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44
나는 회귀했다 144
중국 상해.
이휘는 마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대인!
마원이 밝게 받았다.
“목소리가 좋아보이는데요.”
그러나 마원은 곧 한숨을 내쉬었다.
-모국이 혼란에 휩싸였는데 기분이 좋을 턱이 있나요.
“회사는요?”
-버크셔에서 들어온 뒤부터 재제가 조금 완화되었습니다.
오히려 완화됐단다.
중국도 절반쯤 미국화된 기업을 건드리기 애매한 것이다.
“그렇군요.”
이휘가 덧붙였다.
“부탁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얼마든지요. 흥미가 생기는군요.
항상 흔쾌히 임해줘서 고마웠다.
이휘는 그 마음을 미소로 대신하며 말했다.
“현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가진 알리의 동업자들과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정도면 시시하지요.
마원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결코 시시한 내용을 이야기하고자 그의 파트너들을 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도 그럴 것이 이휘는 `현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제한했다.
그렇다는 것은 그가 뭘 하든 현 정부에 반하는 일을 하겠다는 뜻이다.
즉, 일이 틀어지면 통째로 목이 날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시시한 일이라고 말한 마원이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괘념치 말고 말씀해주십시오. 대인은 제 생명의 은인이자 제가 지금껏 누렸던 모든 부와 명예의 근원입니다. 모든 것이 대인과의 만남에서 시작됐으니까요.
진실을 알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텐데. 손발이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이휘가 재빨리 대답했다.
“장진평 주석이 대부분의 일을 일임하는 보좌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이름을 말해도 본명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은밀한 일까지 처리하는 자일 테니까. 현 중국 정부는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마원이 굳어진 음성으로 대답했다.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장진평 주석을 만나러 갔을 때 잠깐 일면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최대한 만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진평 주석과 불편한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는 위험한 자입니다. 대인께서 양지의 왕이라면 그자는 음지의 사신 같은 존재입니다.
“무협지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무협지 얘기가 아닙니다.
“그럼요?”
-휘하에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특수부대는 여기저기 많아요.”
실제로 상대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마원은 그걸 빤히 알면서도 경고했다.
-중국은 일부 하층민에게는 인권이 주어지지 않는 나라입니다.
“….비인격적인 훈련을 받았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그만한 단체면 철저히 숨겼을 텐데…. 소문이라도 들은 겁니까?”
-암암리에 떠도는 소문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업하는 친구들 중에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은 친구들이 여럿 있죠. 아무나 죽이진 않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국익에 반하는 이들을 골라 죽이죠. 심지어 흔한 경고 한 번 없이.
이건 좀 심각한 문제다.
“명분도, 명예도, 돈도 안중에 없다….”
비슷한 놈들은 많지만 세 가지에 관심 없는 놈들은 드물다. 뿐만 아니라 셋 다 관심 없고 명령에 살고 죽는 로봇 같은 존재가 있다 해도 가족이라든지, 뭔가 하나쯤은 감정적인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니까.
인간은 로봇처럼 설계된 존재가 아니다.
만약 그만큼 냉철한 존재들이 미래 없이 살고 있다면 아주 치명적인 힘을 발휘할 터였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왜 아직까지 안 나타난 걸까?
이휘가 중얼거렸다.
“이 순간을 기다렸을지도.”
지금은 결정적인 시기다.
상대는 극단적으로 나오고 있고, 이휘 역시 극단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제 둘 중 하나는 죽는 싸움이 되어버렸다.
일을 정점까지 키웠을 때 폭탄을 터뜨리려는 수작.
이휘는 그러한 직감이 들었다.
-예?
묻는 마원에게 그가 말했다.
“계획을 바꾸겠습니다.”
-어떻게요?
“파트너 명단을 보내주세요. 제가 찾아가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죠.”
-알겠습니다. 그건 어렵지 않은데… 그럼 보좌관과는 접촉할까요?
“무서운 자라면서요?”
-목숨을 내놔야겠지만 의미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바뀌어야 해요. 무서운 속도로 경제대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과거의 저처럼 가난한 이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 사회입니다. 심지어 기회조차 쉽사리 주어지지 않습니다. 무시무시한 위험에 노출되고 늘 당하는 입장에서 살아가야 하죠. 우리보다 사정이 훨씬 안 좋은 나라들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비참하게 살고 있습니다.
“영웅은… 나중에 되세요.”
-그럼 전 뭘 하면 되겠습니까?
“안전을 확보하세요.”
-안전이요?
“만약에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무시무시한 자들이라면 이미 그쪽에서도 우릴 모조리 제거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저와 연관된 인물들 모두가 위험해요. 놈이 그토록 강력한 특수부대를 가졌다고 가정했을 때 안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까?”
-도움을 청할 곳이 여럿 있습니다. 적어도 이 땅에서는 안전합니다. 대인이 걱정이죠.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아뇨. 최대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맙시다. 쥐 죽은 듯 고요하게 지내세요. 놈들이 못 참고 고개를 들 때까지. 그때 방아쇠를 당기는 걸로 하죠.”
저격전과 같은 양상이다.
물론 물밑에서 자신은 움직이겠지만.
마원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대표님도 조심하세요.”
전화를 끊은 이휘는 잭과 알란, 알렉세이의 면면을 훑었다. 그의 시선을 받던 알렉세이가 물었다.
“상황이 심각해보이는군.”
“여긴 중국이니까.”
“러시아나 북한에서도 비슷한 상황 아니었나?”
“말했듯이 좀 더 안 좋은 상황 같다. 그리고 당분간은 같이 다니는 게 좋겠어.”
“계획은 무산된 건가? 다른 계획은?”
“있어. 좀 과격한 방법이긴 하지만….”
“과격한 방법이라면?”
“여긴 적진이야. 게릴라전을 펼치면 어떻게 되겠어?”
“우리가 지겠지. 미군이 배트남에서 고배를 마신 것처럼.”
“맞아.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지. 철수하거나 모조리 부수고 터뜨리거나.”
“그래서, 부수고 터뜨리겠다?”
그 순간 알란이 말했다.
“폭발에 우리도 휩쓸릴 염려가 있습니다.”
“큭. 기폭장치를 들고 그딴 고민을 해서야 쓰나. 안 될 것 같으면 휩쓸리든 말든 그냥 터뜨리고 보는 거지. 목숨은 신에게 달렸고 우린 할 일을 할뿐이야. 안 그런가?”
알란이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나도 모르게, 너무 안일해졌어.”
그는 실수를 인정했지만 이휘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만약 그런 상황이 와도 우린 안전한 곳까지 간 뒤에 스위치를 누를 겁니다. 경거망동해서 폭발에 휩쓸리는 일 없도록 합시다.”
그 말을 남긴 이휘는 차에 탔다. 알란이 운전대를 잡고, 알렉세이와 잭이 이휘 옆으로 몸을 우겨넣었다.
“제길, 비좁군!”
알렉세이가 투덜거렸다.
알란은 차량을 출발시켰다. 함께 온 PMC용병들이 묶는 호텔을 향해서. 그곳에서 러시아에서 지원 보낸 스패츠나츠들과도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알란이 물었다.
“처음 만날 사람은 누굽니까?”
“알리에서 투자한 에너지 관련 회사가 있어요. 파이프라인 사업을 하는데 현재 주석궁에 천연가스를 운송하거나 가스관을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 CEO를 만날 거예요.”
“왜 그렇습니까?”
“이번에 장진평 주석이 새로운 파이프라인회사를 들여오기로 했어요.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죠. 지역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인데 부당하게 당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그런 걸 정부 마음대로 하는 겁니까? 예전의 소련과 비슷하군요.”
“실정이 그래요. 마침 이 근처로 불렀습니다.”
“부르다니요?”
“명목상 출장 목적이에요. CIA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무대는 마련해주겠다 이거군요.”
“맞아요.”
“이 사실을 모를까요? 장진평도 그 자를 주시할 텐데요. 아무래도 자신에게 불만을 가질만한 이유가 명확하니 더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지 않겠습니까?”
“상관없어요. CIA와 접촉하는 걸 알아도 됩니다.”
알란이 백미러로 반사되는 두 눈을 치떴다. 몸을 뒤척이던 알렉세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그럼 그 자가 여기 오기도 전에 제거당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제거하려면 CIA까지 싸잡아 제거할 거고,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냥 내버려둘 거야. 그자가 우리가 아닌 CIA와 만나는 걸로 되면 우리 입장에선 나쁠 게 없어. 되려 움직임을 숨기기 좋지.”
“CIA를 다 만나면 결국 우릴 만날 거 아니야? 우린 생각보다 눈에 띈다고.”
“그전에 감시자를 제거한다. 놈들은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거야. 움직이는 순간 우리가 포착할 수 있을 테고.”
이휘의 말에 알렉세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그거지. 우리가 그놈들을 처치해버리면 결국 우리 짓이란 걸 알 텐데. CIA는 그런 식으로 일 안 한다. 너도 그걸 아니까 놈들이 CIA와 접촉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상관없어. 그후에 우리 움직임을 쫓을 수 없을 테니까.”
“왜?”
“파이프라인 사업 외에도….”
그 순간 뭔가를 본 이휘가 말을 멈췄다.
“젠장.”
그게 끝이었다.
알렉세이가 뭐라 묻기도 전에 잭이 `안돼!` 비명을 질렀고, 알란의 운전대가 홱 돌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과 함께.
세상이 빙글빙글 돌다가 거꾸로 뒤집혔다.
쾅! 콰앙! 콰아앙!
몇 번이나 귓청을 때리는 끔찍한 충격음이 들려오더니 이러지리 뒤집히던 세상이 제모습을 갖췄다. 아니,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이즈가 낀 화면이 흔들리듯 시야가 불안정했다. 귓가에서 삐이이이이- 이명이 고막을 찢어발기는 것처럼 울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토악질이 쏠려나왔으며 온 몸이 부서질 것처럼 뻐근했다. 감각이 없는 아래를 내려다보자 온통 피투성이다.
차량 내부는 어리저리 뒤엉켜서 핏자국 천지였다.
이휘는 손을 뻗어 안전밸트를 풀고 기듯이 움직였다. 아래쪽의 감각이 점차 돌아오며 칼로 난도질하는 듯한 통증이 밀려온다. 다행히 어디를 찔리거나 어느 곳이 산산조각나진 않았다. 물려있는 곳도 없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턱!
알렉세이의 머리채를 잡은 이휘가 뺨을 있는 힘껏 갈겼다.
철썩!
“일어나!”
철썩! 철썩!
“일어나라고!”
알렉세이가 번쩍 눈을 떴다. 원래 기도확보를 하고 이런저런 응급처치를 해야 했다. 이렇게 육안으로만 보고 후려치는 건 자칫 상대를 죽이는 행동이 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습격을 당했다. 차량이 가드레일을 부수고 비탈길로 굴러떨어진 것만으로 상대가 그냥 돌아갈 리 없었다.
“알란!”
이휘가 소리치자 이미 에어백을 찢고 탈출했는지 바깥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괜찮습니다!”
이휘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눈을 찌르던 핏물이 벗겨져 나간다.
“잭!”
“여기있습니다!”
잭이 종아리를 두드렸다.
“괜찮으십니까?”
“다들 나가!”
세 사람이 차량을 기다시피 빠져나오고, 알란이 밖에서 그들을 한 명 한 명 끄집어내주었다. 그러던 한 순간, 커다란 총성과 함께 피가 튀었다.
타앙!
알란이 휘청거렸다.
이휘가 재빨리 알란의 목덜미를 잡고 숙이며 상태를 확인했다. 잔상처도 많고 핏자국이 만연해서 쉽게 피격부위를 찾으 수 없었다. 그러나 알란이 제 손으로 상의의 어깨부근을 찢으며 총알이 스친 곳을 보여주었다.
그가 찢어낸 천조각으로 상처를 눌렀다.
“끄으으.”
이를 악물고 참는 게 보인다. 두 눈은 용광로를 심은 것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이휘는 이런 알란의 모습을 처음 봤다.
항상 침착한 그였는데.
상대의 공격이 속에서 잠자던 야수를 일깨운 것 같았다.
반대쪽 어깨를 두드린 이휘는 자기 상태를 점검한 뒤, 뒤집힌 차량 뒤에 함께 숨은 잭과 알렉세이의 부상까지 육안으로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