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8
-뚝
보이스피싱은 역시나 지 할말만 하고 끊겼다. 강주혁은 끊긴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작게 읊조렸다.
“ 진짜냐? ”
잠시간 그렇게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강주혁은 이내 고개를 들어 노트북 화면을 응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그 정적을 깨트린 건 강주혁의 클릭 소리였다.
-딸깍
강주혁이 마우스를 움직여 검색사이트의 새로 고침을 눌렀다. 인터넷 창은 잠시 깜빡이더니 다시금 똑같은 화면을 토해낸다.
검색사이트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실시간 검색어는 유지석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뜨는 기사나 웹페이지, 카페, 블로그 등 모두 유지혁의 FNF 엔터테인먼트 이적을 확실시하는 말로 가득 차 있다.
“ 나만 안 다는 건데······ ”
검색사이트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던 강주혁은 이 정보를 어떻게 써먹을까 고심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잠시동안 노트북을 쳐다보며 생각을 하던 강주혁이 메모장을 다시 열었다. 혹시 몰라 메모해둘 건 해두자는 생각에서였다.
메모장을 키자, 메모장에 커서가 깜빡인다. 강주혁은 그 커서를 보며 보이스피싱에서 들렸던 정보를 다시금 떠올렸다.
[ 탁월한 선택! 강주혁 님이 선택한 키워드는 ‘점심 2시 01분’입니다! ] [ ‘점심 2시 01분’! 국민 MC 유지석. 지금껏 1인 소속사를 유지해오던 유지석의 이적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데요? 그 화제의 소속사는 바로 FNF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빠르게 퍼지는 기사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유지석의 FNF 엔터테인먼트 행은 거의 확실히 되는 분위기였으나! BUT! 월요일 ‘점심 2시 01분’ 유지석 측에서 발표한 공식 입장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FNF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빅엔터테인먼트로 이적을 발표합니다! ]유지석이 둥지를 틀 소속사는 FNF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빅엔터테인먼트란다.
어쨌든 핵심은 거의 모든 사람이 FNF 엔터테인먼트로 확신하고 있다.
유지석이 둥지를 틀 곳이 FNF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빅엔터테인먼트 라는 건.
오직 강주혁만 알고 있는 사실.
“ 막판에 엎어졌나? ”
강주혁의 말대로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 엎어지는 게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다.
보통 유지석 같은 탑스타 중에서도 초일류 탑 스타는 현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약 3달 전부터 타 소속사에서 컨택이 붙는다.
초기 수많은 컨택에서 계약 조건이나 계약금, 따라붙는 선물, 즉 이적 시 받는 서비스 등으로 소속사를 10개 이내로 추려내고, 미팅을 거듭하며 다시 5개 이내로 추려낸다.
그리고 또다시 미팅에 미팅을 거듭하며 계약 조건을 수정한다. 사실 이 과정들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함’으로 포장하지만, 그냥 몸값 올리기 신경전이다.
그쯤 되면, 소속사의 싹수가 보인다. 아, 얘네는 나를 감당하겠구나. 아니면 못하겠구나. 딱 답이 나오고, 최종 몸값과 조건들을 감당해낼 소속사를 선택한다.
물론, 인맥이나 어떤 특수한 상황에 따라 소속사를 이적하기도 하지만, 저 순서가 보통이다.
보통에 순서대로 저 정도 단계까지 이르렀으면 선택받은 소속사는 보도자료를 열심히 찍어서 세상으로 퍼 나른다. 유지석이 우리 소속사로 이적합니다! 같은.
지금 유지석과 FNF 엔터테인먼트도 어느 정도 합의하에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을 거다. 그런데.
“ 빅엔터테인먼트로 간단 말이지? ”
유지석이 보이스피싱에 미래 예지대로 빅엔터테인먼트로 간다면 유지석과 FNF 엔터테인먼트가 막판에 어떤 문제로 인해 계약이 어그러져 엎어졌다고 볼 수 있다.
빈번하진 않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아니면 유지석 쪽에서 FNF 엔터테인먼트와 빅엔터테인먼트를 막판까지 줄다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강주혁은 일단 메모장에 유지석에 대한 일을 적어놓고서, 침대에 몸을 던진다. 어차피 오늘은 일요일이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일요일 점심 1시.
강주혁이 눈 뜬 시간은 아침 10시 정도. 하지만 어제 3시간 동안 걸었던 여파가 남았는지 쉽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강주혁은 침대에 눈뜬 시체처럼 골골거리고 있다.
“ 윽! ”
살짝만 몸을 틀어도 허리며 다리며 바늘로 쿡쿡 쑤셔 넣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강주혁이 원해서 한 운동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5년 만에 한 운동이다. 몸뚱이가 안 놀라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 그그극! ”
그럼에도 강주혁은 통증을 참아가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확인해 볼 게 많았다. 일단, 노트북을 켜고 보이스피싱을 전달하는 핸드폰을 한번 켜본다.
부재중이 찍힌 건 없다.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핸드폰을 쳐다보던 강주혁은 켜진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긴다. 유지석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심도 있게 확인할 생각에 인터넷을 켠다.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는.
1. 유지석
2. 유지석 FNF
3. 유지석 소속사
4. FNF 엔터테인먼트
유지석이 차지하고 있었고, 저 순위에서 조금씩 순서만 바뀔 뿐이다.
강주혁은 커서가 깜빡이는 검색창에 유지석을 치고 검색을 때렸다. 나타나는 결과들은 새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단, 강주혁은 ‘기사 더 보기’를 클릭해서, 페이지를 일주일 정도 뒤로 가본다.
『‘대어’ 유지석, 홀로서기 끝낸다, FNF 합류?』
『유지석 측 “유지석, 최근 소속사 필요성 절감, 그래서 FNF로.』
페이지를 일주일 전으로 클릭했는데도, 유지석의 이적 기사들이 쏟아졌다. 화제만 크게 안 됐을 뿐,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는 소리.
“ 신인배우 사망 사건도 있었고. ”
초기 보이스피싱이 예견했던 신인배우 차은수의 사망. 아마 유지석의 이적 소식은 차은수의 사망으로 인해 좀 묻혀있다가, 지금에서야 수면 위로 나온 듯 보였다.
결과적으로 이미 유지석이 FNF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퍼지가 된 지 꽤 됐다는 소리.
강주혁은 검지로 마우스를 툭툭 치다, 검색창에 적혀져 있는 유지석을 지우고 FNF 엔터테인먼트를 쳤다. 곧장 FNF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기업정보가 검색된다.
-FNF 엔터테인먼트 24,465(-)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유지석의 기사가 터지고부터 FNF 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가파르게 급등했을 거다.
아마 월요일인 내일 오전 엄청난 속도로 주식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강주혁은 스크롤을 주룩 내려서, FNF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에 관한 기사도 찾아본다.
『’유지석 영입’ FNF 주가, 수직 상승』
『’FNF엔터, 유지석과 전속계약 소식에 시총 758억 급증 ‘돈벼락’ 』
이미 FNF 엔터테인먼트는 돈 파티를 하는 모양이다. 강주혁은 기사의 댓글들도 읽는다.
-설연이 때문에 돈 좀 만지나 했더니, 덜된 밥에 유지석 뿌려서 돈을 쓸어 담겠구나!
-지금 팔면 개호구.
-근데 이적 확정 아님.
-ㄴㄴ 99.5% 확정임.
-현재 +16% 내일이면 더 오를 예정.
-지금 사도 늦음. 빨리 사라.
-뭐가 됐든 지금 사두면 최소 한강은 안 감.
-10연상 가즈아!
-선동 적당히 해라.
댓글들도 이미 김칫국 거하게 한 사발 말아먹는 중이었다. 물론 부정적인 댓글도 많다.
-한강 가고 싶어 안달 난 듯.
-10연상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지들 조금이라도 더 살라고, 이중성 오졌쥬?
-물타기 오지네.
-선동 ㄴㄴ
강주혁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 개판이네. ”
말을 끝내면서 강주혁은 검색창에 적혀있는 FNF 엔터테인먼트를 지우고 보이스피싱이 알려준 진짜 유지석의 둥지 빅엔터테인먼트를 치고 검색을 때린다.
-빅엔터테인먼트 3,410(-)
FNF 엔터테인먼트에 비하면 빅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똥이었다. 거기에다 빅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이렇다 할 기사도 없었다.
대충 봐도 빅엔터테인먼트에 주가는 하향곡선.
“ 근데 왜 여길 가지? ”
강주혁은 빅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는 유지석이 이해가 안 갔다. 이해는 안 갔지만 그건 그거고.
“ 할 건 해야지 ”
말을 마친 강주혁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할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국이 유지석의 이적을 FNF 엔터테인먼트로 알고 있는 상황에 강주혁만이 유지석은 빅엔터테인먼트로 갈 것을 알고 있다.
FNF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급등하는 상황이고, 빅엔터테인먼트는 똥값이다. 그러니까.
“ 똥값에 사서 금값에 팔면 된단 말이지? ”
어떤 내막이 있는지, 지금 당장은 모르지만. 어쨌든 유지석은 빅엔터테인먼트로 간다. 그 자체만으로 빅엔터테인먼트에 주가는 오를 거다.
거기에 빅엔터테인먼트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다. 분명 연타로 무언가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을 거다. 유지석을 잡았는데, 그걸로 만족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없는 회사지.
분명 빅엔터테인먼트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정글 같은 연예계에 몸담았던 강주혁의 어떤 감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검색하던 강주혁은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인터넷 창을 끈다. 이어서 강주혁은 주식에 대한 기본지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7시.
강주혁은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할 일을 적은 수첩과 지갑, 핸드폰을 챙겼다. 그리고 수첩을 주머니에 넣기 전 적힌 내용과 이동 루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유지석의 공식발표는 오늘 점심 2시쯤. 시간이 빡빡하다. 적어도 집에 1시 전에는 떨어져야 어제 강주혁이 짜둔 계획에 차질이 없었다.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 쓴 강주혁은 머릿속으로 오늘의 루트를 정리한다.
‘ 로또 지급 은행, 토토 지급 은행, 재발급할 것들······ ’
결과적으로 빠르게 당첨금을 회수 후, 집으로 빠르게 돌아와야 했다. 어느 정도 나갈 채비를 마친 강주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7시 40분.
좀 이른 시간임에도 강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롱패딩을 걸치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볼일을 모두 마친 뒤, 시간은 오전 11시 40분.
강주혁의 재발급받은 통장에 박힌 총 당첨금.
-94,012,782
1억 원이 좀 안 되는 돈이었다.
강주혁은 오랜만에 자신 통장에 박힌 억에 가까운 돈을 보고 살짝 찡했다. 활동할 때야 몇억이든 몇십억이든 큰 감흥이 없었는데, 퇴물로 5년 동안 방에 처박혀 살다가 억 단위 돈을 보니 기쁨이 배로 느껴진다.
“ 택시! ”
강주혁은 기쁨을 뒤로하고, 택시를 잡는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서 두 번째 기쁨을 만끽해야 한다.
택시는 약 10분 정도 만에 집 앞에 도착했다. 강주혁은 오늘 재발급받은 카드를 내밀어, 택시비를 지급하고는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한 강주혁은 입고 있던 패딩을 벗는 것도 잊은 채 노트북을 집었다. 얼마간에 부팅시간이 지나고, 곧장 인터넷을 접속해 검색사이트를 띄운다. 그리고 검색창에 글자를 치기 시작했다.
-FNF 엔터테인먼트
FNF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FNF 엔터테인먼트 29,625(+21.09%)
주가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빠른 속도로 숫자가 바뀌고, 퍼센트가 바뀌어댄다. 어쨌든 어제보다 엄청나게 올랐다. 유지석의 공식 발표전까지 상한가를 칠 거 같은 분위기.
FNF 엔터테인먼트에 주가를 확인한 강주혁은 곧바로 빅엔터테인먼트에 주가도 확인했다.
-빅엔터테인먼트 3,370(-1.00%)
빅엔터테인먼트는 어제보다 약간 떨어진 상황. 강주혁에게는 당연히 빅엔터의 주가가 내려갈수록 좋은 상황이었다.
모든 주가를 확인한 강주혁은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가진 돈을 모두 증권통장에 옮기기 위해서였다. 비상금 몇백 할 거 없이 모조리 증권통장으로 돈을 옮긴 강주혁은.
“ 후- ”
짧은 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어제 공부한 HTS(컴퓨터로 주식을 거래하는 프로그램)를 실행시켰다.
예행연습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이제부터는 실전이었다.
잠시 로딩 시간과 자질구레한 절차를 마치고 나서야 HTS 프로그램이 켜진다. 강주혁은 곧장 빅엔터테인먼트를 검색했다.
그리고 빅엔터테인먼트에 관한 결과가 화면에 뜨자마자, 강주혁은 클릭을 시작한다. 빅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그는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을 작정이었다.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