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regressed RAW novel - Chapter 2
나는 회귀했다 2
이휘는 자신에게 말을 건 놈을 쳐다봤다. 저놈이 대장이다. 덩치가 크고 어깨, 허벅지가 좋다. 귀가 살짝 말려있는 걸 보면 유도나 레스링을 한 것까지 알 수 있었다.
미래의 자신 같으면 고삐리가 무슨 운동을 했든 껌처럼 씹을 수 있겠지만 현재의 피지컬론 힘들다. 힘과 체력 모두 달린다.
‘속전속결.’
그것밖에 없다.
마음을 다진 이휘가 팍 튀어나갔다.
타다다다다다다!
“어어?”
성명철 뒤에 있던 놈들이 눈을 치뜨며 당황했다. 그러나 정작 표적인 성명철은 씨익 웃으며 자세를 낮췄다. 자, 들어와라! 만반의 준비를 끝낸 태도. 그대로 받아서 집어던지려는 속셈이다.
탓!
1미터 앞에서 확 자세를 수그리며 들어간 이휘가 옆구리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척!
손모가지가 그대로 붙잡히고 말았다. 성명철이 힘을 주자 손목이 으스러질 것 같은 통증이 엄습했다. 이빨을 으드득 앙다문 이휘가 오히려 상체를 더 들이밀며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그러자 어깨에 걸린 성명철의 굵은 팔뚝이 떨어져 나갔다.
“흐흐흐!”
걸렸다는 듯 크게 웃음 성명철이 순식간에 이휘의 앞섶을 감아쥐었다. 앞섶을 쥐는 것과 몸을 크게 돌리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성명철의 등에 업힌 형국이 된 이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아드레날린이 분출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성명철이 골반으로 툭 쳐서 넘겨버리면 이휘는 맨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하지만 이휘의 두 눈은 오히려 반짝였다.
‘걸렸다.’
콱!
앞섶을 쥐고 있는 손가락 두 개를 단번에 잡아 꺾어버리자 성명철의 눈이 커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 멈출 성명철이 아니다. 그것까지 예측한 이휘는 몸이 뜬 상태에서 발로 성명철의 무릎 뒤, 도가니를 찍어버렸다.
퍽!
“윽…!”
성명철이 이휘를 업은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뒷다리가 무너지며 자세 축이 무너졌다.
이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놈의 두통수를 팔꿈치로 내리쳤다.
뻐억!
“컥!”
빠악! 빡!
두 번 더 가격하자 성명철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덩달아 나자빠졌던 이휘가 벌떡 일어나며 축구공을 차듯 손으로 바닥을 딛고 일어서려는 성명철의 턱주가리를 냅다 갈겨버렸다.
퍼억!
눈알이 휙 돌아간 성명철이 그대로 기절했다. 다리에서 힘을 뺐으니 오래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릴 것이다. 만약 고삐리가 아닌 적이었다면 뒤로 돌아가 목을 부러뜨렸겠지만 지금은 상대를 살상할 수 없다.
“후욱, 훅…”
호흡을 조절한다고 하는데도 숨소리가 격해졌다. 체력이 쓰레기다.
휘가 망설이지 않고 성명철이 데려온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체격이 가장 왜소한 놈인데, 주춤 뒤로 물러서기 무섭게 주먹을 꽂았다.
빠악!
가벼운 잽을 맞은 녀석의 고개가 뒤로 들렸다. 그 사이 가슴팍으로 파고든 휘가 앞섶을 잡고 허리를 돌리며 골반을 튕겼다.
휘익!
순식간에 왜소한 놈이 넘어가서 바닥에 처박혔다.
“끄으…”
체중이 60kg도 안 되는 가벼운 놈이라 통한 거다. 만약 성명철… 아니, 박민상 정도만 됐어도 절대 넘기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다른 놈들이 그런 걸 알 리 만무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누구도 이휘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졌다. 이유야 어쨌든 제 놈들 친구가, 성명철이 넘기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넘어간 것이다.
“유.. 유도?”
한 놈이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성명철을 봤기에 유도가 얼마나 효과적인 무술인지는 알고 있을 터.
기술로 치면 유도를 오래 배운 성명철이 한 수 위지만 판단력은 수많은 실전을 거친 이휘의 발끝도 따를 수 없다. 그래서 이휘의 엎어치기가 더 위협적으로 보였으리라.
그건 그거고, 정작 이휘는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숨 고르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슬슬 온몸이 욱신거렸다.
‘죽겠네.’
어떻게 기선제압을 한 건데 수포로 돌릴 수 없는 일.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터벅터벅 다가가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놈들의 뺨을 한 대 씩 후려쳤다.
짜악!
짜아악!
짝!
짜악…
뺨을 맞은 놈들이 한 걸음씩 물러났다.
달려드는 놈은 없었다.
이미 기술을 걸려던 성명철이 순식간에 당해 정신을 잃었고, 왜소한 놈이 등허리를 더듬으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덤빌 깡다구가 남았을 리가.
이휘가 몸을 홱 돌리며 맘모스를 서늘한 눈으로 노려봤다.
“어…”
맘모스는 얼마나 놀랐는지 말도 못하고 있었다. 복싱인 줄 알았더니 유도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건 그의 예측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상황이었다.
‘명철이 형이 지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이휘가 그를 올려다봤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서슬 퍼런 시선에 오금이 저렸다.
“미안…”
“야.”
“어. 어?”
“내가 어려운 부탁했냐?”
“…아니.”
“내일 중으로 정태수더러 직접 오라고 해. 이번엔 농담 아니야. 오지 않으면 너부터 병신 만들고, 정태수도 병신 만든다.”
“….”
맘모스의 눈빛이 ‘나더러 그 말을 전하라고?’ 묻고 있었다. 똑같이 전하면 찾아가기야 하겠지만 그대로 전하면 자신은 어차피 얻어터진다.
물론 그딴 건 조금도 개의치 않은 이휘가 말없이 그를 지나쳤다.
뒤에 남은 맘모스는 막 정신을 차리고 ‘씨발, 그 새끼 어딨어!’ 외치는 성명철과 얼어붙어서 꼼짝도 못하는 선배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좆됐다.’
싹 다 발렸다.
성명철이, 다섯이나 되는 선배들 모두 5분도 안 돼서 정신을 잃거나 꼬랑지를 내렸다.
이쯤 되니 맘모스는 슬슬 궁금증이 치밀었다.
‘대체 정태수 선배는 왜 이렇게 찾는 거지?’
뭣하면 직접 찾아가면 될 일 아닌가?
‘어쩌면…’
정태수의 팔다리를 모두 자른 뒤 알아서 굴복하도록 만들려는 속셈인지도 모른다.
정태수 쯤 되는 인간이면 확실한 힘을 보여주기 전까진 체면 때문에라도 순순히 굴복할 리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실력차이를 드러내면 제아무리 정태수라 해도 혹시라도 질 경우를 염두하고 회유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할 터였다.
이는 정태수가 1학년 때 학교를 먹은 방법이기도 하다.
‘설마 거기까지 생각한 건가?’
맘모스는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자신이 알던 왕따가, 발밑에서 기던 놈이 정태수 같은 괴물이 돼서 돌아온 것이다. 잠자던 호랑이 코털을 뽑은 느낌이었다. 아마 다른 선배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힘겹게 몸을 일으킨 성명철이 교복을 털며 무시무시한 눈으로 맘모스를 노려봤다.
“너, 구라 친 거지?”
“예?”
“저게 왕따야?”
“그게…”
“일단 좀 맞자, 씨발놈아.”
지금이야 졸업할 생각에 얌전하게 지내던 성명철이지만 한땐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악랄한 심성을 내비치던 일진이다.
바로 지금 그 폭력성이 그대로 살아나 맘모스를 덮치고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훅 들어온 성명철이 맘모스를 바람개비 돌리듯 넘겨버렸다.
콰당!
맘모스는 등뼈가 아작 나는 것 같은 지독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왕따 새끼가 이런 괴물을 어떻게 이긴 거냐!’
***
다음 날.
정태수가 1학년 복도에 들어섰다. 굳은 표정에 남학생들이 슬금슬금 피해 지나갔다.
여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나 저 사람 지난번에 봤어! 저 선배였어?”
“장난 아니래. 싸우면 엄청 무섭다던데…”
“그래? 엄청 잘 생겼는데.”
“집이 엄청 잘 산대. 그래서 한 번도 안 잡혀간 거지, 조폭이 따로 없다던데?”
“그 1학년 큰일 났네.”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정태수는 괜히 화풀이하고 싶은 걸 참으며 미친 1학년이 있다는 교실 문을 세게 열어젖혔다.
콰앙!
“이휘!”
커다란 호통에 책상에 엎드려 있던 이휘가 스윽 일어났다. 아직 졸린 기색이 역력한 눈동자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정태수가 보였다.
‘이 새끼가.’
빨랐다.
무릎을 내미는 걸 포착하자마자 이휘가 텅 빈 옆자리 의자를 들어올렸다.
터엉!
분명 막았음에도 의자가 날아갔다. 정태수의 니킥에 실린 힘에 밀려 벌러덩 넘어진 이휘가 벌떡 일어났다.
정태수가 씨익 웃었다.
“잘 막네?”
“후우.”
이휘는 주먹을 쥐락펴락 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몸으론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정태수는 오랫동안 운동을 배웠는지 니킥을 쓰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탄탄한 근육이 위압감을 뿜어내는 건 물론이고 골격 자체도 남들보다 컸다. 눈빛도 제법 날카로워서, 만약 전생의 자신이라면 입대를 권유하고 싶을 정도였다.
말이 1, 2등이지 성명철과 붙으면 눈 깜짝할 새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이 새끼 괴물이네.’
고삐리 피지컬이 이 정도면 괴수다.
그가 빤히 쳐다보는 사이 정태수의 미소가 짙어졌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반 아이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그때 정태수가 의자에 턱 앉으며 팽팽한 감정선을 잘라냈다.
“왜 명철이가 쪽도 못 썼는지 알겠네.”
정태수가 보기엔 이휘야 말로 괴물이었다. 니킥을 막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 정도는 운동신경이 뛰어난 녀석들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문제는 운동 한 번 안해 본 형편없는 피지컬을 가진 놈이 자신의 니킥을 막는 것도 모자라 어제는 성명철 패거리들을 처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눈빛.
“무서우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앉아봐. 싸워도 여기서 싸울 건 아니잖아. 안 그래?”
‘무섭다’는 표현은 장난처럼 말했지만 정태수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걸 알아챈 걸까? 눈빛이 돌변했던 이휘가 피식 웃자 동공에 서렸던 사나운 불길이 수그러들었다. 감쪽같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휘가 의자를 가져다 마주앉았다.
“감은 있네.”
정태수는 입 꼬리를 비틀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한 방 더 날려보고 싶었지만 뭔가 찜찜했다. 지켜보는 시선도 있고. 뒤집히려는 속을 다스린 그가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입을 열었다.
“나 찾았다며.”
뒷자리의 맘모스가 팅팅 부운 얼굴로 흠칫했다. 그는 두 괴물의 기싸움에 기가 질리던 참이었다. 구경은 하고 싶고, 여기 앉아있긴 무섭고 해서 언제 슬그머니 빠질까 고민하던 참에 자신도 관련 있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휘나 정태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부탁이 있어서.”
“말이 좀 짧다?”
“….”
“뭐,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무슨 부탁?”
오늘 처음 보는 녀석이 자신한테 무슨 부탁이 있다는 걸까?
이휘가 대답했다.
“네 아버지, 대선물산 사장님 맞지?”
“….”
정태수가 이휘를 노려봤다.
“너 내 뒷조사 하냐?”
“넌 아니고. 네 아버지.”
“왜?”
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뒷조사는 왜 한 걸까. 하지만 이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네 아버지가 회사를 차리기 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도 알아. 더 얘기할까?”
정태수가 흠칫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독단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아버지는 과거를 숨기고 싶어 하니까.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태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뭔가 알긴 아나 보네… 우리 아부지랑 어떻게 알아? 우리 아빠도 널 알아?”
이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만 알아. 아직까진….”
자, 이제 탄약고를 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