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로스앤젤레스.
일면 LA라고도 불리는 그곳은 영화를 찍을 때면, 한 번씩은 거쳐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카데미에 오른 해외 영화 중, 로스앤젤레스를 촬영지로 사용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
‘본능의 질주’ 역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했었다.
‘본능의 질주’를 만들었으며, 10년, 20년이 넘도록 화제가 되었던 기차 질주 신.
그 장면이 로스앤젤레스 안에 있는 터미널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졌다.
기차가 바로 옆까지 달려오고 있는데도 질주하는 그 장면은, ‘본능의 질주’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에게 잊히지 않는 장면이 되었다.
한성태도 그 장면을 보았을 때, 주먹을 꽉 쥐고 긴장하며 보지 않았던가.
‘거기다, 말리부 해변은…….’
한성태는 하나의 장소를 떠올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말리부 해변.
그곳은 ‘본능의 질주’에 대한 두 번째로 강한 인상을 남겨준 장면을 만든 장소였다.
1부터 모두와 함께했으며, 이제는 마음속에 담아둔 그를 기념한 장소.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오랜만에 가는 로스앤젤레스에 기대가 된다고 말합니다.]신나서 말하는 신의 메시지를 보며 한성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곳이 당신을 기념한 장소였다는 걸.
한성태는 말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조용히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열 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이동 끝에 도착한 숙소는, 보스턴과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여기가 다른 거 다 떠나서 숙소 잡아주는 거 하나만큼은 진짜 마음에 드네.”
정두식의 말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렸다.
‘본능의 질주’ 제작사, 인터내셔널 필름은 배우를 잘 대우해주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으니까.
배우를 위한 숙소에도 결코 가볍게 임하지 않았다.
이곳의 가격도 상당할 텐데.
자금을 아끼지 않는 그 모습은 감탄이 나오기만 한다.
“한, 여기 초대장이요. 제가 아주 잘 보관하고 있었어요!”
“고마워요.”
에밀리가 건네준 도미닉의 맥주를 받아들며 한성태가 미소를 지었다.
도미닉의 파티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초대장.
이것은 한성태가 미국에 와서 받은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맥주를 숙소 냉장고에 넣어둔 한성태는 미국에서의 3주 촬영을 위해 짐을 풀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쿵쿵쿵.
누군가 그가 머무는 숙소의 문을 두드렸다.
“네, 나갑니다.”
한성태는 바로 문을 열고 나갔고, 반가운 얼굴을 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새파란 와이셔츠를 입은 로저스가 한성태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로저스!”
“한,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성태는 그를 반갑게 맞았다.
미국에 와서 얻은 몇 안 되는 귀한 동료이자 인맥.
로저스의 방문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내가 따로 날짜를 말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 네가 오는 건데 내가 어떻게 몰라.”
로저스의 말에 한성태가 웃으며 그를 안으로 들였다.
한성태를 따라 로저스가 숙소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행동을 로저스가 손을 저어 말렸다.
“안 말고 밖.”
“……?”
“나가자, 내가 살게.”
로저스의 말에 한성태가 눈을 깜빡거렸다.
숙소를 두고 어딜 간단 말인가.
멀뚱히 눈을 깜빡이는 한성태를 향해 로저스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 * *
로저스와 함께 도착한 곳은 숙소에서 차로 한 시간 떨어진 스테이크 집이었다.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파는 곳으로,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도 없는 유명한 가게였다.
“내가 너 온다는 거 듣고 바로 예약했지.”
“……내가 정확한 날짜를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예약한 거야?”
“제작사에서 알려줬어. 내가 물어보니까, 바로 일정 말해주던데?”
“아…….”
로저스의 말에 한성태는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성태는 그에게 자신의 도착 날짜, 시간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사에서는 일정을 정해야 했기에 그의 입국 날짜를 알 수밖에 없다.
로저스는 그걸 알고 바로 제작사에 물어본 거고.
제작사에서는 같은 배우이고, 친하게 지내는 걸 아니 발로 알려준 거겠지.
“내가 널 불편하게 한 건 아니지?”
“아니야. 나도 언제 도착하는지 말하려고 했는데, 정신이 너무 없어서 말을 못 했으니까. 오히려 다행이지.”
“오케이. 그럼 맛있게 먹을까.”
한성태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은 로저스가 손을 싹싹 비비며 종업원을 불렀다.
종업원이 몇 차례 왔다 가니, 어느새 두 사람의 가운데에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맛있게 구워져 올라왔다.
“여기가 진짜 맛집이거든. 한번 맛보면 이 맛을 절대 잊지 못할걸?”
“고마워, 맛있게 잘 먹을게. 많이 기대된다.”
한성태는 바로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고, 부드럽게 잘리는 육질에 작게 감탄했다.
로저스의 말대로, 스테이크는 상당히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은 고기 중 단연 1등 안에 들 정도로.
그렇게 배를 충분히 채웠을 무렵.
“그래서 기분이 어때?”
뜬금없는 로저스의 말에 한성태는 물을 마시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기분이 어떻냐니.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게?”
“삽시간에 유명인이 된 거 말이야. 지금 인터넷에서 다 네 이야기 하는 거 알지?”
“아…….”
로저스의 이어지는 설명에 한성태는 작게 탄식을 흘렸다.
단 한 장의 사진.
그걸로 인해 한성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들끓었고, 극명하게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한성태라면 잘할 수 있다 파와 다른 한쪽은 아무리 그래도 한성태는 아니지 파.
둘 다 한성태에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어쩌겠어. 이미 일은 일어났는데. 기분은 딱히 뭐 이렇다 할 게 없네.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 정도?”
“……에이. 재미없어.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연기 외에는 생각도 안 하는데.”
재미없다며 고개를 젓는 동료의 모습에 한성태는 풀썩, 웃음을 흘렸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하면 뭐할까.
결국 그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바뀌는 게 아닌데.
한성태는 평소처럼 연기에 집중하면 되는 거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촬영이 기대된다며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천의 얼굴’이 당신의 연기는 완성되어가고 있으니, 걱정이 없다고 말합니다.]신들이 함께하는 이상, 그의 연기는 부족할 수가 없었다.
* * *
날이 밝자마자 한성태는 숙소를 나왔다.
그가 바로 향한 곳은, 본능의 질주에서 나온 촬영지였다.
터미널 아일랜드.
로스앤젤레스에 오면 가장 먼저 가고 싶었던 장소 중 하나.
택시를 타고 도착한 한성태는 어렵지 않게 터미널 아일랜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한성태는 주변을 둘러보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없네.’
‘분노의 질주’에 나왔던 장소가 없어졌다.
그래, 어쩌면 그건 이상한 게 아니었다.
‘본능의 질주’는 이십 년 전에 찍었던 작품.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무려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 지났다.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걸 기대하는 게 더 무리였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예전의 흔적 자체를 찾아볼 수 없는 그곳을 빤히 바라보던 한성태는.
신들의 메시지와 함께 몸을 돌렸다.
‘본능의 질주’의 촬영지는 터미널 아일랜드, 이 한 곳만이 아니었다.
그는 택시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신들과 함께 움직이는 만큼, 지루한 줄 모르고 촬영지를 찾아다닐 수 있었다.
날것의 즐거움을 느끼며, 한성태는 바쁘게 걸음을 움직였고.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저기 한번 들어가 보는 게 어떤지 묻습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는 괜찮은 옷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작게 중얼거립니다.]옷 매장 앞에서 멈춰 섰다.
남성 전문 옷 판매점.
상당히 개성이 넘치는 옷들이 유리 너머로 전시되어 있었다.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까.’
돈도, 시간도 넉넉한 상태.
한성태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연기의 신들과 함께 하는 쇼핑.
딸랑.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한성태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채 매장을 나설 수 있었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어.’
상당히 싼 가격과 좋은 옷들, 그리고 연기의 신들의 추천까지.
과하게 돈을 썼다는 걸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한성태는 자신의 손에 가득 들린 쇼핑백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앞으로 십 년은 옷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두식: 성태야, 아직 안 돌아왔어? 내일 촬영인데. 일찍 들어와서 쉬는 게 좋지 않을까?
정두식에게서 온 문자를 보며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밖에서 너무 오래 돌아다니기는 했다.
내일의 촬영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돌아가 쉴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좋은 시간이었어.’
돈과 시간을 많이 쏟기는 했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무척이나 많았다.
한성태는 촬영을 위해 바로 움직였다.
* * *
한 달이 다 되어서 돌아오게 된 ‘폭주’의 촬영장.
세트장을 가득 채우는 차량들을 보며 한성태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언제 봐도 장관이다.
얼른 운전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 듯한 느낌이어서, 한성태는 팔을 돌려 어깨를 풀면서 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세요, 한.”
“아, 감독님, 안녕하세요.”
“한!”
“로저스도 아이비도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브리튼 리의 옆에 있던 두 사람이 한성태에게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나눴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미소를 지었다.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세 사람은 꽤 많이 가까워졌다.
“우리 배우님들이 사이가 좋아 보여 감독인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그 모습을 보며 브리튼 리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의 말에 한성태와 로저스, 아이비가 웃음을 흘렸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는 한성태는 자신이 탈 차를 향해 걸어갔다.
낡고 허름한 차가 아니라.
날렵하게 빠진 차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손이 근질거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당장이라도 운전하고 싶은 기분.
“…….”
그때 옆에서 느껴진 시선에 고개를 돌린 한성태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마이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이클은 한성태와 눈을 마주치더니 쯧 하고 혀를 차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한성태는 그의 모습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스태프의 말에 한성태는 차에 올라탔고.
부릉. 부르릉.
그의 심장이, 엔진을 따라 요란하게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