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3
13화
* * *
‘여심의 마음을 훔친……. 뭐?’
자신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며 한성태는 눈을 깜빡거렸다.
허리춤에 ‘꽃거지’라는 명패를 달고 있는 사람의 행동은 한성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내었다.
“야,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옆에서 김민석이 말을 걸어오는 가운데 한성태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보는 사람들과 눈을 반짝이며 이쪽을 바라보는 사또.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묘한 미소를 짓습니다.] [‘천의 얼굴’이 당신이 보일 행동에 관심을 보입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간다며 당신의 반응을 기다립니다.]상황 파악이 끝이 났다.
“아이고, 사또! 오해이옵니다!”
“야, 너 뭐 해?”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김민석이 당황한 듯 말리려고 했지만, 그런 그의 손길보다 한성태가 앞으로 나서는 게 더 빨랐다.
두 발자국 앞으로 나간 그는 꽃거지의 옆에 선 채 입을 열었다.
“이 꽃거지가 지금 저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아, 아니. 이 양반이! 모함이 뭐야, 모함이!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잠깐 멈칫거리던 꽃거지가 눈을 빛내며 반격했다.
“그럼 그게 모함이지, 모함이 아니고 뭐야? 이거 거지라서 그런가, 못 배운 티를 내기는. 에잉, 쯧쯧.”
“뭐, 뭐야? 못 배우긴 누가 못 배웠다는 거야!”
“그럼 배운 양반이 거지를 하고 있나?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웃기는구만.”
한성태가 꽃거지를 비웃었다.
팔짱을 낀 채 짝다리를 짚는 그의 모습에 꽃거지가 움찔거렸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난장판이라며 웃음을 흘립니다.]꽃거지가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 한성태는 슬쩍 옆을 보았다.
아까부터 사또 역을 맡은 직원이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저 두 놈을 포박하라! 감히, 사또의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구나.”
“이리 오거라!”
“저놈을 포박하라!”
“꽃거지, 이놈 딱 걸렸다!”
사또의 말에 포졸 두 사람이 다가와 한성태와 꽃거지의 팔을 붙잡았다.
“억울하옵니다!”
꽃거지가 사또를 향해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마구 소리쳤다.
한성태 역시 그와 함께 포졸에게 끌려갔다.
사또 앞, 두 개의 형구가 있었다.
‘이건 또 오랜만이네.’
예전에 대하사극 드라마에 보조 출연자로 일을 했을 때 형구를 찬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형구를 차는 건 처음이다.
“그래, 네 죄를 알겠느냐?”
“사또! 억울하옵니다! 저는 사또께서 명하신 대로 범죄자를 찾은 게 전부이옵니다!”
꽃거지가 사또에게 자신은 죄가 없다고 열심히 반박하고 있을 때.
한성태는 그 옆에서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래. 너는 뭐 할 말이 없느냐?”
사또가 한성태를 내려다보았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합니다.]연기의 신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또, 자꾸 그러면 나 서운해?”
“……어?”
“자꾸 그렇게 나 모르는 척할 거야? 사또 그렇게 안 봤는데. 우리 그때 좋았잖아.”
“어, 어?”
한성태가 입술을 삐죽이자 사또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 우리가 언제 봤다고 그러느냐?”
“와……. 사또 그렇게 안 봤는데. 내가 그렇게 부끄러워? 나는 그때 사또를 위해서…….”
“그, 그마안!”
우우우!
사람들의 야유 속에서 사또가 황급히 한성태의 입을 막았다.
한성태는 사또를 서글픈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눈을 왜 그렇게 떠?”
“나…… 상처받았어. 내가 찾아오면 잘해준다고 했으면서. 이게 뭐야. 진짜 나 기억 못 하면 사또는 인간도 아니야.”
“내, 내가 어찌 널 기억하지 못할까. 포졸들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풀어주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포졸들이 황급히 다가와 한성태를 형구에서 풀어주었다.
한성태가 손목을 매만지고 있을 때 사또가 슬쩍 다가왔다.
“그래, 내 미안하구나. 장난이 과했지?”
“흥. 난 사또 말에 왔는데, 진짜 너무해. 나 기억 못 하는 줄 알았잖아.”
“하하. 그럴 리가 있느냐. 장난 한번 쳐봤다.”
“칫.”
한성태가 팔짱을 낀 채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흡족해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당신에게서 고개를 돌립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이 여장을 해도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눈을 반짝입니다.]상당히 위험한 메시지가 보이기는 했지만, 한성태는 웃음을 흘려넘겼다.
“저, 저저!”
꽃거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당황하며 한성태를 바라보았다.
“네 이놈, 꽃거지!”
그런 꽃거지를 향해 사또가 호통쳤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저놈을 매우 쳐라!”
“사, 사또!”
포졸들이 꽃거지에게 다가갔다.
한성태는 슬쩍 사또를 살펴보았다.
웃고 있지만, 당황하고 있다는 게 표정으로 드러나 있었다.
지금도 빠르게 상황을 넘겨 보자는 듯한 느낌.
빠악.
곤장을 맞은 꽃거지가 엉덩이를 부여잡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후우……. 사또 어이가 뭔지 알아요?”
“……?”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해요.”
자신의 옷깃을 매만지며 말하는 꽃거지의 모습에 사또가 헛웃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대사를 여기서 쓴다고?’
지금 꽃거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근데.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마치, 상황에 맞는 좋은 대사를 쳤다는 듯이 꽃거지가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입꼬리를 올렸다.
“저기 꽃거지 씨.”
“……네?”
“혹시 곤장 알아요?” 한성태의 말에 꽃거지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 느낌.
그만 말해달라는 눈빛을 보내오는 꽃거지였지만.
‘미안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지.’
일반인을 끌어들였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엎드려서 엉덩이 맞는 걸 곤장이라 그래요.”
“…….”
“그런데 내 기분이 그래. 곤장대에 사람이 없네?”
한성태는 거기까지 말하고 사또를 돌아보았다.
사또가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방긋 웃었다.
“매우 쳐줄래요?”
꽃거지의 비명이 들려왔다.
* * *
빠악!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꽃거지의 엉덩이에 작렬하는 곤장을 보며 한성태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끄윽!”
꽃거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었다.
“사또, 그럼 난 갈게.”
“어.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응. 사또도 다음에 또 봐.”
“아니, 이왕이면 영영 오지 말 거라……. 아니, 말이 헛나왔구나. 언제든지 놀러와라.”
한성태는 방긋, 미소를 지은 채 김민석에게 다가갔다.
“야……. 너, 뭐야?”
“뭐가?”
“짰냐?”
“짜긴 뭘 짜.”
한성태는 웃음을 흘리며 김민석과 함께 관아를 나왔다.
그가 꽃거지에게 응했던 이유는 그들과 연기를 하면서 자신의 연기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는 당신의 광대 연기가 처음보다 더 경박해졌을 거라 확신합니다.]그 생각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민속촌의 직원들은 대중들을 상대로 계속 연기를 해오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대본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닌.
배역 그 자체가 되어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배울 게 많아.’
오디션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가진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석아, 고맙다.”
“……갑자기?”
“그런 게 있어.”
김민석은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지.
“돌아갈까?”
“저기요.”
한성태의 발걸음을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관아에서 만났던 꽃거지가 어느새 다가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까, 그 사람들 맞죠? 맞네. 이렇게 잘생긴 얼굴이 또 있을 리가 없지.”
“무슨 일이시죠?”
“아니, 아까 인사도 제대로 못 해서요.”
“아…….”
꽃거지가 한성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보다시피 꽃거지에요.”
“……한성태입니다.”
한성태가 그 손을 맞잡았다.
“그런데 아까 보니까, 연기 잘하던데. 어느 학교 나왔어요?”
“지금 한국대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오, 좋은데 다니네. 어느 과?”
“연영과요.”
한성태의 대답에 꽃거지가 ‘크…….’ 하고 감탄을 보였다.
“한국대학교 연영과면 인정이지. 어쩐지 얼굴도 잘생기고 연기도 잘한다 했어.”
“선배님께서 더 잘하시죠.”
“선배? 나 한국대학교 안 나왔는데.”
“같이 배우를 꿈꾸고 있는 입장에서 학교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보다 먼저 데뷔를 하셨는데, 당연히 선배님이죠.”
진심이었다.
어떤 곳에서 연기하고 있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래? 이거 참 부끄럽네.”
꽃거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성태 씨는…….”
“편하게 말해 주세요, 선배님.”
“어……. 그럴까?”
“네.”
민속촌에 다니는 직원들은 대체로 한성태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건 꽃거지도 마찬가지.
“오케이. 내가 말 놓을게.”
“네, 선배님.”
“성태가 싹싹하니 사회생활 잘하네. 아까 보니까 연기도 잘하던데. 나중에 예쁨 많이 받겠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한성태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꽃거지가 웃음을 흘렸다.
“이거, 나중에 대배우가 되실 분을 내가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몰라. 성태야, 혹시라도 나중에 알바 자리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너라면 무조건 오디션 붙을 거야.”
“하하…….”
민속촌 아르바이트라.
지금 당장은 할 생각이 없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마냥 안 할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한성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의 연기가 한결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전보다는 나은 것 같기는 하다며 중얼거립니다.]집으로 돌아와 연습하던 한성태의 시야에 신들의 메시지가 보였다.
민속촌의 경험으로 한성태의 연기가 조금 더 자연스러운 광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본 무대에서도 기죽지 않고 연기할 수 있겠지.
한성태가 대본을 들어 다시 한번 연습하려고 할 때였다.
―오늘 판매 시작했거든? 네 사진도 올라왔으니까, 나중에라도 시간이 되면 한번 확인해 봐.
김미소가 그에게 한성태가 찍었던 화보의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소식에 한성태는 바로 인터넷에 들어갔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괜찮게 편집했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한성태의 사진이 ‘Smile’ 홈페이지 상단에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비록 영상은 아니지만, 사진에 담긴 것 또한 한성태의 연기였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에게 비공식 데뷔를 축하한다며 박수를 칩니다.]공식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분명 한성태의 첫 데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