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become an evolving space monster RAW novel - Chapter 423
말과 함께 자동으로 열리는 문.
시노 그룹의 진정한 ‘주인들’이 그를 부르고 있다.
‘…씨발.’
과거에 저들을 따른다는 선택을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속으로 욕하는 것뿐.
순식간에 피범벅된 서덜랜드는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시노로쿠 카르텔의 두목 코먼은 몇 달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사이보그가 불면증이라니. 재미없는 농담이었지만 사실이었다.
그의 배가 메가콥 채굴선으로 교체된 날, 이 모든 게 시작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여느 때처럼 정해진 루트를 돌던 중 우연히 지나가던 채굴선을 발견했다.
크래딧 좀 벌겠다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 곧이어 나타난 괴물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그 괴물은 해적선을 박살내고, 그를 포함한 생존자들 머리에 무언가를 심은 뒤 떠났다.
당시에는 살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머리 안에 들어간 ‘무언가’가 주기적으로 고통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때를 가리지 않고 닥쳐오는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무언가’를 없애려 하거나, 타인에게 이걸 얘기하려고 하면 더 큰 고통이 찾아왔다. 마치 꿈도 꾸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
괴물과 조우한 날 이후, 코먼의 삶은 빠르게 피폐해져갔다. 몸 안에 생긴 감옥에 갇혀 억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그는 사이보그라서 버틸 수 있었지,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그를 뺀 나머지들은 전부 미쳐서 우주 밖으로 뛰쳐나가 생을 마감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서 그런 걸까? 시노 그룹 총수의 소집령을 받았음에도 딱히 기쁘지 않았다.
여태껏 총수가 직접 계획한 작전은 항상 큰 이익을 안겨줬다. 이번에도 그럴 테지만 코먼은 기뻐할 수 없었다. 크래딧이 고통까지 치유해주지는 않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총수의 부름에 거역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연락을 받은 직후, 시노로쿠 카르텔은 즉각 움직였다.
그리고 오늘은 코먼이 시노 그룹의 함대에 합류한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두목, 10분 후에 도착합니다.”
“…….”
“두목?”
눈을 감고 있던 코먼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10분 남았다고 합니다.”
“목적지?”
코먼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커다란 수송선 안에 강화복을 입은 해적들이 일렬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깨달았다.
“괜찮으십니까?”
“어, 어어.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예?”
“일단 알겠다. 모두 착륙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라.”
“옙.”
수십 분 전, 시노이치 카르텔의 두목이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 AG-01에 대기 상태를 관리하는 테라포밍 시설에 문제가 있으니 가서 수리하라고.
그래서 부하들과 함께 수송선을 타고 이동하던 중이었는데, 깜빡 잠이 든 것이었다.
‘내가 낮잠을 잤다고?’
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는 편하게 수면을 취한 적이 없었다. 머리 안에 든 빌어먹을 침입자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행성에 착륙하고 나서 그 두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무언가’가 죽거나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놈은 AG-01에 착륙한 이후 활동을 정지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깊은 잠에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씹, 이유 따위야 아무래도 좋아.’
‘무언가’가 얌전히 있는 지금이 기회다. 이 일만 끝나면 곧바로 놈을 제거해야 한다.
듣기로는 이 행성이 예전에 헐크뮤턴트 실험장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성능의 수술 장비도 있을 터. 이곳에 먼저 온 시노니쪽 부두목한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이 나올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응?’
기계음이 섞인 부하의 목소리가 또다시 그를 깨웠다.
‘어?’
정신을 차린 그의 앞에 헬멧을 착용한 해적들이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공간도 수송선이 아니었다.
바닥에 잔뜩 고인 물, 해적들의 헬멧에 장착된 헤드라이트가 유일한 빛일 정도로 어두운 공간, 밖에서 들리는 사나운 바람 소리.
그들이 있는 곳은 망가진 테라포밍 시설 내부였다.
‘언제 여기에…?’
스스로에게 되묻자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이 천천히 떠올랐다.
험난한 날씨를 뚫고 수송선은 무사히 테라포밍 시설 앞에 착륙했다. 시노로쿠의 조직원들은 내리자마자 서둘러 시설 내부로 달려갔다.
도중에 부하 하나가 재수 없게 번개에 맞아 그대로 산화했지만, 나머지는 무사히 시설 1층에 진입했다.
모두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들이다. 심지어 한참 전의 일도 아니고, 방금 일어났던 일이다.
그걸 잊어버리다니 절대 정상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수리할까요?」
「…….」
「두목?」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머리 안의 존재를 적출하기는커녕 시노이치의 두목한테 질책 받을 것이 뻔했다. 만약 놈이 시노 그룹의 총수한테 이 일을 전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운이 없다면 시노로쿠 카르텔이 그룹에서 축출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절대 안 돼!’
‘무언가’를 적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수리를 끝마쳐야 한다.
「…너희들, 지하에 내려가서 원자로랑 설비들 멀쩡한지 체크해.」
「옙!」
「나머지는 위에 있는 상황실로 간다.」
명령을 받은 해적들이 신속히 움직였다. 헬멧에 부착된 라이트의 불빛들이 빠르게 멀어졌다. 코먼을 포함한 남은 부하들과 함께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계단은 한 치 앞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했다. 헤드라이트를 비춰도 죄다 검은색으로 보여서 뭐가 계단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거기에 건물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더해진 탓일까. 분위기가 몹시도 음산했다.
양심이 없는 악질 범죄자라 해도 두려움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 음습한 공간은 생물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해적들의 등은 순식간에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빌어먹을.’
코먼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연달아 겪은 기억 상실 때문에 더 그랬다.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를 계단, 그 너머에 있는 새까만 어둠이 그의 기억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두목.」
「!」
헬멧 안에서 부하의 목소리에 그는 깜짝 놀랐다.
「두목, 폭탄이 터진 흔적 같습니다.」
「…그렇군.」
설마 또 정신을 잃은 것인가 싶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아니었다.
부하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일부와 건물 외벽이 무너져 있었다. 흔적을 보니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강제로 뜯겨나간 것 같았다.
「야. 이 층에 뭐가 있지?」
「어, 여기랑 위아래 모두 관리자용 휴게실 밖에 없습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분리주의자들의 기습 때문이라고 들었다. 폭탄으로 테러할 거면 중요 시설이 위치한 층이나 테라포밍 설비를 직접 노리는 게 합리적이다. 굳이 이런 곳을 노릴 이유가 없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겠지.’
이 시설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렇게 넘기려고 한 그때, 코먼의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였다.
‘이리 와’ 라고.
‘!’
화들짝 놀란 그는 뒤를 돌아봤다.
「방금 누구야?」
「왜 그러십니까?」
「말 건 사람 누구냐고?」
「예?」
「저희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계단 중간에는 그가 데리고 온 부하들밖에 없었다. 아래쪽을 확인해도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이쪽이야’
또다시 들리는 목소리. 코먼은 고개를 확 꺾어 위쪽을 쳐다봤다.
「저쪽이야! 위에 누군가 있다! 」
「예?」
「두목?」
「이 멍청한 새끼들아! 빨리 올라가!」
해적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명령을 따랐다. 강화된 신체 능력으로 무너진 계단을 뛰어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코먼 역시 부하들을 따라 위층 복도로 진입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우리 말고 침입자가 있다.」
침입자라는 말에 모두 바짝 긴장했다.
이 건물은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이후 줄곧 비어 있는 상태였다. 위험천만한 이곳에 몰래 침입해 들어올 만한 자들은 하나밖에 없다.
「…그 또라이 새끼들 다 뒈진 거 아니었습니까?」
「시노니 이 빌어먹을 놈들. 우리한테 뒤처리를 시켜?」
해적들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복도에 연결된 방들을 수색했다.
이 건물은 기후와 환경 조정을 위한 시설과 기계들로 채워져 있다. 시설관리자가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휴게시설이라고 해 봐야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침입자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는 없는데요?」
「아니, 아직 남은 곳이 하나 있어.」
「예?」
코먼은 복도 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굳게 닫힌 대형 엘리베이터 문이 있었다.
「저 안에 숨어 있을 수도 있겠지.」
「아무리 그래도 저기는 좀….」
「아니면 뒈지든가.」
「아닙니다.」
자신들을 향해 플라즈마 라이플을 겨냥하는 두목의 모습에 해적들은 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해 걸어갔다.
「열어.」
플라즈마 커터를 가져온 인원들이 앞에 나서서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열기 시작했다. 녹색 불빛이 어두운 복도를 밝히는 것도 잠시, 두꺼운 금속 문이 소음을 내며 열렸다.
선두에 선 해적이 텅 빈 승강로 안쪽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제대로 확인했어?」
「예. 다시 봐도 역시…어? 뭔가 보입니다!」
억지로 승강로를 내려다보던 부하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안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저게 뭐….」
그때 갑자기 안쪽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건 병적으로 새하얀 손이었다. 엘리베이터보다 큰 크기를 가진 그 손은 해적을 움켜쥐고 그대로 승강로 아래로 사라졌다.
「어라?」
「방금 그거 뭐야?」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다른 해적들도 서서히 현실을 인식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동료를 낚아채 갔다는 사실을.
「괴, 괴물이다!」
「씨발! 연락이 안 돼!」
「두목! 어떻게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