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89
월요일 아침부터 강주혁은 강하진과 추민재팀장을 대동하고 척살의 음향을 맡은 음향제작사 사운드팩토리를 찾았다.
마지막으로 음향이 입혀진 척살의 스텝 시사회가 준비되었기 때문이었다.
-끼익.
주혁이 작업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송사장이 가장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 어- 강사장님. 오셨어? ”
“ 네. 형. ”
“ 하진씨, 추팀장도 오랜만이네. ”
“ 안녕하세요. ”
“ 예. 송사장님. 잘 지내셨죠? ”
음향을 맡은 음향제작사 사운드팩토리의 작업실 안은 꽤 넓었다. 대충 20평은 넘어 보였고, 정면으로 걸려있는 큰 모니터가 몇 개, 수많은 버튼들이 즐비한 모습.
그 중앙에 음향감독으로 보이는 남자와 그 옆으로 최명훈 감독, VIP픽쳐스 최혁 팀장과 사업부장, 무비트리 직원들, 몇몇 처음 보는 남자들.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하정훈과 강주혁을 밝은 표정으로 반기는 류진주, 그들의 매니저들까지. 대충 봐도 20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이 있었고, 확실히 상업영화의 스텝 시사회는 독립영화인 내 어머니 박점례와는 모이는 숫자가 달랐다.
강주혁이 작업실로 들어서자, 모여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그에게 축하 메시지와 함께 악수를 청했다.
“ 이야. 사장님. 박점례. 160만이 눈앞이던데요? 하하. 축하드립니다. 아주 초대박이야. 척살도 대박이 터져야 하는데. ”
“ 감사합니다. 부장님. 잘 될 겁니다. ”
“ 독립파트 쪽 지금 성과급 돌린다고 난리던데, 얼마나 부럽던지. ”
“ 하하. 팀장님. 척살로 잘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
그러자 갑자기 VIP픽쳐스 최혁 팀장이 강주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 사장님. 이 바닥 해봤자 뻔한데. 벌써 28주, 궁궐부터 박점례까지. 제발 그 신의 감각 좀 나눠주세요. ”
“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
최혁 팀장은 그로부터 1분여간 강주혁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후, 주혁은 몇몇 안면 있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기다리고 있는 최명훈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 ······사장님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감사드립니다. ”
강주혁의 손을 맞잡은 최명훈 감독은 강주혁이 처음 자신을 찾아와, 영화를 찍자고 제안하는 장면부터 하나하나 떠올랐는지, 순간 울컥했다.
“ 정말······이런 날이 오네요. ”
“ 잘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 하하. 이상한 말이지만,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왠지 모르게 진짜 그렇게 될까 싶어 힘이 됩니다. ”
-스윽.
얼추 최명훈 감독과 인사를 끝낸 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최명훈 감독 뒤쪽에 샐쭉하게 서 있는 류진주와 하정훈.
척살의 주연 배우들.
주혁은 먼저 류진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 오랜만이지? 차기작 준비하고 있냐? ”
“ 선배님. 28주, 궁궐. 초반 셋팅 힘들 때 저한테 대본 주셨으면 했을 거예요. ”
“ 누가 힘들었데? ”
“ 그래도······ ”
못내 아쉬웠는지 류진주가 빨간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 모습에 주혁이 피식 웃었다.
“ 배역이 너랑 마스크가 안 맞아서 대본이 안 간 거지, 니가 별로라서 안 간 건 아니다. 그리고 너 너무 비싸. ”
“ 치. ”
“ 근데 또 너만 한 여배우가 어딨냐? 시나리오나 대본 괜찮고, 마스크 너랑 맞으면 당연히 너한테도 보낸다. ”
순간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류진주는 웃는 표정으로 주혁을 지나쳐 강하진에게 달려들었다.
“ 하진아! 어휴 그새 예뻐진 것 봐?”
“ 서, 선배님! ”
“ 언니라고 부르라니까! ”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강주혁이 여전히 앉아있는 하정훈을 내려봤다. 하정훈도 그저 강주혁을 올려봤다.
말은 없었다. 그렇게 흐른 시간이 몇 초.
강주혁이 슬그머니 허리를 굽혀 하정훈에 귓가에 작게 읊조렸다.
“ 고기집에서 내기 한 거 안 까먹었지? ”
“ 내가 미쳤냐? 그걸 까먹게. 900만이다? 899만도 안 되는 거 알지? ”
“ 아무거나 무조건 나오는 거다? 하다못해 신인 감독 독립영화라도. ”
“ 콜. 내 출연료나 준비해놔. ”
그때 중앙에 앉아있던 음향감독이 말을 꺼냈다.
“ 메인 투자자님 오셨으니까, 시작하겠습니다. ”
“ 자, 강사장 앉아앉아. ”
-스윽.
그에 따라 주혁이 자리에 앉았고.
-탁탁.
작업실의 불이 소등됐다.
이어서 음향감독이 음향 기계를 조작했고, 곧이어 정면 커다란 모니터에 영화가 틀어졌다.
먼 시야에서 커다란 빌딩 숲이 나왔고, 빠르게 하정훈을 줌인. 그리고 그의 나레이션이 흘러나왔다.
“ 나는 회사에 다닌다. ”
정장을 빼입은 하정훈은 방금 산 담배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고.
“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
다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
“ 그저 회사에 다니고, 시키는 일을 한다. ”
화면은 다시금 블랙으로 처리, 하정훈의 목소리는 계속 흘러나왔고.
“ 나는 사람을 죽인다. ”
깔리는 BGM을 이어서 영화 타이틀이 박혔다.
‘ 척살 ’
영화가 시작됐다.
같은 시각, WTVM 국장실.
국장이 가만히 서서 책상에 놓인 얇은 파일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미 한차례 간부급 회의는 끝난 상태였다.
-똑똑.
그때 국장실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고.
-끼익.
“ 부르셨다고. ”
이어서 면도도 못 한 모습의 박송호 PD가 들어왔다.
“ 문 닫고 들어와. ”
“ 예? 아, 네. ”
-달칵.
생각지 못한 험악한 분위기에 박송호 PD가 살짝 긴장하며 문을 닫았고, 천천히 국장 앞으로 와 섰다.
그런 박송호 PD를 물끄러미 노려보던 국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후- 송호 너 지금 진행하는 작품. 천동이한테 넘겨. ”
화들짝 놀라는 박송호 PD.
“ 예?! 아니, 그게 무슨! 천동이 아직 입봉도 안 한 핏덩이한테 제가 기획한 걸 왜.”
하지만 국장은 박송호 PD의 말을 잘라먹었다.
“ 넘기라면 넘겨. 그리고. 오늘 안으로 사표 내. 바로 처리해줄 테니까. ”
“ 예?!! ”
놀라기를 넘어서 눈알이 터질 듯 커진 박송호 PD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
-팍!
발악하는 박송호 PD 얼굴에 국장이 책상 위에 있던 얇은 파일을 집어 던졌다.
“ 무슨 소리긴 이 개새끼야. 이걸 보고도 니가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보자. ”
“ ······? ”
느닷없이 자신의 얼굴에 던져져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파일을 집어 펼친 박송호 PD가 파일 안 정리 돼 있는 증거들을 보자마자, 얼굴이 노랗게 떴다.
“ 어어? 이, 이게 어떻게 여기······ ”
“ 하다하다 내 너 같은 새끼는 처음 봤다. 아무리 그래도 몇 년을 한솥밥 먹은 후배를 담궈?! 에레이 쓰레기 같은 새끼! ”
상황을 파악한 박송호 PD가 눈알을 빠르게 굴렸다.
“ 아, 아니. 국장님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
“ 시끄러워 이 새끼야! 이미 만장일치로 너 보내자고 나온 사안이니까, 자리 정리해. 그나마 태우가 네 생각해서, 사표 정도로 끝난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어후! 정신 빠진 새끼. 꺼져! 이 새끼야. ”
박송호 PD가 급기야 무릎까지 꿇었지만, 잠시 뒤 후배 PD들에게 질질 끌려나가야 했다.
다시 음향제작사 사운드팩토리.
스텝 시사로서 시작된 영화가 끝났다.
-짝짝짝짝!
그러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최감독! 고생했습니다! ”
“ 아~주 영화가 기가 막히게 빠졌어! 기대가 큽니다! ”
“ 이건 물건입니다. 분명 관객들도 알아봐 줄 겁니다! ”
“ 음향 감독님도 고생하셨어. ”
극찬 세례가 퍼부어졌고, 여전히 모니터를 응시하던 주혁은 말없이 다리를 꼬며 생각에 빠졌다.
‘ 최명훈 감독······. 아무리 김삼봉 밑에서 7년을 굴렀다지만, 이제 신인 감독인데. 그림을 이 정도로 뺄 줄이야. ’
그러다 주혁은 예전 거장 김삼봉 감독을 만나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명훈이. 감각이 있어서 그림은 아주 잘 뺄 거야. ’
사실이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정말 영화가 잘 빠졌고, 누가 보더라도 충분히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영화는 후반 편집이 전부라는 말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수준이었다.
“ ······ ”
“ ······ ”
“ ······ ”
한참 주혁이 혼자 생각에 빠져있다가, 순간 주변이 조용해짐을 느꼈다.
“ 아. ”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작업실에 모여있던 인원 모두가 강주혁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강주혁은 척살의 메인 투자자.
모두가 그의 반응을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분위기를 눈치챈 주혁이 피식 웃으면서 최명훈 감독에게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 최고였습니다. 정말로. ”
그러자 모여있던 사람들이 우당탕 소리쳤다.
“ 와하핫! ”
“ 최고랍니다! 감독님! ”
“ 최감독! 울어? 우는 거냐! ”
“ 야야 감독님 우신다. 누가 티슈 좀! ”
-스윽.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추민재 팀장에게 눈길을 보냈다.
강주혁의 눈빛을 알아챈 추민재 팀장이 최명훈 감독에게 서류봉투를 건넸고. 얼결에 서류봉투를 받은 최명훈 감독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따른 대답은 강주혁이 했다.
“ 감독님. 조건 잘 확인해보세요. 우리 같이 가야지. 저는 감독님이 우리 회사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 ······가, 감사합니다. ”
봉투에 든 것은 전속 계약서였고, 서류봉투를 받아든 최명훈 감독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 주혁이 싱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붙잡았고.
“ 충분히 검토해보시고 연락 주세요. 자,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팀장님. 개봉일 관련 확정 나오면 알려주시고. ”
“ 알겠습니다! ”
“ 송사장님. 저 갑니다. ”
“ 어어. 수고했어. 연락할게. ”
천천히 작업실을 나섰다.
사운드팩토리 주차장.
주차장에 도착한 주혁이 스마트키를 눌렀다.
-띠딕.
짧은 소음이 퍼졌다. 이어서 추민재 팀장과 강하진이 자연스레 주혁의 차에 올랐고, 주혁도 운전석에 타려는 순간.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 운전석 문을 열려던 주혁의 손은 방향을 틀어 속주머니로 향했고,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김태우 PD.
-사장님. 방금 송호 선배 처리했다고, 국장님이 전달해 달랍니다. 완벽하게 잘렸습니다.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알려 주십쇼.
내용을 확인한 주혁이 미소를 머금으며 차 문을 열었다.
도착한 광주 보이스프로덕션 사옥.
회사 앞에 도착한 주혁이 천천히 지하 주차장으로 핸들을 돌릴 때 희한한 풍경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에 따라 주혁은 갓길에 차를 살며시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 형. 형 눈에는 저게 뭐로 보여? ”
그러자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추민재 팀장이 강주혁의 얼굴을 쳐다봤다가, 그의 시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어서 풍경을 확인한 추민재 팀장의 눈도 살짝 커졌다. 당연히 뒷좌석에 있던 강하진도 놀란 눈치로 창문 밖을 쳐다보고 있다.
그때 추민재 팀장이 짧게 말을 뱉었다.
“ 뭐냐? 무슨 줄이 저렇게. ”
건물 1층 KR-마카롱 입구에서부터 인도를 따라 1자로 길게 사람들이 줄 서서 무언가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줄은 건물을 지나쳐 한참이나 이어져 있고 저 뒤쪽 횡단보도까지 닿을 정도였다. 대충 봐도 50명은 넘어 보이는 인파.
개중에는 줄 서 있는 상황을 핸드폰으로 찍는 사람도 보였고, 심지어 몇몇은 길쭉한 핸드폰 거치대를 들고서 연신 혼자 떠들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때 추민재 팀장이 창문을 살짝 내렸다. 그러자 줄 서 있는 사람 중 몇몇 목소리가 차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 드디어! 요즘 핫한 KR마카롱······와 근데 사람 몰린 것 보소. 어? 보여달라고? 아! 3000원 후원 감사······. ”
“ 하도 SNS에서 난리길래 직접 와봤습니다! 키야! 사람 겁나 많은 거 보임?!! ”
가만히 소리를 듣던 추민재 팀장이 입을 열었다.
“ 저거 인터넷 방송하는 그거 아닌가? 그 뭐더라. ”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머리를 벅벅 긁는 추민재 팀장의 물음은 강하진이 답해줬다.
“ 스트리머요. 요즘 한창 너튜버다 BJ다 핫하니까. ”
“ 아! 맞아! BJ! ”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주혁이 다시금 차를 몰면서 추민재 팀장에게 말을 툭 던졌다.
“ 형. 한번 알아봐봐. 무슨 일인지. ”
“ 어어. 나 그럼 여기서 내릴게. ”
-덜컥!
차에서 잽싸게 내리는 추민재 팀장이었다.
잠시 뒤, 사장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주혁은 커피 한잔을 내렸다.
-푸쉬쉬쉬.
커피가 쪼로록 내려오는 상황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여전히 서류 밭인 자신의 책상을 쳐다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 ······전부 태워버리고 싶다. ”
천하의 강주혁도 서류 더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취익!
그때 커피가 다 내려졌다는 신호가 터졌고, 주혁이 재빨리 커피를 빼낼 때, 사장실 문을 열고 추민재 팀장이 들어왔다.
“ 형도 커피? ”
“ 나도 주쇼! 커피 맛있겠누. ”
“ 뭐야. 말투 왜 그래. ”
“ 크크. 아니 1층에 BJ? 스트리머? 뭐가 됐든 걔네가 그런 말투로 겁나 시끄럽게 떠들더라. ”
피식한 주혁이 먼저 뽑은 커피를 추민재 팀장에게 내밀었고, 추가로 한잔을 더 뽑으면서 입을 열었다.
“ 그래서. 뭐야? 저 상황은? ”
“ 어어. 그 마카롱 가게 사장님들 바빠서 제대로 듣진 못했고 줄 서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지금 저 KR마카롱 자체가 SNS에서 꽤 시끄럽다는데? 이번에 새로 선물세튼가 뭔가 출시했다는데 그거 터진 모양이야. SNS에서 유행을 타니까 BJ나 뭐 그런 애들도 빨대 꼽는 그림이고. ”
“ 호? 그래서 지금 그거 사겠다고 사람들이 몰렸다? 온라인으로 사면 되지 않나? ”
“ 주문이 너무 밀려서 늦게 온다나 뭐라나. 여튼 서울권 경기도권은 뭐 한 시간이면 오니까. ”
“ 그렇단 말이지. ”
상황을 확인한 주혁이 품속 수첩에 적혀져 있는 KR-마카롱의 미래정보가 떠올랐다.
-취익!
때마침 추가로 내린 커피가 신호를 보냈고, 주혁이 자연스레 커피를 빼내려는 순간.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후릅.
여유롭게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으며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꺼낸 강주혁. 그런데.
“ ······! ”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하마터면 커피를 떨어트릴 뻔했다.
“ 엥? 사장님 왜 그래? ”
추민재 팀장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주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시늉을 던진 후, 다시금 발신자를 확인했다.
-김삼봉 감독님.
영화계의 거장.
거물 김삼봉 감독의 전화였다.
강주혁의 핸드폰에 저장은 돼 있지만, 주혁이 하면 했지 실제로 김삼봉 감독에게 전화가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 뭐지? 감독님이 왜. ’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일단 전화를 받는 강주혁.
“ 예. 감독님. 강주혁입니다. ”
“ 음. 통화 좀 할 수 있나? ”
“ 물론입니다. ”
짧게 헛기침을 한 김삼봉 감독이 말을 이었다.
“ 내 어머니 박점례. 자네가 투자제작을 했다지? ”
“ 예. 제가 했습니다. 아, 영화제 평가는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
“ 뭘. 그땐 자네가 한지도 몰랐어. 영화가 좋았어. 영화가. ”
웬일인지 김삼봉 감독치고는 말이 많았다.
“ 명훈이. 연락받았어. 이제 영화 거는 일만 남았다고. ”
“ 예. 방금 스텝 시사 하고 왔습니다. 영화가 아주 잘빠졌습니다. ”
“ 음. 그리고 드라마 축하하네. ”
“ 가······감사합니다. ”
이쯤 되니 주혁은 슬슬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거장 김삼봉 감독이 그간 강주혁이 손댄 작품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이 의외였다.
‘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
궁금증에 주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그래서. 축하해주시려고 전화해 주신 겁니까? ”
“ 뭐, 그렇지. 겸사겸사. 자네한테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연락이 없기에 못 참고 내 직접 전화했어.”
순간 눈이 커진 주혁이 되물었다.
“ 감독님 작품 시나리오 말입니까?! ”
“ 그렇지. ”
거장 김삼봉 감독의 시나리오라니?
본적 없었다.
잠시 머리가 멈췄던 주혁이 ‘아차!’ 하며 책상 위에 즐비하게 쌓여있는 시나리오 및 서류들에 눈길을 던졌다.
그때 김삼봉 감독이 본론을 꺼냈다.
“ 자네 배우 중에 강하영. 그 친구 스케쥴이 좀 어떤가? ”
끝
ⓒ 장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