 국장실로 들어왔다.
그 역시 나자빠진 박송호 PD에게 힐끗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국장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 안녕하세요. 국장님. ”
대뜸 나타난 장신의 남자를 보자마자, 국장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 거, 건욱씨?! ”
국장실에 헤나로도 모자라서, 영화배우 김건욱이 나타났다.
같은 시각, 사옥으로 향하는 주혁의 차 안.
아침부터 주혁은 보이스프로덕션 사옥으로 이동 중이었다. 28주, 궁궐은 추민재 팀장에게 일시적으로 일임한 상태.
주혁이 핸들을 꺾으면서 읊조렸다.
“ 지금쯤 국장실에 들이닥쳤겠네. ”
사실, 오늘 아침까지는 28주, 궁궐팀과 움직이고 싶었으나, 주혁은 드라마 말고도 할 일이 많았다. 따라서 계약 부분은 김앤미디어에 맡기고, 편성을 따내는 과정은 추민재 팀장에게 맡긴 것.
“ 편성 따고, 다들 우리 사옥으로 왔을 때 따로 정리할 건 마무리하면 되겠지. ”
편성을 따내면 추민재 팀장이 헤나와 김건욱을 데리고 사옥으로 오는 스케쥴. 그때 헤나에게는 표절 정보를, 김건욱과는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면 될 듯싶었다.
“ 민재 형 또 겁나 궁금해하고 있겠네. 건욱이가 어떻게 합류한 건지. ”
추민재 팀장의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이 눈에 선한 주혁이었다.
-부우웅.
때마침 켜진 초록 신호에 주혁이 액셀을 밟았다.
바로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전화가 울렸다.
-부동산 업자.
발신자는 부동산 업자였다. 곧장 핸들 옆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는 강주혁.
“ 네. ”
“ 사장님. 어디쯤 오셨습니까? ”
“ 15분이면 도착합니다. ”
“ 아아! 그러시면 여기 이미 편의점 하신다는 분은 도착하셨거든요? 사장님 사무실 도착하셔서 연락 주시면 바로 건물로 출발하겠습니다. ”
“ 그러시죠.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 옙! ”
-뚝.
아침부터 주혁이 건물로 향하는 첫 번째 이유.
점포 계약 건 때문이었다. 사실 굳이 건물주인 강주혁이 직접 볼 이유는 없지만, 보이스프로덕션 사옥 건물 자체가 다른 건물과는 좀 다르고, 특이하므로 얼굴을 직접보고 얘기를 나눠보고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 후- ”
짧게 한숨을 내쉰 주혁은 내심 바쁘다는 것을 느끼면서, 빠르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도착한 사옥, 지하 주차장.
차를 주차한 주혁이 입고 있는 정장 매무새를 정리하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스윽
그러면서 속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슬슬 도착했으니, 올라오라는 연락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주혁이 핸드폰을 꺼냄과 동시에 벨 소리가 울렸다.
-최철수 감독.
이번에는 편집에 영혼을 갈아 넣고 있던 최철수 감독.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전화를 받았다.
“ 네. 감독님. ”
“ 사장님! 기쁜 소식입니다! ”
“ 하하. 편집이 얼추 됐나요? ”
사실, DBS 국제독립영화제 작품 출품 기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해봤자 1주하고 며칠.
나름 급한 상황이었지만, 주혁은 두 감독을 닦달하지 않았다. 어련히 알아서 맞춰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 예. 이번 주 주말 전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
“ 좋네요. 그럼 마무리 작업하시고, 주말에 관계자들 좀 모아서, 시사회 겸 한번 모여야겠네요. ”
“ 하하하. 시사회는 너무 거창하고, 테스트로 보시면서 튀는 장면이나 마지막 수정할 부분 검사 차원에서 부탁드립니다. ”
“ 알겠습니다. 일정은 제가 잡아서 따로 연락드릴게요. 고생하셨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고, 이어서.
-띵.
통화하는 사이 눌러놨던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도착했다. 스르륵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 주혁이 미소지으면서 혼잣말을 뱉었다.
“ 슬슬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갈 시동이 걸리네. ”
그러면서 주혁이 4층 버튼을 눌렀다.
-스르륵
다시금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다시금 울리는 벨 소리.
“ 바쁘다. 바뻐. ”
이번에는 시간상 부동산 업자나 추민재 팀장이 아닐까 생각한 주혁이었지만.
-스윽
둘 다 아니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곧 수첩을 꺼내 들었다.
*070-1004-1009
이번에 걸려온 것은 보이스피싱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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