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11
나는 회귀했다 111
백 팀장, 백성범은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원이 데려온 경호원들은 절반이 쓰러진 상태다.
어둠 속에 파묻힌 상대는 그들이 비행장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운전자의 아미에 구멍을 내놨다.
저격.
한 발에 한 명씩 목숨이 끊어졌다.
순식간에 상황파악을 마친 백성범은 마원을 데리고 급히 피신했고, 그 위를 무시무시한 총성이 덮쳤다.
저격 다음은 총알 난사.
기관총에서 격발된 총알들이 방탄차량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방탄차량이라 해서 모든 총기와 총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은밀히 움직였고, 급히 구할 수 있는 수준의 방탄차량만 구해서 이동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피해는 막심했다.
원래 마원이 데려온 경호원들 대다수가 사상자로 변했다.
“어떡합니까?”
마원이 덜덜 떨며 외쳤다.
그는 그냥 사업가다.
백성범이 차분하게 외쳤다.
“놈들이 이리로 몰려올 겁니다!”
총격에서 끝낼 리가 없다.
더 이상 총격이 무의미할 때, 접근해올 것이다.
일단 저격하고, 기관총 난사까지 저지른 놈은 하나다.
“저격수는 계속 대기할 겁니다! 절대 여기서 나오지 마세요!”
“백 팀장님!”
마원이 애타게 불렀지만 백성범은 대답하지 않았다.
“젠장.”
죽음은 두렵지 않다.
문제는 상부에서 지시받은 작전이 아니라, 이휘 개인의 부탁으로 움직인 곳에서 죽는다는 거다.
그건 그거고.
지금은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입술을 질끈 씹은 백성범은 침착하게 기다렸다.
아주 미세하게, 총성 사이사이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린다.
‘여섯… 일곱.’
여섯 명에서 일곱 명.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상대의 진영을 머릿속에 그린 백성범은 즉시 바닥에 길게 누워서 권총을 격발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성이 규칙적으로, 그리고 길게 울려 퍼지며 이쪽으로 다가오던 여러 쌍의 다리 중 두 쌍이 꿰뚫리며 두 명이 쓰러졌다.
아머지 두 발은 쓰러진 자들의 이마를 꿰뚫었다.
“적이다!”
타다다다닥! 타다다다다다닥!
캉, 카앙―!
차량의 합판에서 불빛이 번쩍거린다. 타이어가 터지고 차량이 내려앉았다.
타다다다다다다다!
피잉! 핑―!
난사하며 다가오는 적들.
백성범은 냉철하게 타이밍을 쟀다.
난무하는 총소리만으로 상대 총기가 뭔지, 몇 발까지 쏠 수 있는지 알아낼 수는 없기에 총격이 최소화됐을 때 반격할 요량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총성이 그쳤다. 그래봐야 1초 가량. 그 사이에 벌떡 일어난 백성범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세 명의 이마에 총알구멍이 나는 것과, 어딘가에서 날아온 총알이 백성범 팀장의 가슴을 때린 것은 한순간이었다.
퍼억!
백성범은 뒤로 날아가서 `끄으윽` 억눌린 신음을 뱉었다. 방탄복으로 중무장을 해서 치명상은 피했지만 가슴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총알은 빛처럼 빠르다.
제아무리 고강도의 훈련을 받은 인간병기라 해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차이다.
‘저격수!’
원래대로라면, 저격수부터 제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건 불가능.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는 수밖에 없다.
백성범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탄창을 갈아 끼웠다. 빠르게 움직이며 다가올 적을 기다린다. 다섯을 쓰러뜨렸고 마지막으로 본 바로는 둘이 남았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설령 이쪽은 권총과 칼.
저쪽은 기관총으로 무장했더라도.
그들이 차 뒤로 돌아온 순간, 백성범 팀장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주저앉은 차량과 바닥 사이에 기어들어가서 총을 쐈다.
타앙!
또 한 명.
그 한 명이 쓰러지는 동시에 차량을 향해 기관총이 난사된다.
카앙! 카앙! 카가가가강!
차량이 폭삭 주저앉을 것처럼 기이한 소리를 듣는 즉시 백성범 팀장은 옆으로 굴러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적들이 기관총을 겨눈다.
격발되려는 순간.
놈들 뒤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탕탕탕탕탕!
무작위로 쏘는 총알을 방탄복 위로 얻어맞은 놈들이 앞으로 휘청거렸다.
동시에 벌떡 일어난 백성범이 한 놈의 목에 칼을 깊숙이 박아넣고, 밀어붙였다.
퍼퍼퍼퍽!
먼 거리에서 날아온 총알 몇 발이 주검이 된 방패막이에게 틀어박히고.
그사이 백성범은 기관총을 당기려는 자의 손을 칼날로 꿴 뒤에 한발 다가가서 목을 비틀어버렸다.
우드득!
허수아비처럼 쓰러지는 상대.
“허억, 허억, 허억….”
백성범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뒤 차량에 숨어서 그를 도운 마원이 차량 아래서 빠져나오며 물었다.
“다 해치웠습니다! 이제 살아나갈 수 있는 겁니까?”
“진짜는 이놈들이 아닙니다.”
백성범은 확신했다.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은 놈인 것 같은데… 마음 놓고 총격을 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수월하게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제 조끼가 아니라 머리통이 날아갔을 테니까요.”
“그 말은….”
“원군이 온 것 같습니다.”
“원군이요? 오기로 한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누가….”
마원이 눈을 크게 떴다.
“대인! 대인이 놈들의 계략을 눈치 채 거군요!”
“어쩌면.”
백성범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려왔다.
타앙!
탕!
‘저격수들.’
그는 호흡을 늦추며 말했다.
“놈에게 다가가야겠습니다.”
“피해있는 편이….”
“우리 쪽 지원군이 당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됩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잠시 혼자 계셔야겠습니다.”
마원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십시오. 저도 총질 좀 해봤습니다. 방금이요.”
“금방 오겠습니다.”
입매를 비튼 백성범이 움직였다.
***
한편, 알란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어깨가 축축했다.
방아쇠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조금 더 가까이 자리를 잡았거나, 불빛을 등지고 포인트를 잡지 않았더라면 어깨가 아니라 머리가 뚫렸을 것이다.
그나마 조명을 등져서 상대가 정확한 저격을 할 수 없었을 뿐.
시계를 본 그가 중얼거렸다.
“여기까집니다.”
1분.
1분만 버텨달라고 했다.
이제 1분이 지났으니 이쪽은 성공한 셈이다.
이제 우회해서 놈에게 접근한 이휘가 활약할 차례였다.
***
이휘는 은밀하게 움직였다. 만약 알란과 백 팀장이 놈의 시선을 흐려놓지 않았다면 애초에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다행히 유능한 명사수 둘이 놈의 신경을 분산시켜 놨다.
알란이 총격을 멈춘 걸 보니, 죽거나 위치가 노출됐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총격을 가해줬을 테니까.
아래 백 팀장과 마원의 안전은 확인했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둘 다 잃었겠지만 지금은 간신히 지켰다.
‘개새끼. 내 차례다.’
이휘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관제탑 위에 있어야할 놈이 보이지 않았다.
저격총, 거치해둔 기관총 앞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닌 형태를 잡아둔 검은 비닐이었다.
욕을 뱉을 틈도 없이 이휘가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위를 총성이 덮쳤다.
타다다다다다다!
바닥에 번쩍 번쩍 불빛이 튄다.
이휘가 화악 몸을 돌리며 총격을 가했다.
탕! 탕! 탕! 탕!
그 짧은 새에, 그나마 엄폐물이 될만한 소파를 향해 몸을 날리는 순간에 이미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권총을 뽑아 들며 반격을 가한 것이다.
“네가 그놈이군.”
스산한 목소리.
충분히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엄폐물에 숨어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알란과 알렉세이, 그 새끼들이 따르는 놈이야.”
다시 정적.
“원하는 게 뭐지?”
갑자기 무슨 소리지?
“네가 바라는 게 뭐냐.”
“….?”
“돈인가? 아니면 권력?”
이휘는 눈을 치떴다. 어째 혼자 떠드는 내용이 이상하다 싶은 순간, 미세한 잡음이 귀에 걸린 것이다.
‘설마….’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는 순간 머리 위로 손을 뻗어 뭔가를 잡아다 내리꽂았다.
콰앙!
바닥에 떨어진 놈은 바로 직전까지 총격전을 벌이던 그놈이다. 놈은 미리 녹음해두었던 내용을 켜놓은 뒤 몰래 접근한 것이다.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상한 것을 조금이라도 늦게 느꼈다면 놈이 소파 위로 넘어오는 것을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쯤 쓰러진 것은 이휘였을 터.
허나 불길한 기분이 엄습하는 순간 자신이 숨은 곳에 접근할 곳이 머리 위밖에 없다고 직감하고 손을 뻗어 잡아챈 걸 무작정 내다 꽂아버렸다.
“큭.”
놈이 허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그러한 놈을 보며, 이휘는 간담이 서늘했다.
놈을 내다 꽂는 순간, 이휘의 반대 손을 쓸 듯이 휘감은 놈이 총을 놓치게 만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놈도 바닥에 꽂히면서 총을 놓치고 만 상태였다.
하지만 이는 이휘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빠른 놈이야. 그리고 아까 그 힘….’
넘어가는 동시에 이휘의 손을 쓸었다. 단순히 그 가벼운 동작 하나에 저항하기 힘든 힘을 느꼈고, 권총을 놓치고 말았다.
하물며 상대의 척추를 부러뜨릴 기세로 내다꽂았는데, 지금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순식간에 소파를 넘어 접근하는 속도와 은밀함까지.
괴물이다.
뚜둑, 뚝.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소리를 낸 놈이 피식 웃었다.
“듣던 대로 제법 하는군.”
녹음기에서 들었던 목소리다.
긴장감이 휘감았지만, 이휘는 칼을 뽑으며 이죽거렸다.
“시간이 없을 텐데?”
“충분해.”
짧게 답한 놈이 표범처럼 들이쳐서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어깨는 꿈쩍도 안 했는데, 빗살 같은 주먹이 이휘 뒤에 있는 사물함에 박힌다.
콰앙!
그 순간 이휘는 오롯이 직감에 의지해 다리를 들었다.
콰아앙!
빠악!
사물함이 구겨지면서 가격당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리 전체가 화끈거렸다.
이를 악문 이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비틀었다.
콰앙!
사물함이 벌써 너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명치로 놈의 반대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커헉!”
이휘가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려 몸을 꿈틀대는 순간 놈이 가슴을 팍 밀쳤다.
쿵.
등을 부딪친 이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도망치지 못하게 한 놈의 손이 날아와 목을 움켜쥐더니, 얼굴을 향해 주먹이 꽂혔다.
빠악!
우드득!
이휘는 본능적으로 들어 올린 팔의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바람에 손에 쥐고 있던 칼이 땡그랑, 맥없이 떨어졌다. 놈은 멈추지 않고 더 바짝 들어오며 팔꿈치로 얼굴을 갈겼다.
이번에 이휘는 자신의 목을 움켜쥔 손을 힘껏 밀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콰앙!
바닥에 고정되어 있던 사물함이 마침내 뒤로 넘어갔다.
남자가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이휘를 향해 씨익 웃었다.
“재밌어, 재밌어.”
놈은 싸우는 걸 즐기고 있다.
이휘는 소름이 좍 돋았다.
자신은 칼을 쥐고 있었고, 놈은 편한 자세에서 총을 쏘기 위해 몸에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분명 그런데 칼 한 번 휘두를 새도 없이 얻어맞고 팔이 부러졌다.
다리도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놈은 본 적 없는데.’
전생에서도 만난 적 없다.
총이 없는 지금은, 확실히 불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