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18
나는 회귀했다 118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경호원의 말에 블랙이 미간을 찌푸렸다.
블랙은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끝났다고 여기진 않았지만, 일이 꼬인 것만은 확실하다.
심지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휘마저 처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역시 안 되겠어.”
“무슨…?”
“여기서 이휘를 처리하고 간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놈은 분명히 와있어.”
블랙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나라면 그랬을 테니까.”
“여기서 이휘를 처리한다고요?”
“그래. 비행기 안에서 놈들을 맞이한다.”
“그러다 비행기가 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놈만 잡으면 다시 CIA와 협상할 수 있어.”
“하지만….”
“이대로 떠나면.”
블랙이 말을 이었다.
“아무도 나를 존중하지 않겠지. 그럼 일이 더 힘들어진다. 목표를 이루지 못할 바에는 죽는 게 나아. 지금껏 목표만 보고 달려왔다. 여기서 접으면 살아남은 의미가 없어.”
경호원은 입매를 다물었다. 굳은 표정이 그의 심리를 설명해준다.
“설마…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오신 겁니까?”
“반신반의였지. 놈이 정말 내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까? 그게 안 되는 놈이라면 언제든 제거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어. 지금, 놈이 많은 인력을 동원하지 못할 때 죽여야 한다.”
“만약에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몰려오면 저희는 보스를 지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희에게 중요한 건 보스의 안전이지, 복수가 아니에요.”
블랙이 피식 웃었다.
“중요한 것은 돈이겠지. 내가 죽으면 너희에게 돈을 줄 사람이 없으니까. 아닌가?”
“….”
“만약 우리보다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었다면 진즉 우릴 공격했을 거야. 이 근처에 있어. 주위를 경계하는 놈들한테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아…!”
“여기서 잡는다. 우리가 비행기를 띄우기 전에 놈들이 먼저 공격해 올 거야.”
“이휘가 없으면요?”
“이휘의 부하 놈을 잡아서 이휘를 끌어내야지. 그놈은 절대 자기 부하를 버리지 않아. 놈이 부하들에게 희생을 요하는 순간, 그놈을 따르던 놈들이 따를 이유가 사라진다. 놈을 위해 일하는 자들은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아. 너희처럼 돈으로 고용된 자들이 아니다. 이휘에게는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 이휘가 만약 지금까지의 룰을 깨고 부하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것도 좋겠지.”
“…준비하겠습니다.”
블랙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해. 이 지겨운 게임을 끝내보자고.”
***
이휘는 알렉세이, 알란과 은밀하게 움직였다. 비행기에 접근하는 도중에 총알이 날아왔다.
탕! 탕! 탕! 탕…!
알렉세이의 어깨가 뚫렸다.
“큭.”
알렉세이가 신음을 뱉으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의 상태를 확인한 알란이 이휘에게 말했다.
“오른쪽 어깨입니다.”
거의 다 접근했을 때 총격을 당했다.
‘여기서 결착을 지으려는 거군.’
이렇게 정확히 조준해서 총을 쏘는 것만 봐도 쉬운 상대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쪽 움직임을 기다리고 파악한 이상 진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총성은 들이치지 않았다.
이휘는 알란에게 말했다.
“난 왼쪽.”
알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다시 움직이려 하자 알렉세이가 팔을 잡았다.
“나도….”
“알렉세이.”
알란이 커다란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지금 그 상태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짐만 돼. 알잖아.”
“….”
알락세이는 오른손잡이다. 오른쪽 어깨가 뚫린 이상 정상적으로 총격전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앞서가다 그를 응시한 이휘가 덧붙였다.
“총성이 그치면 그때 들어와.”
알렉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들어간 반대쪽으로.”
“알겠다.”
알렉세이의 대답을 받은 이휘와 알란이 비행기 뒷문으로 접근했다.
피잉- 핑!
날아온 총알이 그들이 숨은 트랙터를 때리고 지나간다.
“알란. 엄호.”
이휘의 경우 알렉세이처럼 오른팔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아직 다친 왼팔이 낫지 않은 상태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같다.
알란이 말했다.
“제가 진입하겠습니다.”
알란은 진지했다. 설령 엄호가 있다 해도 한 명을 해치우면서 진입했을 때, 양쪽을 봐야 한다.
좌우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죽을 확률 반, 먼저 상대를 발견하고 쏠 확률 반이다.
반반의 싸움을 이휘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의미였지만 그것은 이휘도 같았다.
“지시하는 겁니다. 내가 살 확률이 더 높아요.”
“그런….”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이휘가 차갑게 말했다.
자신할 수 있었다.
그 자신은 전생에, 총격전에서 생존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알란도 있겠지만 경험적인 측면에서 자신이 훨씬 더 능숙하다 확신했다.
그것은 지금껏 두 사람이 함께 많은 전투를 거쳤기 때문에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알란이 어렵사리 입을 뗐다.
“조심하십시오.”
그 역시 느낀 것이다.
이휘가 한 수 위라는 것을.
고개를 끄덕인 이휘가 턱짓을 한 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뛰쳐 나갔다.
동시에 트랙터 위로 모습을 드러낸 알란이 비행기 문에 대고 무차별적인 사격을 퍼부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이휘를 쏘려던 자가 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으악!`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쓰러졌다. 비명이 터졌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
몸을 내밀다 어느 한 구석이 총격에 맞았을 가능성이 컸다.
이휘는 망설임 없이 뒷문으로 진입하며 바닥으로 몸을 날렸다.
촤아아악!
천장을 보고 미끄러져서 들어가며 비행기 안쪽에 숨어있던 오른쪽으로 총격을 가한다.
탕탕!
시선은 좌측이다.
오른쪽에 팔을 맞고 주저앉은 놈의 가슴팍과 이마가 뚫리는 동시에 이휘는 왼편에 숨은 적을 보고 있었다. 오른쪽에 숨은 놈이 죽고, 왼쪽의 적이 반응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전면에서 아래로 시선을 내리는 그 찰나의 틈.
이휘는 그 틈에 한 명을 제거하고 좌측에 있는 놈을 쐈다.
탕, 탕!
이번에는 무릎에 한 발, 이마에 한 발.
상대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표적인 블랙뿐이다.
이휘는 실내를 훑었다.
철저히 어둡다.
두 놈 모두 적외선감지기를 이마에 걸치고 있었던 걸로 봐서는 블랙도 어둠을 이용해 자신을 잡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잔꾀를.’
이휘는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발뒤꿈치부터 앞으로 내딛으며 움직이기에 발소리가 전무했다.
그러다, 이휘는 암흑 속에서 반짝거리는 뭔가를 보았다.
저 멀리 바닥에 유리 부스러기가 깔려있다.
이휘는 몸을 낮춘 뒤 힙에 차고 있던 묵직한 색백을 풀어서 섬광탄과 함께 집어던졌다.
잘그락.
번쩍!
한 순간 주위가 환해졌다.
유리에 떨어지는 `잘그락`소리 덕분인지 그 순간 소리를 쫓아 총알이 들이쳤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그사이 이휘는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움직여서 권총을 쏜다.
탕! 탕! 탕! 탕!
모조리 빗나갔다.
블랙이 급히 숨은 것이다.
이휘는 바람처럼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 어느새 따라 붙은 알란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입모양으로 말한다.
‘잡아요.’
“알…!”
이휘가 알란을 부르려는 순간 알란이 뛰쳐 나갔다. 상대방이 불쑥 나타며 총알을 갈겼다.
타다다다다다!
알란이 픽픽 맞으며 뒤로 나자빠졌다. 동시에 은폐물 우측으로 몸을 날린 이휘가 총알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세 발 중 두 발.
상대의 몸에 맞았다.
놈이 이휘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며 간신히 머리가 뚫리는 것을 면한 것이다.
이휘는 빠르게 알란의 상태를 훑었다.
기어서 몸을 숨긴 알란이 비실거리며 웃었다.
“헉, 허억, 헉…. 주는 줄 알았네.”
방탄조끼에 맞았다.
“미쳤습니까?”
“대단한… 놈입니다. 그래서 날 못 죽일 줄 알았죠.”
이휘가 아닌 알란이 나타나면, 이휘에게 신경을 쓰느라 완벽한 사격이 힘들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알란을 완벽히 처리하려 들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알란은 죽었을 테고, 그 대신 이휘는 블랙의 목숨을 빼앗았을 것이다.
‘빌어먹을. 그놈을 죽이는 대신 당신을 잃으면 내 손해라고!’
한 소리 해주고 싶었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뱉는 순간 상대의 발소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로 위치를 알고 있는 상황이기에 순간순간이 중요했다. 총격전이 벌어진 직후라면 부상당한 놈이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더 지났기에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알란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기관단총입니다.’
이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휘가 들고 있는 총은 권총이다. 아직 상처가 다 낫질 않아 반동이 심한 총을 쓸 수 없었다. 한 손으로 쓸 수 있는 총을 고른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한 손으로 권총을 쏘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휘는 가능했다.
반면에 알란은 기관단총을 들고 진입했다.
‘수류탄이라도 있으면 일이 쉬울 텐데.’
섬광탄이나 연막탄 정도는 어렵사리 구할 수 있지만 대량살상에 가능한 수류탄은 군 출신이 아닌 이상 구하기 힘들다.
총으로 난사해서 여럿을 해친다면 현장에서 검거하거나 사용된 총기와 총알을 추적하는 등 반드시 총 쏜 놈을 찾을 수 있지만 수류탄은 던지고 숨어버리면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폭탄이나 수류탄은 그 관리가 훨씬 더 까다로웠다.
그 순간.
톡, 토도로로록.
“…!”
알란과 이휘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휘는 삐이이이이이이이이- 이명이 들려왔다. 온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긴급히 엎드려서 직격타를 맞는 것은 면했지만 팔다리에 파편이 몇 개 박혀있었다.
“이런 씨…!”
이휘는 욕설을 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상대가 안개 너머로 튀어 나오는 게 보인다.
이휘가 총격을 갈기려 하는 순간 놈이 먼저 총을 쐈다.
타다다다다다다다!
이휘는 재빠르게 몸을 굴러 피했으나 파편이 박힌 팔다리 근처, 어깨와 허벅지에 총격을 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알란 역시 다리에 맞고 급히 몸을 숨기는 게 보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나와!”
놈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며 총을 갈겼다.
‘다리.’
이휘는 망설이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타다당!
탕!
총성이 교차되고.
다리르 맞은 놈이 무릎을 꿇었다.
이휘는 놈의 이마를 향해 총을 쐈다.
타앙!
헬맷이 날아가며 고개가 뒤로 팍 젖혀진다.
앞으로 서너 걸음 다가간 이휘가 목을 향해 다시 한 발 쐈다.
타앙!
틱.
더 이상 총알이 없다.
놈은 목을 잡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순간 이휘는 섬뜩한 위화감을 느꼈다.
‘설마…!’
번개처럼 몸을 돌리는 순간.
뒤통수에 차가운 감촉이 와서 닿았다.
“역시 제법이야.”
서늘한 음성.
놈이다.
방금까지 총격전을 치른 놈은 놈의 부하였고, 처음부터 비행기 안에 한 놈이 더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분명히 꽤 긴 시간 지켜봤다. 처음부터 기습할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한 명을 숨겨둘 생각을 못했어야 맞다. 그러나 블랙은 그들이 습격할 것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처럼 움직였다. 심지어 소수정예로 들이칠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알란은 이휘에게 가로막혀 놈에게 총알을 퍼붓지 못했다.
놈이 물었다.
“내가 왜 널 죽이지 않을까?”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서?
뭐가 됐든, 이휘는 일단 이죽거렸다.
“어차피 넌 여기서 죽는다.”
“아니.”
놈이 웃었다.
“이제 히든카드를 꺼냈을 뿐이야. 그 몸으로 뭘할 수 있겠나?”
소름이 끼친다.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이휘는 어쩌면 놈이 1차적으로 노린 것이 처음부터 김정판의 비자금이 아닐 수 있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