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짠!
사람들이 높이 든 잔을 부딪쳤다.
부딪친 잔에서 술이 넘쳤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 묻은 술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을 신경 쓰기에는 그들의 기분이 너무 좋았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앞에는 ‘청춘 마이웨이’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나서의 회식 자리.
이번만큼은 식당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이 순간이 올 줄 전혀 몰랐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부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김민석의 말에 사람들이 웃는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확신을 하나 하고 있었다.
‘청춘 마이웨이’는 모두가 감탄할 작품이 될 거라는 것.
그래서 다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정말로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독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사방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속에서 한성태는 고기를 한 점 집어먹었다.
“이번에는 관객 수가 얼마나 나올까요?”
“저는 백만만 넘겨도 좋을 것 같아요.”
“백만이 뭐예요. 못해도 삼백만은 나올 텐데.”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영화의 관객 수를 두고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한성태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천의 얼굴’이 오백만은 넘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자신은 칠백만을 찍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쩨쩨하게 칠백이 뭐냐며 팔백을 외칩니다.]신들도 관객 수를 두고 말하고 있을 때.
“성태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한 사람이 불쑥, 한성태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고기로 향하던 그의 젓가락이 멈칫거린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천만이요.”
그의 말에 사람들도 침묵한다.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하하. 성태 씨가 연기만큼 배포도 크네요.”
“천만이라. 진짜 그러면 소원이 따로 없을 텐데.”
그들은 한성태의 말을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천만이라는 건, 단순히 영화의 퀄리티를 떠나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기록이니까.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김민석도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눴다.
한성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잘하고 있네.’
친구가 자신의 길을 잘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한성태가 바라던 풍경이었다.
‘바람이나 쐴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밖으로 나갔다.
술과 분위기에 젖은 사람들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후우……. 슬슬 가을인가.”
며칠 전만 해도 한여름이었는데, 이제는 밤이 되면 조금 쌀쌀해진다.
촬영이 끝나서인지,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감상에 젖게 된다.
전생 이후로 담배를 끊었지만, 지금은 조금 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서 옆을 본 한성태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또 오셨네요, 선배님.”
어떻게 알았는지, 이승현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는 답을 들려줄 때가 된 거 같은데.”
이승현은 인사도 없이 자신의 말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한성태의 대답을 기다리는 이승현의 표정은 초 단위로 변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을…….”
“가요.”
“……뭐?”
“갈게요. 캐나다.”
한성태의 대답에 이승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선배의 반응을 보며 한성태는 미소를 지었다.
* * *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의 선택에 의문을 갖습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이 결정을 바꾼 이유를 알고 싶어 합니다.]한성태는 신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다른 걸 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그였는데.
회식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
아니, 그걸 번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이제야 답을 내린 것인데.
“요즘 제 연기가 멈춰 있더라고요.”
한성태는 담담하게 이유를 입에 담았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당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당신의 말이 모순된다고 말합니다.]신들이 모순을 말한다.
한성태는 부정하지 않았다.
부정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성장은 계속하고 있지만, 더뎌졌잖아요.”
[…….]신들이 침묵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한성태의 성장도 이대로 가면 한계를 맞이할 거라는 걸.
“경험이 부족해요. 그래서, 다양한 연기를 하려고 해도 ‘전부’를 할 수는 없더라고요.”
한성태의 성장은 신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들에게 없는 것이라면, 한성태도 할 수 없다.
물론,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한이 없는 연기를요.”
한성태는 자꾸만 느껴지는 갈증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기를 해야 했고, 다양한 연기를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승현의 캐나다행은 그 경험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당신의 말이 맞다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합니다.]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는 당신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산다고 말합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경력이 높아질수록 배우의 연기가 깊어지는 이유는 경험 때문이라며, 당신의 선택을 크게 동감합니다.]‘시기적으로도 나쁘지 않아.’
청춘 마이웨이 촬영이 끝나면서 한성태의 일정에도 공백이 생겼다.
그 공백은 한성태의 선택에 따라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공백을 경험으로 메울 생각이다.
―이승현: 일주일 뒤에 보자. 몸만 오면 돼. 나머지 준비는 내가 다 할 테니까.
―네.
이승현에게 답장을 보내고 사흘이 지났다.
캐나다에서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그는 미리 주변을 정리했다.
미리 짐을 챙기던 그는 우웅 하고 스마트폰이 울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정두식에게 걸려온 전화다.
“네, 형. 무슨 일이에요?”
―어. 성태야, 지금 바빠?
“아니요. 통화 가능해요.”
―너 혹시 데미안이라고 알아?
“데미안이면……. 영화사 아니에요?”
―영화사 맞아.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한 곳이잖아. 아마 전 세계 영화사 통틀어 1, 2위를 다툴걸?
“거기는 왜요?”
―연락이 왔거든. 너를 만나고 싶다고 하던데?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찾아왔다.
* * *
조시, 그는 세계적인 영화사 데미안의 디렉터다.
능력 있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영화사의 디렉터인 만큼.
그는 자신의 능력과 지위, 회사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위대한 감독, 벤자민이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정상에 도달한 벤자민은 그의 롤모델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직업은 다르지만, 같은 업종의 사람이다.
그가 존경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벤자민보다 먼저 한국으로 향했다.
‘한성태, 그놈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아내야 해.’
벤자민이 직접 선택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가 선택한 사람 중에 대단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직접 알아봤고, 최근에 뜨기 시작한 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폭주’를 찍기는 했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게 전부였다.
한성태보다 대단한 배우는 많았다.
그래서 직접 보기로 했다.
‘데미안에서 보낸 요청인데, 거절할 배우가 어디 있어.’
한국으로 향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감에 차 있던 그였지만.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뭐라고요?”
“한 배우님은 지금 한국에 없습니다!”
그 자신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한국의 배우가 세계적인 영화사의 디렉터를 바람맞히는 순간이었다.
* * *
―야, 이대로 되는 거 맞아? 지금 여기 난리 난 거 알지?
정두식의 목소리가 상당히 떨렸다.
데미안의 디렉터가 왔는데, 한성태는 한국에 있지 않았다.
“내가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데요, 뭐.”
―그건 그렇기는 한데. 정말로 바람맞힐 줄은 몰랐으니까.
“바람은 아니죠. 저는 이미 다 일정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마음대로 움직인 거잖아요.”
―그건 미안하게 생각한다. 데미안에서 온 연락이라 마음이 급했던 거 같아.
“괜찮아요. 거기에 잘 설명해줘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만날 수 있겠죠.”
데미안은 분명 대단한 곳이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연기 성장이 더 중요하다.
―지금 캐나다야?
“아니요. 미국이요.”
―……? 캐나다 간다고 했잖아.
“그러게요. 제가 왜 여기 있을까요.”
한성태가 푸념하듯이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국의 거리가 보인다.
비행기 탈 때부터 이상한 점을 느끼기는 했는데.
“선배님, 미국에 온 이유가 있을까요?”
“아, 여기서 잠시 돌아다닐 거야. 여기 있다가 러시아도 가고 프랑스에 갔다가 캐나다로 갈 거고.”
“……왜요?”
“다 이유가 있어.”
이승현은 더 설명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한성태도 더 묻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승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였고.
최고라는 칭호는 거저 없는 게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뭘 한다는 거지?’
이승현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한성태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의 시선 속에서 이승현은 길거리를 무작정 걷고 있었으니까.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움직임이다.
“선배님?”
한성태의 의문이 더해진 건, 이승현이 광장 같은 곳에 들어서기 무섭게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는 이승현이 꺼낸 물건들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광대복.
연극에서나 입을 법한 소품이 이승현의 손에 들렸다.
도대체 저걸 왜 꺼낸다는 말인가.
“……선배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승현은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옷을 갈아입었다.
속옷을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행동은 너무 갑작스러웠으며 당혹스러웠다.
“…….”
이승현은 대답이 없었다.
끝끝내 옷을 다 갈아입은 그는 화장도구까지 꺼내 얼굴을 칠했다.
상당히 능숙해 보이는 게, 이런 행동이 한두 번 있던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툭, 투욱.
얼굴에 분칠하던 이승현이 멈칫거리더니 한성태를 돌아본다.
“뭐 해, 준비하지 않고. 네 옷도 저기 있으니까. 갈아입어.”
“…….”
“안 할 거야?”
어쩐지 배낭이 많다 싶더니.
한성태는 또 다른 광대 옷을 꺼내 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재미있는 놈이라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가 그래도 경험은 제대로 얻을 수 있을 거라며 피식, 웃습니다.]이승현은 말 그대로 연기에 미친 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