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0
나는 회귀했다 10
정태수는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서둘러 체육관으로 뛰어 내려갔다.
아버지가 이휘를 끝내버리기 전에 실력을 감상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뭐야?”
정태수는 기절할 것처럼 놀랐다. 체육관 문턱을 넘자마자 목격한 장면은 니킥을 성공시킨 아버지가 도리어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아버지는 한참을 일어나지 못한 채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오히려 고꾸라졌던 이휘가 벌떡 일어나서 케이지에 기댔다.
“어떻게….”
정태수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휘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학생이다.
백인 덩치들과의 싸움에서야 그들이 방심한 거든, 이휘가 타고난 깡다구로 밀어붙여서 분위기를 휘어잡은 거든 운발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아버지는 운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특수부대 출신에 용병생활까지 거쳤던 괴물 중 괴물. 그런 괴물이 MMA 격투기까지 배웠으니 격투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와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이겨버렸다.
버티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쓰러뜨렸다.
“말도 안 돼.”
정태수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불쑥 이휘의 이마가 터져서 피가 나는 게 보였다.
아버지의 니킥이 제대로 들어갔으니….
‘두개골이 박살나도 모자랄 판에, 지금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 거야?’
이 역시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정태수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체육관 한쪽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지러 움직였다.
그 사이, 이휘의 농담에 할 말을 잃었던 정대선이 피식 웃었다.
“됐다, 보수는 무슨. 이미 받은 걸로 치자. 네가 회사를 살렸으니까.”
“아직 안 끝났어요.”
“뭐?”
이휘는 케이지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피를 대충 문질러 닦으며 대답했다.
“회사 살리는 거. 곧 외환위기가 올 겁니다.”
“….”
정대선은 이휘의 태도가 너무 태연해서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봐도 자기가 들은 게 맞다.
“외환위기라니?”
이런 황당한 말을 저런 진지한 표정으로 해도 되는 걸까? ‘경제 위기설’은 매년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기우에 불과했을 뿐 대한민국의 펀더멘털은 그리 빈약하지 않았다.
분명 그런데 이휘는 진지했다.
“백 퍼센트라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입도 주먹만큼 교활하구만. 근거는 갖고 하는 말이야? 정성그룹의 견해인가?”
“아뇨,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
“출처가 정성그룹이라고 했으면 그래도 신뢰가 갔을 텐데.”
“파트너가 되기도 전에 거짓말을 해서 신뢰를 잃을 수는 없죠.”
심지어 이건 걸릴 거짓말이다.
미리 알았으면 정성그룹이 깨질 리 없으니까.
이휘가 덧붙였다.
“다시 말씀드릴게요. 정성그룹 같은 대기업마저도 위태롭게 만들 만한 재난에서 구해드리겠습니다.”
“들어나 보지. 어떻게 하면 이 나라를 쓸어버릴 해일급 외환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정성그룹이 무너진다는 것은 대한민국 자체가 위태롭다는 뜻과 같았다.
말귀를 잘 알아들으니 이휘도 대화가 편해졌다.
“외환위기가 닥치면 원화 환율이 빠질 겁니다.”
“그렇겠지.”
“값이 싸지면 우리나라 물건이 잘 팔리겠죠.”
“우리 쪽에서야 손해 보고 파는 셈이 되겠지만.”
“물론 대선무역도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빤한 얘길 하려고 한 건 아닐 테고?”
“마진이 빠지는 만큼 운송비를 줄이고 품목을 늘리면 됩니다.”
“말이 쉽지.”
정대선이 피식 웃었다.
이론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휘는 이론만이 아니란 듯 덧붙였다.
“구소련권 나라들과 거래를 트세요. 경쟁대상과 운송거리를 줄이는 겁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면 독점하다시피 일거릴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확실히 그쪽으로 진출한 무역회사는 많지 않다.
일단 그쪽 물건보다 한국 물건이 비싸다. 수요가 적으니 거래량 자체가 적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발생해 원화 환율이 급락하면?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권의 나라들이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해진 한국 물건에 눈독을 들일 것이다.
블루오션이 되는 거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오지 않으면 쓸 데 없는 짓이 돼.”
“시간만 들이면 돼요. 손해 볼 일은 없을 테니까.”
정대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손해 볼 일은 없다.
위기가 오지 않는다 해도 영양가 없는 거래처 하나 늘렸다고 여기면 그뿐이니까.
반면 위기가 온다면 돌아올 이익은 크다.
“자동차를 수출한다 치고, 식료품 같이 자잘한 품목을 끼워 넣어도 되겠군.”
역시 제법이다.
휘가 눈을 빛냈다.
“맞아요. 처음에는 40F/T 컨테이너 하나로 시작해도 환율이 떨어질수록 그만큼 주문량이 늘어날 겁니다. 자동차는 좋은 예에요. 러시아 자동차만 봐도 국내 차량에 비하면 골동품 수준이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컨테이너에 차량을 싣고 남는 자리에 식료품을 채워서 보내면 이중으로 이문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땅 덩어리가 넓으니 시장 규모도 제법 클 테지.”
생각만 해도 즐거운지 입가를 씰룩이던 정대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한땐 조국을 위해 일했는데… 조국의 위기를 돈벌이 삼을 생각을 하니 세상 일이 참 우습구만. 그건 그렇고, 문제가 좀 있다.”
정대선의 입가에 맺혀있던 웃음기가 사라졌다.
“네 말 대로 하려면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거래처를 만들어둬야 하는데 쉽지 않을 거야.”
“러시아에서 이름난 거물 수입업자를 알아요.”
정대선이 눈을 치떴다. 이것만큼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이휘는 쓰게 웃었다. 그 역시 이 부분은 진실만 말해선 해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UDU 시절 러시아를 상대로 공작을 펼친 적이 있고, 자신이 말하려는 거물 수입업자가 표적이었다 라고 어떻게 밝힌단 말인가?
그 수입업자의 과거 행적을 조사한 내용이 떠올랐다고 있는 그대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둘러댔다.
“저 정성그룹 3세입니다.”
정성그룹이란 이름이 주는 신뢰가 어마어마한지, 정대선은 대번에 의심을 버리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집안에서 오가는 정보가 오죽 많을까… 너 정도면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겠지. 근데 너랑 얘기하다 보면 잠깐씩 네가 재벌 3세란 사실을 잊는다. 네 신분보다 네 녀석이 보여주는 모습이 훨씬 더 놀랍거든.”
이쯤 되자 정대선은 이휘가 굳이 재벌 3세가 아니라도 뭔가 됐을 놈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런 녀석과 가까워 두면 나쁠 게 없다.
난 놈이니까.
휘가 말했다.
“이름은 유리 다예프. 러시안입니다. 이 정도면 찾아서 계약 맺으실 수 있겠죠?”
“찾는 건 어렵지 않지. 그놈이 우리와 손을 잡을지가 문제야.”
“당장 손해 보지 않을 만큼 할인해서 달러가를 책정한 뒤 최대한 길게 계약기간을 받아두세요. 그 정도 매리트는 있어야 계약을 하려고 들 테니까. 어차피 할인을 해도 제가 말한 것처럼 위기가 온다면 저절로 수익이 뛸 겁니다.”
“위기가 오면 저쪽에서 조건을 조절하려 들겠군. 우린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이익을 챙길 수 있을 테고.”
“맞아요. 그리고….”
“그리고?”
정대선은 이제 완전히 이야기의 흐름에 휩쓸려버렸다. 그를 빤히 보던 이휘가 덧붙였다.
“조건을 조정하실 때 조항을 넣어주세요. 저를 지키라는.”
“하!”
정대선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였구만! 러시아 놈들을 이용해서 널 찾고 있는 미국 놈들을 견제하려는 거였어. 그렇게 되면 태양의 눈물을 써먹어야할 때 마음껏 써먹을 수 있을 테니까.”
이휘는 말없이 웃었다.
그런 그를 보던 정대선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얼굴에 장난기가 서리더니, 대뜸 배짱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해줄 게 생겼으니 이제 나도 하나 더 요구해야겠다. 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너무 이상적이야. 잘 됐을 때야 일이 잘 풀리겠지만 달러가 치솟고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 다른 무역업체들도 우리 밥그릇에 눈독을 들이겠지. 그 수입업자 놈도 조건을 잔뜩 낮출 테고.”
“그래서 미리 계약을 하는 거잖아요?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서.”
“난 러시아 놈들 안 믿는다. 그 새끼들 상대할 땐 상호 간에 신뢰만으론 부족해. 워낙 무식한 놈들이라.”
“아뇨. 걔들은 재계약할 수밖에 없어요.”
“왜지?”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선물산 정도면 결격사유가 없어요. 필요에 따라서는 용병들을 동원해서 안전하게 화물을 운반할 수도 있고요.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습니다. 그걸 어필하세요.”
정대선은 턱을 긁적였다. 속시원한 대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도안만 있지, 알맹이는 빠져 있다.
그러나 공짜로 설계도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일단 한번 해보자. 어차피 유리인가 스댕인가를 상대하려면 앞으로도 정성그룹이 가진 정보, 그러니까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네 몸을 지키기 위한 목적 말고 우리 회사에 원하는 걸 말해봐.”
이휘가 냉큼 대답했다.
“당연히 지분이죠.”
“지분?”
“네.”
지분을 달라니.
그건 말이 안 된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정대선이 농담조로 물었다.
“돈 주고 사간다는 거지? 정성가(家) 손자 정도면 팔 의향은 있다만.”
“아뇨.”
휘가 씨익 웃었다.
“지분 태워주세요. 10퍼센트.”
“공짜로?”
“제 정보를 사시는 겁니다. 앞으로도 주욱.”
“미친짓이야. 사실을 알면 투자자들이 다 빠져나갈 거다.”
“숨기실 수 있잖아요.”
“그래도 안 돼.”
치열한 신경전.
당연히 정대선이 거절할 줄 알고 있던 이휘가 입맛을 다셨다.
“그럼 이렇게 하죠. 지분을 주시면 제가 직접 유리 다예프를 만나서 계약을 성사시키겠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도 제가 책임지고요. 지금 미래가 기대되면서도 뭔가에 홀린 것 같고 껄쩍지근하실 텐데 그 불안감을 없애드릴게요. 대선물산 지분 10퍼센트는 계약성사에 따른 성과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때요?”
“….”
잠시 고민하던 정대선이 미소를 지었다. 저절로 위화감이 드는 미소. 도발이 제대로 먹혀 들어갔는지 승부사 기질에 자극을 받은 그가 말했다.
“만약 네게 신세진 게 없다면 당장 주먹을 날렸을 거야.”
“살 길은 제가 모색해드린 겁니다. 정보는 때로 억만금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죠.”
“…계약이 빠개지면?”
책임진다고 했으니, 이휘도 배팅을 피해갈 수 없다.
“정성그룹이 소유한 사업체 중 한 곳을 내드리죠.”
“…!”
정대선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더 이상 놀란 기색을 내비치진 않았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휘가 왜 이런 내기를 하는 건지 고민해야 했지만, 정대선의 두 눈은 탐욕으로 물들었다.
성공해서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얻거나.
정성그룹의 사업체 중 한 곳을 가져오거나.
“하하하하하!”
정대선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상식으로 널 이해하는 건 포기하는 게 편하겠다.”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한 그가 손을 뻗었다. 이휘가 그의 손을 턱 잡아 일으켜 세워주었다.
가볍게 포옹한 정대선이 말했다.
“잘 해보자, 파트너. 계약서는 인편으로 보내주마.”
툭툭.
등을 두드린다.
피 비린내와 땀 냄새가 뒤섞였다. 그래서인지, 이휘는 전생의 향수에 살짝 젖었다. 이제 이곳에서도 전우가 생긴 것이다. 그런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한켠으로는 너무 크게 사고를 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천성인 것을.
정대선과의 대화를 끝맺은 이휘는 케이지 밖으로 나갔다. 다시 한 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태수가 보였다.
‘아버지가…!’
정태수는 정말 놀랐다.
아들인 자신에게조차 한 번도 따뜻한 눈빛을 보낸 적 없던 아버지가 이휘를 얼싸안다니!
아버지가 이휘에게 졌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그때 가까이 다가온 이휘가 중얼거렸다.
“이거야 원, 피가 마를 날이 없네.”
이쯤 되자 투덜거리는 모습마저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떨떠름하게 서있던 정태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구급상자를 열었다.
“어디 좀 봐봐.”
“흐음.”
이휘가 이마를 내밀었다.
정태수가 마치 팀 닥터처럼 능숙하게 상처를 소독하곤 거즈를 붙였다. 그리고 그사이 그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상처가 얕아!’
사실 이걸 위해서 직접 상처를 본 것이다. 190센티에 110킬로가 넘는 체육관 관장도 단방에 쓰러뜨리는 아버지의 니킥을 맞고 의식이 날아가지 않은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으니까.
해서 어떻게 버텼나 했는데, 상처가 달랐다. 살이 터져나간 게 아니라 스치듯 찢어졌다.
‘그 짧은 순간에 피했다고?’
정태수는 손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자신도 아버지를 상대해봤으니 안다. 자세가 나온 이상 아버지의 니킥이 빗나가는 건 상상할 수 없다. 한데 그 번개 같은 니킥을 피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상처가 생길 리 없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하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너 설마… 니킥이 날아올 줄 알았냐?”
이휘는 침묵으로 긍정하곤 화제를 돌렸다.
“눈썰미가 있네. 상처 만지는 솜씨도 제법이고.”
소독하고, 거즈 잘라 붙이는 게 간단해 보이지만 이처럼 능숙한 솜씨는 많이 해봐야 나오는 거다.
정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현역 시절에 많이 해봤다. 훈련 때나 임무 때 입은 상처 치료해서 돌아오시면 회복하시는 동안 소독이나 거즈 갈아드리는 일 같은 건 내가 했었거든.”
이 새끼, 은근 효자다.
이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정태수가 쓴웃음을 삼켰다.
“네 눈엔 내가 양아치로 보이겠지만 나 맞짱은 떠도 치졸하게 누구 괴롭힌 적은 없다.”
“그래?”
“그냥, 엄마도 안 계시고 아버지도 자주 집을 비우셔서 잠시 방황했던 것뿐이야. MMA 배운 뒤로는 싸움도 잘 안 했어. 에이씨, 내가 왜 이런 소릴 하지?”
웃긴 소리다.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다 방황을 하나?
그러면 자신은?
“핑계 좋다.”
“그래… 핑계지.”
정태수의 안색이 어둡게 잠겼다.
“난 운동으로 성공할 정도로 잘하진 못해. 그래도 아버지 니킥을 피할 정도면 넌 가능성이 충분할 것 같은데… 정식으로 훈련 받고 격투기 선수 한번 해보지 그래?”
“제 앞날도 막막한 놈이 충고를 다하고.”
“상처 때려버릴까? 열라 휘두르면 한 대는 맞을 것 같은데.”
“고맙다.”
대뜸 말한 이휘가 거즈를 더듬어서 잘 붙어있나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격투기 선수 관심 없어.”
“왜?”
“얼굴 팔리잖아. 나 카메라 공포증 있어.”
“네가 말하니 진짜 안 어울린다. 칼 맞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놈이.”
이휘가 피식 웃었다.
“됐고, 격투기 선수는 안 해도 운동은 좀 해야겠다.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 내 몸이 얼마나 부실한지.”
뭐?
전직 특수부대, 용병 출신 MMA 고수를 이겨놓고 부실하다고?
정태수는 파랗게 기가 질렸다.
“후우, 난 너랑 못 다니겠다. 무서워서.”
“학교에서 보자.”
어깨를 꽉 잡아준 이휘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털고 일어나서 교복을 걸치고 체육관을 나섰다.
이제 판은 다 깔아놨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을 뒤흔들 사건 하나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