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23
나는 회귀했다 123
이휘는 비행기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목이 탁 메었다.
중국 공기는, 최악이다.
그의 곁에 있던 정태수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확실히 돈이 좋긴 좋다.”
“뭐가?”
“나 누워서 온 거 처음이야.”
“몇 시간이나 비행했다고.”
“그러니까. 좀 아쉬울 정도였다니까?”
이휘는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은 전세기로 이동했다.
따라서 아주 쾌적한 환경에서 비행할 수 있었다.
정태수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며 물었다.
“정말 알리의 마원이 마중 나오는 거야?”
“그런다더라고.”
“너에 대해 이래저래 많이 듣고, 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기하다. 처음 널 봤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학교에서?”
피식 웃자 정태수가 마주 웃었다.
“그래, 학교에서.”
학교에서.
이휘는 회귀하자마자 정태수와 어울리는 놈들을 작살냈다. 그다음 정태수의 아버지를 만났고, 론스터 일을 해결하면서 지금껏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당시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그때를 상기한 이휘가 말했다.
“이번에는 위험한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날 데려왔겠지? 근데 말이야.”
“…?”
“나도 이제는 웬만한 실력자한테 안 진다고.”
“그래?”
이휘는 흥미를 느꼈다. 근래 정태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본 적 없다.
“돌아가면 스파링 한 번 해야겠네.”
“이기진 못해도 한 방 먹여주마.”
정태수가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그때, 이휘가 한곳을 보았다.
“온다.”
그의 말처럼 벤츠 마이바흐 한 대가 두 사람 앞에 멈춰섰다. 안에 타고 있던 마원이 내려서 두 사람과 차례로 포옹했다. 이휘를 껴안았을 땐, 쉽게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한참 있었다.
이휘가 쓰게 웃으며 떼어내자 마원이 말했다.
“방문해주셔서 기쁩니다, 대인.”
“별 말씀을요.”
정태수가 옆에서 눈치 보며 슬쩍 물었다.
“뭐래?”
“나중에.”
이휘가 짧게 대답하자 이번에는 마원이 물었다.
“이 분은…?”
“경호원입니다.”
“알란이나 알렉세이가 동행할 줄 알았는데요.”
“그 친구들은 다른 일이 있어서요.”
“무기회사 쪽 일입니까?”
과연, 날카롭다.
따로 얻는 정보가 있다 이거지.
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소식은 들으셨죠?”
“좋은 일로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만나서 아쉽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면 좋은 때가 오겠죠.”
“하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지난 번에는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도움을 좀 받아야겠습니다.”
“타십시오. 대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못 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이휘와 정태수는 차에 탔다. 마원이 타고 차량이 출발했다. 활주로를 빠져나가면서 몇 대의 차량이 앞뒤로 호위를 한다.
“러시아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안전한 곳은 아니죠.”
마원이 쓰게 웃으며 말하자 이휘가 물었다.
“그럴 리가요. 중국은 처벌이 세다고 들었는데요?”
“그게, 요새 어떤 움직임이 있습니다.”
“움직임이라?”
“네.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우리 주주들 중에도 몇몇이 얽힌 것 같더군요.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미국과 척을 진 `파트리아 펀드`를 내보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릴 공격한다.”
“네. 그럴 이유가 없는데요. 그들 모두 이휘 씨의 도움을 감사하게 여기던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대표님 판단은요?”
“당연히 저는 반대이죠. 찬성한다면 제가 사람이겠습니까?”
이휘는 턱을 문질렀다.
“그래요. 사람이라면 그러면 안 되죠. 근데도 주주들은 저를 배신했어요. 왜겠습니까?”
“음.”
“뭔가 약속 받은 겁니다.”
“대체 뭘…?”
“가장 직관적인 것.”
이휘는 짧게 덧붙였다.
“알리.”
“…!”
마원이 눈을 치떴다.
“감히 그럴 리가…!”
“있죠. 충분히요. 저를, 파트리아 펀드를 날리려면 투자받은 당사자인 마 대표님부터 날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날린단 말입니까?”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면 무리도 아닙니다. 알리는 지금 너무 컸어요. 심지어 최대주주는 파트리아 펀드입니다. 중국에서 이걸 두고 볼까요? 안 그래도 건수가 필요했던 참에, 명분을 얻었을 겁니다. 미 정부에서도 우릴 눈에 가시로 여긴다는 걸 알았을 테니.”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알리를 몰아낼 거라는 겁니까? 그렇게 되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죠.”
마원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자신이 평생 공들여 일구어온 사업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휘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일 게 확실했다.
이내, 이휘가 덧붙였다.
“다른 수를 쓰시죠.”
“다른 수요?”
“네. 지분을 파시는 겁니다. 아주 비싼 가격에.”
“무,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롭니다. 마 대표님을 지켜줄 사람을 찾아가는 거죠.”
“지분을 팔라니…!”
“아마 그 누군가는 알리 내에서 마 대표님의 권한이 변함없이 작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겁니다. 또한, 다시 말하지만 `제값`에 사줄 거고요.”
“…대인이 직접 사시겠다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럴 리가요.”
“대인보다 더 안전한 곳이 있습니까?”
“많죠.”
이휘가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역사입니다. 역사가 있어야 영향력이 생깁니다. 그만큼 많은 인프라가 생기고요. 나는 많은 돈과 파트너가 있지만 그게 없습니다. 오래도록 미국 시장을 지탱한 우량기업들이 가진 매리트가 없다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겁니다. 그래서 저 대신 영향력을 발휘해 줄 누군가가 필요해요.”
“….”
잠시 말이 없던 마원이 물었다.
“누구입니까? 그 대상이.”
“버크해셔웨이.”
“설마!”
“맞습니다. 워런 버핏입니다.”
“그, 그사람이 대인의 후원자인 겁니까?”
“후원자는 아니라도 관심은 있죠.”
“어떻게…?”
“그 사람은 시장의 동향에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아요. 웅크린 사자 같은 양반입니다. 당연히, 미국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파트리아 펀드를 모를 리 없죠.”
이휘는 그의 말처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과 접촉했고, 그가 선택한 회사들은 몇 년 새 어마어마한 주가를 올리는 기업으로 변모해 있었다.
이런 성공.
그로 인한 유명세까지 얻은 이휘를 워런 버핏이 모를 리 없었다.
누가 뭐라든 이휘는 세계적인 현상에 모두 개입된 풍운아였으니까.
“하지만… 그저 안다는 것만으로 워런 버핏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알리인데. 못 사서 환장할 겁니다. 그는 기업 가치를 판단할 줄 알아요. 그가 선택한 곳이 모두 잘 되는 건 아니지만 그가 선택한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난 그 이유를 공략할 생각인 거고요.”
“`제값`을 받아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랬죠.”
“송구하오나 아직 워런 버핏을 만나지도 않으신 것 같습니다, 대인.”
“그것도 맞습니다.”
“한데 어떻게 그리 확신하십니까?”
“절대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휘가 빙그레 웃었다.
“저한테는 김정판의 비자금이 있거든요. 제가 어떤 일을 일으킬 때마다 세계 주가가 폭발적인 등락을 보였습니다. 가령 한국에 들어온 론스터를 차단하고, 블라디미르 총리의 세력을 무너뜨리고, 북한을 하루 아침에 굴복시켰을 때도 그랬죠. 아마 그때마다 워런 버핏의 판단력이 오류를 냈을 겁니다. 아니, 세계 모든 이들이 그랬을 겁니다. 한데 그가 저를 만나지 않을까요?”
마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 자신이 이휘를 몰랐다면, 자신 역시 이휘를 한 번 만나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워런 버핏이라면 이휘와 점심을 먹기 위해 기꺼이 수백만 불을 지급할 의사가 있을 터였다.
아마 실제로 지금쯤이면, 워런 버핏 뿐 아니라 수 많은 투자가들에게 수십 수백 번 러브콜을 받았을 테고….
그 자신이 간과하고 있었을 뿐이다.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다행이네요.”
“예. 워런 버핏이 제값을 주고 제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중국 정부나 CIA에서도 더는 수작을 부리지 못하겠군요.”
“그는 곳곳에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월가의 존경을 받고, 월가에 돈이 묶인 모든 이들이 그가 가진 권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매일 햄버거를 먹고 콜라를 마시고 주유소에 들러 출퇴근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그는 자산조차 추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거물 중 한 사람이에요.”
정말 CIA에 연줄이 있는지, 미 정부를 휘두를 힘이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어디서도, 그 누구도 그를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점만은 확신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워런 버핏과 이휘의 차이였다.
이휘는 직접 싸우지만 워런 버핏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 그의 신변에 사소한 변고만 생겨도 세상이 뒤흔들리기 때문에. 그게 바로 애송이와 거물의 차이다.
“생각해 볼 시간을 줄 수 있으십니까?”
마원이 착잡한 표정으로 묻자 이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십시오.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하세요. 알리를 넘기라거나, 헐값에 지분을 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니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킬 힘이 없다면 넘기는 수밖에 없을 걸 압니다. 그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연인끼리 이별할 때도 시간이 필요한데 제가 지금껏 키운 회사 지분을 정리하는 것은 얼마나 슬플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는 이미 대인이 말을 꺼낸 순간부터 이미 제게 선택권은 없었습니다.”
“….”
“아마 대인이 안 계셨다면 알리도 없었을 겁니다.”
아니.
이휘 자신이 없었다더라도 알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클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역사가 그랬으니까.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마원이 무기력하게 잘려나갈 일 따위는 없다는 거다.
내심 결심한 이휘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
호텔에 짐을 푼 이휘는 방준수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연결되기 무섭게 방준수가 외쳤다.
-약속 잡았어!
워런 버핏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절로 심장이 뛰며 속이 울렁거렸다. 거인. 한 시대의 거물을 만나게 되다니.
“그래? 언제, 어디서.”
-놀라지마.
“…뭔데?”
-날짜는 3일 후.
“3일…?”
-그래, 그리고 장소는 중국이야.
이휘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꽈악 말아주었다.
“중국까지 와달라는 걸 허락했다고?”
-그렇고 말고…! 내가 보는 앞에서 스케줄을 싹 다 미루는데, 아오…. 진짜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 워런 버핏을 실제로 만난 것만 해도 감개무량한데 밥까지 같이 먹으면서 정작 내가 묻고 싶었던 건 아무것도 못 물어봤어.
열렬한 환호에 이휘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천하의 방준수가 존경하는 인물도 있나 보네.”
-그는 레전드야.
방준수가 덧붙였다.
-그리고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경쟁을 해보고 싶어. 그는 배울 게 많은 상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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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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