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34
나는 회귀했다 134
파트리아 펀드와 거래하는 곳곳 업체에서 자회사 지분 매수가 이뤄졌지만 파트리아 펀드 자체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의 지분률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휘는 야마다 신조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리라 여겼다.
해서 나머지 2차, 3차 충격을 가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며 방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네가 잡혀있는 것 같아서 쫄려서 죽는 줄 알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한두 번이 아니니까 더 간담이 서늘하지! 그러다 너 제명에 못 살아. 이번엔 어디었어?
“야마다 신조.”
-일본 총리?
“맞아.”
-후우, 진짜 잡히는 것도 거물한테 잡혀가네. 그래서 2차 진행해?
“그래야 될 것 같아. 계획대로.”
-너도 알겠지만 이번엔 삐끗하면 크게 잃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 뺏기는 판이야.”
-알겠다.
통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알란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에 자료 넘겼습니다. 아마 지금쯤 보도됐을 겁니다.
“뉴스 봤어요. 아주 잘 처리해주셨더군요.”
-연구소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빼돌렸습니다. 예상하신 대로 대표님이 얻은 샘플 외에도 연구 과정에서 나온 바이러스와, 각기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대로 한국 정부에 공로를 돌릴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가요. 대통령과 이야기한 게 있습니다.”
-어떤…?
“그건 곧 뉴스로 볼 수 있을 거에요.”
-알겠습니다.
이휘는 전화를 끊고 차량에 탑재된 TV를 켰다.
그러자, 실시간 대국민 발표가 방송 중이었다.
아직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기자들이 웅성거리며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20여 분 후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인사한 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발표할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그중 하나는 파트리아 펀드에 대한 것으로, 파트리아 펀드 측에서 알린 바에 의하면 오늘부로 파트리아 펀드는 2개 회사로 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정점에 다다랐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파트리아 펀드에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투자금이 몰려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 사안을 중요하게 다뤄야겠다고 결정했고, 이휘 대표 측 요청이 있었습니다. 파트리아 펀드의 주주들에 한하여 이휘 대표가 파트리아 펀드 대표직 사임과 함께 분할 할 LS그룹의 우선주를 발행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따라서 기존 파트리아 펀드의 모든 주주 분들께서는 LS그룹으로 수수료 없이 지분을 옮길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
그때였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고 대통령이 지목했다.
그러자 기자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청와대는 한 기업인의 부속기관이 아닐 텐데 이처럼 사적인 소식을 대변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이 문제가 비단 파트리아 펀드의 내부적인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파트리아 펀드의 이휘 대표는 금일 발표된 중국 바이러스의 출처와 해당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기업분할이 결정된 것이며, 이 자리에서 자세한 사항을 다룰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실 파트리아 펀드 주주 분들의 수가 범국민적이기에 정부에서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LS그룹으로 어마어마한 자금이탈이 있을 것 같은데요. 파트리아 펀드측 입장에선 사실상 파산 위기에 처할 우려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파트리아 펀드를 국부펀드에 편입시키고, 파트리아 펀드에 계속 투자하고자 하는 주주들의 리스크를 정부에서 대신 책임지는 쪽으로 토의 중에 있습니다. 머지 않아 이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입니다.
-전례 없는 일인데요. 이휘 대표가 사임한다면, 파트리아 펀드의 지분률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분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존 파트리아 펀드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주주들은 자금을 회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미리 파트리아 펀드 내부적으로 혼란을 감소하기 위해 상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주주였던 이휘 대표가 물러나면서 새로운 최대주주가 그 자릴 대신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새로운 주주가 누군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일본인이라는 것밖에는, 정확하게 알려진 내용은 없습니다. 추후 파트리아 펀드에서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일본인이라면… 혹시 국부펀드에서 파트리아 펀드를 사들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건 거대 외국자본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입니까?
-우리도 극적인 변화에 대응할 뿐입니다. 물론 모든 것이 결정된 사항은 아닙니다. 국부펀드 편입에 관해서는 파트리아 펀드의 동의를 얻고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 이휘는 TV를 껐다.
과일이 무르익었으니 이제 거둘 때다.
“다 왔습니다.”
PMC 팀장의 말에 이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대비하세요.”
“예.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PMC 팀장이 못내 걱정스럽게 말했다.
“…여긴 일본이니까요.”
“참고하겠습니다.”
이휘는 차에서 내려 저택 정문으로 걸었다. 정문을 지키던 경호원 둘이 눈을 부릅떴다.
“이런 미친….”
그들도 아는 것이다.
경호팀 일부가 다름 아닌 이휘를 찾으러 갔다는 것을.
한데 이휘가 이곳에 나타났다. 어딘가로 도망쳤을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온 것이다.
“총리님을 만나뵈야겠다.”
너무나 당당한 태도에 경호원 하나가 위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들어가시기 전에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휘는 순순히 검문에 응했다. 검문을 마친 경호원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말했다.
“혼자 가셔야 합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럽시다.”
두 사람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야마다 신조가 마당까지 나와 있었다. 경호 팀장의 부축을 받으며.
그리곤 이휘의 얼굴을 보자마자 버럭 소리쳤다.
“이게 무슨 개짓거리야? 정말 끝까지 가보자는 겐가?”
그러나 이휘는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후우, 후…… 자넨 약속을 어겼어. 이러고도 무사히 일본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휘는 자연스레 마당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서 계시지 마시고 앉으세요.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야마다 신조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맞은편에 앉았다. 눈을 시퍼렇게 빛내던 그가 물었다.
“대체 네놈이 원하는 게 뭐냐?”
“총리님께서 원하는 걸 드렸을 텐데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내 당장에….”
“부르는 게 값인 파트리아 펀드의 최대지분을 넘겼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겁니까?”
“나를 약올리는 게 재밌나 보군.”
이휘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총리님은 여전히 파트리아 펀드의 최대지분을 양도받기로 한 계약서를 들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샘플도 있죠.”
“바이러스는 둘째 치고, 파트리아 펀드를 국부펀드에서 인수할 거라던데 내가 들고 있는 지분이 무슨 의미가 있지?”
“현재 큰 지분을 소유한 투자자들을 설득하신다면 국부펀드 편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 투자자들은 자네 사람들이고?”
“그건 그렇죠.”
“그럼 그들에게 지분을 팔고 나가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자네겠군.”
“뭐, 비슷합니다.”
“왜 자네 말을 듣는 거지? 자넨 이미 회사를 떠난 몸인데. 의리 때문인가?”
“그럴 리가요. 비즈니스인데.”
이휘가 피식 웃었다.
“총리님은 전혀 다른 곳에 주안점을 두고 계시네요. 여기서 핵심은 제가 언제든 파트리아 펀드를 떠나 `그룹` 단위의 회사를 만들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걸 놓쳤기 때문에 총리님이 제 계획에 휘말린 거고요. 심지어 아직까지도 제 정확한 자신을 모르고 계시죠.”
“자산이라면 나도 충분해.”
“총리님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 아닙니까. 당장 쓸 수 있는 돈과 적금에 넣어둔 돈은 유동성이 다르죠. 심지어 파트리아 펀드의 주주들이 물러나지 않았으니 그렇게 원하던 최대지분을 가지고도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없고요. 여차해서 투자자들이 빠지면 제게서 받은 지분도 휴지조각이 되겠죠.”
“내가 먼저 빠지면 어떡하겠나?”
“이미 보도가 나갔으니 총리님 지분을 살 사람은 없을 테고, 손절하시겠다는 겁니까? 제가 본 총리님은 감정에 치우쳐서 아무것도 얻는 것 없이 잃기만 하는 일을 저지를 정도로 바보는 아닌데요.”
“하하하하하하하…..”
야마다 신조가 맥 없는 웃음을 흘렸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대체 어쩌다 이꼴이 됐는지 알 수 없었다. 지독하게 물려버린 것이다. 그는 고개를 젓고는 물었다.
“바이러스는 또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 우연히 발견한 겁니다. 저희가 무역회사도 가지고 있어서요.”
“정말 중국 정부에서 한국으로 바이러스를 들여오려 한 건가?”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언젠간 그랬겠죠. 안 그렇습니까?”
“….손을 쓴 거군.”
이휘가 어깨를 으쓱이자 야마다 총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받은 두 가지 선물이 모두 다 독사과였을 줄이야.”
“경우에 따라선 독이 약이 될 수도 있는 법입니다. 패배를 인정하세요. 그럼 총리님이 가진 파트리아 펀드의 최대지분을 지킬 수 있게 해드리죠.”
“만약 내가 팔 것 같으면 다른 투자자들이 국부펀드에 편입시켜버릴 테니 빼지도 못하겠군. 러시아처럼, 우리 일본도 자네 손 안에 넣으려는 건가?”
야마다 신조는 자기가 뱉어놓고도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이휘의 두 눈을 보고 있노라니 스멀스멀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숨에 최악의 상황을 역전시켜버리는 힘과 능력에 비해 너무나 침착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서서히 두려움에 빠지는 그를 응시하며, 이휘가 사뭇 달라진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세요. 파트리아 펀드에 넣은 자산을 다 잃고 싶지 않으면 회사 지분 가진 걸로 배당이나 받으며 유유자적 살고, 바이러스도 우리가 이끄는 대로 숟가락이나 얹어서 부스러기나 주워 먹이라 이겁니다.”
너무나 차가운 음성.
그리고 상대의 심정을 덜컥 주저앉힐 만큼 난폭한 눈빛.
야마다 신조는, 그 앞에서 얼어붙은 듯이 꼼짝할 수 없었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
혈압이 오르며 머리가 핑 돌았다.
심해처럼 새카맣게 가라앉은 이휘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야마다 신조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너무 똑똑해서 피해를 보는 점이 있다면, 이럴 때 상대의 의도를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엿봐야 한다는 점이다.
“설마… 여기서 끝이 아닌가? 나를 손아귀에 넣는 게 끝이 아니냔 말이야.”
이휘는 먹이를 눈앞에 둔 포식자처럼 하얗게 웃었다.
“일본과 중국은, 지난 세월 저지른 과오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