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레디, 액션!
타악!
슬레이터가 자기 일을 하기 무섭게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한성태는 그 모습을 힐끔 바라보다가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앞으로 건달들이 보였다.
건달을 연기하는 스턴트맨들이었다.
첫 다섯 명의 건달들.
한성태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절뚝절뚝.
데릭이 비틀거리며 골목길에 들어갔다.
델 하만과 대화를 떠올린 그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시X. 시이X!”
몇 번이고 욕을 지껄이는 데릭의 분위기가 살벌했다.
그는 씩씩거리며 주먹으로 벽을 쳤다.
쿵!
애오옹!
그 충격에 담벼락 위에 있던 고양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도망쳤다.
데릭은 몇 번이고 담벼락을 쳤다.
주먹의 살갗이 까지고 피가 났지만, 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주먹을 휘둘렀다.
“개 같은 노인네.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야!”
후욱, 후욱!
크게 소리친 그가 숨을 거칠 게 몰아쉬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골목길 깊숙이 들어가던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건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섯 명의 건달들이 껄렁거리며 그를 바라본다.
“야, 이 새끼, 다리 병신인데?”
“장애인 새끼가 집에나 처 있지. 왜 나와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야야, 너무 그러지 마라. 겁먹겠다. 아저씨, 돈 있어? 돈 주면 우리도 그냥 갈게.”
자신을 향해 떠드는 건달들을 보며 데릭이 이를 갈았다.
지금 이 새끼들이 뭐라는 거지.
자신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말도 걸지 못했을 버러지 같은 놈들이.
지금 그에게 돈을 뜯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데릭은 바로 주먹부터 휘둘렀다.
퍼억!
다리를 다치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허약해진 몸이라고 하지만.
“……어?”
“뭐, 뭐야!”
“릴!”
그의 몸에 남은 경험의 흔적은 건달의 급소를 후려쳐 기절을 시킬 수 있게 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개새끼들이 감히!”
아무리 약해진 몸이라고는 하나, 그는 건달들 정도는 때려눕힐 수 있었다.
“다리 노려!”
“저 새끼, 장애인이야! 떨지 말고 죽여!”
비록 놈들의 반항이 거칠고.
예전 같았으면 피했을 주먹을 두들겨 맞아도.
“미친 새끼!”
“도망쳐!”
그의 폭력성은 건달들의 원초적인 공포를 꺼낼 수 있었다.
피로 물든 그의 성난 모습을 보며 쓰러지지 않은 건달들이 바로 도망쳤다.
저 멀리 도망치는 건달들을 보던 그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별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쉬지 않고 휘둘렀던 팔과 다리에 경련이 일었다.
정말, 약해질 대로 약해졌구나.
“이딴 몸으로 복수를 할 수 있다고?”
그가 자조적인 얼굴로 중얼거렸다.
건달들도 겨우 때려눕히는 자신이, 클라우드 가문과 싸우겠다니.
그것만큼 멍청한 생각은 없겠지.
이제 다 포기해야 할까.
탁.
그때 지팡이가 땅을 짚는 소리가 들려왔다.
탁탁.
그 소리는 데릭과 점점 가까워졌다.
데릭은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정말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딴 몸으로 클라우드를 대적하는 게 가능할까?”
탁.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팡이 소리도 바로 옆에서 멈췄다.
“복수에 가능과 불가능을 따져야 하나?”
“……뭐?”
“가능하면 하고, 불가능하면 안 하는 그런 건. 너무 비겁한 생각 같은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
어떻게 생각하냐고?
데릭은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건 겁쟁이나 하는 생각이네.”
그 말처럼 데릭은 겁을 먹고 있었다.
“복수하고 싶지 않나?”
“하고 싶어.”
“네 등에 칼을 꽂고, 자네의 가족을 죽인 놈들을 죽이고 싶지 않나?”
“죽이고 싶어.”
“그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복수하면 되는 거잖아.”
머리가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그래, 복수에 가능과 불가능을 따지는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놈들에게 한 방이라도 먹일 수 있다면.
놈들의 앞에 재를 뿌릴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복수해야 하는 게 아닐까.
“대가가 뭐지?”
“가만히 있어도 죽을 놈한테 무슨. 클라우드 가문에게 복수할 의지만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네.”
“……특이한 영감.”
“종종 듣는 말이지.”
“당신은 왜 클라우드 가문을 그렇게까지 건드리려고 하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그 이유 말고 뭐가 더 필요한가.”
델 하만의 말에 데릭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데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하고 있겠네. 그전에 자네는 가서 몸부터 회복하고 오게. 여기로 연락하면 다리를 치료해줄 거야.”
델 하만이 건넨 명함을 받아들며 데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절뚝절뚝.
데릭이 골목길을 나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델 하만이 작게 중얼거렸다.
“마이클, 자네에게 받은 빚을 이제야 지울 수 있겠어.”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커엇!
벤자민이 촬영을 끝냈다.
한성태가 알 루에노에게 다가갔다.
그가 먼저 고개를 숙이려고 하는데.
“수고했네.”
알 루에노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상하게도 그 말이 다른 그 어떤 사람들의 칭찬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 * *
부우웅.
차 한 대가 텅 빈 도로를 달렸다.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올리버가 전화하고 있었다.
“네, 이번에는 진짜입니다. 실망하게 하는 일 없을 겁니다.”
―……!
“여기서 투자를 빼시면 저희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의 목소리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운다.
한 통, 두 통…….
전화하는 올리버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다 못해 찌그러졌다.
그것도 잠시, 한숨을 푹 내쉰 그가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내렸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그는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쯤 촬영을 하고 있겠지?”
“네.”
“그렇군.”
비서의 말에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올리버가 탄 차가 주차장에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촬영장 직원들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온다.
올리버가 그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할 때였다.
“우리 대표님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는데, 많이 급하신가 봐요?”
너무 익숙한 목소리에 올리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고개를 돌리니 족제비처럼 생긴 한 남자가 보였다.
“도리아군요. 메로미스에서 여기는 어쩐 일인가요.”
몽띠끄의 경쟁업체이자,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메로미스의 본부장이다.
“어쩐 일이긴요. 저희도 몽띠끄처럼, 영화에 협찬했으니까 왔죠. 오늘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괜찮은 배우 있으면 광고 섭외하려고요.”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대표님께서는 아직 포기 못 하셨나 봐요? 마음 내려놓고 인수되면 대표님도 편하고 저희도 좋은데.”
“……꼬리를 마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요.”
올리버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 말에 도리아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네, 뭐. 대표님께서 그러시다면야 뭐, 할 말은 없죠.”
“…….”
“그래도 한 가지 기억해주세요. 대표님께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이번에 저희가 의류 사업에도 뛰어들었거든요. 판매하기 시작하면 버티기 힘드실 텐데. 그때 가서 후회하시는 일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
툭툭.
도리아가 올리버의 어깨를 털 듯이 두드렸다.
명백하게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에 올리버의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어깨에 먼지가 묻어서요. 저 먼저 가겠습니다.”
“…….”
후 하고 숨을 내쉰 올리버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비서가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올리버는 그 시선도 눈치채지 못한 채 벤자민에게 다가갔고.
―……액션!
촬영을 시작한 세트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안에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었고.
‘그 사람이네.’
시가 카페에서 봤던 사람이 있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올리버의 얼굴도 상기되었다.
이름이 한이라고 했던가.
‘저 사람, 무조건 저 사람이다.’
폭죽이 터지듯 머릿속을 채우는 영감에 올리버가 주먹을 꽉 쥐었다.
* * *
한성태가 십여 명이 넘는 스턴트맨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죽여!”
그를 보며, 스턴트맨들이 괴성을 지르며 손에 든 무기를 휘둘렀다.
한성태가 그들의 무기를 피해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그들의 얼굴에도 닿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턴트맨들은 맞은 사람처럼 뒤로 뒹굴었다.
그 모습을 카메라가 찍는다.
한성태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난 채 숨을 내쉬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다수의 싸움에서는 평정심과 체력 분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성좌의 조언에 맞춰, 한성태가 움직였고.
데릭이 조직원들을 때려눕혔다.
그가 지금 있는 장소는 클라우드 산하에 있는 조직 중 하나였다.
아주 작은 조직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마피아들의 수는 상당했다.
못해도 삼십 명 이상.
하지만, 그들이 총을 들지 않은 이상, 데릭이 그들에게 질 일은 없었다.
델 하만의 도움으로 몸을 회복하고 단련한 지금.
그는 다치기 전보다 더 강해졌다.
“이, 이게 무슨. 아무리 타이거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돼.”
마지막으로 남아 발악하는 조직원의 머리를 차 버린 후.
데릭은 주변을 스윽, 둘러봤다.
그 많던 조직원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는 피 묻은 손으로 품에서 시가를 하나 꺼내 물었다.
“어?”
그러다 벽에 진열된 위스키를 하나 발견하고 밝아진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건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건데.”
치익.
그가 시가에 불을 붙이고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상태로 시가를 문 그의 얼굴이 나른해진다.
“이게 천국이지.”
그가 위스키와 시가를 번갈아 입에 물고 있을 때.
“벌써 끝냈나. 역시 자네군. 들어간 지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후우…….”
델 하만의 말에 데릭은 입안에 머금었던 연기를 내뿜었다.
마피아들의 몸에 앉은 그는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흘린 델 하만이 책상 사물함에 장부를 하나 꺼내 들었다.
“가져가게.”
비서에게 장부를 건네준 그가 데릭에게 다가갔다.
“나도 한 대 주겠나?”
“……돛대야.”
“더 맛있겠군.”
“돛대는 가족한테도 주지 않는 거라고 그랬어.”
“친구한테 주지 말라는 말은 없었지.”
“……누가 친구야.”
데릭이 구시렁거리며 남은 시가를 건네줬다.
그 시가를 받아든 델 하만이 부드럽게 웃으며 기다란 성냥에 불을 붙였다.
“이제 열 곳 남은 건가?”
“후우……. 그렇네.”
“후딱 끝내지. 이런 놈들로는 내 몸을 달구지도 못해.”
“천천히 하세. 급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좋을 건 없으니.”
“……그래.”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사기를 피웠다.
“클라우드의 손발을 다 자르고 나면, 그때가 진짜 전쟁 시작인가?”
“그렇네. 그때는 자네의 복수도 제대로 이뤄질 거야.”
“좋네.”
“아, 금괴를 보니 꽤 많이 모았던데. 어떻게 가져갈 건가?”
“그건 영감이 알아서 해.”
“나를 그렇게 믿나? 내가 배신할 줄 어떻게 알고.”
배신이라는 말에 데릭의 눈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그것도 잠시, 그는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는 말했다.
“어차피 그때 영감이 잡지 않았으면 죽었을 몸이었어.”
“…….”
“그리고, 왠지 영감은 나를 배신할 것 같지 않아.”
“단순하군.”
“나는 원래 단순한 놈이야.”
데릭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바라보는 델 하만의 표정이 묘하다.
―커엇!
촬영이 끝이 났다.
한성태는 알 루에노와 함께 세트장에서 내려왔다.
다음 연기에 대해서 상의하고 있던 그에게.
“미스터 한.”
올리버가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