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툭툭.
브러쉬가 한성태의 볼을 가볍게 두드렸다.
두 사람이 한성태를 둘러싼 채 그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한은 피부가 진짜 좋은 거 같아요.”
“평소에 관리 어떻게 해요? 따로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요?”
그들은 한성태의 얼굴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잡티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은 스타일리스트의 관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머리는 이렇게 올리면 되겠네요.”
“너무 잘 어울려요.”
그들의 말에 한성태는 옅게 웃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그의 얼굴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의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유하던 그의 얼굴이 날카로운 느낌을 보이고 있었다.
똑똑.
누군가 벽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한성태는 거울을 통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브리튼 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한,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멋있어요.”
“감사합니다.”
“잠시 이야기할 수 있죠?”
브리튼 리의 물음에 스타일리스트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대답에 브리튼 리는 한성태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성태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그가 웃으며 입을 연다.
“한. 이번 촬영은 스턴트맨을 사용할 거라는 거 들으셨나요?”
“네, 저번에 설명해주셨어요.”
“지금 찍어야 하는 게 드리프트 신이라서 많이 위험하거든요.”
“…….”
“코너 돌 때 무리해서 돌 필요 없어요. 레이스 장면만 따고 스턴트맨 사용할 거니까요.”
“네.”
“촬영할 때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요. 편하게, 알았죠? 편하게 하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브리튼 리의 말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하는 말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딱히,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았기에 한성태는 무리 없이 바로 답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의 대답을 들은 브리튼 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촬영장에서 보자는 말과 함께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한성태는 거울을 통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감독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무섭게 고개를 내렸다.
그의 무릎 위로 대본이 놓여 있었다.
“끝났어요.”
“아, 감사합니다.”
분장이 끝난 한성태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분장실을 나왔다.
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향하는 길, 주위에서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한성태는 그들 사이에 있는 스턴트맨들을 볼 수 있었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한성태는 걸음을 재촉해 브리튼 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브리튼 리는 차 앞에서 스턴트맨들과 배우들을 데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성태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감독님.”
“아, 한, 마침 잘 왔어요. 당신이 탈 차를 알려줄게요.”
“네.”
감독의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브리튼 리는 낡은 차 한 대를 가리켰다.
문이 네 개가 달려 있는 옛날 차.
굴러가기는 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한 차였다.
“이게 한의 차입니다. 괜찮지 않나요? 이걸 구하려고 꽤 고생했습니다.”
브리튼 리의 말에 한성태는 차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차갑고 딱딱한 촉감에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서렸다.
‘이게 내가 몰 차구나.’
허름하고 다른 차들에 비하면 볼품없다고는 하지만, 한성태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며 달릴 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합니다.]그는 좋은 차를 타려고 ‘폭주’에 출연하는 게 아니었다.
연기할 수 있고 운전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으니까.
“좋네요.”
“그렇죠? 이 차를 구하고 튜닝하는 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다행히 좋게 잘 나왔네요.”
감독의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었다.
운전석 옆으로 보조석에는 의자 대신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는 니트로 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자신이 정말로 ‘폭주’를 찍게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럼 배우들도 다 모였으니까. 바로 촬영 시작할까요?”
감독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태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그의 몸에 맞게 조율된 차는 상당히 안락하게 느껴졌다.
워낙 옛날 차이기에 아주 약간의 불편함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긴장감을 안겨줘 딱 좋았다.
“후우…….”
한성태는 핸들을 꽉 잡으며 숨을 짙게 내쉬었다.
크게 심호흡한 그는 고개를 돌려 차량 내부를 살펴보았다.
운전하는 한성태의 모습을 담기 위한 카메라가 한쪽에 설치된 게 보였다.
“자, 갑시다!”
브리튼 리의 말에 한성태는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내쉬었다.
쿠릉, 쿠르릉!
차의 엔진 소리에 맞춰 그의 심장도 요동쳤다.
엔진음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손에 쥐고 있는 핸들은, 통로였다.
자동차와 자신의 맥박을 이어주는 통로.
그가 천천히 핸들을 말아쥐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액션!”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한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바라보았다.
배우들과 그들 옆으로 차 여러 대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보스턴에 모인 레이서들.
그가 맡은 배역, ‘유’는 이곳에서 최고의 레이서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쿠르릉.
그의 차가 거친 배기음 소리를 내며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뭐야?”
“와……. 차 봐라. 저게 굴러가기는 하네?”
몇몇 레이서들이 유의 차를 보며 무시했다.
그들이 가진 스포츠카에 비교하면, 유의 차는 늙은이라 볼 수 있었으니까.
레이서들이 그의 차를 보며 무시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
“유잖아! 유!”
“유가 누군데?”
“유를 몰라? 보스턴의 폭군이잖아!”
“저 사람이 폭군이라고?”
“그래!”
유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그의 차를 보며 무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유와 함께 레이스를 벌인 적이 있었고, 그 누구도 그를 이긴 사람이 없었다.
유는 보스턴이 인정하는 레이서였다.
적어도 보스턴 안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라 불릴 정도로.
탁.
차에서 내린 유는 바로 오늘의 자리를 만든 진행자에게 다가갔다.
“여, 폭군 왔어?”
유를 발견한 진행자가 반갑게 웃으며 그에게 주먹을 뻗었고, 유도 주먹을 뻗어 그 주먹과 부딪쳤다.
“오늘은 얼마야?”
“삼천 달러.”
“큰손이라도 왔어?”
삼천 달러라는 말에 유가 살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 보스턴에서 레이스가 일어나면 상금은 500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500달러를 넘는 경우는 아주 간혹 큰손들이 레이스를 하기 위해 왔을 때인데.
이번에 모인 3,000달러는 지금까지 모였던 상금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
“저기 봐봐.”
진행자가 한쪽을 가리켰고 그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유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재수 없게 잘생긴 남자와 그 옆에 있는 스포츠카 한 대.
저 차를 한 대 살 금액이면, 유가 모는 차 열 대는 살 수 있으리라.
“도련님이 왔네.”
“이번에 들어온 놈인데, 이길 수 있겠어?”
진행자의 말에 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들이 저 질문을 듣는다면 바로 고개를 저었겠지.
아무리 운전 실력이 좋아도, 차의 성능이 다르면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 사실은 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분명 알고는 있었는데…….
‘그렇다고 지기도 쉽진 않지.’
저런 샌님한테 질 수준의 운전 실력이었으면, ‘폭군’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나.
항상 부족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자신의 노력과 재능으로 메꿨고.
그건 오늘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툭.
유는 대답 대신 그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
그 모습에 진행자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 게 보인다.
“하긴. 지는 게 더 이상하겠지. 폭군인데.”
진행자의 말을 뒤로한 채 유는 자신의 차로 돌아왔다.
덜컹.
보닛을 연 그는 차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연식이 오래된 만큼 레이스를 하기 전, 미리미리 점검해야 한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이 정도면 달리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한성태는 차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옆에 있는 존재는 다르다.
신의 메시지를 보던 보닛을 고정시키던 고정대를 풀었다.
덜컹, 철컥.
보닛이 닫히고 차로 돌아가려는데 처음 보는 손이 보닛에 올라왔다.
“요즘에도 이런 걸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네. 굴러다니기는 해?”
건방진 말투, 재수 없는 얼굴.
아까 진행자가 말했던 큰손이었다.
“다니엘. 유, 맞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손을 내미는 그의 모습을 보며, 유는 다니엘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손 치워.”
“까칠하네. 신기해서 그랬어. 신기해서. 내가 이런 차를 본 적이 없거든.”
“…….”
“운전 실력이 끝내준다며? 네 이름만 듣고 왔는데. 이런 차로 날 이길 수 있겠어?”
운전석의 문을 열던 유가 다니엘의 말을 듣고 멈칫거렸다.
자신을 이길 수 있겠냐고 묻는 다니엘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이길 수 있겠냐고?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레이서는 말로 떠들지 않는다며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피식.
유는 한 번 웃음을 흘리고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다니엘이 눈썹을 들었다가 내리고는 걸음을 옮긴다.
다니엘을 바라보던 그는 핸들을 돌려 출발선에 차를 세웠다.
부릉, 부르릉!
쿠릉, 쿠르릉!
양옆에서 차가 울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다며, 차들이 배기음을 토해내는 가운데 진행자가 권총을 하나 꺼내 들었다.
유는 핸들을 꽉 말아쥐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이런 긴장감은 오랜만이라며 미소를 짓습니다.]두근두근.
쿠릉!
지금 귀에 들리는 게 엔진 소리인지, 심장 소리인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그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차 한 대를 볼 수 있었다.
매끄럽게 잘 빠진 그 차는 유가 타고 있는 차와 너무 비교되었다.
유는 다니엘과 눈이 마주쳤다.
타앙!
그와 동시에 총성이 들려왔고.
부아앙!
치타가 달리듯이 차가 출발선을 통과했다.
액셀을 잔뜩 밟으며 기어를 변경하던 유는 자신을 앞서가고 있는 스포츠카를 볼 수 있었다.
다니엘의 차는 매서운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고 그의 뒤를 쫓을 수 있는 차는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유의 표정은 고요했다.
먼저 치고 나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
그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운전했고, 곧 급격하게 꺽이는 코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앞에서 다니엘이 차의 속도를 줄인다.
브리튼 리는 배우의 안전을 걱정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턴트맨의 몫.
굳이 코너를 돌 때 속도를 높일 이유가 없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속도를 낮추는 건 겁쟁이나 하는 행동이라며 페달을 꽉 밟습니다.]앞에 있는 차의 속도가 줄어들고, 한성태가 모는 차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차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성태의 시간은 느려진다.
끼이이익!
차가 크게 회전하며 코너를 돈다.
“……!”
핸들을 꺾던 한성태는 전면 유리 너머로 로저스를 볼 수 있었다.
경악한 채, 잔뜩 커진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로저스의 얼굴.
그 표정을 보며 한성태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