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09
나는 회귀했다 109
한 명의 짓이다?
그렇다면, 십중팔구 누군가의 하수인일 것이다.
그 하수인이 누군지 알 것도 같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시자들을 물리세요.”
-걱정하는 네 마음은 잘 알겠다만, 잠시라도 눈을 떼면 언제 어디서 불의의 기습을 당할지 모른다.
“만약 기습을 당해도 그들에게 당하는 게 아닐 겁니다.”
-그럼?
“우리를 쫓는 자들을 모조리 처리하고 우리가 파견한 감시자들까지 해친 놈. 그놈이 공격하겠죠.”
-혼자서? 정말 열 손가락에 꼽을 수도 없는 추적자들을 모두 처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지금까지 그랬다면, 앞으로도 각개격파는 성공할 겁니다. 우리도 이제 와 이 소식을 들었는데 추적자들이라고 다르려고요. 슬슬 자신들을 쫓는 자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대비하기에는 늦었을 겁니다.”
-돌아가거나 놈의 손에 죽거나?
“맞아요.”
이휘는 듣는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보`란 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다.
그저 참고할 뿐이다.
만약 어떤 정보를 들었다면, 이미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알고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정보를 만든 놈은 그 `다른 사람`이 심각성을 알아채기 전에 두, 수 앞을 내다보고 더 치밀하고 교묘한 수단을 동원할 테고.
이 싸움은 끝났다.
자신들을 쫓는 추격자들은 하나씩 모두 죽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놈의 움직임.
다르다.
정대선이 물었다.
-그러다 놈이 추격자들을 처리하는 걸 멈추고 너희를 직접 노리면?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추적자들이 변을 당하는지 마는지 감시해야 한다. 몇 명을 더 보내마.
“시체만 늘리게 될 겁니다.”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놈은 바로 저를 노리지 않아요. 예측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만들만한 모든 요소부터 제거하는 겁니다. 제가 뭔가를 이용해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놈은 제 속을 꿰뚫어 보고 있어요.”
-그럼, 우리가 합류해서 너를 지키겠다.
어차피 놈은 자신을 찾아온다.
그것을 아는 이상, 경호에 심열을 기울이는 편이 맞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그러하다.
하지만 이휘는 놈이 보이지 않아도, 놈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어차피 마음먹고 저를 해치려 들면 막을 수 없어요. 막을 수 있다 해도, 방해되는 제 주변 사람부터 공격할 겁니다. 저한테 생각이 있어요.”
-생각이 있다고?
정대선이 못 미더운 어조로 물었다. 그가 이렇게 다시 묻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정말 놀랐거나, 아니면 자신을 못 믿거나.
그러나 이휘는 확고하게 대답했다.
“있습니다. 생각.”
-그 짧은 사이에….
“정답은 어렵지 않아요.”
-…?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대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단 숨을 곳과 교통편을 준비해주세요. 최악의 경우 언제든 무사히 파나마를 빠져나갈 수 있게. 따로 부탁드리는 건 그만큼 은밀하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정대선과 PMC 용병들은 적들의 가시권 밖… 이라는 게 이휘의 추측이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만약 저들이 알아챘다면 PMC쪽부터 끊었겠지.’
눈과 귀부터 먼저 가렸을 것이다.
아직 저들의 정보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많다.
그리고 그 구멍을 적절하게 이용해야만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나름 합리적인 추론을 하는 가운데 정대선이 말했다.
-은밀하게 준비하마. 조심해라.
마지막 `조심해라`라는 말에 유독 힘을 준다.
꼭 무슨 일이 날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쓰게 웃은 이휘가 대답했다.
“그리 나쁜 상황인 것만은 아니에요. 잘 끝내겠습니다.”
-그래.
전화를 끊은 이휘는 알란과 알렉세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를 쫓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고 다니는 놈이 하나 있어.”
알렉세이가 눈을 크게 떴다.
“어떤 개잡놈이… 한 명이라고?”
믿기 힘들 것이다.
“맞아.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해치우고 있다.”
알렉세이가 입을 딱 벌린다.
“어째 점점 괴물들만 늘어나는군.”
“그만큼 심해 깊이 들어왔다는 뜻이겠지.”
그때, 알란이 끼어들었다.
“이 심해 끝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김정판의 비자금이 실존하지 않는다면? 아니면 값진 뭔가가 아니라면… 우리나 저들이나 쓸데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겁니다. 돌아가시죠. 이 이상은 너무 위험합니다.”
미안하지만, 이휘는 김정판의 비자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이 아닌 미래에서 북측 공작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땐 장문택이 죽어버린 후라서-`지금 자신만큼 힘을 가진 누군가도 없었지만`- 김정판의 권력이 더욱 견고하고 부강해져 있었다.
건드릴 수 없는 존재.
그런 자가 지금은 손아귀에 있다.
걱정하는 알란의 마음이야 왜 모르겠냐만은….
“돌아가긴 너무 늦었습니다. 파나마를 떠나는 계획은 취소합니다.”
“그럼…?”
“우리를 쫓던 자들과 접선하죠.”
“우리에게서 김정판을 빼앗으려고 들 겁니다. 그 자들은 자신들을 쫓는 위협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거에요. 목적에 치중해서, 오로지 우리만 노릴 겁니다. 김정판의 신변을 확보한 뒤, 비자금만 찾고 빠질 생각일 겁니다. 그 희망과 목표가 눈과 귀를 멀게 했을 테고요.”
“재밌는 제안을 할 생각입니다.”
이휘가 빙그레 웃었다.
“자리는 만들 수 있겠습니까?”
“…물론, 우리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고 만나자고 하는 데에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시간과 장소는 무작위로 정해요.”
“알겠습니다. 따로 따로….”
“아뇨.”
“예?”
“한꺼번에 봅시다.”
알란이 멍하니 입을 벌리더니 말했다.
“저들끼리 총부림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손 안 대고 우리를 쫓는 놈들 숫자를 줄일 수 있겠네요.”
“그자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놈을 잡으려고 접선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놈 뒤에 우리가 찾는 놈이 있을 테니까요.”
“그자들이 뭐 그리 큰 도움이 되겠어요?”
“그럼…?”
“미끼입니다.”
“그게 무슨….”
이휘가 말이 없자 알란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자들에게 접선해보겠습니다.”
“알란이 직접 해요. PMC 동원하지 말고.”
“예. 저도 통화하시는 내용 들었습니다.”
“좋습니다.”
알란이 먼저 떠나자, 이휘는 이번에는 알렉세이를 쳐다봤다.
“알란을 쫓아.”
“알란을?”
“그놈이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이 기회에 알란을 처리하려고 움직일 거야.”
“아!”
알렉세이가 히죽 웃었다.
“뻔뻔한 낯짝을 뭉개주지.”
“아니.”
이휘가 고개를 저었다.
“나서지 말고 놈이 섣불리 과감한 행동을 못 하게끔만 붙어. 그놈도 너와 알란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부담 될 테니까.”
“뭐? 너 설마 나랑 알란이 같이 나서도 놈을 당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 하지만….”
알렉세이가 눈에 힘을 주자 이휘가 덧붙였다.
“그놈이야 언제든 처리할 수 있지만, 너희는 다시 되살릴 수 없어.”
“크으.”
알렉세이가 묘한 탄성을 흘리며 살짝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이러라고 한 말은 아닌데.
이휘가 알란이 사라진 방향으로 턱짓했다.
“안 가?”
“자식… 조심하마.”
“그래, 뭐….”
굳이 다시 한 번 다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오버한 알렉세이가 떠났다.
이제 남겨진 것은 백성범 팀장과 이휘, 마원.
먼저 입을 연 것은 마원이다.
“제가 도움이 될 일이 있겠습니까?”
“중국으로 돌아가서 지금처럼 해주시면 됩니다. 이쪽은 마원 씨 영역이 아니에요.”
“제 할 일은 끝났군요. 대인.”
그가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한 뒤 덧붙였다.
“그럼 저는 돌아가보겠습니다.”
“네. 백 팀장님.”
백성범 팀장이 돌아보자, 이휘가 부탁했다.
“상부의 명령과 관계 없이 마원 씨를 안전하게 귀국시켜줄 수 있겠습니까?”
“….”
잠시 말이 없던 백성범 팀장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이휘 씨 일을 돕는 게 제 임무니까요. 하지만… 그놈은 어떻게 잡을 생각이십니까?”
“생각이 있습니다.”
백성범이 이휘를 빤히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
이름은 버렸다.
죄수 번호 1116번.
한동안 그 번호로 불렸던 사내는, 악셀을 밟으며 비스듬히 미끄러지듯 차선을 넘어서 표적이 탄 차량의 옆면을 쓸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차량 두 대가 바짝 붙은 채 섰다.
그러나 표적은 내리지 않았다.
앞범퍼가 가로막힌 채 창문을 손톱만큼 열고 소리쳤다.
“뭐야? 이 개새끼… 바쁘니까 그냥 꺼져!”
이마가 터져 피가 흐르면서도 그냥 가라고 하는 표적.
물론 사내는 그냥 가줄 생각이 없었다.
차문을 열고 내린 그는 저벅저벅 멈춘 차량을 향해 다가갔다.
“뭐야?”
안에서 외치자 사내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꺼지라고!”
“미안하게 됐습니다.”
“내 말 안 들려?”
“여기서 죽어줘야겠습니다.”
“…뭐?”
그때였다.
사내가 등 뒤에서 망치를 뽑아 휘둘렀다.
콰앙!
창문에 금이 쩌저적 가고.
그걸 시작으로 사내는 무자비하게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콰앙! 쾅! 콰직! 콰지직!
“이런 씨발….”
욕지거릴 뱉은 표적이 외쳐 묻는다.
“너지? 비자금을 노리는 자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남자는 말 없이 망치를 휘두른다.
콰지직!
“개새끼가!”
표적이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고 창문을 연 뒤에,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사내는 창문이 열리는 순간 아래로 몸을 숙여서 총알을 맞지 않았지만, 독 안에 든 쥐였다.
표적은 사내가 총을 꺼낼까 봐 반대쪽으로 내린 뒤 총을 들고 조심히 접근했다.
그 순간.
어느새 본넷을 타고 넘어온 사내가 덥썩 표적의 뒷덜미를 잡았다.
콰악!
“커헉!”
뒷목이 잡힌 것뿐인데 표적은 꼼짝도 못 했다. 당황한 그가 총을 바꿔 쥐며 쏘려는 순간, 사내가 그의 뒤통수를 무자비하게 망치로 때렸다.
퍼억!
“끄으!”
표적이 눈이 탁 풀린 채 앞으로 몇 걸음 더 가서 가드레일을 잡고 뒤돌아선다.
총을 들어 올리는 순간.
사내가 손목을 후려쳤다.
퍼억!
우드득, 손목이 분질러지면서 권총을 떨어뜨린 표적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두려운 눈으로 사내를 올려다봤다.
“으으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극도의 공포.
망치를 든 채 머리를 쓸어넘긴 사내가 쪼그려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더니 히죽 웃었다.
“어디 가고 있었지?”
“너… 이….”
콰직!
단번에 발목 복숭아뼈가 부러진 표적이 비명을 질렀다. 누가 도우러 왔으면 좋으련만, 도로에 지나는 차 한 대 안 보인다.
“끄으으으, 끄으.”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휘라는 놈… 아니지. 김정판을 데리고 있는 놈이 너희에게 연락했겠지?”
“….”
“어디서 만나자고 하던가?”
“너… 누구야.”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사내는 표적의 턱을 덥석 잡더니 망치를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제발 죽여달라고 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