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한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여니, 직원들이 안으로 들어와 식탁 위에 음식을 담은 접시를 올렸다.
한성태에게는 그들에게 팁을 주고 식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상당히 괜찮은데?’
밖으로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대본을 연습하는 데 방해받기 싫어서 시킨 룸서비스였다.
살면서 처음 시켜본 룸서비스였는데, 직접 먹어보니 어째서 사람들이 룸서비스를 시켜 먹는지 알 것 같았다.
편하기도 편한데 맛도 상당히 좋았다.
사락, 달그락.
사락, 달그락.
한성태는 대본을 보며 음식을 먹었다.
대본 리딩까지는 몇 시간이 남았기에, 그는 상당히 여유롭게 밥을 먹었다.
우우웅.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를 절반 정도 비웠을 무렵.
식탁에 올려진 스마트폰이 마구 진동을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한성태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어, 무슨 일이야?”
―뭐 하냐.
“지금 룸서비스 시켜서 먹는 중.”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민석의 목소리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룸서비스에 대해 말해준 게 김민석이었다.
과거, 외국에 가게 되었을 때 룸서비스를 시켜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며.
김민석은 한성태에게 엄청 자랑했던 적이 있었다.
한성태는 그처럼 룸서비스를 시켜 먹는다고 자랑할 생각이 없었다.
김민석이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오성급 호텔에 쳐들어가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룸서비스?
“응, 네가 말한 대로 확실히 괜찮네. 맛있어.”
―해외 나간 보람이 있네. 잘 챙겨 먹어. 괜히 비싸다고 안 먹지 말고.
“응.”
―잠은? 좀 잤냐. 너 바른 생활 사나이라 시차 적응하기 힘들 텐데.
“어제는 좀 힘들고 그랬는데. 오늘은 잠 잘 잤어.”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밤을 새우지 않았던가.
덕분에 다시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너 또 밤새웠지?
“응.”
―에휴, 우리 성태, 이 형님이 없어서 어떻게 하냐. 챙겨주는 사람도 없을 텐데.
“챙겨주는 사람 있어. 두식이 형도 있고, 여기 직원들도 있고.”
연기의 신들도 항상 옆에 붙어 있지 않은가.
지금도 시야의 한편을 가리고 있는 신들의 메시지에 한성태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나 챙겨주는 사람 많아.”
―그래. 챙겨주는 사람이라도 있어 다행이지. 힘들면 전화하고. 내가 가지는 못해도 응원은 해줄 수 있어.
“됐어. 너도 지금 연출 배우느라 바쁘잖아. 공부는 잘 되고 있냐?”
―나쁘지 않아. 확실히 연재훈 감독님에게 배울 게 많아. 휴학하길 진짜 잘했다니까. 뭐……. 할리우드 간 너만큼은 아니지만.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가끔 보면, 김민석은 그를 너무 높게 띄워주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 그럼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거야?
“이따가 대본 리딩 하러 갈 거야. 그거 때문에 룸서비스 시켜놓고 대본 읽고 있어.”
―너는 어떻게 된 게 모든 일에 이유가 연습이냐. 대단하다 대단해.
“연습해야 연기를 잘할 수 있으니까.”
한성태는 김민석과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그가 옅게 숨을 내쉬었다.
대본 리딩까지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연습을 해야 한다.
사락사락.
한성태는 음식이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대본을 읽는 일에 집중했다.
대본 리딩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는 대본을 보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대본 리딩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준비 다 했어?”
정두식이 숙소 안으로 들어오며 말을 걸어왔다.
그의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옷까지 다 갈아입은 상황이었다.
“잘했네. 가자.”
“네, 가요.”
한성태는 정두식을 따라 숙소를 나섰다.
대본 리딩장이 열리는 장소는 숙소가 위치한 호텔의 5층이었다.
대본 리딩장에는 이미 다른 배우들이 먼저 와 있었다.
“오늘 대본 리딩 끝나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내가 맛집 알아 왔어.”
“좋죠.”
“잘하고 와. 나 저쪽 문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신호 보내고.”
“네.”
“늘 하던 대로 잘하고 와.”
정두식이 한성태의 어깨를 툭 밀었다.
그의 말에 한성태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발걸음이 배우들에게로 향했다.
* * *
한성태는 대본 리딩장에 들어오기 무섭게 주위를 빠르게 훑어봤다.
대본 리딩장의 가운데에 브리튼 리가 있는 게 보였다.
이곳에서 몇 안 된다는 친분을 가진 사람 중 하나.
한성태는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주변에 다른 배우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는 주눅 들지 않았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어깨를 당당히 펴라고 말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무도인에게 자신감은 필수라며, 당신에게 허리를 펴야 한다고 말합니다.]신들이 그와 함께 있는데 자신감이 줄어들 이유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오, 미스터 한! 어서 와요!”
한성태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브리튼 리는 그의 얼굴을 보며 크게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브리튼 리가 한성태의 손을 맞잡더니, 그의 손등을 탁탁 두드렸다.
“어떻게 숙소는 지낼 만합니까?”
“신경 써주신 덕분에 매우 편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요.”
“네, 감독님.”
브리튼 리의 말에 한성태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만나 연기를 보여준 이후로, 브리튼 리는 한성태에게 짙은 호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한성태는 언제나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아, 그렇지. 여기 소개해줄게요. 이쪽은 로저스. 우리 작품의 주인공이고. 로저스, 이쪽은…….”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네, 레스토랑에서 만났거든요.”
로저스가 한 발 한성태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미스터 한.”
“로저스도 오랜만입니다.”
한성태와 로저스는 손을 맞잡으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브리튼 리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여배우 하나를 한성태의 앞에 데려왔다.
“한, 이쪽도 소개해줄게요. 레일라 역을 맡은 아이비예요. 아이비, 이쪽은 유 역을 맡은 미스터 한입니다.”
브리튼 리가 한성태에게 여배우를 소개해주었다.
그의 소개에 한성태는 고개를 돌려 아이비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한성태에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로저스와 마찬가지로 ‘폭주’의 주축을 이루는 배우 중 하나였으니까.
“안녕하세요. 한성태입니다. 편하게 한이라고 불러주세요.”
“아이비예요.”
“아이비, 반가워요.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그녀와도 빠르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성태 혼자였다면, 그녀와 안면을 트기까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겠지만, 브리튼 리가 중간다리를 놔줬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쉽게 배우들과 안면을 틀 수 있었다.
“로저스, 아이비. 제가 그때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미스터 한은 연기를 진짜 잘합니다. 처음 그의…….”
자기소개를 끝내고 브리튼 리가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할 때였다.
브리튼 리의 말을 중간에 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여기 계셨네요.”
그 목소리에 한성태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까지 전부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마이클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 마이클. 어서 와요. 안 그래도 마이클이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습니다.”
“이거 감독님께서 저를 신경 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브리튼 리의 말에 마이클은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한참을 브리튼 리와 대화하던 마이클의 시선이 한성태에게로 돌아갔다.
“이쪽은 누구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아, 여기는 한국에서 온 한입니다. 미스터 한, 이쪽은 한스 역을 맡은 마이클이에요.”
브리튼 리는 마침 잘되었다며 한성태와 마이크를 소개해주었다.
한성태는 마이클을 빤히 바라보았다.
칵테일 바에서 한성태는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분명 눈이 마주쳤었는데.
‘정말 못 봤던 건가?’
마이클은 한성태를 처음 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이클입니다. 반가워요.”
마이클이 한성태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한성태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이클이 어떤 사람인지 대략 알고 있었다.
로저스와 마찬가지로 유명한 배우 중 하나였고 미래에 작은 사건이 하나 생겼던 사람이다.
분명, 동료와의 불화로 잠시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미국에 온 걸 환영해요.”
선뜻 손을 내미는 마이클의 모습에 한성태는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이클은 소문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같았다.
“감독님, 아까 무슨 말 하려다 말지 않았나요? 더 이야기해주세요.”
“아. 물론이죠.”
마이클의 등장으로 잠시 멈췄던 대화가 이어졌다.
“처음 한을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 진짜 대단했거든요. 연기를 딱 시작하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네요.”
“미스터 한, 저는 빈말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때 진짜 강한 충격을 받았어요. 한이 그렇게까지 연기를 잘할 줄 몰랐거든요.”
큼.
그때 옆에서 헛기침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돌아보니 마이클이 주먹을 들어 입을 가리고 있었다.
브리튼 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온 헛기침 소리는 마이클이 낸 것이었다.
그는 주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고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합니다. 갑자기 기침이 나와서.”
“아니요. 그럴 수 있죠.”
브리튼 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웃으며 손을 저었다.
한성태는 마이클을 빤히 바라보았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이클이 오고 나서 좋았던 분위기가 묘해졌다.
“로저스, 기대해도 좋습니다. 한의 연기를 보면 여러분들도 깜짝 놀랄 거예요. 미스터 한은 한국에서도 이름을 크게 알리고 있는 배우거든요.”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연기가 진짜 대단한가 보네요. 하긴, 감독님이 아무나 데려오실 분도 아니고.”
마이클이 잠시 말을 끊고 한성태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가는 게 보였다.
“어느 정도 기대해도 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겠네요.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니까요.”
분위기가 묘해지기는 해도 말하는 걸 들어보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기는 할리우드잖아요.”
뒷말이 들려오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한국에서 통했던 연기가 할리우드에서도 통할지는 지켜봐야겠죠.”
마이클의 말에 공기가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