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는 조금 더 화끈한 연기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새로운 성좌가 찾아왔다.
그 사실이 한성태의 기분을 붕 뜨게 만들었다.
성좌의 존재 하나하나가 연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가 곧 한성태의 성장과 이어진다.
안 그래도 최근 연기가 정체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었다.
남들은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한성태는 연기하면서 갈증을 느꼈다.
분명 더 성장할 수 있는데, 더 성장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성좌가 온 것이다.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메소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 보면, 몰입하는 부분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거 같은데.’
그때부터 한성태는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새롭게 합류한 성좌를 분석하기 바빴다.
연습의 방향성을 미리 잡는 게 좋으니까.
그렇게 성좌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으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어느샌가 끝나 버린 영화에 옆에 있던 친구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기가 더 좋아진 거 같지?”
“응, 저번에 꼭 보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네.”
로저스 일행은 영화에 나오는 배우와 친분이 있었다.
그들이 배우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한성태는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가 시가를 물며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그의 온 신경은 성좌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생각은 상영관을 나와 건물을 나올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어딘가 멍해 보이는 한성태의 모습에 로저스가 슬쩍 말을 걸어왔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응?”
“아까부터 멍해 보이길래.”
“아, 영화 내용이 재미있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나도 비슷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 와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대단하다, 너도.”
한성태의 대답을 들은 로저스가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한성태가 웃으며, 슬쩍 성좌의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가 오랜만에 옛날 생각 나는 연기를 봐서 좋았다고 말합니다.]아직 어떤 성좌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없었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그 성좌가 한성태의 연기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새로운 성좌와 함께 한성태의 연기는 발전할 것이다.
“한, 네 집에 맥주 있나? 오랜만에 얼굴 봤는데, 한잔해야지.”
“글쎄. 아마 없을 것 같아. 내가 술을 자주 마시는 게 아니라서.”
“그래? 그러면 들어갈 때 좀 사 가자.”
벌써 술을 찾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웃고 있을 때, 그의 주머니가 떨렸다.
우웅.
김민석에게 전화가 걸려온 스마트폰의 떨림이었다.
“잠시만,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한성태가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성태야, 너 촬영장에 빨리 좀 와줄 수 있어?
김민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를 찾는 사람이 있어. (얘 왜 없어?)
친구의 목소리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는 한성태도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 * *
“무슨 일인데?”
집으로 향한 다른 일행들과 다르게, 한성태를 따라온 로저스가 물었다.
그의 물음에 한성태는 촬영장에 볼일이 생겼다고 대답했다.
부아앙.
한성태가 모는 차가 텅 빈 도로를 질주했다.
“여기서 이렇게 밟아도 돼?”
로저스가 창문 위에 달린 손잡이를 꽉 잡는 게 보였다.
한성태는 도로법을 지키면서도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
30분은 넘게 걸리는 도로를 10분 만에 주파한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급하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얘는 왜 촬영장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촬영장 주차장에 도착한 한성태가 바로 차에서 내렸다.
김민석은 촬영하는 동안 촬영장에서 지낸다고 했다.
집에 있는 것보다 촬영장에 있는 게, 연출적인 측면에서 영감을 얻기 좋다는 이유였다.
나쁜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타이밍이 좋지도 않았다.
촬영장에 들어간 한성태는 새벽인데도 깨어 있는 김민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태야!”
그를 발견한 김민석이 살았다는 얼굴로 황급히 다가왔다.
김민석의 뒤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선배님이 왜 여기 계십니까.”
한성태는 친구의 뒤에 있는 이승현을 향해 말을 걸었다.
전화를 받았을 때, 한성태는 촬영장에 이승현이 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김민석의 옆에서 이승현이 떠들고 있는데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내가 안 되니까, 민석이를 찔러보는 건가.’
이승현을 바라보는 한성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로저스도 옆에 있었는데, 이승현은 그를 힐끔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한성태에게 시선을 고정한 이승현이 입을 열었다.
“나도 참여하자.”
“네?”
갑자기 뭘 참여한다는 말인가.
서두가 없는 이승현의 말을 들은 그의 표정에 의문이 서렸다.
“나도 너랑 연기하고 싶거든.”
이어지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한성태는 이승현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승현은 지금 자신도 ‘청춘 마이웨이’에 출연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한성태를 김민석을 슬쩍 바라보았다.
김민석의 표정도 멍해 보였다.
두 사람이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 이승현은 절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 * *
이승현의 제안은 거절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나온다면, 분명 화제성이나 퀄리티 면에서 훨씬 나아진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승현이 바라는 건 특별 출연과 같은 적은 비중의 배역이 아니었으니까.
로저스 일행도 엑스트라로 나왔는데, 이승현은 비중이 있는 배역을 받고 싶어 했다.
그것도 최소 조연 이상의 역할을 달라고 했다.
‘청춘 마이웨이’의 출연진은 이미 전부 정해진 상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중간에 배우를 바꿀 수 없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작품의 내용을 수정할 수도 없었다.
이승현의 제안은 여러 의미에서 합리적이지 않았다.
[‘천의 얼굴’은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천재 중에는 독특한 사람이 많다고 말합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잠깐 왔다 간 태풍이라고 생각하라며 당신을 위로합니다.]신들의 메시지를 바라보며 한성태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현을 돌려보내고 그다음 날이 되어, 한성태는 지금 굿즈의 시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었다.
“많이 답답한가 보네. 이승현이 자꾸 괴롭혀서 그래?”
“네? 아, 그냥 좀. 그렇기는 하네요.”
“너무 힘들면 말해. 내가 대표님 직접 찾아갈 테니까. 너 작품에만 집중해도 모자라는데, 계속 방해받으면 안 되지.”
“그 정도는 아니에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이승현의 행동 때문에 놀랐을 뿐이지, 그의 제안 자체가 문제 있는 건 아니었다.
캐나다에 가는 것만 놓고 보더라도 한성태에게 도움이 되는 건 분명했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없어 제안을 거절했을 뿐이지.
‘천천히 고민해 봐야지.’
한성태는 현재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정두식과 대화하면서 가니, 순식간에 굿즈 공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장의 앞으로 다섯 명의 사람이 나와 있었다.
차에서 내린 한성태는 그들을 향해 나아갔다.
* * *
곽봉수, 그는 굿즈를 제작하는 ‘DAMN’의 사장이다.
평상시처럼 9시에 출근한 그에게 의뢰가 하나 도착했다.
가면과 키링, 렌티큘러를 각각 100개씩 제작해달라는 대형 의뢰.
심지어 그 의뢰를 해온 곳이 한성태가 있는 PAN 엔터테인먼트였다.
계약금도 받은 상황이라, 그들은 열심히 굿즈를 만들었다.
‘팬 미팅이라도 하려는 건가.’
한성태가 누구인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이십 대 배우였다.
그런 사람의 굿즈를 이렇게까지 많이 만드는 이유는 별로 없었다.
팬들에게 주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겠지.
‘DAMN’에도 한성태의 팬이 있었고, 덕분에 일의 능률도 올라간 상황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굿즈의 시제품이 나왔다.
그 소식을 들은 엔터테인먼트에서 검수를 나온다고 한다.
대형 고객이 오는 것이기에, 사장부터 직원들까지 긴장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한성태가 직접 오지는 않겠죠?”
“안 오겠죠. 엄청 바쁜 사람이잖아요. 작품 찍기도 바쁠 텐데, 이런데에 왜 와요.”
“그래도 왔으면 좋겠네요. 저 한성태 팬이거든요. 백년초 보고 팬이 됐는데. 직접 얼굴 보면 소원이 없겠는데.”
“저도요. 가까이서 얼굴 보면, 진짜 더 열심히 일한 자신도 있어요.”
직원들이 숙덕거리는 소리에 광봉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한성태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원들 전체가 술렁이는 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자자. 그럴 일 없으니까, 가서 일합시다.”
곽봉수의 말에 직원들이 야유했다.
그들도 한성태가 보고 싶다며 사장에게 따졌다.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곽봉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성태가 이런 곳에 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는 그 확률이 10%도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의 굿즈를 많이 만들어봤지만, 검수하겠다며 당사자가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이번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그때, 밴 한 대가 주차장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그들을 찾을 만한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PAN 엔터테인먼트에서 온 사람이다.
‘그런데 왜 밴을 끌고 온 거지?’
일반 승용차를 끌고 올 줄 알았는데, 연예인이나 타고 다니는 차를 끌고 올 줄은 몰랐다.
곽봉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로 다가갈 때였다.
드르륵.
뒷문이 열리더니 한사람이 내렸다.
“……!”
“어, 어어……!”
그를 본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가득해졌다.
그들은 한성태가 절대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밴의 뒷문이 열리면서, 그 확신이 깨졌다.
“안녕하세요.”
한성태였다.
연예인이 직접 온 것이다.
곽봉수의 표정이 멍해졌다.
“물건을 볼 수 있을까요?”
한성태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매니저가 건네 명함을 본 곽봉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두식과 한성태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실에 시제품이 있었다.
한성태가 그 물건들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꼼꼼하게 시제품을 보는 연예인을 보며 곽봉수가 마른 침을 삼켰다.
“……너무 좋은데요? 앞으로도 계속 만들고 싶어질 정도예요.”
한성태의 말을 들은 곽봉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예인에게 직접 좋다는 말을 듣는 것 이상의 칭찬이 어디 있을까.
“이거 가져가도 되죠?”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한성태의 모습을 보며 곽봉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환한 얼굴을 보니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어졌다.
그 생각은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의욕 가득한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곽봉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역대급 굿즈가 만들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