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큼.”
한성태는 계속해서 노래 부르느라 혹사당한 목을 풀며, 옆에 있는 책상으로 손을 뻗었다.
꿀꺽.
물을 마신 그가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케이가 막 물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는 게 보였다.
“…….”
한성태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케이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
그의 미소에 케이도 웃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성태와 케이는 동시에 마이크로 입을 가져갔다.
다시 들려온 반주 소리에 한성태가 고개를 주억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더 이상 쓰러지지 않아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야
그는 노래를 불렀다.
목이 아픈 것도 무시한 채, 한성태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노래를 불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삐익 하고 들려온 소리에 한성태는 악보에서 시선을 돌렸다.
―밥 좀 먹고 합시다. 점심도 안 먹었는데, 저녁도 거를 건 아니죠?
투정을 부리는 김민석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성태가 헤드셋을 벗었다.
“갈까요?”
“네.”
한성태의 말에 케이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녹음을 시작한 지도 벌써 나흘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한성태와 케이는 제법 가까워져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좋지. 뭐 먹을래?”
“글쎄.”
“케이 씨는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아, 이거 죄송해서 어떻게 하죠. 저는 저녁 약속이 따로 있어서요.”
“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감독님은요?”
“저는 집에서 들어오라고 재촉해서 그만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그들의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민석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김민석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 가야겠네.”
김민석이 한성태에게 가자며 손짓한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또 여기네.’
김민석이 들어간 치킨집을 보며 한성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치킨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나흘에 네 번 가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뭐 해, 안 들어와?”
“간다, 가.”
김민석의 재촉에 한성태는 마지못한 척, 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기 무섭게 김민석이 한성태를 향해 말을 걸었다.
“요즘 두 사람 너무 붙어 있는 거 아니야?”
“응?”
“동갑이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 가까워졌어. 나보다 케이 씨랑 더 많이 이야기하는 거 같아.”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는 헛웃음을 흘렸다.
“질투하냐?”
“뭐래.”
“질투하네. 왜, 안 놀아줘서 삐졌어?”
“그런 거 아니거든.”
말은 아니라고 하면서, 김민석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더 놀린 한성태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내 베프는 너야.”
“…….”
한성태의 말에도 김민석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삐진 건가 싶기에는, 한성태는 김민석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야.”
“응?”
“작업도 곧 끝나는데, 이제 뭐 할 거야?”
치킨을 뜯으며 묻는 김민석의 질문에 한성태는 들었던 잔을 내려놓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라…….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 한성태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가야지.”
“가? 어디를?”
“캐나다. 연기를 더 배우려고.”
“질리지도 않아? 거기서 뭘 더 배우겠다고.”
“안 질려.”
한성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연기는 그의 삶이다.
자신의 삶이기에 질릴 수가 없었다.
* * *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는 스튜어디스의 말에 한성태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캐나다행 비행기.
자신의 좌석을 찾아 앉은 한성태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지인들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정두식: 잘 갔다 와. 일만 없었으면 같이 가는 건데.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가볍게 여행 갔다 오는 거니까요. 이번에는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하기도 하고요.
―정두식: 그래도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연락해.
―네.
정두식에게 답장을 보낸 한성태는 다른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저희 비행기는…….
스피커에서 들려온 안내 목소리에 한성태는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친 것 같은 기분에 한성태는 헛웃음을 흘렸다.
‘좀 쉴까.’
스마트폰을 끄려던 한성태는 우웅 하고 울리는 휴대폰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이승현: 출발하냐?
비행기에 탔는지 확인하는 이승현의 문자다.
우웅.
―케이: 오늘 가는 간다고 하셨죠? 잘 갔다 와요. 돌아오면 깜짝 놀라게 해줄게요.
케이에게서도 문자가 왔고.
―김민석: 잘 갔다 와.
김민석에게도 온 문자에 답을 한 그는 바로 스마트폰을 껐다.
드드드.
비행기가 움직이는 느낌에 한성태는 눈을 감았다.
이제 정말로 캐나다에 가는 거다.
한성태가 캐나다 일정을 기대하고 있을 때.
부웅 하고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 * *
“시간 진짜 빠르네요.”
김민석이 말했다.
그의 앞에 있던 정두식이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시간 빠르다. 영화 개봉이 내일모레지?”
“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영화 제작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봉을 앞둔 지금만 해도 그렇다.
김민석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정두식을 향해 말을 이었다.
“영화 개봉하는 날에 음원도 함께 공개할 거예요.”
“응, 알고 있어.”
“형이 봤을 때 반응이 어떨 것 같아요?”
“반응?”
그제야 정두식이 스마트폰을 내리며 김민석을 바라보았다.
그는 김민석의 눈에 담긴 걱정을 읽었고,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좋을 거야. 아니, 좋을 수밖에 없지. 누가 출연하는데.”
“아, 하긴.”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한성태가 참여한 영화다.
고른 작품 모두 좋은 성적을 냈기에, 업계의 사람들은 한성태를 향해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성태 걔는, 확실한 거 아니면 안 움직여. 너도 알잖아. 걔가 연기에 있어서 얼마나 빡빡한지.”
“알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걔가 한 거면,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네.”
“네가 걱정할 건 안 될 때가 아니라, 대박이 났을 때야.”
정두식의 말에 김민석이 눈을 깜빡거렸다.
대박이 난다고?
정두식은 자신 있게 말했지만, 김민석은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직접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너 성태랑은 연락 잘되냐?”
“잘…… 은 안 되죠. 바빠진 지 일주일 한 번 겨우 하는 거 같아요.”
“너도 그래? 걱정되네. 나도 연락이 잘 안 되거든.”
“그래요?”
“응. 이승현이랑 같이 있기도 하고 혼자서도 잘하는 애라 뭔 일이 있겠느냐마는.”
“걔야, 뭐. 연기 때문에 주변을 신경 못 쓴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김민석의 말에 정두식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태는 연기에 미쳐있는 사람이다.
그 말에 부정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 * *
‘누가 내 욕하나?’
한성태는 귀를 긁으며 앞을 바라봤다.
천막의 내부가 보였고, 나열되듯이 늘어선 소품들도 보인다.
다시 고개를 내린 그는 자신의 무릎에 걸쳐져 있는 지팡이를 잡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으로 다가간 그가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집시 모자와 중절모 그리고 지팡이까지.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자신의 모습에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에게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린다며 엄지를 세워 보입니다.]“준비 다 했어?”
그때, 천막의 입구가 펄럭이며 이승현이 안으로 들어와 말을 걸었다.
“네, 방금 막 준비 끝났어요.”
한성태는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제 연기하기만 하면 된다.
우웅, 웅.
천막을 나가려고 할 때 들린 진동 소리에 한성태는 몸을 돌렸다.
의자에 올려진 그의 스마트폰이 떨리고 있었다.
“잠시만요.”
한성태는 이승현에게 양해를 구하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정두식: 어제 영화 개봉한 거 알지? 지금 반응 장난 아니야. 음원도 지금 터졌던데. 너도 한번 들어가서 봐봐.
정두식이 보내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간 한성태의 표정이 묘해진다.
[두 친구가 만들어낸 청춘 이야기.] [‘청춘 마이웨이’ 첫날 관객 수 96만 달성해.] [폭주를 뛰어넘은 역대 신기록.]청춘 마이웨이의 성과를 알려주는 기사들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폭주보다 높은 기록을 세웠다는 것과 유명 평론가들의 극찬들.
[‘청춘 마이웨이’의 메인 OST의 역습.] [케이의 가창력, 대중을 울리다.]거기에 이어 ‘부활’도 엄청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기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한성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잘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로 일이 닥쳤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한성태는 이승현에게 잠깐의 시간을 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의 손이 움직여, 사람들의 반응이 담긴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한성태, 얘는 도대체 캐릭터가 몇 개야?]청춘 마이웨이 보고 왔는데, 진짜 좋긴 하더라.
십 대, 이십 대의 느낌을 잘 살려냈거든.
그런데, 영화 보면서 느낀 게 한성태 얘는 도대체 뭐 하는 놈인가 싶더라.
범죄자들의 도시, 하루, 폭주.
그것들도 다 감탄하면서 봤는데, 여기서는 그냥 미쳤더라.
얘는 뭐, 그냥 인격이 많은 거 같음.
작품마다 다른 인격들이 나와서 연기하는 거지.
그게 아니고서야,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온준서: 한성태가 지리기는 해. 연기할 때마다 항상 다 다르잖아. 얘는 그냥 천재임. 천재.
―체다치즈: 연기도 잘하는데 노래도 엄청 잘 부르잖아. 마지막에 ‘부활’ 부르는데, 와, 그냥 닭살이 돋드라.
―마이썬: 이거 지금 반응 보니까 무조건 천만 찍겠던데. 이거 맞냐? 무슨 사람이 천만 제조기도 아니고. 찍을 때마다 천만 넘기려고 해. 지금 폭주도 천만 넘었잖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좋아해 주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야, 미친. ‘부활’ 결국 10위 뚫었다.] [이러다가 진짜 3위 안에 드는 거 아님?] [부활이면 가능할 것 같음.]단순히 영화의 반응만 좋은 게 아니었다.
한성태가 찾아보는 기사나 커뮤니티 반응 모두, 영화에 나온 음악에도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인기 순위 차트에도 올라갈 정도였다.
‘이러다가 진짜 일내는 거 아니야?’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한성태는 속으로 생각했고,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웃음을 흘렸다.
10위 안에 들어간 것과 1위를 찍는 건 그 무게부터가 다르다.
“민석이한테 나중에 전화 한 번 해야겠네.”
한성태는 작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게 있었기에, 하릴없이 반응을 살펴볼 수는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연기하기 위해 떠났다.
우웅.
―케이: 성태 씨, 저희 일낸 거 같은데요?
그래서 문자가 오는 걸 보지 못했다.
―케이: 저희 9위예요. 매니저 말로는 5위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심장 떨려서 죽을 것 같아요.
‘청춘 마이웨이’와 함께 ‘부활’도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