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그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한성태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도미닉이 그의 어깨를 치며 밑으로 내려가자 말한다.
그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오늘 좀 늦었네.”
“일이 늦게 끝나서요.”
도미닉이 그녀를 반갑게 맞아주던 것도 잠시.
그가 한성태를 소개해 주었다.
“이쪽은 저번에 내가 말했던 한이야. 한. 이쪽은 루나예요.”
“반갑습니다. 한성태입니다. 한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저도 반가워요. 삼촌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거든요. 루나 워커예요.”
루나 워커.
그 이름에 한성태의 몸이 덜컥거렸다.
워커라는 성이 어디 흔한 이름인가.
한성태가 아는 배우 중 워커라는 이름을 쓰고, 도미닉과 친분이 있는 배우는 한 사람밖에 없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너무 잘 자라줬다며, 대견한 눈으로 루나를 바라봅니다.]때마침 떠오른 연기의 신의 메시지를 보며 한성태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한성태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자,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미닉을 돌아보았다.
그가 왜 조용히만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한 루나의 표정.
그 옆에 있던 도미닉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예.”
“한이 많이 놀랐나 보네요.”
“루나는 제 소중한 동료의 딸이에요. 제 양녀이기도 하고요.”
“아.”
“두 사람이 차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서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았거든요. 둘이 이야기 나눌 수 있게 자리 비켜줄게요.”
도미닉의 말에 한성태가 황급히 그를 붙잡으려고 했다.
루나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둘이서 무슨 대화를 하란 말인가.
하지만, 도미닉은 이미 그의 옆을 떠나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그 옆에 있던 도미닉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이 많이 놀랐나 보네요.”
“아……. 예.”
“루나는 제 소중한 동료의 딸이에요. 제 양녀이기도 하고요.”
한순간에 그녀와 단둘이 남게 된 한성태는 어색함에 목을 긁적였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며, 어떤 질문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한성태는 어색해하는데, 연기의 신은 신이 나 있었다.
성인이 되어 만나게 된 딸에게 묻고 싶은 게 많겠지.
그의 마음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한성태는 옅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루나는 아까부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돔이 저렇게 갈 줄은 몰랐네요. 하하.”
한성태의 어색한 웃음이 두 사람을 무겁게 휘감았다.
“만나게 돼서 진짜 반가워요. 돔이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궁금했었거든요.”
“저도 그래요. 삼촌이 한에 대해서 이야기 많이 했거든요. 관심 가는 배우가 생겼다고. 운전도 잘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성태는 자신을 과장해서 말하지 않았다.
브라이언 워커가 있으니, 잘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지나친 자신감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줄지 알지 않던가.
“그래요? 삼촌에게 들었던 거랑은 많이 다르네요. 뭐, 그건 직접 같이 운전해 보면 알겠죠.”
“같이 운전이요?”
“네, 제가 운전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한도 운전하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당장 맞다고 대답하라 말합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야를 가리는 메시지의 형태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도 루나와 같이 운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시간 한번 잡아봐요.”
루나는 같이 운전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성태도 미소를 지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그녀에게 해주지 못했던 걸 해주고 싶다며,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아무래도, 신을 위해서라도 그녀와의 약속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의 도움을 받은 걸 생각해서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다른 분들이랑도 인사를 나눠야 해서요.”
“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
“네, 다음에 봐요, 한.”
그게 한성태와 루나의 첫 만남이었다.
* * *
‘할리우드 파티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
창가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성태는 맥주를 홀짝였다.
도미닉의 파티라고 해서, 한국의 파티와는 다르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그저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
루나와의 만남 이후로, 한성태는 꽤 많은 배우와 친해질 수 있었고.
긴장이 풀린 지금은 편하게 파티를 즐기는 중이었다.
가져왔던 맥주도 전부 비워질 무렵.
한성태가 슬슬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여기 있었군요. 찾아다녔습니다, 한.”
“돔?”
도미닉이 한성태를 찾아와 말을 걸었다.
그의 옆에는 계속 같이 다니던 루나와 레티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니 레티가 여배우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루나는 보이지 않네.’
루나는 돌아가기라도 한 건지, 지금 당장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 차 좋아합니까?”
“차요?”
“네. 한, 운전하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럼, 차는 어때요?”
“좋죠. 차 좋아합니다.”
도미닉의 물음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차에 큰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도로에 지나다니는 차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갔고.
이제는 인터넷을 찾아보며, 어떤 차가 좋고 어떤 특색이 있는지까지 알아보지 않았던가.
한성태가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을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진 건 처음이었다.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저랑 차고 좀 가지 않을래요?”
“차고요?”
“네.”
도미닉의 말에 한성태는 멈칫거리던 것도 잠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차고에 가자는 건, 차를 보여주겠다는 것일 터.
차에 관심이 있는 한성태가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도미닉은 차 덕후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차고라면, 필히 좋은 차가 있을 터.
자연스럽게 도미닉이 어떤 차를 가지고 있을지 관심이 간다.
“실례가 안 된다면, 보고 싶네요.”
“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한성태의 대답을 들은 도미닉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움직인 한성태는, 도미닉의 차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미닉의 차고는 집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차 열 대를 가볍게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넓은 차고.
그 안에 여섯 대의 차가 놓여 있었다.
한성태는 그 차들을 알았다.
“이거…… 제가 아는 그거 맞나요?”
“네, 맞아요. 본능의 질주에서 사용했던 거에요. 제작사에게 어렵게 구했죠.”
“아.”
도미닉의 차고에 있는 건, ‘본능의 질주’ 1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나온 차들이었다.
하나같이 강한 인상을 안겨주었던 차들.
차 덕후들이 억만금을 줘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다.
한성태도 하나쯤은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멋있네요.”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걸 구할 때는 엄청 힘들었는데. 전부 구하고 나니까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도미닉의 말에 한성태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었더라도 이 차들을 구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겠지.
그렇게 하나하나 차를 살피며 움직이던 그의 발걸음이, 하나의 차 앞에서 멈춰 섰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이 차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헛웃음을 흘립니다.]연기의 신과 한성태의 앞에 푸른색의 차가 있었다.
‘본능의 질주’에 나오는 차며, 한 사람을 상징하게 된 스포츠카.
스카이라인이 광택을 뽐내는 중이었다.
“멋…… 있네요. 정말.”
그 차를 보며 한성태는 기분이 묘해졌다.
그리워졌고, 다시 한번 타서 달리고 싶다는 기분도 들었다.
한성태는 그 기분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느끼는 기분이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타보실래요?”
“그래도 되나요?”
“다른 사람을 잘 안 태워주기는 하는데. 한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도미닉의 말에 한성태는 스카이라인의 운전석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저 차를 타 텅 빈 도로를 질주하고 싶었다.
“아니요. 제안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제가 술을 마셔서 그건 힘들 것 같네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타고 싶습니다.”
“네, 그래요. 언제든지 시간이 있으니까.”
도미닉이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태는 차고를 전부 둘러보고는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루나 거기 있지?”
홀로 남게 된 도미닉이 한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곳에서 줄곧 숨어 있던 루나 워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알고 계셨어요?”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온 루나의 말에 도미닉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차고 문을 항상 잠그고 다니거든. 그런데 열려 있다는 건 내 가족이 들어왔다는 건데. 차고에 들어올 사람이 루나, 너 말고는 없잖아.”
“아.”
“그래서 어땠어?”
“어떤 거요?”
“한 말이야. 같이 대화도 나눠봤잖아. 어떤 거 같아.”
“……착한 사람 같아요. 순박하다고 해야 할까. 삼촌이 말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도미닉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를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한이 얼마나 연기에 미쳐 있는지.”
“…….”
“그의 운전도 말이야.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도미닉의 말에 루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칭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루나는 아주 조금 한성태에게 호기심이 생겨났다.
* * *
숙소로 돌아온 한성태는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며 여유를 가졌다.
미국에서의 촬영도 끝난 지금, 한국에 돌아가기까지 그에게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로저스나 아이비도 놀러 갔기에, 한성태는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정두식은 아직 처리해야 할 게 있다며 일을 하는 중.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오늘 꼭 가야 할 곳이 있다며 당신을 재촉합니다.]평소 같았으면, 숙소에서 편히 쉴 생각이었지만.
연기의 신이 계속해서 재촉하는 바람에, 한성태는 어쩔 수 없이 숙소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온 한성태가 도착한 곳은 말리부 해변이었다.
그곳은 ‘본능의 질주’에서도 사용되었던 촬영지로 해변에서 보는 바다가 상당히 아름답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해변은 맨발로 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사박사박.
맨발로 걷는 해변은 나름 운치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 구경 오지 않았으면 서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가락 사이사이 들어오는 모래마저 기분 좋게 느껴지는 가운데.
“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한성태의 몸이, 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루나?”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보였고.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루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이 만남이 의도된 상황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