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79
『‘강주혁’ 두 번째 방송국 출현, 다음은 언제?』
『‘28주, 궁궐’ 오디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강주혁/ 사진.』
『헤나, 김건욱 주연 확정한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이르면 다음 달에 볼 수 있다.』
『WTVM 방송국 관계자, 강주혁 언급 “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것은 사실 ”』
『‘강트맨’ 강주혁, 퍽치기범 잡은 이후, 오랜만에 실시간 검색어 장악!』
『누리꾼들 ‘강주혁 제작사 어디?’ 궁금증 폭발.』
『방송국 로비를 런웨이 삼아 걷는 강주혁/ 사진.』
이미 타오른 관심은 꺼질 줄을 모르고 활활 타올랐다.
애초 박기자가 터트렸던 강주혁의 해명기사들과 퍽치기범을 강주혁이 잡았다는 이슈로 남아있던 불씨에, 28주, 궁궐 제작에 관한 기사들은 휘발유를 붓는 격이었다.
덕분에 대중들의 관심은 강주혁에서 강주혁의 제작사로, 거기에서 다시 28주, 궁궐로 드라마에서 다시 헤나, 김건욱으로.
2중 3중 여러 곳으로 뻗쳐나갔다.
-그런데 배우가 드라마 제작한 선례가 있음?
-있음. 그건 영화였지만.
-드라마보단 영화가 많음.
-강트맨 당신은 대체…
-강주혁 ㅈㄴ뜬금없이 물들어오넼ㅋㅋㅋ
-헤나, 김건욱이라. 기대된다.
-김건욱 드라마 처음아님?
-아닠ㅋㅋ그래서 강주혁 제작사 이름 좀요.
-기자도 모르니까 안 적었겄짘ㅋㅋㅋㅋ
-근데 강주혁이 왜 오디션 심사봄?
-드라마에 투자했다던데.
-곤쥬@aaaaprincess
[#28주, 궁궐 #헤나 #김건욱 #강주혁]
[헐ㅋㅋㅋㅋ이 드라마 뭐임? 핫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만 나와! 근데 강주혁은 개뜬금없네? 이거 강주혁이 방송국에서 찍힌 사진이래 사진1, 사진2 ]
[15분전]
-닷@datttttttttttt
[#강주혁 #케이블 드라마 ]
[기사링크/ 이거 실화임????]
검색사이트는 물론이고, 유명 SNS, 관련 갤러리, 카페 등에서 강주혁과 28주, 궁궐이 어마어마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핸드폰에서 핸드폰으로 관심이 옮겨붙는 속도는 미친 듯이 빨랐고.
이쯤 되니 당연하게도 여론 자체도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나뉘었다.
『‘강주혁’ 제작자로 나선 것이 불편한 이유.』
『느닷없는 논란으로 끌어올린 드라마의 관심.』
『‘강트맨’이 제작한다는 드라마, 누리꾼들 찬반여론 조성.』
관심은 곧 논란으로 뒤바뀌었고, 기자들은 수많은 어뷰징 기사들과 추측성 기사들을 분마다 싸질렀다.
그 덕분인지 대중들 역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고, 강주혁과 더불어 28주, 궁궐의 관심도가 최근 드라마 이슈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면서 치솟았다.
강주혁의 등장, 그의 해명기사, 퍽치기범 검거, 그사이 해결한 사건들, 헤나, 김건욱. 그리고 드라마 투자.
공식적으로 대중들에게 드러낸 강주혁의 행보가 모두 섞여들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탁!
아침 사장실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확인한 주혁이 강하게 노트북을 덮으면서 앞을 향했다.
사장실에는 이미 홍혜수 팀장과 추민재 팀장이 자리하고 있었고.
“ 자, 지금부터 이 스노우볼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 설명해줄게. ”
그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계획을 간략하게 줄이자면 이랬다.
‘ 이제 거칠 것이 없다. ’
이미 강주혁을 만천하에 공개했고.
그를 이어서 곧 세상으로 쏘아 올릴 것들.
내 어머니 박점례, 척살, 강자매, 김재욱 등등.
투자, 제작, 매니지까지.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명했고, 터트릴 계획을 피력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28주, 궁궐이었고.
“ 예상보다 훨씬 관심이 높아. ”
주혁의 계획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똑똑.
사장실에 노크 소리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끼익.
“ 저어. 안녕하세요. ”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 한 명.
“ 아, 어떻게 오셨어요? ”
그녀를 보자마자 추민재 팀장이 물었고, 곧장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왔어요? 이쪽으로 앉아요. ”
“ 네넵! ”
대답한 여자가 자리에 앉자, 주혁이 추, 홍팀장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 어제 새로 영입한 배우님. 이름은 말숙으로 활동할 거야. ”
“ 자, 잘 부탁드립니다! ”
팀장들을 보며 인사를 던지는 말숙이었고, 그런 그녀의 인사를 받은 추민재 팀장이 답했다.
“ 마스크가······ 특이한데? 너도 너다. 그 바쁜 와중에 배우도 영입했어? 어디 계셨던 분인데? ”
주혁이 미소를 지었다.
“ 소속사는 지금까지 없었고, 계속 개인으로 단역부터 조단역까지 해오셨나 봐. ”
“ 네네! 사실은 이번 드라마 오디션 끝나면 마트로 취업을 생각 중이었어요. 그런데 어제 강주혁님이 명함을 주셔서. ”
-스윽.
자랑스럽게 명함을 주머니에서 꺼내 드는 말숙의 뒤로 주혁이 섰다.
“ 나는 이분을 명품조연으로 키워볼 참인데. ”
주연, 조연, 조단역, 단역.
작품에는 수많은 배역이 있다. 그중에 주연 같은 경우, 작품을 하나 고르면 다른 작품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비중이 높고, 그 덕에 스케쥴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가끔 스크린부터 브라운관까지, 장르 불문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는 배우들이 있다.
조연 중에서도 명품. 어느 주연의 연기 호흡에도 같이 숨 쉴 수 있는 다채로운 연기자.
그야말로 쓰임새가 드넓은 배우.
주연은 단 한 작품에 들어가면서 그 작품이 망하면 끝이지만, 여기저기 활약하는 조연은 다르다. 다작을 하면 흥행할 작품에 끼어들 확률이 높아진다.
쉽게 말해, 애매한 주연보다는 확실히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주혁은 말숙에게서 그런 가능성을 확인했다.
“ 말숙씨는 만약 이번 드라마에 합류하게 되면 이번 작품까지는 제작사랑 개인으로 계약하시고, 출연료는 그냥 전부 가지시면 돼요. 그래도 케어는 해드릴 겁니다. 뭐, 떨어지시면 바로 다른 거 하시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
“ 넵! ”
“ 자, 계약서 쓸까요? ”
이후, 계약서를 작성한 말숙은 공식적으론 추민재 팀장의 담당으로 빠졌다.
“ 오디션 발표일은 언제래? ”
“ 내일 모래. ”
“ 그전에 준비해둘 건 확인해두자. 일단, 현재로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하영씨. 드라마에 합류하면 더 시끄러워질 거야. 확실하게 케어해주고, 재욱이는 제작팀이랑 스케쥴 관리할 때, 학업에 문제가 없게끔 조율해봐. ”
“ 어머? 아직 결과도 안 나왔는데, 사장님.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니야? ”
강주혁의 대답은 없었다. 다만, 그의 지시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 팀장님들 포지션은 지금까지와 같은데, 대신 속도가 빨라졌으니까, 소통은 전과는 다르게 5배 이상으로 빠르게 전달하자. ”
“ 알았어. ”
“ 알았어요~ ”
얘기를 마친 주혁은 자신만 들리게끔 혼잣말을 뱉었다.
“ 나는 벌려놓은 것들 주워 담아야지. ”
전체적인 핸들링을 의미했다.
그의 핸들링은 거침이 없었다.
주혁이 손을 댄 것들이 세상으로 던져질 날이 임박해짐에 따라, 강주혁의 일정은 살인적이었다.
먼저, 강하영이 맡은 해창전자의 광고. 그 광고의 두 번째 시리즈의 시안 확인차 프로덕션 클릭과 미팅을 거듭했고, 그러는 와중에 다시 찾아온 백번 촬영 대학생 팀과 계약까지 진행했다.
“ 한 명은 빠졌나요? ”
“ 아, 네. 제작팀에 한 명은 못하겠다고. ”
“ 그렇군요. 그럼 총 4명? 작가, 연출, 연출보조, 제작팀. ”
이들 역시 다큐 독립영화 감독들과 다를 것 없는 계약 조건이었고, 활동할 사무실 역시 부담 없이 사용할 것을 알렸다.
“ 잘 부탁해요. ”
“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그런데. 저희 작품을 어떻게 리메이크하시려는지 여쭤봐도. ”
“ 아, 그건. 음- 일단 내가 싸워서 이기면 알려줄게요. ”
“ 싸워서요? ”
해창전자의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파워볼륨. 주혁은 백번 촬영의 청순한 멜로 대본을 가지고 파워볼륨과 싸워서 이겨야 했다.
사실상 대본 교체와 다름없었기에.
하지만 강주혁은 거리낌 없이 파워볼륨에게 총 3화 분량의 대본을 내밀었고, 당연하게도 파워볼륨 측은 굉장히 회의적으로 반응했지만.
주혁은 강단 있게 밀고 나갔다.
사실상 큰 틀로 잡고 들어가면 대본만 교체하면 되는 문제였고, 파워볼륨이 내미는 대본은 웹드라마로서도 광고로서도 의미가 없었다.
“ 아무리 그래도 작가가 대학생인데, 나머지 팀도 전부 대학생이고. 말이 됩니까? ”
“ 정식적인 드라마도 아니고, 한편 10분짜리 광고에 가까운 웹드라마에 인원 4명 포함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리고 제가 보기엔 전 대본보다 이 대본이 백배는 눈길이 가는데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
전화에서 미팅까지 이어진 싸움은 결국, 해창전자 쪽에서 종결시켰다. 아니, 따지고 보면 김재황 사장의 입김이 들어갔다.
“ 대본 교체? ”
“ 예. 강주혁 사장 측에서 대본 교체를 원한다고. ”
“ 해줘. ”
“ 예? ”
“ 해주라고. 그놈 또 뭔가를 꾸미고 있었어. 해줘 그냥. 뭔지 기대 중이야 난. ”
강주혁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호기심 동한 김재황 사장이었다.
그렇게 강하영이 들어가는 광고와 강하진이 출연하는 웹드라마가 얼추 가닥이 잡힐 때쯤.
“ 드디어 떨어졌네. ”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던 강주혁의 이름은 정확하게 4일 후에 사라졌다. 하지만 28주, 궁궐과 관련된 키워드는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에 존재했고.
“ 4일이면 알 사람들은 전부 알았겠지. ”
관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들의 뇌리 깊숙하게 박혔음을 뜻했다.
그렇다고 관심도가 시들해진 것도 아니었다.
김앤미디어와 박기자의 추가되는 장작으로 여전히 어뷰징 기사들은 쏟아지고 있었고, 보이스프로덕션의 홈페이지와 공식 SNS 채널은 폭발 직전이었다.
그 여세를 몰아서 덩달아 관심이 폭증된 28주, 궁궐 쪽은 김앤미디어와 협의하에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를 시작했다.
공식 너튜브를 런칭하고, 각종 유명 검색사이트에 마케팅 채널을 설치. 드라마 제작부터 티저, 메이킹, 비하인드 등의 예고편과 흡사한 영상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관심이 폭증된 강주혁과 28주, 궁궐은 파죽지세였다.
그러는 사이 주혁에게 보이스피싱 역시 희소식을 던졌다. 단 한 번이긴 했지만, 보이스피싱이 던져준 단타 주식 정보로 인해, 주혁은 드라마 투자로 인한 자금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고.
“ 이제 3번”
어느새 브론즈 단계의 횟수가 3번밖에 남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 예전엔 어땠더라. ”
초기 무료서비스에서 유료로 넘어가던 시절을 떠올려 보는 강주혁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화 쪽에도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 최명훈 감독은 후반 작업 중이고. ”
척살의 촬영이 끝남과 동시에 마케팅 스케쥴을 소화하던 최명훈 감독은 모든 일정을 쳐낸 뒤, 곧장 무비트리의 편집실에 틀어박혔다.
물론, 상업영화는 독립과는 다르게 대대적인 공사가 들어간다. 최종 편집본은 음향에서 마무리를 짓고, 소리가 덧씌워진 영화 최종본은 음향제작사에서 확인하게 된다.
“ 후- ”
살인적인 스케쥴에 지친 주혁이 의자에 몸을 움푹 기대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전화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홍혜수 팀장.
발신자는 홍혜수 팀장.
“ 어. 누나. 결과 나왔어? ”
“ 응. 나왔어. 방금 전화 받았어. ”
“ 누구야? ”
한 박자 느리게 대답하는 홍혜수 팀장.
“ 하영이. 재욱이. 사장님이 맞췄어.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아, 그리고 말숙씨도 붙었어. ”
오디션 합격자의 이름이 호명되자, 주혁이 자리에서는 벌떡 일어났지만, 꽤 절제된 상태로 주먹을 움켜쥐었고.
“ 와. 누나. 이런 기분이었구나? 배우를 키우는 기분이. 뭔가 짜릿해. ”
이름 모를 희열을 느끼는 강주혁.
“ 어머? 너 키울 땐 재미가 많이 있진 않았는데. 뭔가 짜릿함이 없었어. 오히려 심심했지. ”
“ 하하. 그랬나? 아 맞아. ”
“ 응? ”
주혁이 웃으며 답했다.
“ 이제 소속사 숨길 필요 없어. 까도 돼. ”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받은 오디션. 그 결과가 나왔고, 더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모든 배우가 픽스된 28주, 궁궐 쪽도 속도가 붙었다. 사실 이미 제작 자체가 많이 늦어져 있는 상태였고, 초반 고충이 많았던 드라마였다.
이렇게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끔 해준 것이 바로 정작가였다. 그녀가 최근에 뽑은 대본이 10부.
속도가 미친 듯이 빨랐다.
물론, 드라마는 쌩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중간 대중들의 니즈와 반응을 파악해서 수정이 들어가야겠지만, 드라마의 뼈대 자체가 이미 10부까지 완성된 셈이었다.
“ 예?! 세 분 모두 보이스프로덕션 소속이라고요?! 아니, 강주혁 사장님 투자만 하시는 게 아니었나요? 배우도 키우시는 거예요?! ”
그러는 와중에 김앤미디어에서 배우 계약을 하던 제작실장은 홍혜수 팀장에게 합격 배우들의 소속을 듣고 놀라 자빠졌다.
오디션에 합격한 강하영, 김재욱 그리고 말숙.
이 같은 소식은 김앤미디어에서 방송국으로, 방송국에서 김태우 PD, 정작가를 포함 결국, 28주, 궁궐에 관련된 모두에게 소문이 퍼졌다.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 강주혁은 투자와 제작 그리고 매니지까지. 거기다 품고 있는 배우들에게 회사명을 숨기고 오디션을 보게 했다. ’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제작실장에게 전화로 얘기를 전달받은 김태우 PD였다.
“ 매니지? 배우도 키운다고? ”
“ 네. ”
“ 허. 그럼 투자에 쟁쟁한 주연 배우들은 대놓고 꽂았는데, 소속 배우들은 모든 것을 감추고 오디션을 보게 했다는 겁니까? ”
“ 그렇다네요. 솔직히 좀 대단하달까? ”
소문이 빠른 연예계였고, 강주혁과 관련된 소문들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에 따라 강하영, 김재욱, 말숙에게 이름표가 붙었다.
‘ 강주혁이 키우는 배우. ’
어쨌든 강주혁이 차곡차곡 쌓아온 설계들이 점점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빛을 내기 시작했다.
“ 그래 봤자 구멍가게잖아? ”
“ 해봤자, 조연 먹은 건데 왜들 난리야? ”
“ 그러니까. 시청률 3%나 나오면 잘 나온 거지. ”
“ 크크크. 그러면 얼마나 쪽팔릴까? ”
반면, 이쯤 되면 당연히 잡소리가 나기 마련이고, 시기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하지만 강주혁이나 28주, 궁궐의 속력은 최고치였고.
“ 냅둬. 뚜껑 까보면 알겠지. ”
멈출 리가 없었다.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정신없이 1주하고도 며칠이 흘렀고, 이른 아침부터 출근을 서두른 주혁이 사장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커피를 내렸다.
-푸쉬쉬쉬.
커피머신에서 커피가 줄줄줄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똑똑.
-끼익.
“ 사장님. ”
황실장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 아, 오셨어요, 커피? ”
“ 감사합니다. ”
-스윽.
주혁은 앉아있는 황실장에게 커피를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 자, 어때요. 뭐가 좀 나왔습니까? ”
“ 박과장 보고로는 류진태는 최근에 일본에서 입국했답니다. ”
“ 지금껏 일본에 있었다? 갑자기 한국을? ”
“ 예. 일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최근 류진태가 소속 연습생을 일본으로 보내는 건 몇 차례 확인했습니다. ”
황실장이 공항에서 류진태와 여자 연습생이 찍힌 사진을 내밀었다.
“ 연습생을 일본으로 보낸다? ”
“ 예. ”
“ 거기다 의심되는 점도 있습니다. ”
“ 의심? ”
고개를 끄덕이던 황실장이 다이어리를 몇장 넘긴 후, 말을 이었다.
“ 류진태가 한국으로 입국한 날짜와 사장님과 제가 김재욱군을 구했던 시기가 비슷하고, 류진태 그 사람이 엔터 회사를 차린 게 약 한 달 전입니다. ”
-툭툭툭.
말을 들은 주혁이 검지로 책상을 때렸다.
‘ 장수림 변호사, 류진태, 재욱이 그리고 나. ’
뭔가 전혀 안 맞는 것 같으면서도 사이사이 강주혁이 끼어들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그림이었다.
잠시간 조용하던 주혁이 대뜸 입을 열었다.
“ ······일단, 나부터 수술하겠다는 그림 같은데. ”
황실장도 동의했다.
“ 장수림만 있다면 더욱 알아봐야겠지만, 류진태라는 인물이 과거 사장님과 원수였고, 장수림이 그와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분명 어디든 터집니다. 싹이 보일 때 잘라내야죠. ”
맞는 소리였다. 류진태와 강주혁의 관계 그런 류진태가 장수림 변호사와 접촉을 하는 게 우연일 리가 없었다. 분명 뭐가 있어도 있다는 뜻.
‘ 터진 다음 행동하는 건 너무 늦어.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강주혁이었고, 심지어 약간 웃음기도 보였다.
조용했지만, 확실한 분노가 그의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중이었다.
“ 안 보인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눈앞에 나타났으니 확실하게 밟죠. 어디서 접선하는지 확인됩니까? ”
“ 충북 음성군청 옆길 따라 쭉 들어가다, 샛길로 약 5키로 정도 직진하니 작은 별장 하나가 산속에 박혀있었습니다. 거깁니다. 몇 주 지켜봤는데, 월요일 빼곤 만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9월 8일. 접선할 가능성이 큽니다. ”
“ 9월 8일? 왜지. ”
“ 류진태를 며칠 밀착하며 따라다닐 때 통화내용을 엿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론 도청이라고 하는데. 어렵지 않죠. ”
“ 좋아요. 충분히 움직여 볼 만합니다. ”
주혁이 허리를 돌려 책상 위 달력을 확인했다. 빼곡하게 적혀진 일정을 확인하던 주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어- 9월······8일. 9월 8일에 저랑 황실장님, 박과장님 그리고 제가 아는 박기자와 추가로 몇 명 데리고 가서 결정적인 뭔가를 확실하게 잡아내 보죠. ”
“ 알겠습니다. ”
“ 그전까지 확실하게 준비하세요. 그들 동태를 계속 살피면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시고. ”
“ 예. ”
-스윽.
얘기를 마친 황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잠시간 지켜보던 주혁은 이내, 다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 ······그건 그렇고. ”
몇 초간 수첩을 정독하던 주혁은 수첩을 다시금 덮으면서 혼잣말을 뱉었다.
“ 오늘이지? ”
강주혁이 뱉은 오늘은 몇 가지 일이 예정되어 있었다.
먼저, DBS 국제독립영화제의 최종 본심 50작 품의 발표날이었고.
-띠링!
이어서 핸드폰에 도착한 문자를 확인하는 강주혁.
-홍혜수 팀장.
-지금 말쑥씨 픽업하러 이동 중! 다들 첫 리딩날이라 엄청 긴장했어. 사장님 어릴 때 생각나네.
“ 하하. ”
강주혁을 세상에 대놓고 알린 시발점.
드라마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그 드라마의 첫 리딩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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