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청춘 마이웨이’의 오디션은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왔다.
한성태는 정두식의 차를 타고 오디션장을 찾았다.
연재훈의 도움으로 얻을 수 있었던 오디션장의 앞으로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게 보인다.
“방송국에서도 좀 온 것 같지 않아요?”
“왔겠지. 걔네들이 이런 걸 안 물 리가 없잖아.”
“하긴.”
정두식의 대답을 들은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창문 너머를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그가 올린 대본과 오디션에 대한 정보.
한성태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행동은 엄청난 반응을 불러 모았다.
‘그가 온다’에서 보여줬던 연기로 인지도가 높아진 한성태다.
그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간다는데, 성공을 바라는 사람 중 오디션에 지원하지 않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무명 배우나, 지망생뿐만이 아니라.
나름 이름 좀 알린 배우들도 대거 오디션에 지원해 버렸다.
“내가 알기로 1차 오디션 지원자만 최소 300이라고 들었어.”
“300이요?”
“아, 그것도 최소로 잡은 거고, 더 올 확률이 100%라고 하네.”
삼백이라는 숫자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한성태는 혀를 내두르며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기자들부터 시작해서 지원자들까지.
정문을 꽉 채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어지러워진다.
“형, 우리 정문으로 못 가죠?”
“누구 죽을 일 있나. 우리는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입구로 갈 거야.”
“뭘, 그런 생각을 하냐. 어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행이네요. 저 틈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식겁했었거든요.”
지원자 중, 대다수가 한성태의 이름을 보고 온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 앞에, 한성태가 등장한다?
분명 사람들에게 짓눌려 질식사할 게 분명하다.
“누구 죽을 일 있나. 우리는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입구로 갈 거야.”
“다행이네요. 저 틈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식겁했었거든요.”
“뭘, 그런 생각을 하냐. 어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원자 중, 대다수가 한성태의 이름을 보고 온 이들이다.
그 정도로 오디션장에 모인 인파가 엄청났다.
한성태를 태운 차는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드문 입구로 향했다.
“내리자.”
“네, 형. 가요.”
차에서 내린 한성태는 바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김민석과 연재훈이 먼저 와 있었다.
김민석이 연출을 맡고 연재훈이 보조를 맡은 영화.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는 구성이었다.
“한 배우, 어서 와요. 오는 데 불편한 건 없었습니까?”
“네, 감독님께서는 잘 지내셨나요?”
“그럼요. 자리에 가서 대화를 나눌까요?”
연재훈의 말에 한성태는 심사위원석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 앉아 두 사람과 함께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디션 시작하겠습니다!”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 * *
박예은은 ‘청춘 마이웨이’이 오디션에 출연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회사에서는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그녀가 뜻을 굽힐 사람도 아니었고.
한성태가 가진 이름은, 그녀가 캐스팅되었을 때 회사의 이름도 같이 알릴 수 있었다.
실보단 득이 많은 상황.
회사에서 그녀의 행동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소속사의 허락도 받은 박예은에게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그녀는 바로 한성태의 오디션에 지원서를 넣었다.
한성태가 주연으로 참여하고, 심사위원으로 열리는 오디션.
그 오디션은 박예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백년초를 찍을 때도, 그녀는 한성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현재 정체된 자신의 연기를 성장시킬 기회가 되겠지.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좋지.’
박예은은 바로 오디션장으로 향했다.
한성태가 직접 홍보해서일까.
오디션장은 사람들도 잔뜩 북적이고 있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지망생이나 무명들이 온 느낌이다.
그 정도로 오디션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내 차례가…….’
박예은은 명찰을 하나 받을 수 있었다.
그녀의 순번을 알려주는 숫자가 적힌 명찰.
박예은이라는 배우가 아닌 숫자로 불린 게 얼마 만이던가.
그녀는 남들과 똑같은 선에서 오디션을 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다들 정신없네.’
자리에 앉은 박예은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시선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긴장해서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이 있었고, 다리를 달달 떠는 사람이 있었다.
대본을 보며 중얼거리는 사람들과 그 옆으로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친화력 좋은 사람도 있었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다.
박예은은 그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렸다.
그녀의 무릎에 명찰과 함께 받은 대본이 하나 있었다.
지정 연기.
오디션 당일이 되어야 받을 수 있는 대본.
자유 연기는 준비해 왔으니, 지정 연기를 연습해야 한다.
그렇게 한참 연습하고 있던 그년, 문득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멈칫거렸다.
“한성태가 심사위원으로 나온다고 했지? 와, 내가 한성태를 다 보고 긴장된다.”
“그러니까. 그 사람 엄청 바빠서 얼굴 보기 쉽지 않잖아. 같이 연기할 수 있으면 엄청 좋을 텐데. 나 아는 애가 한성태가 출연한 작품에서 엑스트라로 나왔다고 하던데. 한성태, 걔가 조언을 그렇게 잘해준다고 하더라. 그거 때문에 도움 되어서 지금 웹드라마 조연도 하고 있잖아.”
“진짜? 그거 대박이네. 나도 조언 한번 받았으면 좋겠다.”
한성태를 칭찬하는 그들의 말에, 그녀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도 한성태에게 몇 번이나 조언을 받지 않던가.
그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괜찮을까? 연기 잘하는 건 아는데, 심사는 다른 문제잖아. 아직 이십 대도 심사도 몇 번 해본 적 없을 텐데.”
“그러게. 그게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해. 연기하는 거랑 사람 보는 건 다른데.”
칭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바로 수군거린단 말인가.
그들의 말에 박예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시한 채 대본을 살펴보던 그녀는 문득 든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사람이 보는 눈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한성태를 아는 사람 중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170번부터 175번까지 한 번에 들어갈게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툭, 투욱.
한성태는 지원자들의 연기를 보며 책상을 느릿하게 두드렸다.
사람들의 연기를 보는 그의 얼굴에는 따분함이 서려 있었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는데.’
한성태는 지금까지 백 명이 넘는 사람의 연기를 봤다.
그중 괜찮은 배우를 찾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단순히 그들의 연기가 나쁘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다들 왜 감정적인 연기만 보여주는 거지?’
백 명 중 구십 명이 감정 연기를 했다.
울고, 웃고, 화내는 연기.
분명, 감정 연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감정 연기는 배우의 연기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 모르지만.
‘감정 연기를 보려고 한 게 아닌데.’
단순히 감정 연기만 놓고 본다면, 굳이 오디션을 열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청춘 마이웨이’의 오디션은 형식적인 연기를 하는 사람을 바라지 않는다.
캐릭터 하나를 연기해도, 그 캐릭터를 얼마나 이해하고 표현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지금 그가 보는 배우들에게는 그런 게 없다.
단순히 자신이 연기를 최대한 잘하는 것만을 보여주려고 하다니 보니까.
어떻게든 강한 인상을 남겨주려고 하다 보니, 그게 되려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되었다.
[‘천의 얼굴’이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지금의 고생이 미래를 만든다며, 당신에게 힘내라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입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어떻게 모든 사람이 연기를 잘하겠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연기의 신들이라고 그와 다를 게 없었다.
그들도 전부 비슷한 생각이었다.
지원자들의 연기가 좋지 않다고.
‘아는 얼굴도 보이기는 하는데, 친분으로 할 거였으면 오디션을 열지도 않았지.’
한성태가 아는 얼굴도 보였다.
몇 번 대화를 나눈 배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성태는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점수를 더 주지 않았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일이었고.
친분을 따지기에는 한성태가 연기를 너무 사랑했다.
그는 오직 연기만을 봤다.
그들의 연기가 ‘청춘 마이웨이’와 어울리는지, 그 부분만 보았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채점했다.
그의 행동에도 사람들은 이해해 주었다.
한성태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연기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벌써 170번째 심사.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한성태는 고개를 숙여 170번의 지원서를 보고 있어,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냐.’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이번 참가자는 기대할 만하다고 중얼거립니다.]신들의 반응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들었고.
지원자들 사이에 있는 한 사람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사람이 왜 저기 있는 거지?
* * *
PAN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실.
정두식이 장판석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한성태를 오디션장에 데려다주고 바로 회사로 온 것이다.
오후에 약속이 있다는 말에, 정두식의 외부 일정도 끝이 났다.
“정 팀장님.”
“네, 대표님.”
“지금 오디션 시작했다고 했죠?”
“네, 대표님.”
장판석의 물음에 정두식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의 말에 장판석은 한성태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그때마다 정두식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말했다.
“이번 오디션 작품,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잘될 겁니다.”
“확신하는군요.”
“지금까지 성태가 찍은 작품 중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정두식의 말에 장판석이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한성태가 찍은 작품 중 망한 작품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한성태의 이름이 빠르게 유명해진 거겠지.
“폭주는 어떤가요? 오백만은 넘길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천만 가능하겠습니까?”
“충분히 노려볼 만합니다. 이번에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죠. 한 배우가 너무 잘해줬으니까요.”
더 라이트 쇼에서 부른 추모곡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좋네요. 지금처럼만 계속 가면 문제 될 건 없겠군요.”
“네.”
“그런데, 우리 한 배우는 요즘 불편한 건 없답니까?”
“불편한 건 없고,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정 팀장님이 봤을 때, 한 배우가 지금 조건에 만족할 것 같나요?”
“…….”
장판석의 물음에 정두식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있었으니까.
한성태의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는 중이다.
장판석은 한성태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대표님도 이렇게 신경 써 주시고 계시는데, 설마 다른 데 가겠어요?”
“그렇죠? 이번에 계약할 때 조건도 최대한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안 가겠죠?”
“그쵸. 설마요.”
“설마…….”
대표실의 분위기가 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