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45
나는 회귀했다 145
“개새끼들! 다 죽여버리겠어.”
알렉세이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푸른 눈동자만큼은 시린 북해의 물결처럼 검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건 알란도 마찬가지.
이들은 프로였다.
그리고 이는 이휘도 같다.
“우리 위치를 먼저 파악한 것 같습니다.”
타다다다다당!
타다당!
팅, 티잉!
여전히 총격이 들이치는 상황.
그들은 무기도 없었다.
“기다렸다 접근하면 처리하지.”
이휘가 알렉세이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이쪽 부상 상태를 잘 모른다.
액션만 보면 큰 부상을 입었다고 확신하고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한참 총알을 퍼붓던 적들이 잔디를 밟고 내려오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이휘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이기 무섭게 알란이 어깨의 상처에 손을 대서 피를 여기저기 떡칠하곤 뒤집힌 자동차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알렉세이 역시 쓰러져서는 간신히 자동차에서 탈출한 사람처럼 신음을 흘렸다.
누가 보면 알란은 죽고 알렉세이는 큰 부상을 입은 채 죽어가고 있는 걸로 보일 것이다.
반면 이휘는 앞쪽에 있는 나무 뒤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소리 없이 나무를 타올라서 엉클어진 가지와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기고 적들의 머릿수를 셌다.
‘둘, 셋, 넷, 다섯… 일곱, 여덟.’
너무 많으면 신호를 보내 알란과 알렉세이를 대피시켜야겠지만 여덟 명이라면 해볼만 하다.
저들이 이쪽을 상회하는 실력과 노련함을 가졌다면 죽는다.
하지만 반대로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맨손으로도 충분히 제압할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알란과 알렉세이다.
‘둘이 다섯 명.’
나머지 셋은 이휘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그래야 아군이 죽음을 면할 수 있다. 팀웍이 완벽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상 적어도 큰 부상을 피할 수는 없으리라.
이처럼 돌발상황에서의 팀웍이란 기본 실력과 적응력, 임기응변을 뜻한다.
‘무기 없이 무사히 탈출할 가능성은 10퍼센트 미만… 근거리에서 제압할 가능성은 30퍼센트 이상.’
실력이 비슷할 경우를 감안하면 그렇다.
냉정히 상황을 바라봤을 때 여전히 생존률은 낮지만 더 높은 쪽을 택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그때.
적들 중 한 명이 허리를 숙여 차 안을 확인했다. 바로 그 순간 짧고 강렬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악!”
알란이 상대의 머리채를 잡고 부서진 자동차에서 나온 파편으로 목을 찌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숨에 숨줄을 끊어놓지는 않았다. 시체가 되어버리는 순간 무거운 고목나무처럼 변해 방패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이 찔린 상대는 본능적으로 몸을 내빼려 했고, 알란은 그 틈을 타서 무기를 빼앗으며 그를 앞세우고 차량 밖으로 나갔다.
타다다다당!
죽어가는 놈의 몸에 동료들의 총알이 박혔다.
“사격중지!”
다른 놈이 크게 외쳤지만 너무 늦었다. 알란은 시의적절하게 미리 준비해두었던 차량 내부 전선으로 쏟아져 나온 휘발유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르르륵!
순식간에 불길이 일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실제 화제의 연기는 엄청나게 매캐하고 자욱해서 서로를 분간하기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한 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사위를 태워버리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알란으로서는 화상을 입을 각오를 하고 극단적은 계책을 쓴 셈이다.
알란이 이제 시체가 되어버린 자를 던지고 연기 속으로 사라지자 적들이 다시금 총알을 퍼부었다.
타다다다다다당!
“죽여!”
크게 외치던 놈이 콜록, 콜록 기침을 터뜨린다. 놈들은 차량 뒤쪽에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는 알렉세이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곧 죽을 놈보다 자기 동료를 죽이고 연기와 함께 사라진 알란을 잡아 죽이는 것이 먼저기 때문이다.
그게 패착이었다.
알렉세이가 허리춤에서 꺼낸 단도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벌떡 일어나더니 총을 빼앗아 두 놈의 머리를 터뜨렸다. 그리곤 맨 손으로 절룩이는 놈을 앞세워 반격을 막아냈다.
타다다다당!
알렉세이의 몸이 한 차례 크게 흔들린 걸로 봐서는 팔이나 다리 쪽에 총상을 입은 것 같지만, 그는 날쌘 곰처럼 몸을 숙여 가며 자신이 방패로 쓰고 있는 놈과 키높이를 맞췄다.
그렇게 적들의 사격이 이루어지는 시간을 벌었고.
그사이 다시 사라졌던 알란이 우회해 나타나며 한 놈의 멱을 따고 혼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바로 이 지점이 이휘가 나서야 할 순간이었다.
이미 네 놈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고.
적들이 반응할 새도 없이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동시에 나무 아래로 뛰어내린 이휘가 착지와 동시에 앞구르기로 충격을 줄이며 알란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하려던 놈의 등뒤를 선점했다.
그는 일어나지 않고 쪼그려 앉은 상태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도가니의 힘줄을 잘라 앞에 있는 놈이 맥없이 무릎 꿇게 만들었다. 그 후에도 단박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옆구리에 칼을 쑤셔 박은 채 놈을 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으으으으으!”
놈이 옆구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터뜨리자 그를 향해 사격하려던 자들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그사이 알란이 한 놈을 더 처리했다.
이휘는 죽어가는 방패를 앞세워 마지막 놈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순간 불길한 예감이 깨어났다. 방패로 삼은 놈이 무의식적으로 언덕 위를 쳐다보는 걸 발견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휘는 놈을 던지며 몸을 숨겼다.
퍽!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옆구리가 찔린 놈의 머리가 날아간 것은.
“저격수다!”
이휘가 외치며 차량 뒤편으로 굴렀다.
푹, 푹!
잔디가 솟은 흙바닥에 저격수가 쏜 총알이 박히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정신 없는 사이에도 이휘는 몸을 구르면서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집어던졌다.
푸욱!
단검이 어깨에 박힌 놈이 물러나며 총구를 흔들었다.
타다다다당!
그덕에 놈이 쏜 총이 알란과 알렉세이 사이로 빗나갔다.
알렉세이, 그리고 알란은 마찬가지로 칼을 집어던지며 몸을 엄페했다.
순식간에 칼이 세 자루나 몸에 박힌 놈이 무릎을 꿇었다. 한 개도 머리나 목, 가슴을 뚫진 못했다. 가슴이야 흉골 자체가 너무 두꺼워서 칼을 던져 관통할 수 없었고 목이나 가슴은 맞추기 어려우니 배와 어깨 접골부, 허벅지에 맞춘 것이다.
복부대동맥을 관통했다면 모르겠지만 치명적이라 할 수는 없는 위치였다.
결국 기관소총을 든 놈 하나, 저격수 한 놈이 남은 셈이다. 여덟 명을 단숨에 해치우려던 계획은 실패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휘가 외쳤다.
“엄호!”
동시에 그가 뛰쳐나갔다.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알란이 단발로 `타당!` 총을 쏴서 나이프를 세 개나 달고 있는 놈의 머리를 터뜨렸다.
한편 알렉세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바로 언덕을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당, 타다다당!
적은 쉽게 2차 저격을 가하지 못했다.
여전히 차량 뒤에 숨어 총을 갈겨대는 알렉세이의 정확도가 거리나 환경에 비해 너무 예리했기 때문이다.
이토록 짧은 간격은, 이휘에게는 아주 길게 느껴졌다. 몸을 숙인 채 순식간에 달려나간 이휘가 언덕을 타올라서 저격수가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한 발 늦게 고개를 돌려 우회한 이휘의 존재를 확인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총의 무게와 이제 알란까지 합세한 두 러시안의 엄호 때문에 그 역시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고 말았다.
이는 이휘가 접근할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 근거리에 다가선 그는 총구를 손으로 쳐내곤 목줄기를 틀어쥐려 했다. 그러나 상대도 마냥 허수아비는 아닌지 저격소총을 내던지며 도리어 이휘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후욱, 후욱.”
저격수는 차분했다. 호흡도, 움직임도 그랬다. 다른 손으로 이휘의 가슴팍을 밀쳐 간격을 벌리더니 총을 줍거나 하지 않고 한 발 더 들어오며 팔꿈치로 턱을 가격하려 했다.
턱!
이휘가 반사적으로 팔로 막았다. 그러자 몸이 밀리듯 붕 떠오른다.
‘괴력!’
어마어마한 괴력을 가진 상대다.
안덕 아래서 싸움을 벌였던 자들과 달리 특수한 훈련을 받은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운이 좋았어.’
이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묘하게 안심했다. 만약 아래서 격전을 벌인 여덟 명 모두가 이런 실력자였다면 상황은 어려워졌을 것이다.
물론 지금과 일전의 상황이 다르니 벌어지는 전개도 다른 거겠지만.
“네가……”
이휘가 간격을 유지한 채 물었다.
“친위대냐?”
상대의 눈이 커진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존재를 알고 있군. 떠보는 게 아니야.”
“워낙 유명하신 분들이라.”
“마원이냐?”
역시 제법이다.
한 놈 한 놈이 이런 판단력을 가진 건가?
이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상대가 말했다.
“그자 역시 우리 손에 죽는다.”
“큰소리 치기 전에 여기부터 빠져나가봐!”
이휘가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와중에 상대는 언덕 아래 알란과 알렉세이를 힐긋거린다.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 이휘 한 명이 총든 두 명까지 합류해 셋이 되어버릴 경우를 의식하고 있다.
또한 그만한 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퍼퍼퍼퍽!
순식간에 손이 오갔다.
빗맞은 주먹은 갈퀴로 변해 서로를 잡으려 했고, 잡히기만 하면 수 만 번 반복한 움직임처럼 물 흐르듯 치명적인 포지션을 시도하려 했다.
간신히 빠져나온 것 같아도 위협적인 것은 잡기기술뿐만이 아니었다.
거리가 벌어지는 순간 한 방, 한 방 일반인이라면 단숨에 절명할 법한 치명적인 급소를 타격한다.
틱!
주먹이 턱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이휘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아서도 있지만, 상대 실력 자체가 잠시도 방심할 틈 없이 들이치는 것은 분명했다.
이런 싸움은 순식간에 결판이 난다.
아니면 반대로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 수 있다.
서로 실수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내 편이다.’
이휘는 다른 때와 다르게 방어적은 포지션을 취했다. 언덕 아래 둘이 총알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자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 둘이 와서 합류하는 순간 상대는 맞서 싸우긴 커녕 도망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그건 상대도 알고 있는 사실.
스스로를 친위대라 밝힌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공세를 더했다. 허리춤에서 벼락처럼 단검을 뽑아 휘두른 것이다.
서걱!
이휘가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잘려나간 앞섶이 펄럭였다. 한 치만 더 들어왔어도 가슴이 깊게 베이고 말았을 것이다.
“후우, 실력이 좋다고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음엔 대접해주지.”
거리를 벌린 놈이 뒤돌아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잡아야 한다.’
이휘는 저 자를 놓치는 순간 어마어마한 위협이 되리라는 불쾌한 직감이 들었다.
단순히 저 자의 실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친위대 전체가 자신들의 저력을 정확히 파악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일본에서 중국 대사가 깡패 같은 놈들을 파견했을 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오늘도 상대가 자신들에 대해 정확한 전력분석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적들의 품속으로 들어온 이상 철저히 숨어야 한다. 자신들에 대해 저들이 정확히 파악하는 순간 그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후우.”
이휘는 숨을 짧게 내쉬곤 저격수가 버린 총을 주웠다. 다루기 쉽거나 보기 흔한 총기류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