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범죄자들의 도시’의 촬영장은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번에는 천만을 찍어보자는 신념하에 모인 사람들.
그들로 인해 촬영장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가운데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세트장 위로는 기술자들이 오고 가며 장비를 점검하는 중이다.
한성태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와, 진짜 한성태네.”
“저 사람, 본능의 질주 찍는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시간이 되었나 보네.”
“그러니까. 실물로 보니까, 더 잘생겼네. 연기 그렇게 잘한다며? 대본리딩장에서 다 찢어버렸다고 다들 칭찬이 자자하던데.”
한성태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은 대본리딩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동료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
한성태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감탄스러웠는지.
심지어 김민수라는 독설가마저 한성태의 연기를 칭찬하는 기사를 써 내려갔다.
그들이 한성태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 떠나서 한성태가 이뤄낸 게 있지 않은가.
‘레이스 스타트’부터 시작해서 ‘하루’까지.
그의 경력은 적지만, 해낸 일들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한성태와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석동뿐이지 않을까.
아니, 한성태가 ‘본능의 질주’ 제작사와 함께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유명세로는 한성태가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한성태는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러한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도 그저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관심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나으니까.’
더군다나 그들의 관심은 긍정적이지 않은가.
한성태의 연기를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사람들.
그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사람들의 관심은 배우에게 벗을 수 없는 옷이라고 말합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관심을 줬으면, 그 기대에 부응해줘야 한다며 당신을 바라봅니다.]“자자, 그럼 다음 촬영 들어갑시다. 성태 씨, 준비됐죠?”
“네, 당장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은 매일같이 하고 있고 연기의 신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한성태는 준비가 안 되어 있던 적이 없었다.
“좋아요. 그럼 바로 들어가죠.”
감독의 말에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한성태는 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걸어갔다.
“한, 나는 여기서 보고 있을게. 잘하고 와.”
“응, 잘 봐.”
기대해도 좋을 테니까.
한성태는 굳이 뒷말하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세트장 위.
미리 온 마석동이 보인다.
그를 향해 미소를 보인 한성태가 짙은 한숨과 함께 배역에 몰입했고.
―……액션!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연기가 시작되었다.
한성태는 세트장 위를 달렸다.
골목길과 게임방을 그려내고 있는 세트장.
그 앞으로 칼을 든 범죄자와 인질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보였다.
주위로 구경꾼들을 맡은 배우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감독의 신호와 함께 배우들은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
[‘천의 얼굴’이 당신의 연기를 보여줄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모두가 당신의 연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정한아, 지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지?”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닌 거 같은데요.”
“잘못 본 게 아닌데. 벌건 대낮에 칼을 들고 설친다고?”
강무배를 연기하는 마석동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유영준은 그를 따라 움직이며, 칼을 든 범죄자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형님, 죽이면 안 돼요.”
“안 죽여. 내가 대한민국 경찰인데 누굴 죽이냐. 그냥 따끔하게 제압하는 거지.”
“그 따끔한 것 때문에, 사람 하나 병원에 실려 간 거 기억 안 나요?”
“야,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내가 그때 이후로 힘 조절을 얼마나 잘하는데.”
“와, 힘 조절 두 번 했다가 사람 죽겠네.”
칼을 든 괴한을 앞에 둔 두 사람의 대화에는 아주 작은 위기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는 위화감이 너무 넘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흉기를 앞에 두고 태연할 수 있을까.
아무리 경찰이고 형사라 하더라도 무기 앞에서는 몸이 움찔 떨릴 수밖에 없는데.
강무배와 유영준은 흉기 따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등장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양쪽으로 갈라졌다.
“어이, 그 칼 내려놔.”
“너, 넌 또 뭐야! 안 꺼져? 오면 확! 그어 버릴 거야!”
강무배의 말에 괴한이 흉기를 이리저리 휘두르더니 인질의 목에 겨눴다.
그 모습을 보며 유영준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씨,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날 수 있어. 좋게 말할 때 칼 내려놓자.”
“닥쳐!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야! 너도 날 무시하는 거지? 그런 거지!”
“나는 다 형씨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내 말 안 들으면 후회한다?”
“꺼져! 오면 찌른다고!”
유영준의 말에 괴한은 물러서지 않았다.
연신 인질의 목에 칼을 겨누며 사람들에게 비키라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영준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이 새끼들은 꼭 기회를 못 잡는 건지 모르겠어. 그냥 여기서 좋게 끝나면 얼마나 좋아.”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당장 안 꺼져, 어? 이 여자가 죽는 걸 보고 싶은 거지!”
“형씨.”
“뭐, 뭐!”
“뭔가 이상한 거 없어?”
“……뭐?”
“내가 원래 혼자가 아니었잖아.”
“……!”
유영준의 말에 괴한의 눈이 커다래졌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괴한의 얼굴에 솥뚜껑만 한 손바닥이 날아왔다.
쩌억!
분명 사람의 손과 사람의 얼굴이 만났는데, 장작을 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 내가 다 볼이 아프네.”
그 모습을 보며 유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영준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칼을 줍고 인질을 한쪽으로 인도했다.
강무배의 손짓에 주위에 있던 경찰들이 괴한을 붙잡았다.
“형님, 오늘은 안 죽였네요?”
“내가 말했잖아. 힘 조절할 수 있다니까?”
“저 양반도 참 대단해. 형님 앞에서 칼이나 휘두르고.”
자기였으면, 맞기 싫어서라도 바로 굽혔을 거라며.
유영준은 작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우웅.
강무배를 따라 움직이던 그는 전화가 온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형님, 먼저 좀 가고 있을래요? 저 전화가 와서, 이거 받고 따라갈게요.”
“알았어. 저 사거리 쪽에 있는 국밥집으로 갈 테니까. 그쪽으로 와.”
“네, 이따 봐요. 언제나 수고 많으십니다!”
강무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다른 경찰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이, 형사님.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습니까.
수화기 너머로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유영준은 인상을 썼다.
“내가 먼저 전화하기 전까지 전화 걸지 말라고 했지. 진짜 뒤지고 싶어?”
강무배의 앞에서 서글서글했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살벌한 눈으로 강무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내가 상황 보고 다시 연락할 테니까.”
―알겠쇼.
“기회는 한 번이야. 괜히 이상한 짓 하다가 걸리면 그땐 진짜 뒤지는 거야. 특히 강무배한테 걸릴 생각하지 마.”
유영준은 바로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개새끼.
그가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욕을 내뱉더니 바로 걸음을 옮겼다.
강무배의 옆에 다가가는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평소의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커엇! 너무 좋아요!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연기가 끝이 났다.
“와……. 성태 씨, 연기 진짜 잘하네요.”
“그러니까요. 말로만 듣다가 직접 보니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거 있죠?”
“어떻게 그렇게까지 연기를 잘해요? 뭐, 팁이라도 조금 없나.”
사람들이 한성태에게 모여들어 말을 걸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성태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 촬영은 왠지 느낌이 좋았다.
* * *
‘범죄자들의 도시’의 촬영이 끝나면, 한성태는 계속 연습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결코 허투루 쓰지 않았다.
언제라도 좋은 연기를 보일 수 있게 연습에 연습을 반복할 뿐이었다.
‘역시 이 신에서는 감정을 조금 누르는 게 좋겠어.’
연습하면 할수록 한성태의 연기는 점점 발전했다.
괴물 같은 성장.
그의 연습을 보며, 연기의 신들도 그의 성장세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연습하는 그를 집중에서 깨운 건 김민석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바쁘냐?
“전화는 받을 수 있어. 무슨 일인데?”
―그냥. 작품 준비하는 거에 있어서 알려주려고 전화했지.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는 바로 대본을 내려놓았다.
범죄자들의 도시를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김민석과 함께 찍을 작품도 중요하다.
―우선 배우 캐스팅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일단 사람들 오디션도 봐야 하기도 하고, 준비해야 할 게 상당히 많더라고.
“그래?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
―네가 도와줄 건 딱히 없는 거 같아. 그냥 연습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그거야 뭐, 늘 하던 건데. 준비하면서 뭐, 힘든 건 없냐? 아무리 연재훈 감독님 밑에서 배웠다고 해도, 개인 작품 하려면 많이 힘들 텐데.”
―말도 마. 이게 옆에서 지켜볼 때는 몰랐는데. 직접 하니까, 할 게 엄청 많더라고. 투자자를 구하는 거부터가 문제야. 아직 투자자도 구하지 못했으니까. 사비로 하는 건 한계가 있고.
“투자자?”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는 멈칫거렸다.
그러고 보니, 김민석이 보내준 대본을 보면 돈이 꽤 많이 들어갈 것 같았다.
저예산으로 하면 그만큼 퀄리티도 낮아지고, 대본에 나오는 모든 걸 표현할 수도 없었다.
―응. 그거야 뭐, 내가 알아서 구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너는 연기만 잘하면 되니까.
“그 투자자 말이야.”
―응?
“내가 첫 투자자가 되도 될까?”
―……?
한성태의 말에 김민석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황했는지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투자자 구해야 한다며. 내가 투자하고 싶다고. 내가 주연으로 나가는 영환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물론 그만큼 보상도 받아낼 거지만.”
―그건 당연한 건데……. 괜찮아?
“안 괜찮을 것도 없지. 나 출연도 안 받아도 돼. 너랑 하는 게 중요한 거지, 돈이 중요하겠냐.”
―……야. 갑자기 뭔데. 왜 사람 감동시키는데.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아 그런데 인세티브는 받아야겠다. 출연료도 안 받는데, 나도 얻는 건 있어야지.”
―당연하지!
김민석의 목소리에 미소를 짓던 한성태는 스태프가 촬영 들어가야 한다며 손짓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계약서는 차차 조율해보고 수고해라. 나 슬슬 촬영 들어가야겠다.”
―응. 고생해. 그리고…… 고마워.
김민석의 말에 웃음을 흘린 한성태는 전화를 끊고는 걸음을 옮겼다.
친구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같이 나아가고 있는 기분.
‘아, 빨리 찍고 싶네.’
김민석과 함께 촬영할 날이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