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46
나는 회귀했다 146
그럼에도.
이휘는 순식간에 적응했다.
그가 다루지 못하는 무기는 손에 꼽았다.
비슷한 무기라도 잡아봤다면, 얼마든 다룰 수 있다.
약실을 확인한 것만으로 그가 말했다.
“탄.”
알렉세이가 서둘러 총알을 건넸다.
“저기까지 나가겠어?”
총에는 맞는 총알이 있다.
규격이 맞는다 쳐도 화력이나 사정거리, 회전방식 따위는 총알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이휘는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이곤 총을 장전했다.
철컥.
꿀꺽….
알렉세이도, 알란도 침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총성이 울려퍼졌다.
타-앙!
메아리치는 총성.
그와 함께 벌써 저 멀리 달아나던 저격수가 고꾸라졌다. 다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맞춘다고?”
알렉세이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치떴다.
“그것도 수풀에 숨은 놈을….”
지금이야 수풀 밖으로 나자빠져서 잘 보이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풀에 가려서 제대로 시야가 나오지 않던 놈이다.
도망치는 법을 알고 있는 놈.
아마 저자도, 설마 자신이 이 거리에서 저격 당하리라곤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상대 입장에선 가장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 시작된 셈.
알렉세이에게 저격총을 건넨 이휘가 말했다.
“서둘러. 정신이 들면 자결할지도 몰라.”
아차 싶은지 고개를 끄덕인 알란이 먼저 몸을 날렸다. 이휘와 알렉세이 역시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쫓았다.
이휘는 손 끝에 남은 떨림을, 방금 전 사격의 순간 느낀 전율의 여운을 직시하며 입맛을 다셨다.
‘팔자인가?’
그 짧은 순간 수풀에 숨은 상대를 정확히 포착했다. 동시에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피부로 느끼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가진 화력이 부족한 것은 둘째 쳐도 감각만으로 저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상식선에선 그렇지만 총알은 제대로 들어갔고, 상대는 허벅지를 끌어안고 나자빠졌다. 충격이 큰지 꼼짝도 못한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저 다가간 알란이 친위대를 보았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친위대원이 물었다.
“어떻게 맞춘 거지?”
“자살할 것 같진 않은데요.”
지금 저놈처럼 눈빛이 죽은 놈은 결코 제 손으로 목숨을 끊을 수 없다. 이성적인 상태에서 자기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놈은 어지간한 집념보다 훨씬 뜨거운 열정을 가진 놈이다.
이점에서 이휘는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친위대가 아니군.”
“친위대가 아니라니요?”
“그건 또 뭔 소리야?”
알란과 알렉세이가 동시에 물었다.
이휘는 쓰러진 놈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놈은 가짜야.”
“가짜….?”
“그래, 가짜. 독단으로 움직이는 데다 같이 온 놈들이 친위대 치고 너무 허접해서 수상했는데 친위대가 아니었어.”
“그럼 킬러라도 된다는 건가? 저 실력에?”
알렉세이가 묻자 이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무 대답 없이 답답한 표정의 알렉세이를 지나쳐 쓰러진 저격수 앞에 쪼그려앉았다.
콱.
턱을 잡고, 그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왜 날 노린 거지? 돈 때문에? 아니면 예전 네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두 번 물을 필요가 없었다.
상대는 얼마나 놀랐는지, 분명 훈련된 자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부릅떴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대체…. 너 뭐야?”
“맞췄군. 감정을 숨기지 않는 걸 보니 그럴 필요가 없는 거야. 아니면 현역 시절의 감을 잃었거나. 친위대였나?”
“너 이 새끼….”
“친위대라야 할 거야.”
“…?”
“넌 영영 한쪽 다리를 못 쓴다.”
“…그래서? 내가 그런 걸 두려워할 것 같나?”
“아니. 그렇게 안 보여. 하지만 한쪽 다리를 잃은 값은 해야 하지 않겠어? 명령도 아니고 스스로 나서서 우릴 죽이려 했다…. 그리고 실패했지. 애꿎은 다리만 잃었고. 네가 과거에 진짜 친위대였다면 친위대에 대한 빛바랜 충성보다 더 큰 보상을 주마. 널 버린 친위대를 선택할지, 아니면 이익을 택할지는 네 판단이야.”
그 말만 던지곤 비칠비칠 한쪽 몸을 일으키더니 알란과 알렉세이를 향해 말을 이었다.
“바로 떠날 채비 해요. 이 자가 도움이 안 되면 제거하고 다음 목적지로 갑니다.”
나머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한 와중에도 냉막한 인상을 짓는다.
“….”
한참 고민하던 남자가 물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기회.”
이휘가 덧붙였다.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어. 이런 식이면 중국 정부는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일에 공헌한다면 당신은 그 수혜를 누릴 거야.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지.”
“면죄부?”
남자가 피식 웃었다.
“고작 면죄부나 받자고 내가 협조할 것 같아? 착각하는 게 있는데….”
그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넌 이 게임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어. 결국 미 정부와 우리 정부는 손을 잡을 거다. 너는 닭 쫓던 개 꼴 나는 거지.”
“그럴까?”
이휘가 빙그레 웃었다.
“너야말로 착각하는 게 있어.”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두 눈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남자보다 훨씬 더 차가운 눈빛이었다.
“넌 선택권이 없다. 설령 네 말이 맞다고 해도, 넌 중국 정부가 이기는 모습을 보지 못할 거야. 협조하지 않으면 오늘 내 손에 죽을 테니까.”
남자는 말없이 이휘를 마주봤다.
침묵이 흐르고.
이휘가 말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나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닭 쫓던 개 될 일은 더더욱.”
“어째서?”
“미국과 우리 회사는 한 배를 탔거든. 여기까지 말해주는 게 내가 보일 수 있는 마지막 호의다. 이제 판단해.”
이휘는 몸을 돌려 알렉세이에게 말했다.
“대답에 따라 처리해도 좋아.”
“그러지.”
알렉세이는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안 그래도 죽이고 싶었어. 제발 거절하길 바란다. 난 내 목을 노린 놈을 살려둔 적이 없거든. 네가 첫 번째 예외가 되지 않길 바라고.”
알란이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을 응시하며, 전직 친위대였던 남자는 배곯은 맹수들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공포심.
남자는 오랜만에 그같은 감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젠장. 나도 이 짓을 때려치울 때가 됐나 보군.”
군용대검을 들고 있던 알렉세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끝까지 신념을 지킬 줄 알았더니 꼬랑지 만 개처럼 구는 거냐?”
“알렉세이.”
알란이 주의를 줬지만 알렉세이는 멈추지 않았다.
“난 저 개 같은 새끼를 진짜 죽이고 싶다고.”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그 입부터 찢어주지. 협조하지 않겠다. 한 마디만 해.”
“협조하지.”
남자는 반대로 말했다.
그러자 알렉세이가 김 샜다는 듯 대검을 꽂더니 등을 돌렸다.
“젠장!”
욕지거리를 뱉는 그를 응시하던 알란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원래 저런 놈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
“넌 괜찮은 거냐?”
“다치긴 내가 더 다쳤지.”
“그런데….”
“근데, 당신이 내가 부상당한 보상을 해줄 것 같거든. 우리한테 쓸만한 정보를 줄 수 있겠지?”
남자가 눈을 감았다 뜨더니 대답했다.
“….물론이다. 난 충성심을 잃었어. 남들과 똑같이 두려움을 느끼지. 이런 상태에서 돌아간다고 해봐야, 나가떨어질 뿐이다. 잘못 생각했어.”
“진짜 우리를 처리하고 그걸 명분 삼아 친위대로 돌아가려고 했던 건가?”
“정확히 말하면 주석 옆으로 돌아가려 했던 거지.”
“장진평?”
“그래. 난 그의 측근이었다.”
“측근이라면….”
“지금 친위대장이 있는 자리. 그 자리가 내 자리였어.”
“…!”
알란은 물론 알렉세이, 이휘마저 몸을 돌릴 정도로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알란이 재차 확인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다. 실력부족으로 쫓겨나긴 했지만.”
“이거 생각보다 훨씬 거물인데.”
알란이 알렉세이와 이휘를 돌아봤다.
이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알란이 다시 입을 뗐다.
“그래서. 우리한테 줄 수 있는 걸 얘기해봐. 장진평에 대한 거든, 친위대에 대한 얘기든.”
“현 친위대장을 죽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그자를 포섭하려는 생각을 했다면 그것도 버리는 게 좋다. 성공한다 해도 장진평에게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으니까.”
알란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 말에 의하면 친위대장은 네가 복수하고 싶은 대상 아닌가? 우릴 이용해서 복수할 수도 있을 텐데.”
“내가 장진평에게 등을 돌린 이상, 그자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오늘 일을 그자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오늘 일을 안다고?”
“물론이다. 지금은 모르더라도 곧 알게 될 거야.”
남자가 말을 이었다.
“장진평의 전서구는 어디에나 있거든. 그 자는 각지에 사람을 심어놨지. 내가 얼마 전부터 용병들을 모집한 것, 너희가 중국에 들어온 것, 그리고 여기서 총격전이 벌어진 것까지. 이런 정보들을 규합하는 것만으로 오늘 있었던 상황을 유추해낼 거다.”
“천잰데?”
알렉세이가 눈을 멀뚱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그 모습을 외면한 이휘가 남자를 턱짓하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가 파고 들어야 할 곳은?”
“장진평을 직접 처리해야 돼. 암살은 불가능하다.”
“암살이 불가능하다….”
“그래. 당신이 대장이지?”
이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는 확신하는 눈치였다.
“내가 보인 태도만 보고 모든 걸 파악해서 놀랐다. 그 정도 통찰력이라면 몇 마디만 들어도 알 수 있겠지. 장진평은 책략가다. 그것도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늙은 여우야. 그런 자를 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겠나?”
“상상을 부숴야겠군.”
이휘가 빙그레 웃었다.
“늙은 놈은 어린 놈에게 잡아먹히는 법이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 사이에 오가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알렉세이가 물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들이야? 같이 좀 알자.”
알란 역시 그를 말리지 않는 걸 봐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다.
이휘가 말했다.
“자금성을 통째로 무너뜨릴 거야.”
***
이휘는 일행들과 함께 장진평의 집무실을 비롯해 인근 지역에 파이프라인을 대던 회사의 대표를 찾았다.
그러나 늘 경호원들을 서른 명도 넘게 대동했기 때문에 쉽사리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지나치게 조심하는 거 아니야?”
알렉세이가 투덜거렸다.
그러자 일행에 합류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당신들 동향을 알아냈소. 주석의 친위대는 이미 당신들이 접촉할만한 자들을 감시하고 있을 거요. 저자가 조금만 수상한 낌새를 보여도 그들이 우리 존재를 눈치 채겠지.”
맞는 말인지라 알란이 난색을 표했다
“그렇다고 경호원들을 뚫고 접촉하긴 어려워 보이는데요. 우리가 찾아온 것까진 좋았지만 저쪽에서 너무 벽을 치고 있으니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이휘가 남자를 봤다.
“우회해서 연락을 취해도 소용 없나?”
“여긴 주석이 통치하는 곳. 당연합니다.”
남자의 대답을 들은 이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남의 집 안마당에서 일을 보려면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쯤은 삼류 도둑들도 아는 내용이고.
“어쩔 수 없지.”
“…?”
세 사람이 일제히 이휘를 보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