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A cowardly fellow.’
마이클이 한성태를 보며 짧게 혀를 찼다.
그는 한성태를 볼 때부터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이클은 자신이 한성태보다 연기를 잘한다 생각했다.
한성태가 연기 잘하는 거?
인정한다.
운전도 잘하지 않았는가.
한성태가 드리프트를 했을 때는 그도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인정하지 않았으면, 바로 감독에게 찾아가 따졌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던 건, 한성태의 연기도 인정해줄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연기를 더 잘하는데.
정작 비중이 더 높은 건 한성태였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주변 배우들의 반응이 그를 더 마음에 들지 않게 만들었다.
‘저놈이 뭐가 좋다고 싸고도는 거야?’
연기를 더 잘하는 건 자신인데, 감독이나 주연들은 한성태의 연기만 칭찬하고 있었다.
한성태를 띄어주는 걸 보면, 누가 주연인지도 의문이 들기도 한다.
‘동양인 주제에 너무 건방져.’
배우들의 반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성태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걱정하는 마음에 한마디 해준 건데.
그걸 그대로 받아치는 모습조차 못마땅했다.
한 번쯤 한성태의 기를 눌러줄 필요가 있었다.
자신이 그보다 연기를 잘하는 걸 보여주면 되겠지.
그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마이클. 준비 다 되셨나요?”
“네, 끝났습니다.”
“제복 잘 어울리네요. 감독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바로 나오시면 돼요.”
“나, 이것만 마저 하고 바로 나가겠습니다.”
한성태와 연기하는 신이 있었다.
연기로서 한성태가 누를 수 있는 기회.
마이클은 자신의 연기라면 한성태를 찍어누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세트장으로 향하니 브리튼 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성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이번에 찍은 장면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이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늦지도 않았는데요. 준비는 다 되셨나요?”
“네,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좋네요. 한, 이번에도 잘 부탁합니다.”
자신에게는 몇 마디하고 바로 한성태에게 고개를 돌리는 감독의 모습에 마이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한성태를 바라보는 브리튼 리의 눈빛에 호의가 가득하다.
‘그것도 얼마 안 남았어.’
마이클은 자신이 더 대단하다는 걸 보여준다면, 브리튼 리의 호의가 자신에게 향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이클, 잘 부탁드려요. 좋은 장면 찍어봐요.”
“…….”
그는 한성태가 내민 손을 빤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한성태의 손을 잡고 싶지 않았다.
마이클은 한성태를 뒤로한 채 바로 세트장 위로 올라갔다.
그의 뒤로 한성태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거뒀다.
“자자. 오늘 마지막 촬영이니까 조금만 더 집중합시다!”
브리튼 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마이클의 앞에 한성태가 섰다.
촬영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에 마이클이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한성태를 제대로 눌러야지.
연기를 잘한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액션!”
촬영이 시작되고.
“……!”
마이클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한성태의 연기를 마주한 순간, 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한성태의 연기가 자신보다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순간이지만, 그는 한성태의 연기에 압도되었다.
* * *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당신의 얼굴이 꿰뚫릴 것 같다고 말합니다.]‘그러게요’
한성태는 자신을 노려보는 마이클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었다.
아까부터 마이클의 행동이며 시선까지 너무 노골적이었다.
얼마나 노려보는지 얼굴이 다 따가울 정도다.
“레디…….”
브리튼 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한성태는 잡념을 비웠다.
잡생각은 연기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액션!”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한성태는 ‘유’가 되었다.
부아아앙!
유는 다니엘과 함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에 있는 차들을 제치며, 두 사람은 전력을 도망쳤지만.
위용위용.
뒤에서 달려오는 경찰차를 따돌릴 수 없었다.
―멈춰! 움직이면 발포한다!
사방에 깔린 경찰차.
여럿의 경찰들이 총을 든 채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아무리 운전을 잘한다고 해도 저 속을 뚫을 수는 없었다.
“움직여!”
유와 다니엘은 결국 붙잡혔다.
경찰차에 호송되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경찰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유와 다니엘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려!”
“허튼수작 부리면, 바로 머리에 구멍을 내줄 줄 알아!”
두 사람을 대하는 경찰들의 행동은 거칠었다.
총까지 들이미는 그들의 모습에 유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다니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이.
하지만, 원하는 걸 찾지 못했는지 다니엘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두 사람은 취조실까지 같이 이동되었다.
두 사람이 수갑을 찬 채 자리에 앉고.
끼익.
문이 열리며 경찰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이 두 새끼를 잡았네. 고생했어. 다들 나가 봐.”
척!
그의 말에 다른 경찰들이 경례하고는 빠르게 취조실을 나갔다.
유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보스턴의 레이서라면 모를 수 없는 얼굴.
보스턴의 형사, 한스.
레이서라면 한 번쯤은 그의 얼굴을 보게 된다.
특히, 유 같은 경우에는 경찰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평소였다면, 한스는 유에게 말을 걸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우리 구면이지?”
“…….”
“변호사를 찾는 거라면, 관두는 게 좋을 거야. 그쪽도 지금 사정이 좋지는 않거든.”
한스는 다니엘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유에게는 조금도 시선을 두지 않은 채, 오직 다니엘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는 뚱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나댔어야지. 다니엘. 네 덕분에 나는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한스가 비열하게 웃으며 다니엘에게 말을 걸었다.
유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들이 평소보다 더 악을 쓰며 추적한 이유는 다니엘 때문이었다.
다니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경쟁사에서 그걸 원했으니까.
‘흔한 이야기지.’
경찰이라고 해서 모두 정의로운 게 아니었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악인들의 손을 잡는 뻔하디뻔한 스토리.
유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
“보니까,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할 일인 거 같은데. 나는 돌려보내 주지?”
“…….”
“너…….”
유의 말에 다니엘이 황당해하고 한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다니엘이 그게 말이라고 하냐는 듯한 시선을 바라보지만, 알게 뭔가.
‘내 사람도 아닌데.’
유는 다니엘과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
그저 길거리에, 레이스를 통해 알게 된 게 전부.
같이 감옥에 들어가 줄 의리 따위 없었다.
“그래. 네가 있었지.”
“나는 그냥 돌려 보내줘도 되지 않겠어? 두 사람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데.”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어. 너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게 되었거든.”
“헛소리 하지 마. 날 잘 알잖아. 내가 그런 걸 퍼뜨리고 다니지 않는다는 거. 나도 내 목숨 귀한 줄 안다고.”
“평소였다면 그냥 보내줬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네. 위에서 떨어진 명령이거든.”
한스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나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동양인 주제에 너무 나댔단 말이지. 다리에서 자란 고아 새끼가…….”
“……야.”
“……?”
“그 혓바닥 뽑히기 싫으면, 계속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경찰이라고 두려워하지 않거든.”
“하…… 건방진 새끼. 그래 끝까지 객기 부려 봐. 그래 봤자 감옥에 평생을 썩어야 하니까.”
“……내가 나가게 되면 그 면상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유가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노려봤다.
그 모습에 한스가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스는 자신이 겁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가 그곳에서 나오는 일은 평생 없을 거다!”
경찰들이 들어와 유와 다니엘을 끌고 갔다.
유는 경찰에게 끌려가는 동안에도 한스를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새끼.”
취조실에 혼자 남은 한스가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책상 밑에 가려진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개 같은 새끼!”
“좀 진정할 수 없어?”
“진정? 너 같으면 진정할 수 있겠어? 평생을 감옥에 썩게 생겼는데!”
“그건 아직 모르는 거야.”
“뭐?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글세.”
어물쩍 대답하는 다니엘의 모습에 유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다니엘은 더 설명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유는 ‘뻑!’하고 욕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에게 다니엘이 말을 걸었다.
“유.”
“뭐.”
“내게 운전을 가르쳐줄 수 있어? 대가는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게.”
“……뭐?”
“운전을 가르쳐 줘.”
“감옥에 평생 썩게 생겼는데, 운전을 가르쳐달라고?”
“어. 운전을 배워야겠어.”
“하. 미친놈. 여기서 운전을 어떻게 할 건데. 감옥이라고. 간수들이 운전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너는 결정만 하면 돼. 운전을 가르쳐줄 수 있는지.”
다니엘의 말에 유가 손가락으로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감옥에서 운전을 알려달라고?
애초에, 운전할 수나 있을까.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걸 생각했다고.’
한참 고민하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너는 또라이야. 알지?”
유의 말에 다니엘이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유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되도 않는 선생질하게 생겼네.
유가 작게 중얼거리고.
―컷!
감독의 목소리가 촬영장을 가득 채웠다.
* * *
“미쳤어. 진짜 미쳤다고.”
한성태의 모습을 보며 브리튼 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한국에서 그의 연기를 봤을 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배우라면 ‘유’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생겼다.
하지만,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저건 연기가 아니라, ‘유’ 그 자체이지 않은가.
‘운전도 잘하는데 연기까지 잘하네. 저런 배우가 어디서 나온 거지?’
브리튼 리는 한성태와 촬영할 때마다 놀라게 되었다.
운전할 때 보여주는 묘기는 스턴트맨을 사용한다고 해도 더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상대 배우와 보여주는 감정 연기는 저절로 빠져들게 했다.
한성태의 연기를 찍을 때마다, 역대급 장면이 나올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브리튼 리는 크게 만족하는 중이다.
“돔이 좋아하겠네.”
브리튼 리는 작게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평소에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 했는데.
자신의 파트너에게 연락할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