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평소에는 조용하던 한성태의 집이 오늘만큼은 사람들이 내는 소리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한성태가 걸레를 빨고 있었고, 그의 주위로 유범산과 김민석이 각자 청소 도구를 든 채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소기를 밀던 김민석이 잠시 제자리에 멈춰선 채 줄곧 굽히고 있던 허리를 폈다.
“야, 그냥 사람 부르지. 뭐하러 직접 청소해.”
김민석의 질문에 걸레를 털던 한성태가 입을 열었다.
“모르는 사람이 내 집에 들어오는 건 찝찝하잖아. 조금 힘들어도 내가 직접 청소하는 게 마음 편해.”
“그렇긴 한데. 돈도 잘 벌면서 이럴 때 보면 엄청 이상한데 고집이 있다니까.”
잔뜩 투덜거리며 말하는 김민석의 모습에 한성태는 옅게 웃음을 흘렸다.
그들이 집을 청소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에서 친구들이 한성태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온다는데, 집을 더러운 상태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혼자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김민석과 유범산이 도와주겠다며 찾아왔다.
그가 부른 게 아니었지만, 그들이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다.
“니, 꼭 맛있는 거 사라.”
“알았어.”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대답 뒤로, 유범산이 슬쩍 다가와 말했다.
“비싼 거로, 나 무조건 비싼 거 먹을 거야.”
유범산의 말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렸다.
유쾌한 친구들이란 생각이 든다.
“당연하죠. 이렇게 도와줬는데. 먹고 싶은 거 다 시켜줘요.”
굳이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란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사주든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들은 한성태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특히, 김민석이란 친구는 전부를 주어도 모자를 존재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성태는 집 청소를 이어갔다.
‘평소에 좀 치우고 살 걸 그랬나.’
한성태는 청소하면서 절로 한숨이 나오려는 걸 참아냈다.
그는 바쁜 일상을 보냈다.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뿐더러, 집에 들어와도 배달 음식을 시키고 연습에 매진하는 등,
집안일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같다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집안일이 싫으면,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걸레질하는 것도 전완근에 자극을 많이 준다며, 새로운 운동법을 찾을 것 같다며 좋아합니다.]한성태의 집안 상태는 신들조차 한숨을 내쉴 정도로 좋지 못했다.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고 덕분에 청소하는데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는 가끔, 네가 부지런한 건지 게으른 건지 모르겠어.”
“성태야, 바쁘게 사는 건 좋은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아?”
김민석과 유범산의 말에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처참했으니까.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겨우겨우 청소를 다 끝낸 세 사람이 거실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그래도 어떻게 다 끝나기는 했네. 다들 고생 많았어요. 진짜 너무 고마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요. 가격 생각하지 말고요. 미안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비싼 거 시키려고 했어.”
“성태야, 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요즘 입맛이 엄청 높아졌거든? 가격 보고 기절해도 난 모른다.”
사악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 한성태가 멈칫거렸다.
비싼 걸 시키겠다고 중얼거리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아주 조금은 걱정이 든다.
그들이 배달 음식을 시켰다.
음식이 오면 계산이나 하라며, 가격도 알려주지 않아 더 걱정이 든다.
‘출장 뷔페 같은 걸 시키지는 않았겠지?’
계산을 못 하지는 않겠지만, 없는 삶을 산 기간이 길다 보니 가슴을 졸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음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여기서 로저스가 잔다는 거지?”
“응.”
“마이클도 와? 아이비는? 나 아이비 팬인데.”
“그 사람들은 안 와요.”
한성태의 집에 오는 배우는 몇 되지 않았다.
로저스와 남자 배우들 두 사람이 전부다.
아이비 같은 경우에는 여자이기도 해서, 한성태의 집에서 지내기는 힘들어 따로 호텔을 잡았다.
‘마이클은 뭐…….’
그는 굳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이클이 그의 집에서 지내겠다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웃기지 않을까.
“대박이기는 하네. 그 사람들 모두 스타잖아. 톱스타.”
“에이, 그렇게 따지면 우리 성태도 마찬가지지. 요즘 얘보다 더 화제성 높은 배우가 어디 있어.”
김민석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유범산을 보며 한성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딩동.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한성태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갔다.
“삼십이만 오천 원이요.”
“네, 여기요.”
한성태는 바로 계산을 하고는 음식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김민석과 유범산이 시킨 음식을 살펴보는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
‘중국집에서 시켰는데 삼십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가성비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식당에서 시켰는데 이 정도로 많은 금액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중국집에서 시켜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걸로 되겠어?”
“충분히 돼.”
“이거 우리끼리 다 먹지도 못할 수 있어.”
한성태의 말에 두 사람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중국집에 있는 비싼 요리는 전부 시킨 느낌이다.
식탁에 음식을 다 놓을 수 없어 바닥에 놓고 먹어야 하는 상황.
한성태는 자신이 말하고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흘렸다.
후루룩.
가장 가까이 있는 짬뽕을 먹는 한성태를 시작으로, 그들은 젓가락을 바쁘게 놀렸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이왕 먹는 거 단백질 위주로 먹으라고 말합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친구들하고 먹을 때는 편하게 먹도록 내버려 두라며, ‘절권도의 창시자’를 말립니다.]한성태가 한창 먹고 있을 때, 김민석이 말을 걸어왔다.
“사인회는 언제 할 거야?”
누군가를 특정 잡아서 하는 말이 아니었지만, 한성태는 그 질문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라는 걸 반사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질문에 한성태는 입안에 있는 걸 삼키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직 몰라. 말은 나오기는 했는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어. 장소부터 정한다고 하니까, 답 나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아, 아직 안 정해졌구나. 저번에 사인회 이야기해서 날짜가 잡혔나 했지.”
“뭐야, 성태 사인회 해?”
“네, 형. 저 사인회 할 거 같아요.”
“잘됐네. 너, 이번이 처음 하는 사인회잖아. 그치?”
유범산의 질문에 한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 하는 사인회라서 조금 걱정이 든다.
잘할 수 있을까, 그들이 자신을 보며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기도 힘들었다.
“사인회 때 뭐 할 거야?”
“사인회 때?”
“응, 사인만 하고 올 거는 아니잖아. 첫 사인회인데, 기념적인 일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안 그래도 굿즈를 만들려고 했어.”
“굿즈?”
“응.”
사인회를 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 한성태가 생각하는 게 하나 있었다.
팬들에게 자신이 직접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난 게 바로 굿즈다.
사비로 제작해서 만든 굿즈를 그들에게 주는 것이다.
“최덕수 가면 만들려고. 내 사인도 담긴 가면이야.”
“최덕수 가면이면……. 와, 미쳤네. 그걸 굿즈로 만든다고?”
“응, 그거하고 렌티큘러도 만들려고.”
한성태가 생각한 굿즈는 두 개였다.
하나는 ‘하루’를 찍었을 때 한성태가 직접 쓰고 다녔던, 최덕수의 살인 가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렌티큘러라는 각도에 따라 다른 사진이 보이는 카드였다.
“장난 아니네. 그걸 다 사비로 만든다고?”
“응.”
“너 진짜 대단한 놈이구나. 팬들이 엄청 좋아하겠네.”
크게 감탄하는 김민석을 보며 한성태가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준비할 것이기에, 그만큼 팬들이 좋아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들이 자신을 사랑해주었기에, 한성태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거니까.
“잠시만. 너 미국에서 친구들 넘어온다고 했잖아.”
“응.”
“그리고 이번에 사인회도 한다고 했고.”
“그랬지?”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두 개 날짜 겹치는 거 아니야?”
“……응?”
“그렇잖아. 아직 두 달다 오겠다고 하고 열겠다고만 했지. 언제라고는 말하지 않았잖아.”
“그랬지.”
“그러면 겹칠 수도 있는 거잖아.”
“에이, 설마.”
한성태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두 일정이 겹치는 건 힘든 일이었다.
미국 친구들의 내한은 이른 시일에 이루어질 것이지만, 사인회는 장소 섭외 같은 복잡한 게 남아 한참 뒤에나 일어날 일이니까.
겹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사람 일은 때로는 모르는 것이라며 웃음을 흘립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무슨 일이든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신들의 말에도 한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두 일정이 겹치는 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까.
그래, 그럴 수는 없다.
그의 생각은 며칠 뒤, 동시에 찾아온 두 사람의 연락에 깨져버렸다.
* * *
그날도 한성태는 ‘청춘 마이웨이’의 배우들과 모여 연습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연습하던 한성태가 잠시 숨을 고르며 대본을 한 장 넘겼다.
이번에 연기하는 장면은 이미희와 박세준의 대화 신이다.
성인이 된 박세준과 이미희의 현실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기에, 그 어느 신보다 리얼리즘이 중요하다.
툭.
한성태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박예은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한성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박세준이 입을 열었다.
“반찬 통 식탁 위에 올려놨어.”
“응, 가져갈게. 어디 가? 오늘 알바도 없잖아.”
“일하던 사람이 다쳐서 지금 대타 좀 뛰어줄 수 있는지 연락 왔거든. 두둑하게 준다고 해서 간다고 했어.”
그의 말에 반찬 통을 챙기던 이미희가 멈칫거렸다.
고개를 돌려 박세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이 묘해졌다.
박세준은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지원 넣은 건 어떻게 됐어? 이번에는 느낌 좋다고 했잖아.”
“안 하려고. 나랑 안 맞는 회사 같아서.”
“야! 너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거기처럼 안정적인 곳이 어디 있냐!”
“왜 네가 화를 내. 내가 안 하겠다는데.”
“답답해서 그런다 답답해서. 너도 번듯한 회사 들어가고, 결혼도 해야지.”
이미희의 말에 박세준이 실소를 흘렸다.
결혼이라. 예전에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자신이 가정을 꾸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평범하게 결혼하는 것도 자격이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니까.
능력이 있다고 자부할 수 없는 그다.
그래서, 박세준은 그런 꿈조차 품어서는 안 되었다.
“누가 나 같은 별 볼 일 없는 놈이랑 결혼하겠어.”
자조적인 목소리에 이미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그녀가 박세준에게 말을 걸었다.
“나…….”
―우웅.
전화가 걸려왔다.
박예은이 하던 말을 멈춘 채 책상에 올려진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한성태의 스마트폰이다.
“미안해요. 무음으로 해놓는다는 걸 깜빡했네요.”
그는 바로 사과하며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두 사람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한 사람은 로저스였고, 또 다른 사람은 정두식이었다.
―로저스: 우리 이번 달 말에 가려고 해. 날짜가 이때거든? 일정 확인해 봐.
―정두식: 성태야, 장소 정해졌다. 빌려줄 수 있는 날이 이때밖에 없다고 해서. 괜찮은지 볼래?
그들이 보낸 날짜와 시간. 그것들을 보며 한성태는 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한과 사인회가 겹쳐 버렸다.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한 상황이 닥친 것이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말합니다.]한성태는 웃음을 흘리듯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일이 조금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