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148
나는 회귀했다 148
남자는 이휘를 빤히 보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남들의 죄를 짊어지고 스스로 무덤으로 걸어들어가겠다… 숭고한 마음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에요.”
“저는 지금 부탁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휘가 아무렇지 않게, 그러나 서늘하게 덧붙였다.
“살다 보면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죠. 적어도 당신한테는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우리가 만났고 나는 계획을 말했죠. 그리고 계획을 알게 된 당신은 나를 도와야 합니다.”
은근한 어조에서 남자는 본능적인 위화감을 느꼈다. 또한 자신이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설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요?”
“당신 말처럼 나는 강하고 지저분한 적과 싸우고 있어요. 그런 적과 맞서 고고하게 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무고한 희생도 감수할 겁니다.”
“당신은 괴물이야.”
이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정하기에.
어느새 자신이 괴물이 되었다는 것은, 그토록 염원하던 일상생활이 더 힘들어졌다는 것을 느꼈을 때부터 깨달았다. 아마 나타샤와 데이트를 했을 때 즈음일 것이다.
그가 말이 없자 남자가 물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 것 같군. 지금 당신은 포위된 상태야. 칼자루를 내가 쥐고 있다는 뜻이지.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내 목숨이오. 그건 마원 회장과 내 관계보다 더 중요하지. 이 자리에서 당신을 죽일 수 있소.”
“아니, 불가능해요.”
“어째서?”
“당신 입으로 얘기했잖아요.”
“그게 무슨….”
“당신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는 죽겠지만, 당신도 죽을 겁니다.”
“……!”
남자는 이휘의 물 흐르듯 잔잔한 어조에서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수긍한 뒤 배신하면?”
“그럴 리 없어요. 이번에도 내 대답은 같습니다. 장진평이나 친위대는 당신이 투항한다 해서 살려두지 않을 테고, 자기 목숨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당신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리 없다는 것.”
“결국 답을 정해놓고 협박을 했던 거군.”
“어때요? 제 제안이 먹혔습니까?”
“후우.”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총 내려.”
경호원들이 총구를 치우자 그가 이휘에게 말했다.
“됐으니 그쪽도 총 치우시오. 이 일에서 빠지고 싶었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군.”
이휘가 총을 집어넣었다.
“잘 선택하신 겁니다.”
“선택권이 없었을 뿐이오. 당신 같은 사람이 날 노리는 건 끔찍하거든.”
이휘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장진평과 친위대도 끔찍한 기분을 느낄 겁니다.”
“그래, 그러길 바라야지. 우린 한 배를 탔으니. 어느 한쪽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배는 침몰할 거요. 아주 처참하게. 절대 우릴 구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거고.”
“그럴 겁니다.”
“내게 원하는 게 정확히 뭡니까?”
“자금성에 폭탄을 매설해주십시오. 일 핑계로요.”
“난 잘렸소.”
“다시 복직하게 되실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거고요.”
“어떻게?”
“일거리를 빼앗아간 경쟁업체. 장진평 소유에요.”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돼! 확실합니까?”
“확실해요. 애초에 장진평은 자신 외에 믿지 못합니다. 그 말은 누구와도 비밀을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죠. 놈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자들과만 일해요. 그래서 권력자가 된 후 기존부터 자기 주위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하나씩 치워 나간 겁니다.”
“그래서 내가 후순위였던 거군.”
“맞아요. 당신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이런 화려한 경호인단을 구성한 거고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전임자가 죽었으니까. 전임자 말고 같이 일하던 자들도 하나 둘 실종돼서 찾을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장진평은 그런 자에요. 실로 무서우리만치 냉혹하고 포악한 자이지.”
“바로 그 내면의 의심과 포악함이 장진평 자신을 잡아먹을 겁니다.”
“후우.”
한숨을 내쉰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 해결된 게 아니오. 여전히 내 경쟁업체가 건재하니까.”
“그건 저희가 처리하죠.”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모두 해치울 겁니다.”
이휘가 너무 간단히 대답하자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정말 장진평의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불릴 자들은 한 가지 부류뿐이오. 친위대. 지금은 위장 신분을 쓸지 몰라도 놈들은 친위대요. 고도로 훈련된 킬러들이지. 그런 자들을 제거하긴 쉽지 않을 거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될 겁니다. 연락하죠.”
“이게 끝입니까?”
이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해에 가있으세요.”
* * *
이휘는 세 사람이 합류하기로 한 곳으로 은밀하게 접근했다. 저 멀리 알란과 알렉세이가 보였다. 문제는 두 사람의 태도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
‘다쳤어.’
남들은 이 거리에서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이휘는 두 사람이 서있는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도망치라고. 이 주변에 적들이 있다고.
‘저 둘이 잡혔어.’
결론은 두 가지 뿐.
적들을 압도적으로 능숙한 누군가가 지휘하고 있거나.
그게 아니면 적들이 수적으로 압도적인 우세거나.
이휘는 둘 중 뭐가 진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걸음소리를 죽이며 주위를 겉돌았다.
그리곤 풀숲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 흔적을 체크했다.
‘일곱 명.’
당장 눈에 띄는 보초는 일곱 명이다.
‘이백 미터 내에 다른 적은 없다.’
결론 내린 이휘는 풀숲에서 소리 없이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가장 가까운 보초의 등뒤를 잡고 목을 비틀자, 그가 짚단처럼 허물어지려 했다. 손을 대서 바닥에 조용히 내려놓은 이휘는 다시 어둠을 가르며 움직였다.
스스스스스스.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에 발을 맞춘다. 바람소리에 발소리가 묻히고, 그 순간 이휘가 다른 보초의 코앞에서 벌떡 일어나며 입을 막고 기도에 칼날을 찔러 넣었다.
푸욱!
“…!”
상대는 눈을 부릅뜬 채 나무에 기대어 허물어졌다.
‘둘.’
이휘의 두 눈이 심연 속에서 빛났다.
‘나머지는 다섯….’
서로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뭇가지를 던지거나 소리를 내서 유인할 수도 없다.
이건 실전이지 영화속 한 장면이 아니니까.
이쪽을 배려해서 혼자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단숨에 해치운다.’
이휘는 바짝 곤두섰다.
방금 둘을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먼저 쓰러진 두 명의 보초는 그의 존재를 몰랐기에 순순히 당했지만 존재가 발각되는 순간 기습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기습이 아니면 상대도 실력을 드러낼 테고.
이는 알란과 알렉세이 꼴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그들이 자신까지 잡는다 해도 바로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는 것이다.
만약 바로 죽일 생각이었고, 그저 자신을 잡기 위한 미끼를 내세울 생각이었다면 알란과 알렉세이 둘 중 한 명만 살려뒀을 테니까.
상대가 모종의 이유로 살인을 꺼린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탓!
이휘가 나타나자 다섯 명이 돌아섰다. 그럼에도 이휘는 허리에 찬 총을 쓰지 않고 칼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적이다!”
“다릴 쏴!”
탕!
탕탕탕, 탕탕!
불빛이 번쩍거렸다.
그러나 이휘는 이미 바닥을 굴러 가장 앞에 있는 놈의 덜미를 잡은 상태.
그는 순식간에 비장이 있는 가슴 아래쪽을 팔꿈치로 찍은 뒤 허리를 푹 숙이는 놈의 목덜미를 잡아 칼끝을 세운 곳으로 끌어내렸다.
푸우욱.
“커헉…!”
곧 시체가 될 몸으로 방패막이 삼은 이휘는 아직까지 놈의 손에 들려있는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타앙!
두 놈이 발등과 발목이 터져서는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이휘가 총을 쏘며 들이닥치지 않은 것은, 주위에 저격수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다.
만약 저격수가 있다면 발포하는 순간 위치가 노출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미 여기저기서 총구가 불을 뿜고 있는 상황.
끊임 없이 귓속을 파고드는 이명을 느끼며 이휘가 이리저리 몸을 굴러 한 명씩 처리해 나갔다.
총으로 다리를 쏴서 쓰러뜨리고 칼로 목을 긋는 식으로.
귀신 같은 솜씨에 적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보초들이 약한 게 아니라, 야음을 틈 타 움직이는 이휘의 움직임이 너무 잽싼 탓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한 놈의 팔을 찌른 뒤 턱을 총으로 쏜 순간.
타앙!
동시에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퍼억!
이휘는 어깨가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시체와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정신을 놓을 새가 없었다. 바닥을 옆으로 굴러 바위 뒤로 대피한 그는 어깨로 시선을 내렸다.
‘스쳤다.’
스친 것만으로 살점이 뭉텅이로 뜯겨 나가고 허연 뼈가 드러나 있었다. 출혈도 심하다. 이휘는 이를 악물며 웃옷을 북 찢어 팔을 눌렀다.
“끄으으.”
저절로 비명이 흘러나온다. 식은땀이 뻘뻘 흐르고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려 했다.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는 사이.
저벅, 저벅……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허스키하면서도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이려면 방금 그 한 발로 죽였을 거다. 숨어있지 말고 나와라.”
이휘가 어깨를 틀어 빼꼼 고개를 내밀려는 순간.
탕탕탕탕탕!
상대가 권총 여러 발을 쏴서 바위를 맞췄다. 바위가 터져나가며 돌가루가 사방에 튄다.
“젠장.”
저격을 당하면서 총도, 칼도 바닥에 떨궜다.
맨 손으로 총 든 남자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상대의 솜씨로 봤을 때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무기가 없군!”
상대가 낄낄 웃었다.
“확인절차였을 뿐이야. 이제 진짜 나와라.”
“머리에 바람구멍이 날 뻔했다고. 알아?”
이휘가 나가지 않고 바위에 등을 기댄 채 대답하자, 상대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럴 리가 있나. 마음 같아선 먼저 간 친구들 대신 너와 제대로 결판을 내주고 싶지만 널 살려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너희는 중국인도 아닌데 왜 여기 있지?”
“우린 용병이야. 중국 정부와는 제법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했지. 내가 널 처음 안 게 언제인 줄 아나? 네 덕부에 러시아 정부와 일을 하던 친구를 잃었을 때야. 아, 물론 넌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 친구는 줄을 잘못 섰군. 당신도 그렇고.”
“글쎄. 어쨌든, 파나마부터 시작해서 네 명성은 자자하게 들었다. 아주 인상적이었어. 그래서 결심했지. 내 손으로 널 잡겠다고.”
“러시아에 있던 친구의 복수 때문이 아니라?”
“하하! 농담 마.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를 잃지. 내 관심사는 널 잡아서 몸값을 올리는 거야. 가치의 증명이지. 전세계 어떤 용병도 완수하지 못한 의뢰를 내가 마무리 짓는 거야말로 내가 원하는 결말이다.”
“난 용병이 아니야.”
“그래서 네가 표적인 거다. 이제 슬슬 말장난은 끝내고 싶은데. 안 나올 건가?”
“네가 와서 잡아가는 게 빠를 거야.”
“설마 내가 데려온 병력이 이게 다라고 생각하나? 내 손에 러시아 친구들 목숨이 달렸다는 걸 잊은 것 같군.”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난 최대한 평화적으로 일을 해결할 생각이야. 비록 적이지만, 너에 대한 존경심이 있거든. 가능한 호의적인 상황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널 의뢰인에게 인계할 때까지 말이야. 하지만 네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 관계는 복잡해져.”
“복잡해질 것 없어.”
“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를 향해 이휘가 대답했다.
“넌 여기서 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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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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