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9
매수체결, 매수체결, 매수체결.
사람들은 오늘도 주가가 내려간 빅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고, 그 주식을 강주혁이 야금야금 주워서 사들이고 있었다.
얼마나 클릭을 진행했을까? 시간은 12시 20분을 향하고 있었고, 강주혁이 사들인 주식의 현황은.
-빅엔터테인먼트 20988주
-매수 3,370(-1.00%) 금액 70,729,560
이랬다. 주식에 손도 안 대본 강주혁의 눈에는 형체도 없는 숫자일 뿐이었다. 거기에 7천만 원을 쏟기 시작하니까 뭔가 마음속에 찜찜함을 느꼈다.
이성적으로는 찜찜했지만, 본능적으로 강주혁은 클릭을 반복한다. 매수체결, 매수체결, 매수체결. 이제 남은 돈은 천만 원 남짓.
그 천만 원을 모두 쏟아붓고 나서야 강주혁은 기지개를 켜면서 다시금 현황을 확인한다.
-빅엔터테인먼트 27227주
-매수 3,370(-1.00%) 금액 91,754,990
살면서 난생처음 해보는 주식. 한창 활동할 당시 강주혁은 매니저나 실장, 소속사 직원들 등등 알음알음 듣기나 해본 영역.
그런데 1억 가까이 부었다.
강주혁이기에 가능한 짓이었다. 꼭대기까지 올랐다 추락한 배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1억은 물론 큰돈이지만, 쓴다고 벌벌 떨 정도는 아니었다.
강주혁은 다시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은 12시 40분. 보이스피싱에서 들린 대로라면 2시 정도에 유지혁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다.
“ 그때까지 할 것도 없겠네. ”
1억에 가까운 돈을 순식간에 뿌렸지만, 강주혁은 담담하게 HTS 프로그램을 껐다. 사실이 그랬다. 유지석이 공식발표를 하기 전에는 주가가 변할 리 없으니까.
물론, 유지석의 공식 입장 발표전까지 FNF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미친 듯이 변할 거다. 어느 정도 선에 가면 미지근해지겠지만, 뒤늦게 소식을 듣고 주식을 사들이는 이도 등장할 테니 아직까진 뜨거운 열기가 이어지고 있을 테고.
반대로 강주혁이 1억 가까이 뿌려서 사들인 빅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은 큰 변화가 없을 거다. 주식이란게 그렇다. 이쪽에 호재가 터지면 이쪽, 저쪽에 호재가 터지면 저쪽. 입맛따라 주식이 표시하는 숫자들은 빠르게 변한다. 주식은 빠른 판단과 머리싸움이 동반된다.
하지만 지금 강주혁에게 주식이란 그저 똥값에 사고 금값에 판다. 그게 전부였다. 아주 간단했다.
한 시간 뒤.
시간은 1시 40분을 넘기고 있다. 그 사이 강주혁은 주식의 변화보다는 대중들의 변화에 관심을 가졌다.
유지석의 공식 입장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하니 검색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유지석의 이름이 오르기 시작했고, FNF 엔터테인먼트도 올랐다.
1. 유지석
2. 유지석 공식발표
3. FNF 엔터테인먼트 유지석
4. FNF 엔터테인먼트
1위부터 5위 정도까지의 순위를 독식하고 있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런데 FNF 엔터테인먼트 측이 조용하다.
어젠 분명 미친 듯이 기사를 뽑아냈는데, 지금은 갑자기 뚝 끊겼다.
“ 어그러졌네. ”
1시 43분. 지금쯤이면 계약이 어그러졌겠지.
유지석이 FNF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빅엔터테인먼트를 선택했고, 그에 따라 FNF 엔터테인먼트가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발표시간까지 6분. 이 정도 시간이면 이미 결과는 났을 테고, 유지석과 빅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서 사인도 끝났을 거다.
그때 강주혁은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 왜 어그러졌을까? ”
어제 쏟아진 기사들의 속도를 보면 FNF 엔터테인먼트와 유지석 측이 어느 정도 합의하에 기사를 내보냈을 텐데······. 사실 그 정도 단계면 계약해야 하는 게 맞다.
“ FNF가 유지석한테 무슨 잘못을 했나? ”
강주혁은 잠시간 생각을 하다가, 이내 생각을 집어치운다. 연예계는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곳이다. 누구보다 강주혁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곳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곳이고, 무엇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몇 분 뒤.
드디어 시간이 2시를 넘기고 있었다. 강주혁은 인터넷 창을 새로 고치기 시작한다. 공식발표를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기자 인터뷰를 하거나, 유지석 측 홍보팀에서 언론사로 소식을 토스하는 형식일 거다.
그럼 가장 먼저 기사가 뜨고, 점점 소식이 퍼져나가는 식이다. 얼마나 새로 고침을 눌렀을까.
약 10분 정도 지나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실시간 검색어.
1. 빅엔터테인먼트 유지석
2. 유지석 이적
3. FNF 엔터테인먼트
4. 빅엔터테인먼트
5 빅엔터 FNF
실시간 검색어에 빅엔터테인먼트가 걸리기 시작한다.
“ 떴다. ”
강주혁은 가장 먼저 빅엔터테인먼트를 클릭했다. 그러자 어제는 조용하던 빅엔터테인먼트에 관한 기사가 미친 듯이 쏟아진다.
『유지석, 빅엔터테인먼트 품으로···. ” 좋은 회사와 함께하게 돼 기뻐” 』
『유지석, 빅엔터테인먼트 전속계약 확정! 10년 만에 소속사 선택했다. 』
『FNF 엔터테인먼트 아닌 빅엔터테인먼트?』
『빅엔터 측 “유지석과 공감대 결정적 영향, 해외 활동도 지원”(공식 입장) 』
『FNF 엔터 아닌 빅엔터로 간 유지석, 누리꾼들 충격!』
『[특징주]’유느님’ 품은 빅엔터 주가 수직 상승』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지금 상황으로 보자면 안 봐도 빅엔터테인먼트는 잔칫집 분위기일 테고, FNF 엔터테인먼트는 초상집 분위기일 게 뻔하다.
그런데 빅엔터테인먼트에 희소식은 유지석의 영입이 끝이 아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타를 치기 시작했다.
1. 유지석 양세현
2. 유지석 이적
3. 양세현
4. 빅엔터테인먼트 양세현
5 빅엔터 FNF
기사를 주룩 읽다가 다시 검색사이트의 메인으로 돌아가니 실시간 검색어가 뒤바뀌어있었다.
“ 양세현? ”
요즘 예능계에서 잘나가는 개그맨. 강주혁이 활동할 때야 못 봤지만, 요즘 자주 나오는 듯싶었다. 강주혁은 이끌리듯 양세현을 클릭한다. 그러자.
『‘양세현’ 선배 따라 빅엔터로······』
『인기 예능 ‘매일 도전’의 인연! 양세현 유지석의 빅엔터에! 』
『예능계 떠오르는 블루칩 양세현, 빅엔터와 전속 계약.』
“ 이건 또 뭐야? ”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선배 따라 빅엔터로 간다는 양세현. 어제 들은 보이스피싱에는 이런 정보는 없었다.
뭐, 보이스피싱이 미래를 통으로 전부 알려주는 건 아니기에 이해는 가지만, 뭔가 일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강주혁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한동안 검색사이트의 메인을 지켜보던 강주혁은 빅엔터테인먼트의 증권 상황을 클릭했다. 클릭하자 토론실이란 곳이 눈에 띄었다. 토론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드디어! 나에게도 빛이!
-미쳤네.
-빅엔터 개미들아 쏴리질러!
-쩜상 ㅊㅊ
-부럽다.
-최소 2연상
-거품끼는 소리 여까지 들리넼ㅋㅋ
-설마 찌라시믿고 FNF 주식 줍줍한 흑우 없제?
이밖에도 수많은 글이 실시간으로 교체된다. 들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던졌다는 사람도 있고, 계속 들고 있다가 오늘 터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쯤 되니까 현재 빅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궁금해진 강주혁은 곧장 인터넷 창을 내리고, 다시 HTS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보유주식 현황을 체크한다.
-빅엔터테인먼트 27227주
-매수 3,370(-1.00%) 금액 91,754,990
-현재 4,230(+24.5%) 금액 115,170,210
-손익 23,415,220
“ 허······ ”
단 몇십 분 만에 돈 2000만 원이 불어있었다. 강주혁은 갑자기 불어난 돈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었을 거다.
근데 재미있는 건, 돈 옆에 붙어있는 퍼센트 숫자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는 거다. 주식 한 주를 살짝 빼서 담그면 누군가 재빠르게 채갈 것처럼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강주혁은 나름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고 지었는데 어색한 웃음이 표현된다.
그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은 어느새 2시 50분을 향하고 있었다. 강주혁은 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 이걸 언제 팔지? ’
주식을 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파는 타이밍이 문제였다. 지금 당장? 내일? 모래? 주식에 대해 박식한 꾼이라면 턱턱 바로 답이 나오겠지만, 강주혁은 사정이 다르다.
‘ 어쩐다······ ’
이 타이밍에 보이스피싱이 주식을 파는 순간을 알려주면 좋으련만, 오늘따라 보이스피싱을 전달하는 핸드폰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 아직 오늘치 전화는 안 왔는데. ”
오늘치 보이스피싱이 아직 안 온 상태. 시간이야 많이 남아있지만, 강주혁은 내심 지금 왔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여전히 핸드폰은 묵묵부답이다.
‘ 일단 오늘은 그냥 놔두자. ’
핸드폰에서 노트북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 강주혁은 간단하게 결론을 내린다. 매우 단순한 계산이 함유된 결론이었다.
어쨌든 유지석과 양세현에 대한 초대박 호재가 연달아 터졌으니, 주식이 곧장 떨어지진 않겠지 싶었다. 그리고 주혁의 경험상 엔터 회사에서 유지석 같은 대어를 잡았다면 없던 투자도 받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강주혁은 FNF 엔터테인먼트 분위기가 궁금해졌다. 곧장 FNF 엔터테인먼트를 검색했다.
-FNF 엔터테인먼트 26,862(+9.81%)
아직까진 +에 있다. 그러나 분명 유지석의 공식발표와 함께 29,625(+21.09%)였던 상승 폭이 무참하게 떨어지는 중이다. 이 속도면 오늘 안에 급락해서 하한가를 치지 않을까 싶었다.
별수 없지. 강주혁은 유지석과 FNF 엔터테인먼트 간에 무슨 내막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연예계고, 그게 현실이니까.
몇 시간 뒤.
시간은 6시 10분쯤. 강주혁은 대충 씻고, 3분 요리지만 식사도 마쳤다. 그리고 여느 때와 똑같이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다.
인터넷은 여전히 유지석의 이적에 대해 떠들썩한데 TV는 딱히 그런 열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뉴스에서 보도되는 긴급 속보 정도의 급은 아니니까.
강주혁은 멍하니 TV를 보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본다. 6시 20분. 아직 핸드폰이 울릴 기미가 없다. 하여간에 종잡을 수 없는 보이스피싱이다.
“ 보이스피싱을 기다리고 앉았네. ”
핸드폰을 힐끔 보던 강주혁이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기다리다니.
“ 푸후- ”
강주혁이 짧은 한숨을 내쉬면서,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을 침대 어딘가에 대충 집어 던지곤 노트북을 다시 켠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노트북이 바탕화면을 토해내고, 강주혁은 곧장 인터넷 창을 켠다. 가장 먼저 검색한 건 빅엔터테인먼트.
빅엔터 관련 기사와 반응들은 여전히 뜨겁다. 댓글부터 시작해서 카페, 블로그 등 대중들의 관심도 폭발적.
강주혁은 빅엔터에서 FNF엔터로 검색어를 바꾼다. 이쪽은 반대의 의미로 폭발적이다. 유지석과 어떤 문제가 있었다느니, FNF엔터가 유지석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느니. 추측이 난무한다. 새삼 유느님의 이미지가 무섭게 다가왔다.
이어서 강주혁은 인터넷 창을 내리고, HTS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실행하자마자 보유주식 현황을 체크한다.
-빅엔터테인먼트 27227주
-매수 3,370(-1.00%) 금액 91,754,990
-현재 4,370(+29.6%) 금액 118,981,990
-손익 27,227,000
주가는 거의 상한가. 강주혁이 챙길 손익은 3000만 원이 좀 안 되는 돈이었다. 단 몇 시간 만에 3000만 원이라니.
“ 그럼 나보다 더 많이 부은 놈은 얼마를 번 거야 대체? ”
1억 넣어서 3000만 원을 벌었다. 그럼 10억 넣었으면 3억? 대단하긴 했지만, 강주혁은 곧 머리를 흔들며 생각들을 날려버렸다. 자신이 가지지 못할 돈 생각해봐야 성격만 파탄 난다.
강주혁은 보던 HTS 프로그램을 내리고, 다시 인터넷 창을 올렸다. 이번에는 유지석을 검색해본다. 유지석에 관한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교체된다. 그 기사 중에 가장 방금 올라온 기사의 제목이 인상 깊다.
『유지석 때문에 빅엔터 주가 30% 이상 오를 듯』
기사 제목을 보며 강주혁은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 씰룩거린다. 그런데.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강주혁이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그 순간.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리링!!!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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