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로저스.
그는 세계가 알아주는 유명한 배우다.
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 이름과 외모는 모르는 사람을 더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한국을 찾은 것이었다.
잘생긴 얼굴로 시원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어디선가 찾아온 기자들이 로저스를 사진으로 담았다.
한성태는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항 안으로 들어온 지 5분 가까이 지났지만.
도저히 저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들고, 십여 명이 넘는 기자들이 사진 찍고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도망을 치고 싶지만.
[‘천의 얼굴’이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 말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더 많은 기자가 모여들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며 당신을 재촉합니다.]신들의 재촉이 있었고.
“성태야, 좀 빨리 움직여야겠는데? 방송국에서도 지금 문 거 같아.”
옆에서는 정두식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을까.
한성태는 한숨을 푹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로저스, 이쪽이야!”
한성태는 인파를 제치고 들어가 로저스의 팔을 붙잡았다.
정두식이 로저스의 짐을 챙긴다.
“한! 오랜만이야. 그새 더 잘생겨진 거 같은데?”
“나도 반가우니까. 일단 움직일까?”
“어? 오케이. 가자.”
한성태의 재촉에 로저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의 팔을 붙잡고 한성태는 차가 있는 방향으로 뛰었다.
“어? 한성태다!”
“뭐야? 그럼 한성태 만나려고 로저스가 한국까지 온 거야?”
“미쳤네. 빨리 찍어! 특종이라고!”
“로저스 내한 이번이 처음이잖아. 이거 난리 제대로 나겠는데?”
기자들이 두 사람의 모습을 사진 찍는다.
찰칵찰칵!
스프라이트가 두 사람을 비추고,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며 다가오는 가운데.
한성태는 로저스와 함께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탁.
차의 문이 닫히고 나서야 한성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로저스라는 이름이 가진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차에 달려오는 중에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며 얼마나 놀랐던가.
정말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늦었다면, 그대로 인파에 파묻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우웅.
“아, 벌써부터 난리네.”
운전석에 올라탄 정두식이 스마트폰에 오는 연락을 보며 혀를 찼다.
그의 옆으로 로저스의 매니저가 인사하는 게 보인다.
한성태는 그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며 로저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땀을 뻘뻘 흘리는 한성태와 다르게 로저스는 매우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많이 즐거워 보인다?”
“그럼 안 즐겁겠어? 너랑 이렇게 달린 게 얼마 만인지. 다음에는 운전해 보자고. 한국의 도로를 한번 달려보고 싶거든.”
“……그래.”
웃고 있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생글거리는 로저스의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맥이 풀려버렸다.
그래, 로저스는 결코 악감정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한성태에게 깜짝 쇼를 해주고 싶은 순진한 생각이었을 뿐.
그 어디에도 한성태를 불편하게 해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로저스의 생각을 알 수 있었기에 한성태도 웃음을 흘릴 수가 있었다.
“한동안 소란스러워지겠네.”
친구를 만난 반가움도 잠시, 기자들이 떠들어댈 소리에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 * *
[로저스의 깜짝 내한, 한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곳이 한의 나라입니까?’ 로저스의 내한에 사람들 깜짝.] [예정에도 없던 할리우드 배우의 방문, 한성태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발견돼.]로저스의 방문으로 인한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가득 채웠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다 보니, 기사가 나지 않는 게 더 이상하기는 하다.
그들의 기사는 곧 커뮤니티로 퍼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와, 로저스가 한국에 다 오네]
이거 기사 본 사람 있어?
로저스가 내한 왔는데, 그게 한성태 때문이라네.
‘본능의 질주’ 찍었다고 하더니, 로저스가 한국에 다 오고.
진짜 한성태, 얘, 뭐 하는 놈이냐.」
―돌아이: 한성태가 대단하기는 한가 보네. 로저스 같은 사람이 다 찾아오고.
―보리언덕: 본능의 질주 찍었다잖아. 동료 보러 올 수도 있지. 그래도 놀랍네. 솔직히 로저스 정도면 한성태가 가야 하는 거 아님?
―이빨빠짐: 사진 보니까, 한성태 보면서 엄청 해맑게 웃고 있네. 둘이 많이 친한가 봐.
사람들은 기자들이 찍어온 사진을 보며 두 사람의 사이를 유추했다.
친한 사이.
‘본능의 질주’를 함께 찍은 동료.
할리우드 배우와 한국 배우의 만남이었기에, 한국인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었다.
기사와 커뮤니티가 온통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할 때.
“바로 숙소로 갈 거야?”
“아니, 밥부터 먹으러 가자. 숙소는 언제든지 갈 수 있잖아.”
“알았어. 두식이 형, 이 근처에 김치찌개 잘하는 곳 있어요?”
“있지. 거기로 갈까?”
“네.”
한성태의 말에 로저스가 바로 핸들을 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성태는 고개를 돌려 다시 로저스에게 말을 걸었다.
“밥 먹고 나서는 어떻게 할 거야? 숙소 바로 들어갈 건가?”
“그것도 좋지만. 너 촬영장 구경가도 되나? 어차피 너 촬영장 다시 가야 한다며.”
“그렇기는 한데……. 잠시만, 허락 좀 맡아볼게.”
한성태는 바로 마석동에게 전화를 걸었고.
―로저스 같은 배우가 와준다는데 당연히 환영이지.
바로 허락을 받아버렸다.
로저스의 이름이 크기는 한가 보다.
마석동도 바로 허락하는 걸 보니.
그렇게 그들의 일정이 정해져 버렸다.
* * *
“크허!”
로저스가 그릇을 탁, 내려놓으며 감탄 가득한 신음을 흘렸다.
훤히 드러난 그의 입 주변에 붉은 양념이 묻어 있었다.
로저스의 앞으로 흔적만 남은 김치찌개가 있었고 주위 반찬들도 싹싹 비워져 있었다.
“맛있나 보네.”
“응! 상당히 맵고 자극적인데, 그래서 더 매력적이야. 특히 이 면 사리, 이게 미쳤네. 김치찌개 라면이라니. 너무 좋잖아. 이런 건 도대체 누가 생각한 거야.”
“만족했다니 다행이네.”
로저스의 대답을 들으며 한성태가 미소를 지었다.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는 말에 맛집에 데려왔는데, 입에 잘 맞는 모양이다.
“이제 촬영장 가는 거지?”
“그래야지. 같이 간다고 했었잖아.”
“응, 허락도 받았는데, 무조건 가야지.”
“그래, 가자.”
로저스의 대답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두식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
로저스의 매니저와 정두식이 꽤 친해졌는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그렇게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도착한 ‘범죄자들의 도시’의 촬영장.
“와……. 한국의 세트장은 이렇구나.”
로저스가 촬영장을 돌아보며 감탄한다.
그 목소리에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한성태와 함께 있는 로저스를 발견하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안녕하세요. 로저스입니다. 한의 친구예요.”
그는 한국어로 어눌하게 말하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로저스의 모습에 사람들이 멍한 얼굴로 인사를 받는다.
그들은 한성태에게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로저스는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유명세는 전 세계적으로 대단했다.
할리우드에서도 탑을 달리고 있는 배우가 왔으니.
그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한성태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들의 입장이었더라도 비슷하게 반응했을 테니까.
바로 앞에 로저스가 있는데, 그 어떤 배우가 멀쩡히 있을 수 있을까.
업계의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한, 어땠어? 발음 괜찮지 않아? 내가 이걸 엄청 연습했다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돌려 칭찬해달라는 듯이 말하는 그의 모습에 한성태는 헛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로저스는 상당히 가벼운 사람이었다.
그게 단순히 사람 자체가 가볍다는 게 아닌.
자신의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로저스였다.
로저스와 자신이 그런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워졌다.
“당연히…….”
“당연히?”
“……별로였지. 조금 더 연습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래?”
“응, 다른 사람들 표정 봐봐. 네가 발음이 안 좋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듯한 모습이잖아.”
“아……. 그런가? 그렇게 이상했나.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로저스의 저 순진한 모습을 보고 그 누가 웃지 않을 수 있을까.
한성태는 끅끅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연습하느라 좀 힘들었는데.
로저스와의 대화로 어느 정도 회복된 기분이다.
“장난이야. 좋았어. 많이 연습한 티가 나던데?”
“그래?”
“응.”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얼굴이 환해지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저 칭찬 한 번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걸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 정말로 데려왔군요.”
“네, 로저스 이쪽은 우리 연출 감독님이셔.”
“오, 반갑습니다. 한의 친구, 로저스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이날을 위해서 엄청 연습했습니다.”
로저스의 어눌한 대답에 감독이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
감독은 로저스에게 궁금한 게 많은지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고.
로저스는 그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바로바로 대답해주었다.
한성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감독이 대화를 나누니 다른 사람들도 슬그머니 다가와 로저스에게 말을 걸었다.
마석동도 할리우드 배우는 궁금했는지, 어떤 연기를 하고, 어떻게 연습하는지 묻고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가라앉고.
“자자, 그럼 촬영 들어갑시다.”
감독의 주도하에, 소란이 가라앉고 사람들이 촬영을 위해 움직였다.
한성태도 그들과 함께 촬영을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다 멀뚱히 서 있는 로저스의 모습에 웃으며 입을 열었다.
“로저스, 저기 저쪽에 앉아 있으면 될 거야. 나 촬영 들어가야 하니까 기다려줄 수 있지?”
“물론이지. 안 그래도, 한국에서의 네 연기가 궁금했거든. 나 기대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아. 나는 친구를 실망시킬 정도로 한심한 놈이 아니거든.”
“알지. 그래서 더 기대하고 있는 거고. 잘하고 와.”
로저스가 한성태의 팔을 두드리며 웃는다.
그의 미소를 마주하며 한성태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친구가 왔는데. 제대로 보여줘야겠죠?’
[‘천의 얼굴’이 당신의 말에 긍정합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자신들은 준비되어 있다며, 언제든지 연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제대로 보여주자며 당신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그는 친구를 위해 좋은 연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