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74
월요일 아침부터 정작가의 작업실에 김태우 PD포함 모두가 모여있다.
그러다 김태우 PD가 바로 앞에 놓인 8부 대본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정작가님. 뭔가 전투력이 높지 않아? ”
“ 왜요왜요? 감독님은 언젠 작가는 글만 빨리 쓰면 된다면서요? ”
“ 그렇긴 한데, 뭔가 묘하게 속도가 빠르니까. ”
“ 몰라요. 요즘 뭔가 혈액순환도 쫙 되는 게 글도 엄청 잘 빠져요. 싫으세요? ”
“ 아니, 뭐. 내가 싫을 게 뭐야. ”
그때 단발을 찰랑거리는 제작실장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정작가의 팔뚝을 꼬집었다.
“ 작가님. 강주혁 버프 받아서 그런 거라니까. ”
“ 아! 부정 못 하겠어! 실장님도 보셨잖아요. 그때 헤나씨랑 건욱씨 딱 데려와서 시크하게 으흠! ‘진행하시죠.’ 하는데- 와. 진짜 멋짐 폭발. ”
“ 아, 작가님은 그때가 킬포였구나? 저는 그 우리 남자배우 엎어져서 캐스팅 회의할 때, 강주혁씨 딱 앉아서, 배우들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핸들링하는 거. 저 그때 진짜 쓰러질뻔했잖아요. 눈빛 대박. ”
그녀들의 대화를 듣던 보조작가가 얼굴을 감쌌다.
“ 부럽다. 솔직히 살면서 강주혁이랑 한번 만나본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거 아니에요? 심지어 작가님은 거의 극성 팬이라면서요. ”
대본 회의가 급작스럽게 강주혁의 팬클럽을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 변한 분위기에 가만히 듣고 있던 김태우 PD가 헛기침을 뱉었다.
“ ······커험! ”
“ 아, 감독님. 죄송. ”
“ 나는 그때였는데. 투자자라고 소개하면서 강주혁씨가 명함 건네줄 때. 크- ”
어찌 됐건 투자부터 배우 섭외에 이어서 날아갈 뻔한 편성까지 사실상 강주혁이 건져 올려준 거나 다름없기에 김태우 PD 역시 강주혁 찬양에 동참했다.
“ ······ ”
“ ······ ”
그러나 분위기는 싸늘했다. 김태우 PD의 느닷없는 고백에 보조작가와 정작가가 입을 다물었고, 제작실장이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다시 헛기침하는 김태우 PD.
“ 어험! 것보다. 실장님 장주리. 어때요? 요즘 시장에서. ”
“ 장주리요? 그야말로 애매하죠. 주연 주기엔 좀 모자라고, 그렇다고 조연주기엔 또 좀 넘치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캐릭터가 확 잡힌 것도 아니고, 요즘 예능에도 곧잘 보여서, 배우 이미지가 많이 구겨진 것도 있어요. 왜요? ”
“ 아니, 그쪽 소속사 팀장한테 내가 좀 신세 진 게 있어서. 자잘한 배역이라도 좀 남으면 달라는데, 무슨 경매시장도 아니고. 후- ”
짧게 한숨을 뱉은 김태우 PD가 8부 대본을 펼쳤다. 이제 대본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이었고, 그에 따라 재잘거리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엄숙해졌다.
-팔락, 팔락, 팔락.
8부 대본이 빠르게 넘어가고 있을 즈음.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김태우 PD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러자 김태우 PD는 시선은 대본에 고정한 채 전화를 받았다.
“ 네. 김태웁니다. ”
상대방이 누구인지, 무심하게 전화를 받던 김태우 PD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
“ 아! 사장님. 네네. 다음 주에. 예. 아, 확정은 아니지만, 저랑 촬영감독, 제작실장님, 캐디, 조연출 정도? ”
이어서 몇 초간 말이 없던 김태우 PD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 예?! 아, 아니요. 한번 논의해보겠습니다. 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툭.
살짝 멍한 상태로 핸드폰을 내려놓는 김태우 PD가 이상했는지, 제작실장이 물었다.
“ 감독님. 무슨 일 있어요? ”
“ 어? 아, 강주혁 사장님인데. 이번 오디션에 참여하고 싶다고. ”
“ 네?! ”
“ 그리고 정작가님도 참여시키는 게 어떠냐고 하시는데. ”
“ 저도요? ”
고개를 끄덕이는 김태우 PD였고, 어느새 비즈니스적인 얼굴로 변해버린 제작실장이 입을 열었다.
“ 강주혁 사장님 같은 경우라면 명분은 있어요. 누가 뭐래도 메인 투자자시고, 어마어마한 주연배우 둘을 꽂았는데, 거기다 17년이 넘은 연기파 배우기도하고요, 분명 우리와는 보는 시선이 다를 거라 생각해요. 작가님이 오디션에 참여하는 건 저도 찬성이구요. ”
“ 음. ”
사실 메인 작가가 오디션에 참가하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었지만, 김태우 PD는 정작가의 멘탈이 걱정이었다.
신인이기도 했고, 뭐가 됐든 작가는 글을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까.
하지만 지금 정작가가 글을 뽑는 속도를 봐서는 오디션에 참석시켜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 어쩌시겠어요? 누가 뭐래도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니까. ”
“ 흠. 일전에 강주혁 사장님, 자신이 투자자라는 거 일단은 숨기자고 안 했나? 방송국 오면 금방 입소문 타고 난리 날 텐데. ”
“ 맞아요.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도 보도자료 만들기만 하고, 신호 주면 쏘기로 했는데. 글쎄요.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죠. ”
정작가의 작업실은 잠시간 침묵이 흘렀고, 김태우 PD는 생각이 깊어진 듯 보였다.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자리에서 전화를 끊은 강주혁.
“ 후- 일단 떡밥은 뿌렸고. ”
짧게 한숨을 뱉은 강주혁.
사실 주혁은 이번 28주, 궁궐의 오디션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방송국에 갈 명분을 만들기 위함일 뿐.
“ 대충 휘젓다가 오디션 시작할 때쯤 빠지면 되겠지. ”
오디션장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생수나 기타 물자들을 지원해주고, 오디션 시작이 임박할 때쯤 대충 둘러대고 빠져나올 속셈이었다.
어찌 됐건 총괄 책임자는 김태우 PD였고, 제작의 전반적인 핸들링은 그가 하는 것이기에.
김태우 PD의 기를 살려주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충분히 노출 시키는 설계.
-스윽.
생각을 정리한 주혁은 핸드폰을 꺼내 홍혜수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누나. ”
“ 응. 사장님. ”
“ 28주, 궁궐 쪽에 우리 연습생들 오디션 신청 영상 접수할 때, 회사 이름은 지우고 보내. ”
“ 어머. 회사 이름을? 개인으로 내라는 소린가? ”
“ 맞아. 어차피 그쪽에서도 별 신경은 안 쓸 거야. 공개 오디션도 아니고, 소속사에만 뿌린 오디션 정보니까 대충 소속사는 있겠거니 할 텐데. ”
“ 근데? ”
“ 우리 회사 이름을 적어서 보내면 오디션 볼 때 김태우 PD의 판단이 흐려질 수가 있어. ”
“ 그러니까. 쌩으로 하라는 거잖아? 그치? ”
“ 응. 실력으로만 볼 수 있게. 오디션 접수 영상 잘 준비해주고, 결과 나오면 연락 줘. ”
“ 알았어요~ ”
-뚝.
전화를 끊은 주혁은 오디션 건은 일단 뒤로 미뤄놓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VIP 픽쳐스 최혁팀장과 무비트리 송사장에게 연락해, 척살의 스케쥴을 확인했다.
최혁 팀장의 대답은 정확한 일정이야 무비트리와 조율 중이지만.
“ 아마 수요일에서 목요일 중으로 CCV 압구정점에서 제작 발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 홍보 기사를 뿌릴 겁니다. ”
이번 주 안으로 모든 마케팅이 시작될 예정이고.
“ 요즘은 너튜브나 SNS채널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방송 때리고, 주요 배우들 인터뷰, 감독 인터뷰 도 유명 검색사이트부터 영상 채널 사이트까지 전부 한 번에 런칭 될 예정입니다. ”
VIP픽쳐스는 마케팅 폭격을 준비 중이었다. 그에 따라 최명훈 감독은 초기 마케팅 스케쥴을 모두 소화한 후, 편집실에 박힐 예정이었고.
“ 그런데 하정훈씨나 류진주씨, 강하진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발표회 참석 배우들 추리는 게 애매하네요. ”
“ 가능하면 조연급은 전부 참석시켰으면 좋겠는데요. ”
“ 전부요? 그럼 20명도 넘는데. ”
“ 뭐 어때요. 파격적이고 그림도 풍성해지고 좋죠. 어차피 척살 초기 마케팅 컨셉 자체는 그분들이 주인공이니까요. ”
“ 음. 한번 힘써보겠습니다. ”
“ 하하. 잘 부탁드립니다. ”
-뚝.
전례에 없는 신박한 제작 발표회가 될 계획을 잡았다.
“ 이쪽은 한시름 놨고. ”
촬영 다음부터 영화는 오롯이 마케팅의 영역이기에 주혁이 딱히 손댈 필요가 없었다.
이어진 점심.
강주혁의 호출로 최철수 감독과 류성원 감독이 보이스프로덕션을 찾았다. 그들과 간단하게 점심을 마친 주혁은 4층 사장실 옆옆 사무실을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 여기서 감독님들 작품 구상이랑 자료 수집 등 전부 하시면 됩니다. 책상이랑 기타 집기는 내일 안으로 세팅해드릴게요. ”
“ 와······ 가, 감사합니다. 저희가 제작사 사무실이 생길 줄이야. ”
“ 하하. 편하게 출퇴근하세요. 뭔가 논의할 게 있으면 바로 옆옆이 제 사무실이니까, 편하게 오시면 되고, 이동용 차량도 곧 지급 될 겁니다. ”
“ 차, 차요?! ”
“ 당연하죠. 가뜩이나 전국적으로 돌아다니시는데, 차가 필요할 테니까요. ”
묘한 표정을 짓던 감독들은 결국 강주혁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던졌다. 대충 상황 설명을 끝낸 주혁은 그대로 감독들과 전속 계약서를 작성하며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악수를 나눴다.
“ 상업성 생각지 마시고, 기획 한번 시원하게 뽑아보세요. ”
“ 넵! ”
“ 알겠습니다. ”
당차게 대답한 감독들은 짐을 싸 오겠다며 사옥을 떠났다. 아예 틀어박혀 살 생각처럼 보였으나, 어차피 보이스프로덕션 사옥에는 휴게실도 있고, 그 휴게실이 수면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상관없었다.
-스윽
건물 1층까지 감독들을 배웅한 주혁은 슬쩍 고개를 꺾으며 KR마카롱 점포의 공사 진척을 확인했다.
-탕탕탕!
-쿵쿵쿵!
인부들과 함께 젊은 부부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고, 연신 망치질 소리와 무언가 때려 부수는 소리와 함께 모두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 공사 진행이 빠르네. ’
그러다 젊은 부부와 눈이 마주친 주혁은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고, 그에 따라 젊은 부부도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다시 돌아온 사장실.
대충 오전과 점심 일을 정리한 주혁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으로 DBS 국제독립영화제의 일정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 작품 접수는 끝났으니까. ”
접수 기간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였고, 최종 선정작 발표까지는 약 3주가 남아있는 상태.
“ 최종 발표 즈음 개봉 시기 잡으면 되겠어. ”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홍보 부분까지 DBS 국제독립영화제의 수상작이라는 멘트를 넣기 위해서는 어쨌든 간 최종 발표 이후가 시기는 적절했다.
-딸깍, 딸깍
DBS 국제독립영화제에 대한 일정을 확인한 주혁은 검색창에 다시 한번 동아리팀 백번 촬영을 검색했다.
“ 흠. ”
하지만 여전히 나오는 것은 없었다.
“ 얘네가 대박이 터지는 건 한참 나중인가? ”
보이스피싱에서 알려주는 미래는 보통 특정된 시기는 알 수가 없다. 즉, 내년이 될 수도 있고, 그 이후가 될지도 몰랐다.
검색을 끝낸 주혁은 캠퍼스 관련 웹드라마를 너튜브에서 검색했다.
보이스피싱에서 웹드라마 관련 미래 정보를 들은 후, 그는 짬 날 때마다 웹드라마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업로드 되는 영상이 많았다.
제작 연습 삼아 올리는 팀도 있었고,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팀도 많았다. 물론, 대학생들이 모여 소소하게 제작된 영상들도 곧잘 튀어나왔다.
당연히 주혁은 전문적인 제작사에서 뿌리는 웹드라마는 거르면서 확인하던 중이었고.
“ 음? ”
-연습용 영상 1화
-설명: 안녕하세요! 이 웹드라마는 저희 동아리팀 졸작(졸업작품)으로 낼 영상입니다! 미숙한 게 당연하니 악플은 참아주세요 ㅠㅠ 하지만! 진심 어린 조연은 새겨듣겠습니다!
너튜브에 어제 날짜에 올린 따끈한 영상 하나가 주혁의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레 영상을 클릭하는 강주혁.
“ 나도 드디어 대학생! ”
영상의 시작은 경쾌한 여자 목소리로 시작됐다. 촬영 자체는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인지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 디테일이 나쁘지 않아. ”
대본을 누가 쓴 건지, 대학생의 감성이 느껴지는 대사와 새내기다운 무언가 울렁거림이 살아 숨 쉬는, 흔한 캠퍼스 웹드라마와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 1편부터 풍겼다.
“ 촬영 센스도 좋고. ”
장면의 포커스와 여배우를 잡아내는 센스, 더불어 물 흐르는 듯한 장면변환까지, 편집과 영상 자체도 감각이 있었다.
“ 괜찮은데? ”
키우는 맛이 있을 것 같았는지.
-딸깍.
영상을 확인한 주혁은 본문 설명에 적혀있는 메일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영상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메일을 보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희 보이스프로덕션에서 여러분의 제작팀과 한번 미팅을······
내용을 간략하게 쓰자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였다. 물론, 주혁이 찾던 그 영상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퀄리티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 자체제작도 생각해 놔야겠지. ”
현재야 조금 벅차지만, 훗날 보이스프로덕션이 더욱 확장됐을 때를 생각해 전속 계약된 제작팀은 슬슬 키워두는 게 맞았다.
메일 끝에 강주혁의 핸드폰 번호를 적은 후 전송.
전송 완료 표시를 확인한 주혁이 기지개를 길쭉하게 켜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머신 쪽으로 발길을 돌릴 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황실장님.
황실장에게 전화가 왔다.
“ 네. 황실장님. ”
“ 사장님. 혹시 지금 제가 있는 쪽으로 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 무슨 일이 있습니까? ”
“ 예. 장수림 변호사를 캐다 보니까 묘한 남자 한 명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런데 연예계 관련 사람 같아서요. 직접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
“ 일단, 알겠습니다. 현재 위치 문자로 보내세요. ”
“ 알겠습니다. ”
-뚝!
전화를 끊은 주혁은 곧장 차 키를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잠시 후, 강주혁의 차 안.
주혁이 사장실을 나서, 차에 탈 즈음 황실장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그 위치 정보에 따라 주혁이 네비에 주소를 적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비에서 갈 길을 알려주는 안내가 나왔다.
-부웅.
안내에 따라 차를 출발시키는 주혁이었고, 그로부터 5분 정도 지나자.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다시금 핸드폰이 울렸다.
-김태우 PD
이번에는 김태우 PD였다.
“ 네. PD님. 상의는 해보셨습니까? ”
“ 예. 사장님. 오디션에 참석하셔도 문제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시다시피 방송국에는 듣는 귀와 말하는 입이 많습니다만. ”
“ 하하. 괜찮아요. 간단한 오디션 진행 자료 좀 부탁드립니다. ”
“ 알겠습니다. ”
“ 아, 그리고 제가 오디션 심사로 참여한다는 것은 감독님 포함 수뇌부만 알고 있었으면 합니다. ”
주혁이 핸들을 꺾으면서 말을 이었다.
“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
“ 일단, 알겠습니다. ”
-뚝.
전화를 끊은 주혁이 혼잣말을 읊조렸다.
“ 됐어. ”
한 시간 뒤, 황실장이 있는 곳에 도착한 강주혁.
황실장이 있는 곳은 판교 쪽이었다. 회사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고, 직장인들이 넘실거리는 곳.
그 대로변에 황실장이 차를 정차하곤 주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한 상가에 차를 주차 시킨 주혁은 곧바로 황실장의 차 조수석에 올랐다.
차에 타자마자, 곧장 벨트를 매며 입을 여는 강주혁.
“ 누굽니까? ”
“ 일단, 이동을 좀 하겠습니다. ”
-부웅.
말을 끝낸 황실장이 차를 몰기 시작했고, 주혁이 탄 곳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진 빌딩 앞에 멈춰 세웠다.
차를 세우자마자, 황실장이 허리를 쭉 펴며 뒷좌석에서 작은 가방을 집어 들었다.
-스윽
가방 안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주혁에게 건네며 입을 여는 황실장.
“ 충북 음성까진 따라붙었습니다. ”
“ 음성? 그때 말한 충북이 음성 쪽이었습니까? ”
“ 예. 주변 CCTV를 확인하면서, 뒤를 캤는데. ”
말을 멈추며 주혁이 들고 있는 사진 한 장을 가리키는 황실장.
“ 이쯤에서부터 확인이 안 됩니다. 음성군청에서 국도를 따라 쭉 올라가다, 이쪽 샛길로 빠지는데 리나 읍으로 빠지는 길이었습니다. ”
황실장이 건넨 사진에는 주변이 휑한 도롯가나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작은 샛길이 보였다.
“ 장수림 변호사가 어디로 향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
보고 있던 사진을 내리면서 황실장을 쳐다보는 강주혁.
“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 예. 저번 주 장수림 변호사가 쉬는 날 그를 미행할 때, 그 주변까지는 쫓았다가 탄로 날까 싶어, 대충 그 샛길이 보이는 그곳에서 잠복했는데, 몇십 분 뒤에 차 한 대가 추가로 이 샛길로 들어갔습니다. ”
“ 그런데요? ”
황실장이 검은색 고급 승합차가 선명하게 찍힌 사진을 주혁에게 건넸다.
“ 이런 차를 탄 사람이 읍이나 리에 사는 게 좀 그림이 이상하긴 하네요. 그래서요? ”
“ 수상해서, 남자 뒤를 따랐습니다. 이 빌딩 10층으로 올라가는 것까지는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10층에는 ”
황실장이 빌딩 1층 안내 데스크를 가리키며 답했다.
“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었습니다. ”
“ 오호? 엔터 회사 사람이었다? ”
바로 그때였다.
“ 사장님. ”
“ 예? ”
“ 저 사람. ”
황실장이 정면으로 손가락을 찍었다. 그 손가락을 따라 주혁의 고개가 움직였다. 그 끝에는 방금 건물에서 나왔는지, 남자가 속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고 있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몇 초.
드디어 남자가 피우던 담배를 털면서 몸을 도로가 쪽으로 돌렸고,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 ······저 새끼가 왜. ”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주혁의 눈알이 커졌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황실장이 되물었다.
“ 사장님? 아는 사람입니까? ”
“ ······ ”
주혁은 대답 없이 눈은 남자에게 고정한 채, 혼란스러운 건지, 아니면 환희에 찬 모습인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머리를 한번 강하게 쓸었다.
그러면서 작게 읊조리는 강주혁.
“ 전 소속사 사장 새끼네요. ”
연대 보증부터 이중계약까지.
강주혁을 나락으로 빠트린, 모든 사건의 시발점.
남자는 강주혁의 전 소속사 사장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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