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15
나는 회귀했다 115
이휘가 켄터키 아저씨와 닮았다고 생각한 남자.
CIA 남미 전담 비밀수사관은 본부에서 이휘에 대한 자료를 받았다.
“이게 뭐야?”
그의 눈앞에는 지부장이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것 좀 보게.”
파일을 열어본 지부장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마지막 장에 적힌 한 마디 때문이다.
접촉할 것.
그게 결론이었다.
파일 내용은 별 것 없었다.
그들이 원래 알고 있는 이휘의 표면적인 부분.
그에 대한 자료가 가득했다.
문제는 그 외에 이휘의 숨겨진 돈, 지분 따위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CIA가 조사를 허투루 했을 리 없다.
진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자식, 진짜 숨기는 게 있군요. 본부 생각도 같고요.”
“그래. 우리가 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거지.”
“접촉하라는 건, 정보를 넘기라는 거겠죠?”
고개를 끄덕인 수사관이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블랙 놈들,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겠어.”
“우리가 블랙에 대한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은 어떡할까요?”
“우리 방식 알잖아.”
“예.”
지부장이 말했다.
“블랙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돼. 세상 모든 일을 절차대로, 규정대로 처리할 수는 없어. 우린 블랙이나 이휘, 누구의 편도 아니다.”
“알겠습니다.”
수사관은 지부장이 나간 뒤에도 서류가 든 파일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젠장. 살쾡이 잡으려고 호랑이 불러들인 게 아니길….’
***
이휘는 하루 뒤 CIA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았다.
켄터키 아저씨가 다시 방문하거나, CIA 회선을 통해 정보를 건네지 않는 것만 봐도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우리가 피 튀기게 싸우면 어부지리를 취할 셈이군요.”
알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떡하실 겁니까?”
“원래는 우리가 CIA나 다른 세력을 이용해서 놈들을 잡아야 했습니다.”
“한데 지금은 우리가 이용당하게 생겼고요.”
“그래요. 그게 문젠데.”
이휘는 손목시계를 봤다.
“일단 가죠. 파트너들이 왔을 테니. 그들을 만나고 나서 생각해 봅시다.”
두 사람은 호텔 로비로 움직였다.
불과 이틀 전에는 CIA 관계자를 만났는데, 오늘은 김정판의 비자금을 노렸던 자본가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이휘가 들어서자 그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반갑습니다. 제가 이휘입니다.”
이휘는 짧게 인사하며 면면을 훑었다.
대부분이 기업가라 그런지 말끔한 행색이다.
저들 모두 어마어마한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휘의 할아버지, 이성환 회장보다도 더 큰 기업을 일군 자들이다.
그럼에도 이휘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지금의 이휘는 저들이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신흥재벌이기에.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곧 무기다. 이휘는 최강의 무기를 쥔 사람이고.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는 얼마 전까지 경쟁자였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죠. 우리를 공격한 놈. 그자를 공공의 적으로 삼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나도 그자에 대해 알아봤소. 예상하신 것처럼 파나마에 오기 전, 그자가 우리에게 접촉하기도 했고.”
“그렇군요.”
이휘가 추임새를 맞추자 입을 연 배불뚝이 남자가 말했다.
“그렇소. 하지만 우리 중 그들이 누군지, 어디 소속인지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다오.”
“그 말씀은, 제가 그자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제 편에 서시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맞습니까?”
“눈치가 빠르시군. 맞소. 우리도 그자가 달가운 것은 아니니까. 그자는 우리가 보낸 사람들을 해쳤소.”
사실 이 사람들은 수 틀리면 이휘를 해치려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이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저도 놈들에게 당해 이 꼴이 되었습니다.”
이휘가 말하는 `이 꼴`이 어떤 꼴인지 겉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직 그는 온 몸에 붕대를 감은 환자였으니까.
“몸은 괜찮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충분히 크계 다친 것 같은데… 그래, 이미 한 번 당해봤으면서도 그자들과 싸우겠다는 것은 그만한 승산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물론입니다. 제가 여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놈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저는 죽을 고비를 넘긴 대신, 살아남아서 여러 정보를 얻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드셨더군. 그걸 보고 믿음이 가긴 했지만 지금 공개된 정보는 모두 놈들이 무슨 만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것일 뿐 놈들에 대한 것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던데.”
“우리가 자신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밝혀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미스터 리는 알고 있다는 소리 같이 들리는데?”
“그렇습니다. 그자의 코드네임은 블랙. 소련의 정보기관을 책임지고 있던 책임자였습니다. 놈이 노리는 것은 김정판의 비자금을 손에 넣은 뒤 현 러시아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영향력을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떨치는 겁니다.”
“꿈도 야무지군.”
“더 대담한 것은 그 일에 CIA를 이용할 생각을 했다는 거죠. 물론 CIA도 놈들을 이용해 자신들이 손대지 못하는 일을 처리하고 있는 모양새였습니다만…. 이제 CIA는 우리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그게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협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폐가 있는데. 우리가 노리는 것은 김정판의 비자금. CIA가 그 돈을 손에 넣을 기회가 오면 자기들이 꿀꺽하려 들 거요.”
“여러분은 그 돈을 포기해야겠죠.”
“무슨…!”
“단.”
이휘가 칼같이 말을 잘랐다.
“그놈들이 가진 게 제법 됩니다. 도망자에 불과한 김정판의 비자금은 현재 그 금액이나 소재도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리려 하고, 우리를 칠 인력과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한 블랙의 군사자금은? 이거야 말로 확실하되 주인 없는 돈입니다.”
“블랙이란 놈을 제거하면, 그 돈을 우리에게 넘기겠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죠.”
“허.”
다들 고민하는 기색이다.
이휘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여러분이 응하시던 응하지 않으시던 관계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이 일에서 손을 떼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십시오. 하지만 놈들을 돕는다면, 공범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때쯤 요리가 나왔다.
식사를 하는 동안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침내 입을 뗀 것은 처음 대표로 이휘와 대화하던 배불뚝이 남자다.
그는 배를 두드리며 물었다.
“블랙이란 놈이 어디 있소?”
“이곳 파나마에 있습니다. 이미 놈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둔 상태입니다.”
“단독으로 움직인 거요?”
“아마 놈은 달아나려 할 겁니다. 그간 은밀한 움직임을 볼 때 쉽게 잡힐 놈이 아니에요.”
“그럼…?”
“도망치는 놈을 잡으려면 여러분의 영향력이 필요합니다.”
“알겠소.”
배불뚝이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 공유해주시오. 나는 돕겠소.”
그게 시작이었다.
식사하던 이들 모두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이 보낸 해결사들을 죽인 복수를 하고, 나아가 불안요소를 제거하면서 돈까지 얻을 수 있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누구라도 빈 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 모두 파나마에서 있었던 일에 들인 돈을 회수하려 했다.
***
그 시각.
이 모든 일의 주체가 되는 또 한 사람, 의문의 남자 블랙은 이휘에게 보낸 여자와 만났다.
“갔던 일은?”
“잘 안 됐습니다. 이휘는 저를 이용해서 보스를 끌어내려 합니다.”
“역습을 준비하는군.”
“그렇습니다.”
“어쩐지 쉽게 풀린다 했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CIA가 돌아섰다.”
“그런…!”
여자가 크게 놀라자, 블랙이 말했다.
“노인장을 보냈다. 이휘를 비롯해서, 그놈을 돕는 파트너 놈들 모두 죽을 거야. 그래야 우리도 훗날을 기약할 수 있을 테고.”
“김정판의 비자금은 포기하시는 겁니까?”
“내가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직감 때문이야. CIA가 이렇게 깊게 관여한 이상 비자금은 놈들의 손에 들어가거나, 허공에 흩어진다. 더 이상 우리가 노릴 수 있는 돈이 아니야.”
날카로운 눈빛을 응시하던 여자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자들을 모두 제거하면 문제가 커질 겁니다. 개개인이 영향력이 큰 이들입니다. 단순히 지금까지처럼 헬기사고나 비행기사고로 위장해서 처리하고 묻을 수 없습니다. 그자들이 보낸 해결사들을 처리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미국에서도 우리 목줄을 틀어쥐려 할 겁니다. 최악의 경우 우릴 완전히 버릴 수도 있고요.”
세상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테러란 아주 손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상상해 보라. 누가 누군가를 해치고자 마음 먹는다면 그만큼 쉬운 일이 없다.
아무도 생각만 했지, 실제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뿐.
양심이나 도덕심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뒷 일이 걱정돼서 큰 일을 저지르지 못하는 거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 블랙은 늘 뒷감당을 해왔다. 지금 그가 제거한 이들 모두 `의문 사고사`가 됐다.
반면에 이번만큼은 다르다.
더 이상 묻어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범죄자의 말로가 그러하듯, 블랙은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냉철함을 잃었다.
“놈들을 살려두는 이상 우리를 끝까지 쫓을 거야. 이미 우리와 너무 많이 얽혀있다. 우리가 살려면 그놈들을 모조리 죽이는 수밖에 없어. 감옥에 갈 바에는 죽겠다.”
“….”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죽기를 각오했지만 그녀는 그렇지 못했다. 언젠가는 이 일을 하다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각오한 것은 이런 식의 죽음이 아니었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재고해주세요, 보스.”
“아니.”
블랙이 서늘하게 눈을 떴다.
“모두 제거하고 우린 여길 뜬다. 그게 전부야.”
“…알겠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자리에서 나왔다. 그리곤 그녀가 가족과 연락할 때만 쓰는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저에요.”
-반가운 목소리군.
“지금까지 저는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품은 적이 없어요.”
-앞으로는?
“알고 있었군요.”
-물론.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보호해주세요. 그를 잡는 걸 도울게요. 이번에는 진심으로.”
-그럴 필요 없어. 이미 당신을 통해 놈이 어딨는지 알아냈으니까.
“당신이 뭘 준비했는지는 몰라도 내 도움 없이는 희생이 클 거에요. 절대 그를 손쉽게 잡을 수는 없어요. 그리고 내가 가진 정보가 있어요. 당신들 목숨이 걸린 정보죠.”
-뒤늦게 마음의 결정을 내려서 애가 타는 모양인데.
“진짜에요. 난 아직 쓸 수 있는 히든카드가 남았어요.”
-…정보 먼저. 그럴 수 있겠나?
입술을 깨물고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을 제거하러 간 자의 신상을 보낼게요. 당신이 지금껏 그랬듯 이번에도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을 거에요. 이전에 당신 목숨을 노리던 자들보다 더 영리했으면 영리했지, 멍청한 자는 아니니까.”
-좋아.
상대, 이휘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믿어주지. 지금은 안전한 건가?
“안전한 회선으로 전화를 건 거에요.”
그녀가 자신한 순간 이휘가 덧붙였다.
-내 생각은 좀 다른데.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x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