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become an evolving space monster RAW novel - Chapter 424
헬멧 안 스피커를 통해 오가는 두려움 섞인 비명들. 코먼도 서둘러 명령을 내리려 했다.
‘왔구나’
머리 안에서 들린 명령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왜 또…으헉?!」
정신을 차린 그는 자기도 모르게 들고 있던 플라즈마 라이플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방금까지 멀쩡하던 복도가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벽과 천장에는 플라즈마로 인해 녹아내린 흔적들이 보였고, 바닥에는 사지가 뜯겨나간 시체가 즐비했다.
「아, 아냐! 내가 한 게….」
‘이리 와’
어느새 그는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 위치표시기에 표시된 숫자가 빠르게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 그만둬!」
「띵. 지하 4층. 문이 열립니다.」
경쾌한 알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알아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
통제에서 이탈한 손이 머리에 쓴 헬멧을 벗겼다. 테라포밍 시설 내부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짙은 습기와 역한 냄새가 얼굴을 감쌌다.
그곳에서 하얀 손의 주인이 코먼을 기다리고 있었다.
“씨, 씨발! 이건 내 몸이야! 누구도 날 지배할 수 없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 한다. 불빛도 함께 사그라진다.
저 빛이 꺼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코먼은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이건 내 몸이야! 이건 내 몸이야! 이건 내 몸이야! 이건 내 몸이야!”
“오랜만이구나.”
앞에 있는 창백한 존재가 그에게 속삭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머리 안에 있는 ‘무언가’에게 속삭이는 것이지만.
“이건 내 몸이야. 이건 내 몸….”
문이 닫혔다. 사이보그의 목소리도 꺼졌다.
“오랜만에 땅을 밟아서 좋아했더니…니미.”
빛이 불안하게 깜빡이는 어느 건물. 얼굴에 흉터가 있는 해적이 창밖을 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창문 너머로 여러 척의 수송선들이 비틀거리며 간신히 착륙하는 모습이 보인다.
현재 그들이 있는 도시는 거대한 폭풍 속 한가운데 있다.
“테라포밍 기계 고치러 간 놈들, 언제 끝났다고?”
“빨리 처리해 봐야 내일은 돼야 끝나겠지.”
“후우. 2주 동안 우주에서 지내느라 엿 같았는데 여기서도 지랄이네.”
이 날씨에 워커에 탑승하거나 강화복을 입지 않고 나가면 매우 위험하다.
테라포밍 기계가 전부 수리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오랜만에 지상에 내려온 해적들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까부터 부지런히 흡입 중인 합성마약의 양만큼 그들의 분노도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간부들 말로는 수리 끝나면 곧바로 사냥 준비한다더라.”
“준비? 설마?”
“어. 좆같은 괴물을 잡으려고 여기 왔단다.
씨발.”
“빌어먹을. 뭘 저리 많이 옮기나 했더니. 퉷!”
빗방울이 맺힌 창을 바라보던 해적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해적들은 혀를 찼다.
“에이씨, 더럽게 진짜.”
“저 새끼 저거 비싼 걸로 줬더니 그걸 뱉고 앉았네.”
그들은 고개를 흔들며 마약이 담긴 전자담배를 쭉 빨아들였다.
독한 환각물질로 인해 감각기관들이 실시간으로 망가지는 중이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긴 하네.”
“넌 또 왜 지랄이야?”
“아니, 좀 봐봐. 우리가 2주 전에 우주에서 개같이 고생했잖아. 아직 그 시체도 안 팔았고.”
“쓸 데가 있어서 그런가 보지.”
“혹시 시체랑 떡치려 그러나?”
“어휴, 저 시체박이 새끼.”
“이 미친 새끼들이 아까부터 왜 이러지?”
약에 취한 해적들이 아무 말이나 던지며 떠들고 있는 그때, 문이 열렸다.
잔뜩 젖은 강화복을 입은 해적이 안으로 들어왔다.
새로 들어온 방문자는 그들과 다른 카르텔 소속이었다.
그래서 다들 무시하고 있는데, 한 명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 너 시노니에서 일하는 애지?”
「예. 왜 그러십니까?」
“여기 주변에 뭐 놀러 갈 만한 곳 없냐?”
「당연히 있습니다.
데려다드릴까요?」
문득 생각나 던진 질문이었는데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 날씨에 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워커 타고 가는 걸 말하면 뒈질 줄 알아라.”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하에 있는 시설이거든요.」
“지하?”
「옙. 하수도와 연결된 지하 도박장입니다.
도박뿐만 아니라 노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죠.」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다.
“당장 안내해.”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시노니의 조직원은 해적들을 건물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를 따라가 보니 새까만 철문이 하나 있었다.
조직원이 문을 열자 어두컴컴한 지하통로가 나타났다.
“이 건물에 지하가 있었나?”
“아까 들어왔을 때는 못 본 것 같은데”
「이쪽입니다.」
해적들은 헤드라이트가 장착된 조직원 뒤를 따라 축축한 통로 위를 걸었다.
“이런 씹! 이게 무슨 냄새야?”
「버려진 하수도라 그렇습니다.
여기 근무하던 군인들이 주로 이용했다고 들었습니다.」
“군인들이? 뭐 작전이라도 하고 그랬나?”
“그럴 리가 있겠냐. 몰래 빠져나와 도박장에 가려고 그런 거지.”
“하여간 메가콥 병신 새끼들.”
버려진 하수도라는 말이 사실인지, 곳곳에서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마치 수백 구의 시체가 부패한 것 같은 악취라 약에 취해 있음에도 견디기 어려웠다.
게다가 바닥에는 끈적거리는 진흙 같은 것이 잔뜩 고여 있었다.
자칫 실수로 넘어졌다간 좋지 못한 꼴을 볼 수 있기에 다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야, 이거 진짜 버려진 거 맞지? 도중에 똥물이 흘러 온다거나 그런 거 없지?”
「저희가 몇 번 와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어휴,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말하려던 해적은 입을 다물었다.
컴컴한 통로에 누군가 서 있었다.
“이런 씨…?!”
「괜찮습니다.
제 친구들입니다.」
헤드라이트 빛이 향한 곳에 강화복을 입은 해적 2명이 보였다.
그들은 말없이 다가와 조직원 옆에 섰다.
「여기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같이 도박장에 갈 예정이었거든요.」
선두에 선 조직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고 다시 출발했다.
“…….”
다만 그 뒤를 따라가는 해적들은 그대로 넘길 수 없었다.
전등도 없는 이 하수도에서 불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헬멧에 붙어 있는 헤드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으면서 말이다.
약에 취한 이들이 봐도 명백히 수상한 상황이었다.
뒤에 따라가던 해적들은 조심스레 무기에 손을 가까이 했다.
“이봐. 이런 곳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들치고는 참 조용하군.”
「다들 말이 별로 없어서.」
“글쎄, 나는 생각이 좀 다른데.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 아냐?”
「예?」
선두에 선 조직원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저희를 의심하는 겁니까?」
“아직 분리주의 잔당들이 남아 있다고 들었는데. 너희가 테러범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나?”
「제가 테러리스트였다면 진작 공격했겠지요. 여기까지 오는데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모르지. 우리를 유인하려고 그런 걸지도.”
“맞아. 이쪽이 수가 훨씬 많으니까 이런 곳에 데려와 뒤통수치려는 거 아냐.”
말하면서 무기를 조준하는 해적들. 시노니의 조직원은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자세한 것은 나가서 얘기하도록 하지. 손들어.”
「…….」
“우리를 호구로 보…뭐야?”
그때 갑자기 조직원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새끼. 지금 웃어?”
곧이어 해적들은 상대가 웃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놈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 마구 웃어댔다.
놈의 동료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마디도 안 하고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씨발, 손들어!”
“죽여 버리겠다!”
짙은 암흑 속에서 해적들의 고함 소리가 메아리쳤다.
그 외침 속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무기를 쥐고 있는 건 그들이었지만, 이 기괴한 분위기에 압도된 것이다.
해적이 고함을 지르자 몸을 떨며 웃던 조직원이 웃음을 뚝 그쳤다.
놈은 천천히 양손을 머리 쪽으로 옮겼다.
“우, 움직이지 마!”
「헬멧을 벗으려는 겁니다.」
“움직이지 말라고!”
입으로 내뱉는 말과는 달리 그들은 쏘지 못했다.
예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격을 개시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놈 또한 이를 예상했는지 주저 없이 헬멧을 벗었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춘다.
곳곳에 난 흉터와 지저분한 수염은 이 자리에 있는 해적들과 별 차이가 없다.
“저는 분리주의자도, 시노니의 해적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옆에 있던 놈의 동료들도 헬멧을 벗었다.
드러난 얼굴을 본 순간, 해적들은 얼어붙었다.
빛에 비춰진 그 얼굴은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창백하게 질린 피부 아래에서 수많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전령일 뿐.”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꺼지고, 가죽을 뒤집어 쓴 그것들이 해적들에게 달려들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에너지탄의 빛이 번쩍이다가 금방 잦아들었다.
그 뒤로 물고기 떼가 고깃덩어리를 파먹는 것 같은 소리가 하수도를 가득 채웠다.
–
“두목님. 가져온 물건들 전부 운반했습니다.”
“그래.”
비싼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방에서 두 해적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벤트리스와 그의 상관인 시노니의 두목이었다.
“혹시라도 하역 중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겠지?”
“물량이 좀 크긴 했지만 제가 철저히 감시했기에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그렇게 철저하신 분 덕분에 화물을 내리는데 오래 걸렸지.”
“크흠, 그건….”
두목의 뼈 있는 말에 벤트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의자에 앉은 채 부하를 노려보던 두목은 잠시 후, 손을 휘저었다.
“됐어. 지금은 네놈 처우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이번에 가져온 물건, 서덜랜드 말로는 총수가 어렵게 구한 물건이라더군. 준비하는데 조금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된다.”
“총수님 말입니까?”
그 말에 벤트리스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물건입니까? 하역할 때 잠깐 봤는데 무슨 우주선 부품 같던데.”
“넌 알 것 없어. 문제 생기지 않도록 감시나 잘해.”
“그, 무슨 물건인 줄 알아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좀 알려주시면….”
“흠.”
시노이치의 두목 서덜랜드는 굉장히 귀한 물건이라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물건을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벤트리스 말대로 최소한 어떤 물건인지 알고 있어야 관리에 용이할 것이다.
잠시 고민한 그는 적게나마 알려주기로 결정했다.
“제대로 들은 것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워프파인더의 일종이라 하더군.”
“워프파인더요? 함선 추적용으로 사용하는 장비 말입니까?”
벤트리스는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두목을 바라봤다.
워프파인더는 초광속 항해로 발생한 에너지의 흐름을 분석하는 장비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희귀하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부하의 생각을 읽은 두목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건 일반 워프파인더가 아니야.”
“예?”
“무려 스타유니언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프로토타입 모델이지. 저 물건의 존재를 아는 자가 이 우주에서 10명이 채 안 돼.”
“그, 그렇습니까? 그런 귀한 물건일 줄은 몰랐습니다.”
“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부품으로 분해해서 들고 온 거라고 했어. 조립, 작동 방법 모두 총수만 알고 있고.”
“과연.”
“아무튼 알았으면 조심해. 알겠냐?”
“옙. 명심하겠습니다.”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벤트리스가 떠나고 두목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작전 준비를 위한 잡무는 부두목에게 전부 맡겼다.
지금 그가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다.
“어디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난 두목은 술장에 배치된 술병 하나를 뽑았다.
“올림푸스12년산이라. 일개 경비팀장이 구할 술이 아닌데.”
이 방의 전 주인은 연구단지의 경비 시스템을 관할하는 자였다.
벤트리스와 그 부하들이 이곳을 쉽게 점거할 수 있었던 것도 놈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었다.
놈은 해적과 거래한 직후, AG-01을 떠났다.
이 좋은 물건들을 모두 놔두고선 말이다.
“어디 맛 좀 볼…응?”
주인 없는 술을 막 따려던 그는 손바닥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술병을 쥔 손에 웬 끈적거리는 검은 점액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쯧, 곰팡이인가?”
묻은 걸 대충 바지에 문질러 닦은 뒤, 뚜껑을 땄다.
피어오르는 향긋한 냄새를 보니 내용물은 멀쩡한 것 같았다.
“내용물은 괜찮은 것 같네.”
한 모금 마셔보니 맛도 멀쩡했다.
다리의 힘이 풀릴 정도로 황홀하고 독한 이 향기가 입 안에 확 퍼졌다.
“…끝내주는군.”
그걸 시작으로 그는 귀한 술을 마구 퍼마시기 시작했다.
두목은 총수가 지원한 크래딧으로 비싼 유전자 개조시술을 받았다.
그래서 독한 술을 마셔도 쉽사리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 술을 물마시듯 들이켜고 있는 그때.
문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크흐…누구야?”
불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정적뿐이었다.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하고 다시 마시려는데, 또 소리가 들렸다.
“!”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밖에서 들린 그 소리, 분명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였다.
두목은 술병 대신 무기를 손에 쥐고 문을 열었다.
전등 빛 아래에 쭉 펼쳐진 복도. 그 끝에 소리를 낸 장본인이 있었다.
“어? 너 뭐야?”
자칼 머리의 어린 볼프는 대답하지 않고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이 건물 전체를 시노니의 해적들이 철저히 지키는 중이다.
새끼 볼프 따위가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방금 사라진 그 볼프,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최근에 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보다 일단 쫓아야….’
뭐가 됐든 잡아서 물어보면 그만이다.
두목은 날렵한 발걸음으로 침입자를 뒤쫓았다.
모퉁이를 지난 그의 눈에 볼프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즉각 놈을 따라서 지하로 내려갔다.
놈이 불을 끈 것인지, 아래층은 위와 다르게 암흑 천지였다.
하지만 그는 유용한 유전자를 이식받은 몸. 빛이 적은 공간에서도 사물을 구분할 수 있었다.
능숙하게 어둠 속을 주파한 그는 상대를 금세 따라잡았다.
“멈춰.”
두목의 말에 작은 도망자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너, 어디서 들어왔어.”
놈은 대답 대신 천천히 돌아섰다.
‘응?’
상대의 얼굴을 보니 기억나는 것이 있었다.
수 주 전, 두목은 다른 카르텔과 함께 어느 행성에 갔었다.
그곳에서 그가 가지고 놀다 죽인 암컷이 저 볼프와 비슷하게 생겼다.
“너 나 알지?”“…….”
새끼 볼프는 대답하는 대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원망 어린 그 눈을 보니 확실했다.
“하. 어떻게 이곳까지 온 건지 모르겠지만…흐억?!”
여기가 놈의 무덤이라고 말하려던 찰나, 강렬한 충격이 그를 덮쳤다.
공중에 붕 뜬 몸이 가까운 벽에 부딪쳤다.
“끄, 끄아아악!”
두목은 엄습하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오른쪽 어깨를 관통한 황금색 꼬챙이가 그를 벽에 매달고 있었다.
「네가 아이들에게 준 고통, 직접 맛보니까 어때?」
“씨바…아아악!”
두목은 왼손으로 무기를 바꿔 쥐어 반격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짐승의 앞발이 왼팔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강화된 근력을 이용해 벗어나려고 해도 짐승의 앞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훨씬 압도적인 힘으로 그의 팔과 흉골을 으깨버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의 앞에 호박색 불빛 2개가 피어올랐다.
“으으으윽!”
「어떤 아이는 팔과 다리를 잘라 죽이고, 어떤 아이는 꼬챙이에 꽂아 불태워 죽였잖아. 그 아이들의 비명을 들으며 즐거워했지.」
불빛이라 생각했던 그것의 정체는 눈이었다.
성인 남성보다 몇 배 이상 커다란 몸집을 지닌 맹수의 눈.
「당장에라도 죽여 없애고 싶지만….」
두 눈 사이에 튀어나와 있는 날카로운 부리가 두목의 목을 찌르기 직전에 멈췄다.
야수는 부리와 앞발을 치우고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쿠허억!”
‘사, 살았나?’
거칠게 숨을 토해내는 그를 앞에 두고 야수가 말했다.
「너 같은 해악에게 죽음은 오히려 구원이겠지.」
살아남았다고 안심하는 것도 잠시, 등 뒤의 벽이 갑자기 움직였다.
검은 덩굴 같은 것이 튀어나와 몸을 휘감더니 벽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더 고통받아야 해.」
“잠깐…쿠헙!”
입까지 전부 묶인 그는 저항 한 번 못 하고 액화된 벽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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