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86
무슨 심사를 말하는 걸까? 주혁은 핸드폰을 귀에다 대고 생각에 빠졌다.
“ 예전에는 어땠더라. ”
초기 무료 서비스일 때를 떠올려보는 강주혁.
“ 그때······버스사고를 막고 나서 곧장 유료서비스팀인가 뭔가에 전화가 왔었지 분명. 근데 심사 같은 걸 받았었나? ”
아니었다. 아무리 떠올려봐도 심사 따위를 받은 기억은 없었다. 그저 유료서비스팀에서 전화가 왔고 이어서 천만 원을 준비해서 어디론가 오라고만 했었다.
뭘까? 주혁은 흐릿한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내 봤다. 꽤 시간이 걸렸지만, 순간 한가지 멘트가 떠올랐다.
[ 강주혁 님의 유료 서비스 전환 조건이 방금 충족되었습니다. 곧 유료 서비스 팀에서 연락드릴 예정이니 기다려 주세요!]“ 맞아. 그때는 전환 조건이었어. 그리고. ”
멘트가 떠오르자, 흐릿한 예전 기억이 점점 선명해졌다.
[‘브론즈’단계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일종의 연습, 튜토리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연습단계라고도 했었지? ”
단계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순 없지만, 어쨌거나 튜토리얼인 브론즈단계가 끝났으니 이제는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건가? 정도의 결론이 나왔다.
“ 뭐, 일단 받아봐야겠지. ”
대충 생각을 정리한 주혁이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는 핸드폰에 1번을 터치했다.
-띠익.
익숙한 터치음이 들렸고.
[ ‘심사’신청에 감사드립니다. 가장 먼저 소량의 ‘심사’비용을 받겠습니다. ] [ 민국은행 계좌번호 070-1004-1009 ] [ 금 100,000,000 입금을 부탁드립니다. ]-뚝!
계좌번호와 심사비용을 알려준 뒤 전화가 난데없이 끊어졌다.
“ ······ ”
주혁은 말없이 끊어진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순간에도 틀어놓은 TV에서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 찰랑거리는 머릿결! 당신의 소중한······ ”
그런 광고 소리를 들으며 주혁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 심사비용만 1억? 이게 소량이냐? ”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 분명 브론즈 단계로 넘어갈 때는 천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사비용만 1억. 분명 심사가 끝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도 돈을 받을 텐데 심사비용만 1억이면 신청비용은 얼마가 들어갈지 상상이 안 갔다.
-스윽.
그 와중에 시간을 확인하는 주혁이었고 28주, 궁궐의 첫 방송 시간까지는 약 25분이 남은 상황.
“ 아, 몰라. 일단 신청해. ”
-톡톡톡.
짧게 읊조린 주혁이 폰뱅킹으로 빠르게 송금 단계를 거치기 시작했고, 어느새 강주혁의 계좌에서 1억이라는 돈이 사라졌다.
“ ······ ”
이체 후,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10초, 1분, 2분. 그리고 정확하게 5분이 흐른 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다시 전화가 울렸고.
*070-1004-1009
보이스피싱이었다.
[ ‘심사’비용을 확인했습니다. 신청에 감사드리면서, 실버 단계의 주인에 적합한지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실버단계? 질문? ”
주혁이 혼잣말을 뱉었지만, 아랑곳없이 보이스피싱은 첫 번째 질문을 뱉었다.
“ ······바뀌었지. 엄청나게. ”
반지하 월세방에서 폐인처럼 살던 강주혁은 보이스피싱을 받고 현재 어엿한 사장. 인생이 바뀐 것은 분명했다. 주혁은 고민 없이 1번을 눌렀다.
-띠익.
그러자 2번째 질문이 흘러나왔다.
[브론즈단계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일종의 튜토리얼입니다. 이 단계의 주인이신 강주혁님은 브론즈단계에 충분히 적응하셨습니까? 적응하셨으면 1번. 아직 적응하지 못하셨. ]주혁은 질문을 다 듣지도 않고 1번을 눌렀다. 적응은 애진작에 끝났기 때문이었다.
-띠익.
[ 마지막 질문입니다. 강주혁님은 다음 단계의 주인이 되실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됩니다. 브론즈단계가 끝난 시점인 현재로서 인생역전을 하셨습니까? 하셨다면 1번, 부족하다면 2번을. ]이번에도 주혁은 고민 없이 2번을 눌렀다.
“ 부족하지. ”
-띠익.
터치음이 끝나고,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그런 침묵이 약 5초.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고, 핸드폰에서 다시금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심사 질문이 모두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심사비용은 환불되지 않으며 심사결과가 나오면 유료 서비스팀에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가만히 끊긴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주혁이 읊조렸다.
“ 언제 전화를 준다는 거지. ”
어쨌거나 기다리는 수밖엔 없었다. 그 순간 광고가 모두 끝난 TV에서 방송 시작 멘트가 흘러나왔다.
“ 여러분의 방송! WTVM! ”
28주, 궁궐의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비슷한 시각, WTVM 방송국.
방송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주조정실에 사람이 북적였다.
당연히 최근 드라마국에서 새된 박송호 PD가 약간 비열한 미소를 띤 채 구석에 앉아있었고, 기본적으로 항시 직원이 상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타 PD들과 CP 그리고 부장급 간부들까지.
그중에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부장급 간부가 주조정실 직원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 며, 몇 분 남았지? ”
“ 3분이요! ”
“ 어후, 3분이 3시간 같네. ”
가슴을 쓸어내리는 부장급 간부에게 젊은 PD가 물었다.
“ 28주, 궁궐. 얼마나 나올 거 같으세요? ”
“ 야야. 얼마나 나올 거 같은 게 아니라, 무조건 입에 풀칠할 정도는 나와야 해! 지금 분위기가 그렇다니까. 여론이고 방송국 내부적인 입장이고, 이거 시청률 안 나오면 피바람 분다. ”
부장급 간부는 시원하게 벗겨진 두피를 양손으로 감쌌다. 하지만 구경꾼인 젊은 PD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표정으로 주조정실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 주조정실에 몰려든 사람들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쭈욱 비켜섰다.
“ 구, 국장님! ”
28주, 궁궐의 총괄CP가 무표정인 국장에게 후다닥 달려왔고, 국장은 주조정실 직원에게 곧장 물었다.
“ 몇 분 남았어? ”
“ 이제 1분. 아니 광고 세 개 나가면 바롭니다! ”
“ 후- 이건 돼야 돼. 무조건. ”
직원들이 몰려있어 티는 못 냈지만, 국장은 나름대로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첫 방송 3일 전에 터진 논란. 하지만 멈출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이미 1화, 2화는 85분 편성을 받아둔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 무조건 타 케이블보다 늦게 끝나야 돼. ’
타 케이블 방송사인 TVL, HTVC은 이미 28주, 궁궐보다 1~2주 먼저 시작한 상태였고, 얼추 성적도 나오고 있었다.
즉, 이미 어느 정도 시청자를 뺏겼다는 것을 뜻했다.
후발주자인 28주, 궁궐이었고 국장은 어떻게든 다른 방송국 드라마보다 1분이라도 늦게 끝내서 시청자를 조금이라도 확보할 셈이었다.
‘ 덕분에 다른 국장들한테 굽신거렸지만, 그게 대수냐? 시청률만 나오면 상관없다. 3 아니 5%는 나와야. ’
그때 주조정실 직원이 외쳤다.
“ 10초 전! 9! 8! 7! 6! ”
긴장감이 팽배해진 주조정실은 카운트가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변했다.
“ 아오 씨! 난 못 보겠다! ”
머리가 벗겨진 부장급 간부는 눈을 가렸고.
“ ······ ”
구석에 앉아있던 박송호 PD는 음침한 눈으로 모니터를 노려봤다.
“ 5! 4! 3! ”
이제 남은 2초. 국장이 살짝 어지러웠는지 주머니에 쑤셔 넣어놓았던 손을 빼내어 옆에 있는 의자를 짚었다.
“ 2! 1! 갑니다! ”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첫 방송이 주조정실 모니터에 비쳤다. 초반 5분. 적막하던 주조정실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부장급 간부였다.
“ 지, 지금 오프닝 시청률 몇프로야! ”
“ 부, 부장님 이거······ ”
하지만 주조정실 직원이 확인한 시청률을 쉽사리 말하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 에이 씨! 비켜봐! ”
답답했는지 부장이 대뜸 달려들었고, 곧장 시청률을 확인한 부장이 삐걱거리며 국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에 따라 국장이 천천히 물었다.
“ 얼마나 나왔어. ”
“ 구, 국장님이 직접 보시는 게. ”
부장의 대답에 국장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혀를 차며 가까이 다가갔다. 이어서 시청률을 확인한 국장의 눈알이 커졌다.
“ 이, 이게! ”
“ 어어어. 국장님! ”
직원들이 빠른 몸짓으로 국장을 부축했다. 시청률을 확인한 국장이 순간 쓰러질 뻔했기에.
20분 뒤, 디쓰패치 본사 휴게실.
기자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휴게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박기자가 들어왔다. 그러자 모여있던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 니가 휴게실에는 웬일이냐? ”
“ 하하. 야 너 몰랐냐? 박기자 드라마 확인해야 해. 편집장이랑 딜 친 거 있어서. ”
“ ······ ”
하지만 박기자는 대답 없이 휴게실 정면 크게 붙어있는 TV를 틀고, 곧장 채널을 WTVM로 돌렸다. 채널에는 이미 드라마가 방송 중이었다.
드라마를 확인한 박기자가 가까이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들어와 드라마를 보는 박기자가 신기했는지 동료 기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 캬- 헤나 저거 미모 물올랐네? ”
“ 야야. 침 닦아 임마. 범죄야 그거. ”
“ 침만 흘려도 범죄냐! ”
“ 어. 범죄야. 니가하면 전부 범죄야. ”
하나둘 농담이 쌓이는 와중에도 박기자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TV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10분.
드라마에서 신인으로 보이는 배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동료 기자들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어? 저 아줌마 연기 죽이네. ”
“ 그러니까.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색하게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서울말을 쓰네? 저거 일부로 한 건가? ”
“ 대본상 설정이 그랬겠지. 어? 쟤 어디서 봤는데? 아! 야 쟤 걔잖아 패대기 해창광고! 이야- 작정하고 꾸미니까, 오지네 그냥. ”
“ 이야. 저 친구는 키도 크네~ 비주얼도 좋고, 요즘 어린 친구들 발육이 끝내줘 아주. 연기도 담담하니 곧잘 하네. ”
그런데 말없이 그저 드라마를 보던 기자 한 명이 솔직한 감상을 늘어놨다.
“ 야. 니들 눈엔 쟤들 연기가 곧잘 하는 수준으로 보이냐? 나는 좀 놀라운데. ”
처음은 장난스러운 농담이 오갔는데, 기자 한 명의 선포에 나머지 기자들이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고, 한 명씩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 ······그러네? 신인들 맞아? 연기에 구멍이 없는데. ”
“ 오디션 논란 어쩌고 하더니. 이거 완전히 10년 차 연극배우들 가져다 놨네? 와. ”
“ 야야. 박기자야. 너 한시름 놔도 되겠는데? 강주혁 인터뷰건 편집장이랑 딜 친 거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야. ”
동료 기자가 박기자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장난쳤지만, 박기자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다.
그렇게 말없이 TV를 보던 박기자가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슬며시 혼잣말을 뱉었다.
“ 강주혁 이 새끼. 하여간 보는 눈 하나는. ”
40분 뒤, 대형 국밥집.
28주, 궁궐의 촬영팀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덕분에 총 100석이 넘는 국밥집을 통으로 빌려야 했다.
“ 야! 박군아! 아직 주조정실 통화 안 돼?! ”
“ 예예~ 안됩니다! ”
“ 아이 씨! 뭐하고 자빠진 거야! ”
답답함에 성질부린 조명감독이 조연출에게 짜증 내는 소리와 함께 스텝들은 여기저기서 내기판이 벌어졌다.
“ 나는 3% 만원! ”
“ 야야. 엄청 쪼잔하네. 기분이다. 5% 5만 원! 오땡으로 간다! ”
“ 6% 10만 원! ”
“ 오오오- 촬영 감~독뉨~ ”
그들이 내기하는 와중에도 국밥집 벽면에 붙은 TV에는 28주, 궁궐의 드라마가 한창 나오고 있었고.
“ ······ ”
김태우 PD는 말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의 테이블에는 주연인 김건욱과 헤나, 강하영, 김재욱, 말숙을 포함해서 배우들이 앉아서 역시 TV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때 헤나가 칙칙한 테이블 분위기를 바꿀 겸 했는지, 김태우 PD에게 물었다.
“ 감독님! 저희도 내기하실래요? ”
“ ······내기요? ”
“ 네네! 스텝들 내기에 끼긴 좀 뭐하고. 우리끼리라고 해요! 걱정만 하고 있으면 뭐해요. 이런 거라도 해서 기분을. ”
하지만 김태우 PD는 헤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말을 잘랐다.
“ 걱정 안 해요. ”
“ 어? 안 하세요? 진짜? ”
“ 네. 안 합니다. ”
김태우 PD가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헤나의 눈을 쳐다봤다. 정말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렇게 헤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김태우 PD의 시선은 다시금 TV로 향했고, 그러면서 입을 열었다.
“ 희한하게 그 웃음을 보면 걱정이 사라져. ”
“ 웃음이요? 무슨. ”
“ ······ ”
헤나가 물어왔지만, 김태우 PD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남자를 떠올렸다. 초기 투자 문제로 허덕일 때 갑자기 나타나 명함을 건네던, 주연배우로 편성이 날아갈 위기에서 어마어마한 배우 두 명을 느닷없이 데려온 남자.
그리고 며칠 전 논란이 터졌을 때,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역이용하던 남자.
김태우 PD는 미소짓는 강주혁을 떠올렸다.
같은 시각, 해창전자 사장실.
김재황 사장이 말없이 소파에 손 걸이에 걸터앉아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그가 TV에서 하는 드라마를 이렇게 작정하고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러다 TV에서 낯익은 어린 남자 배우 한 명이 무사 분장을 하고 나타났다. 순간 김재황 사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 ······ ”
비록 어린 남자 배우의 등장은 짧았지만, 굵었다. 약 5분 정도. 하지만 드라마 흐름과 극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고, 연기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임팩트가 끝내줬다.
“ 저래야 내 아들이지. ”
자신의 아들이 TV에 나온 것을 쭈욱 지켜보던 김재황 사장은 무심하게 속주머니에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후우- ”
-툭툭.
여전히 소파에 걸터앉아 한 손은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로 그는 탁자에 올려진 재떨이에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 여전히 말은 없었지만.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계획들이 오가고 있었다.
드라마가 끝나기 10분 전, 정작가의 작업실.
넓은 작업실에 정작가와 보조작가가 주방 식탁에 붙어 앉아 하늘에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오늘 하루 글쓰기를 포기하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정작가였지만.
“ 미, 민지야. 그래도 3%는 나와주겠지?! ”
“ 작가님! 우리 그런 거 바라지 않기로 했잖아요! 진짜 시청률 표 방송국에서 받은 다음에 생각하자면서요! ”
“ 흐허헝. 안돼. 그게 안 돼. 궁금해. 드라마 작가들은 매 작품 이럴까? 이런다면 난 작가를 포기할래! ”
“ 작가님. 멘탈 잡아요. 아직 1부 나갔어! ”
식탁에 얼굴을 파묻고 널브러진 정작가를 보조작가가 안아주며 위로했다. 그렇게 서로 으쌰으쌰를 해주던 작업실에 작은 소음이 들였다.
-찌직찌직
책상 위에 올려진 팩스에서 종이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정작가와 보조작가가 눈을 마주쳤다.
“ 와, 왔어. 민지야. 어떻게. 나 못 보겠어. ”
“ ······침착해요. 제가 먼저 볼게요. ”
보조작가가 천천히 식탁에서 일어나, 팩스에 걸려있는 종이를 집었고.
“ ······ ”
말없이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1분 정도가 흘렀고, 확인을 끝낸 보조작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TVL 고독, 달콤한 여자 3.5% ”
“ 헐! 엄청 높게 나왔어! ”
“ HTVC 당신을 가지고 싶어 2.5 % ”
“ 우리는! 우리 거는! ”
“ WTVM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헐······ ”
“ 왜?! ”
-덜컹!
깜짝 놀란 정작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보조작가가 들고 있는 종이를 단숨에 뺐었고.
“ 마, 말도 안 돼. ”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 밖에도 수많은 관계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평가했다. 같은 시기에 웹드라마 청순한 멜로의 촬영장에 있던 강하진과 그녀를 챙기는 추민재 팀장부터 시작해서.
무비트리의 송사장과 그의 직원들 그리고 간만에 편집실을 나온 최명훈 감독.
보이스프로덕션 광주 사옥 휴게실에서는 황실장과 박과장 그리고 최철수, 류성원 감독들 등등.
최근 강주혁의 손을 거쳐 간 모든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서 드라마를 감상했다.
그리고 대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디 한번 보자’부터 시작해서, 궁금해서, 팬이라서, 기대감에, 최근 핫해서 등등 각자 수많은 이유가 바탕이 돼서, 28주, 궁궐을 시청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 강주혁의 오피스텔.
어느새 강주혁이 켜둔 TV에서는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콰직!
그러던 차에 주혁은 다 마신 맥주캔을 한 손으로 구겨서, 앉아있던 탁자에 올려놨고.
“ 김태우 PD라······ 무조건 같이 가야 되겠네. ”
28주, 궁궐에 피어난 꽃 1부의 감상을 특이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핸드폰이 울렸다.
-김앤미디어 제작실장.
발신자는 제작실장이었다. 발신자를 보자마자, 주혁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 네. 나왔습니까? ”
“ ······사, 사장님!! ”
“ 말씀하세요. 시청률. 나왔습니까? ”
광분한 제작실장이었고, 그녀가 외쳤다.
“ 1화 마감 시청률! 11.8%! 미쳤어요!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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