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92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이미 전화가 끊어진 갈색 핸드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주혁이 짧게 말을 뱉었다.
“ 10억이라······ ”
심사비에 1억. 브론즈에서 실버로 올라가는데 10억. 초기 무료서비스에서 유료서비스로 올라갈 때는 천만 원이 소요됐었는데.
한방에 100배가 올랐다.
“ 살 떨리네. 이거. ”
만약 다음 단계가 있다면 10억에서 10배만 올라도 100억이다.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 뼈 빠지게 벌어놔야겠는데? ”
대충 정리를 마친 주혁이 핸드폰을 속주머니에 넣으면서 예전 유료서비스로 넘어갈 당시를 떠올렸다.
“ 똑같은 곳으로 가면 되는 건가. ”
이번에도 망해버린 편의점과 핸드폰 대리점으로 인도할지 의문이 들었다. 어쨌든 오늘 자정이 돼봐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주혁은 다시 상영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지하 주차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그때.
“ 사장님. ”
뒤쪽에서 누군가 주혁을 불렀고.
-스윽.
“ 아, 감독님. ”
돌아보니 최명훈 감독이 어느새 나와서 주혁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주혁이 미소를 머금으며 최명훈 감독과 거리를 좁혔다.
“ 어쩐지 하진씨하고 추민재 팀장님은 보이는데, 사장님이 안 보이셔서 나와봤습니다. ”
“ 결정하신 겁니까? ”
최명훈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 결정하고 말고가 어딨습니다. 강주혁 사장님이 제가 쓴 척살, 찍게 해주신 순간부터 저는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
“ 하하. 그때 생각나네요. 독립영화 촬영하실 때, 분명 절 미친놈 취급하셨었죠? ”
“ 음? 무슨 소린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요. ”
슬쩍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바꾸는 최명훈 감독이었고, 그가 내민 손을 강주혁이 맞잡았다.
“ 환영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시사회 끝나고 대충 정리되시면 추민재 팀장님 차 타고 제 회사로 오셔서 마저 하시죠. ”
“ 알겠습니다. ”
대답을 마친 최명훈 팀장이 잡은 손을 놓으며 다시 상영관으로 들어갔고, 잠시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주혁도 지하 주차장으로 몸을 돌렸다.
몇 시간 뒤,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강주혁이 자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였다.
-끼익.
“ 모시고 왔다. ”
“ 사장님. ”
추민재 팀장이 최명훈 감독과 함께 사장실로 들어왔다.
“ 앉으세요. ”
그들을 보자마자,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 책상으로 최명훈 감독을 안내했다. 그에 따라 최명훈 감독이 의자를 빼내어 앉았고.
-스윽.
주혁이 미리 준비해둔 계약서를 최명훈 감독에게 내밀었다. 이미 한차례 검토를 끝낸 덕분인지 최명훈 감독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인을 마친 최명훈 감독은 다시 한번 강주혁과 악수를 나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추민재 팀장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점점 판이 커지네. 사장님. 우리 회사 성장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 ”
대답은 최명훈 감독이 했다.
“ 하하하. 그러니까요. 벌써 영화 두 편에 드라마까지. 적어도 제가 아는 제작사, 영화사에는 이 정도로 빨리 성장하는 곳은 없습니다. ”
주혁이 웃었다.
“ 아직 멀었죠. ”
담담하게 말을 뱉은 주혁은 책상 위에 놓인 계약서를 보다가 다시금 최명훈 감독에게 시선을 던졌다.
“ 보이스프로덕션에 모든 곳을 편하게 사용하시고, 기획안이 나오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자리에 없으면 전화로 하셔도 되고. ”
“ 알겠습니다. ”
“ 그리고. 감독님. ”
주혁이 의미심장하게 부르자, 최명훈 감독이 고개를 갸웃했다.
“ 예? ”
“ 지금부터 감독님 사단을 준비하세요. ”
화들짝 놀라는 최명훈 감독.
“ 사, 사단 말입니까? 이제 갓 입봉한 감독이 사단이라니. 척살 성적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
“ 성적은 걱정하지 마세요. ”
강주혁의 표정이 여유로웠다.
“ 최명훈 감독 사단. 준비합시다. ”
늦은 밤, 강주혁의 오피스텔.
의도하진 않았지만, 대충 일을 정리하고 강주혁이 오피스텔로 넘어온 시간은 자정이 되기 전 11시 30분.
“ 이렇게 된 김에 밖에서 좀 기다려볼까? ”
과연 누가 무엇을 현관에 가져다 놓을까? 싶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피어오른 주혁은 오피스텔 복도 끝에서 시간을 죽이기 시작했다.
5분, 10분, 20분, 30분.
그리고 정확하게 12시 5분이 되는 순간에.
-띵!
-스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 후- ”
짧게 숨을 내뱉은 주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을 노려봤다.
-스윽.
“ 하하하. ”
뜬금없지만 주혁이 소리를 죽여 웃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주혁이 사는 오피스텔 현관문 앞에 낯익은 무지박스를 놓는 사람은 평범한 퀵서비스 직원이었기 때문이었다.
퀵서비스 직원은 지극히 평범하게 해당 일을 완료했다는 확인을 핸드폰으로 기재하고 있었고.
퀵서비스 직원이 입고 있는 조끼 등짝에는 커다랗게 글씨가 박혀있다.
-24시 성실 퀵배송
-총알 퀵배송
그를 보며 주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 김빠지네. 하긴 이렇게 허술하진 않겠지. ”
그야말로 미래를 판매하는 보이스피싱이다.
잠복해서 밝혀낼 수 있는 정도일 리가 없었다. 어쨌거나 퀵서비스 직원은 문 앞에 무지박스를 대충 내려놓고는 다시금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이어서 퀵서비스 직원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주혁은 천천히 현관문 쪽으로 이동해, 바닥에 놓인 무지박스를 내려다봤다.
박스 표면에는 익숙한 문구가 적혀져 있다.
-당신에게 미래를 판매하겠습니다.
막상 무지박스를 보니 10평짜리 단칸방에 살던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강주혁이었다.
“ 벌써 꽤 오래됐네. ”
겨울에서 봄으로. 여름에서 가을까지.
이제 두 달 정도만 지나면 얼추 1년이 되는 상황에 무지박스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주혁은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 일단. 까봐야겠지. ”
웃음과 약간의 긴장감이 섞인 표정으로 무지박스를 집어 드는 주혁이었고.
-부욱!
이번에도 무지박스 양옆을 푹 눌러 테이프를 떼어냈다. 박스 안에는 반으로 접힌 종이가 들어있다.
“ 역시나. ”
과거 비슷한 종이를 본 적 있는 주혁이 짧은 감상을 뱉으며 종이를 펼쳤다.
-해당 목적지로 이동하세요.
-경기도 이천시······
종이에 적힌 내용은 간결했다. 주소가 적혀있고, 그쪽으로 이동하라는 문구.
주혁은 종이를 두 번 정도 더 접어서 속주머니에 넣고는 닫혀있던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었고, 주차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주혁의 차 안.
한참을 차를 타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는지, 주변에 곧잘 보이던 건물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우거진 산속을 달리는 듯한 풍경으로 변해버렸다.
-지잉.
살짝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지, 주혁이 차 창문을 살짝 열었다. 그러자 차 안으로 쌀쌀한 바람이 들어치기 시작했다.
“ 후- ”
짧게 숨을 뱉은 주혁이 도로 안내가 한창인 네비게이션으로 눈길을 돌렸다.
-남은 시간 5분.
어느새 도착지까지는 5분이 남은 상황. 솔직히 주소 자체가 도로명주소라 어디쯤 있는 곳인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더군다나 시간은 새벽 2시를 향하고 있었고, 바람까지 쌀쌀하니 분마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부웅.
그럴 때마다 주혁은 액셀을 강하게 밟았고.
바로 그때.
-안내를 종료합니다.
네비게이션에서 안내 종료를 알리는 여자음성이 흘러나왔다. 주혁은 곧장 비상등 버튼을 눌러 갓길에 정차한 뒤, 주변을 훑었다.
“ ······뭐가 없는데. ”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가로등이 있긴 했지만, 오래됐는지 불빛이 약했고 차 라이트가 꺼진다면 꽤 어두침침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차도 없다.
-텅!
주혁은 주변을 자세하게 확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 ······ ”
제 자리에서 빙글 한 바퀴를 돌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순간.
“ 음? ”
정차한 차에서 약 10걸음 떨어진 곳에 희미하게 공중전화부스 같은 실루엣이 언뜻 보였다.
몇 초 동안 눈을 얇게 뜨며 부스를 쳐다보던 주혁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다리가 길어선지 몇 걸음 만에 부스 앞에까지 도착한 주혁이 짧게 말을 뱉었다.
“ ATM기 ”
바로 눈앞에 있는 부스는 공중전화부스가 아니었다. 전원이 꺼져있었지만, 분명 ATM기였다.
그리고 그 ATM기 위에는 역시 반으로 접힌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끼리릭.
종이를 확인한 주혁이 얼음장 같은 손잡이를 당겨 부스 문을 열었고, ATM기 위에 올려진 종이를 집어 펼쳤다.
-꼭 ATM기를 이용하여 입금 바랍니다.
-민국은행 계좌번호 070-1004-1009
-금 1,000,000,000원.
-입금 후, 아침 9시 11분에 오는 전화를 꼭 받을 것.
-SZ-Q789698KKZS512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목이 마르실 테니 밑에 있는 음료를 마시기 바랍니다. 그럼 실버 서비스에서 뵙겠습니다.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내용.
종이를 쳐다보던 주혁의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다. 바닥에는 외국 음료처럼 보이는 캔음료 한 상자가 놓여있었다.
“ 아예 한 박스를 줘버리네. ”
캔음료를 바라보던 주혁이 다시금 종이에 시선을 던졌다.
“ 이 영어랑 숫자 섞인 건 뭐지? 무슨 암혼가. ”
수수께끼 같은 문구들이 많았다. 영어와 숫자가 섞인 글자들 하며 아침 9시 11분에 온다는 전화까지. 잠시 머리를 굴리던 주혁은 포기했는지 짧게 혀를 찼다.
“ 하긴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겠냐. ”
주혁은 말을 끝내자마자 대충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는 꺼져있는 ATM기로 시선을 돌렸다.
문제는 이쪽이었다.
“ 꺼져있는데 어쩌라는. ”
혼잣말을 뱉으면서 꺼져있는 ATM기의 버튼을 아무렇게나 눌러보는 강주혁. 그런데.
-지이이이잉.
그 순간 기계음을 뱉으며 ATM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옅은 불빛을 쏟아내며 ATM기 화면이 켜졌다.
“ ······ ”
얻어걸렸다는 느낌으로 부팅 중인 ATM기를 쳐다보는 주혁이었고.
-띠디딕.
미묘했지만 어쨌든 완료됐다는 신호음과 함께 ATM기가 여러 버튼을 화면에 출력했다. 그중 계좌이체를 선택한 주혁은 절차대로 10억을 지정된 계좌에 이체했다.
-계좌이체 완료했습니다!
강주혁의 계좌에서 순식간에 10억이 빠져나갔다. 이어서 할 일을 마친 ATM기는 다시금 팟! 같은 전자음과 함께 화면이 까매졌고, 전원이 다시 꺼졌다.
꺼진 ATM기를 가만히 쳐다보던 주혁은 천천히 부스 문을 다시 열었다.
-사아아아아.
순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 재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역시나 보이스피싱이 이끄는 곳은 을씨년스럽다고 느끼는 주혁이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강주혁의 오피스텔.
일찍부터 잠에서 깬 주혁이 어제 보이스피싱이 선물로 준 외국 음료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한잔 들이키며 소파에 널브러졌다.
시간은 아침 8시 50분.
이미 그의 손에는 어제 ATM기에 올려져 있던 종이가 들려있다.
-팔락.
음료를 마시며 종이를 펼쳐보는 주혁이었고, 전화 온다는 시간을 다시금 확인했다.
“ 아침 9시 11분. ”
물론, 이 아침 9시 11분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아니면 1년 뒤일지 알 수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다려보는 강주혁.
1초, 1분, 3분, 5분.
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때에 시간은 착착 흘러갔고, 어느새 9시 11분을 지나 9시 12분.
“ ······ ”
하지만 전화가 울리지 않는다.
“ 오늘이 아닌가. ”
내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혁이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잽싸게 핸드폰을 집어 든 주혁이 발신자를 확인했다.
-김재황 사장.
발신자는 김재황 사장이었다.
“ 뭐지. ”
주혁은 살짝 드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쨌거나 전화는 받아야 했다.
“ 네. 접니다. ”
“ 음. 아침 했나? ”
“ 아직입니다만. ”
“ 그럼 오늘 좀 같이하지. 매일 만나는 그 횟집 어떤가? 재욱이나, 브랜디드에 관해 얘기 좀 하면서. 어때? ”
잠시 시계를 바라보며 생각하던 주혁의 입이 열렸다.
“ 그러시죠. ”
약 한 시간 뒤. 고급 횟집.
생각보다 일찍 온 것인지, 예약된 룸 안에는 아직 김재황 사장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주혁은 입고 있는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대충 걸어놓고는 자리에 앉아, 따라온 직원에게 얘기를 마친 후 식사를 하겠다고 말을 전했다.
“ 알겠습니다. ”
-드르륵.
그렇게 직원이 룸을 나가고, 10분 정도 흐르자 김재황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 아, 왔나? 내가 좀 늦었군. ”
“ 아니요. 뭐. 저도 방금 왔습니다. ”
-스윽.
김재황 사장은 도착하자마자 따듯하게 데워진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면서, 입을 열었다.
“ 허헛. 요즘 아주 인터넷만 틀면 자네가 나오던데. 이거 이러다 나중엔 만나기도 힘들겠어? ”
주혁이 미소지었다.
“ 만나자고 하시는 이유에 따라 다르겠죠. ”
“ 그래. 뭐. 사장 놈들은 그런 마인드가 있어야지. 그럼 얘기 좀 해볼까? ”
이후, 강주혁과 김재황 사장은 김재욱을 포함해, 앞으로 진행될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해 꽤 심도 있게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에만 1시간 가까이 소비해야 했지만.
“ 제 생각에는 그 브랜디드 작품에 재욱이를 넣어볼까 합니다만. ”
“ ······내 아들이지만. 괜찮겠나? 냉정하게 보면 해봐야 이제 드라마 하나 한 배우 아닌가. ”
“ 그렇기야 합니다. 그런데 보시기에 어떠셨습니까? 드라마. 보셨죠? ”
“ 으흠! 그······봤지. 괜찮더군. ”
“ 인색하시네요. ”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 브랜디드란 곧 기업의 얼굴이 될 콘텐츠일 텐데, 너무 이름값이 드높은 배우보다는 새로운 얼굴이 훨씬 나을 겁니다. 국내에서 유명해봐야 해외에서는 인지도 꽝일 텐데, 그럴 바엔 그냥 해외에서 먹히는 얼굴인 신인이 낫죠. ”
“ 재욱이가 해외에서 먹힌다? ”
“ 먹힐 겁니다. 두고 보면 알겠죠. ”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김재황 사장이었지만, 그 입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 일단. 알겠어. 기획안 나오면 바로 보내주지. ”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미팅이 얼추 정리됐고, 이어서 두 남자는 미뤘던 아침 식사를 했다.
-스윽.
적당히 식사를 마쳤는지, 김재황 사장이 물티슈로 입 주변을 닦아냈고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으려 했다.
그때 김재황 사장이 손을 올리며 주혁의 움직임을 막았다.
“ 잠깐. 줄 게 있어. ”
“ 예? ”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김재황 사장은 아랑곳없이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음. 가지고 와. ”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린 김재황 사장. 그로부터 정확하게 1분 만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 들어와. ”
김재황 사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덩치가 거대한 남자가 양손 무겁게 종이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종이가방에 부피가 꽤 커 보였다.
“ 이게 뭡니까? ”
“ 그냥. 소소한 나눔 같은 거지. ”
“ 나눔이요? ”
주혁이 되물으며 바닥에 놓인 종이가방을 들췄다. 안에는 손바닥만 한 박스들이 쌓여있다. 박스를 보자마자 주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김재황 사장을 쳐다보자, 김재황 사장이 웃었다.
“ 허헛. 그게 그렇게 보여도 출고가 100만 원이 넘는다고. 왜? 좀 더 줘? ”
“ 출고가? 이거 전부 핸드폰입니까? ”
“ 핸드폰이지. 이번에 나온 신제품. ”
이제야 종이가방 안 박스의 정체를 파악한 주혁이 다시금 종이가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 어? 저 글자 분명. ’
종이가방 가장 위쪽에 있는 핸드폰 박스 표면에 박혀있는 글자를 확인한 주혁의 눈이 커졌다.
핸드폰 박스 표면에 붙어있는 글자.
-제조연월: 201909
-546546846848
-SZ-Q789698KKZS512
무언가 제품코드 같은 느낌.
그 순간 주혁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관통하는 기억.
‘ 분명. ’
강주혁이 재빨리 속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꼭 ATM기를 이용하여 입금 바랍니다.
-민국은행 계좌번호 070-1004-1009
-금 1,000,000,000원.
-입금 후, 아침 9시 11분에 오는 전화를 꼭 받을 것.
-SZ-Q789698KKZS512
‘ 이거야. 마지막. ’
종이에 적힌 암호 같은 글자. 이어서 다시 핸드폰 박스 표면을 확인하는 강주혁.
-SZ-Q789698KKZS512
‘ 같아. ’
같은 글자였다.
순간 뭔지 모를 소름이 돋은 주혁의 시선이 핸드폰 박스에 적힌 제품코드 옆, 핸드폰 색상이 출력된 쪽으로 천천히 옮겨졌다.
-색상: Silver
핸드폰 색상은 실버였다.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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