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쾅쾅쾅!
침대에 누워 있던 한성태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몸을 뒤척였다.
눈을 뜬 한성태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커튼을 치지 않았는데도 바깥은 어두웠다.
‘새벽 3시.’
시간을 확인한 한성태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까지 이른 시간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걸까.
“야, 너, 이거 진짜야?”
방문을 열기 무섭게 몸을 밀고 들어오는 이승현을 보며, 한성태는 황당함에 눈을 끔뻑였다.
“뭘요?”
“이거 말이야!”
이승현이 스마트폰을 들어 한성태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한성태는 자신의 시야를 채우는 화면을 보며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벤자민과 만난 배우는 누구?]벤자민과의 미팅을 담은 기사였다.
“기자들 진짜 빠르네.”
기사를 살펴보는 한성태의 표정에는 큰 감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기사가 날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했다.
언제 어느 순간 나타나 사진을 찍고 기사로 만드는 게 기자 아닌가.
한성태가 놀란 건, 생각보다 빠르게 기사를 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왜 나 안 불렀어? 나도 벤자민 감독님 작품 좋아하는데!”
“저만 부른 자리인데, 선배를 어떻게 데리고 가요.”
“왜 못 데리고 가! 우리 사이가 그 정도밖에 안 돼?”
“…….”
“……진짜야?”
눈을 게슴츠레 뜨는 이승현을 보며 한성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그거 말하려고 이 새벽에 문을 두드린 거예요?”
“응? 아, 안 잘 줄 알았지.”
“덕분에 잠이 깨기는 했어요.”
“미안. 마음이 너무 급했다.”
“그럴 수 있죠. 아, 그리고 저 내일부터는 두식이 형이랑 같이 움직일 거예요.”
“정 팀장님?”
“네, 대표님이랑 같이 오셨거든요. 이곳에 있는 동안 저한테 붙어 있겠다고 하네요.”
“대표님이 오셨다고? 아, 하긴, 벤자민이랑 데미안이면 그럴 만하지.”
이승현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성태는 옅게 웃었다.
“뭐……. 어찌 되었든 계약한 건 맞지?”
“네.”
“축하해. 데미안이랑 계약을 다 하고. 너 곧 부자 되겠다.”
“그래도 형만 하겠어요.”
“와, 이게 이런 식으로 먹이네. 많이 친해졌다?”
그 말에 한성태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상대가 자신에게 해주는 대로 똑같이 할 뿐이었다.
“그래서 촬영은 언제 들어가는데?”
“그건…….”
아직 잘 모른다고 대답을 하려던 한성태는, 주머니가 떨리는 것을 느끼고 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조시: 한, 이번 주에 대본 리딩 들어가려고 합니다.
조시에게서 연락이 왔고.
―벤자민: 한, 내일 시간 좀 내어줄 수 있습니까?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벤자민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그 문자들을 보며 한성태가 입을 열었다.
“곧 들어갈 것 같아요.”
* * *
벤자민은 세기의 거장이라고 불린다.
그의 작품을 보며 칭송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장들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벤자민은 한없이 낮은 존재가 되었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거장이라 불리는 벤자민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최고의 배우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남자.
알 루에노가 그의 앞에 있었다.
“벤, 자네에게는 항상 고마울 따름이네.”
“아닙니다, 알.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이 노인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있어 다행이야.”
“저야말로 그렇습니다. 알,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벤자민이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알 루에노를 보며 웃었다.
그의 웃음을 따라 알 루에노도 함께 웃는다.
희끗희끗한 수염이 흔들린다.
알 루에노는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배우를 구했다고 들었네.”
“네, 좋은 배우를 구했습니다.”
“좋은 배우라……. 마음에 들었나 보군.”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게 있을까요. 그의 연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처럼 말했을 겁니다.”
동영상으로 본 한성태의 연기를 생각하며, 벤자민이 옅게 웃음을 흘렸다.
그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본 알 루에노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크게 기대가 되는군.”
“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자신도 기대하는 중이라며, 벤자민이 작게 중얼거렸다.
* * *
“한 배우와 더 있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장판석이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저도 그렇네요. 대표님이 옆에 있어서 많이 든든했는데.”
지금 그가 하는 말은 진심이었다.
장판석이 옆에 붙어 있어서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도움을 받은 게 많았다.
일을 처리하는 부분이나, 그 외 여러 가지 부면에서.
한성태의 말을 들은 장판석이 웃으며 말했다.
“대표가 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 때문이죠. 앞으로 한 배우에게 든든해지고 싶네요.”
그 말에 한성태가 웃음만 흘렸다.
두 사람이 몇 가지 대화를 더 나누고.
“잠시 정 팀장님과 할 말이 있어서요.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아, 그런 거라면 제가 움직일 거예요. 저도 슬슬 가야 할 데가 있어서요.”
“그러면 정 팀장님을…….”
“생각할 게 있어서 혼자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네, 그래요. 조심히 가요.”
한성태가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장판석이 고개를 돌려 정두식을 바라보았다.
“정 팀장님, 한 배우 잘 부탁드립니다.”
“네, 걱정하시는 일 없게 하겠습니다.”
“잘하고 있으니, 지금처럼만 하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두식의 말에 장판석이 웃음을 흘린다.
“캐나다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법인 카드로 다 해결하시면 됩니다. 금액 신경 쓰지 말고 한 배우 잘 챙겨주세요.”
“네, 대표님.”
“그리고…….”
장판석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할 때였다.
우웅.
정두식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한성태에게 온 연락이다.
“죄송하지만, 전화 좀 받겠습니다.”
“편하게 받으세요.”
정두식이 바로 전화를 받았고.
―형, 저 벤자민 감독님을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은데요.
한성태가 말했다.
그 말에 정두식이 멈칫거리며 장판석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장판석이 소리가 나지 않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뭐 합니까, 가지 않고.”
그 말에 정두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장판석에게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장판석이 흐뭇하게 웃었다.
“다음에 볼 때는 정 부장이었으면 좋겠네요.”
그의 중얼거림은 정두식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졌다.
* * *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가 오늘은 왠지 마음이 뒤숭숭한 날이라고 작게 중얼거립니다.]옷을 갈아입던 한성태가 신의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한 성좌의 메시지에 한성태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였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지금 손에 든 그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셔츠를 입는 게 더 깔끔해 보일 거라고 말합니다.]다른 신들의 메시지에 한성태의 시선도 분산되었다.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는 더 말이 없었다.
다른 성좌들의 메시지들이 계속 생겨나는 지금, 한성태의 신경도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 괜찮다고요?”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한성태는 성좌들이 골라 준 옷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벤자민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고 말하기까지 해서, 옷차림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역시 정장이 가장 깔끔해.’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한성태가 바로 방을 나섰다.
“제 차로 이동하죠. 매니저는 따라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 그분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분?’
한성태는 벤자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누구를 만나러 가길래, 이렇게 조심스러운 걸까.
“한, 지금 만나러 갈 분은 아주 대단한 분입니다. 한이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노파심에 자꾸 말하게 되네요.”
벤자민과 같은 거장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와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한성태의 궁금증과 긴장도 커져만 갔다.
그렇게 도착한 약속 장소.
“와!”
한성태는 앞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대저택이 있었다.
차로 이동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정도로 큰 곳이었다.
이런 거대한 장소는 처음인지라, 한성태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메소드 연기의 선구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입니다.]저택에 도착한 이후로, 한 성좌의 반응이 묘했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쓰기에 한성태는 지나치게 시선이 분산되어 있었다.
한참 이동한 끝에 도착한 저택의 내부.
그 안에는 고급스러운 외형만큼이나 웅장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곳곳에 놓인 미술품들은 하나하나가 금액이 상당해 보였다.
한성태가 그 중 그림을 보고 있을 때였다.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요. 그거 백억이 넘는 거니까.”
벤자민의 말에 한성태가 바로 뒤로 물러났다.
처음부터 만질 생각은 없었지만, 금액을 듣고 나니 더 살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한성태의 행동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가 미술품에 시선조차 두지 않는 것을 보며 벤자민이 웃음을 흘렸다.
바로 앞에서 벤자민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지만, 자신의 행동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한성태의 눈에는 그 웃음이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하지?’
한성태는 미술품 사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의 마음이 통한 걸까.
“여깁니다.”
저택을 관리하는 사용인이 하나의 방 입구에서 멈춰 섰다.
똑똑똑.
“들여보내게.”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상당히 익숙해서, 말을 듣는 한성태의 눈도 살짝 커졌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사용인이 열어준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도서관의 일부를 보는 것만 같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그 안에 가득한 책들.
한성태가 그 책들이 대본집이라는 걸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백 개가 넘는 대본집을 보며 감탄하던 한성태는 벤자민을 따라 걸음을 옮겼고.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어.”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그대로 굳어졌다.
알 루에노.
배우들의 살아있는 전설이 그의 앞에 있었다.
연기의 신들과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