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달칵.
이지현이 마우스의 버튼을 눌렀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따라, 그녀가 보고 있는 화면도 빠르게 바뀐다.
타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던 그녀가 힐끔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오후 8시가 되었을 뿐이다.
“일 다 끝냈으니까. 한번 들어가 볼까.”
방금까지 죽어있던 그녀의 눈동자에 생기가 깃들었다.
그녀는 한성태의 팬 카페에 들어갔다.
한성태의 활동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팬 카페에 게시글을 올라오는 양도 많아졌다.
“오, 오만이다.”
팬 카페의 회원 수를 본 그녀가 작게 감탄을 흘렸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원 수가 오만을 넘지 못했는데, 오늘 오만을 넘었다.
보통 이럴 때는 한성태가 무언가 일을 해서 나온 결과인데.
그녀가 새롭게 올라온 게시글을 훑어봤다.
한성태의 온스타에서 퍼온 사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진들.
그렇게 얼마나 살펴봤을까.
“어?”
게시글 하나를 발견한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떴어요, 떴다고요! 우리 오빠가 한 건 했어요!]글인데도 엄청 흥분해 있다는 게 느껴지는 게시글이었다.
그녀가 홀린 듯이 게시글에 들어갔다.
[떴어요, 떴다고요…….]저희 성태 오빠는 지금까지 따로 간판 배우를 활동한 적이 없잖아요.
광고도 작품과 관련해서 찍은 게 전부고.
그런데 이번에 ‘몽띠끄’라는 곳의 앰버서더가 되었대요!
제가 원래 몽띠끄에서 가끔 옷을 사 입고는 했는데.
오늘 들어가 보니까.
우리 성태 오빠의 화보가 떡 하니 걸려 있는 거 있죠?
와. 무슨 일인가 해서 찾아봤는데.
홈페이지에 성태 오빠가 몽띠끄의 앰버서더가 되었다는 게 적혀 있더라고요.
제가 사진 몇 장 퍼와요.
그런데 직접 들어가서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진짜 엄청나다니까요?
한성태가 ‘몽띠끄’라는 곳의 앰버서더가 되었다는 사실이 담겨 있는 게시글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았다.
―성태맘: 우리 성태가 드디어 돈을 벌기 시작했네요. 열심히 일하는 거에 비해 돈을 벌지 못하는 거 같아서 걱정했는데, 너무 다행이에요!
―성태바라기: 방금 몽띠끄 살펴보고 왔는데, 와……. 진짜 엄청나네요. 성태 오빠 왜 이렇게 섹시하죠? 담배 피우는 사람 안 좋아하는데. 성태 오빠가 시가 피우는 걸 보니 취향이 바뀔 것 같네요.
―성태포에버: 앞으로 몽띠끄에서만 옷을 사야겠어요. 우리 성태 오빠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죠. 굿즈도 다 사서 더 살 것도 없었는데. 너무 잘 됐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그녀는 팬 카페에서 나와 몽띠끄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 한성태의 화보가 보였다.
이지현은 넋을 잃은 채 한성태의 사진들을 살펴봤다.
하나하나가 명작이었으며, 대작이었다.
심지어, 입은 옷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져서 보는 맛이 쏠쏠했다.
사진을 캡쳐해 가면서 홈페이지를 훑어본 그녀가 다시 팬 카페에 들어갔다.
타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녀의 손이 경쾌하다.
―한의침공: 나중에 남자 친구 생기면, 여기서 사줘야겠어요.
댓글을 올리던 그녀가 문득 든 생각에 멈칫거렸다.
“남자 친구…… 생기겠지……?”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어딘가 슬프게 느껴졌다.
* * *
“와. 성태야, 이게 뭔 난리냐.”
운전석에서 정두식이 말을 걸어왔다.
그의 말에 한성태가 ‘그러게요’라고 대답하며,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로저스: 한, (사진 첨부) 이거 너무 멋 부린 거 아니야?
―루나: 안 그래도 옷 사려고 했는데. 몽띠끄에서 한번 사보려고요.
―유범삼: 성태야, 엄청 멋있더라. 역시 너는 대단한 거 같아. 나는 저번에 광고 찍으러 갔을 때 너무 뻣뻣하다고 욕만 먹었는데.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중이었다.
그들은 한성태가 찍은 광고를 말하고 있었다.
몽띠끄에서 작정했는지,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의 화보부터 볼 수 있게 했다.
덕분에 한성태는 이동하는 내내 쉬지 않고 사람들의 연락을 받아야 했다.
“연락 많이 오지?”
“네, 엄청 오네요. 휴대폰 꺼놓으면 안 되겠죠?”
“안 되지 않을까? 중요한 연락 오면 어떻게 하려고.”
“…….”
한성태가 한숨을 푹 내쉬며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몽띠끄의 본사 건물이 보였다.
화보가 올라가고, 올리버에게서 회사에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때마침 촬영도 없는 날이기에 한성태는 바람도 쐴 겸 움직이는 중이었다.
“한, 어서 와요!”
“화보 봤어요. 너무 좋은데요?”
“어때요, 이거? 한이 입었던 건데, 저한테 잘 어울리나요?”
전에 왔을 때는 관심도 주지 않았던 몽띠끄의 직원들이, 지금은 그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심지어 몇몇은 그가 화보를 찍을 때 사용했던 옷을 입어 자랑하듯 보여주기까지 했다.
“네, 잘 어울리시네요. 너무 좋은 거 같아요.”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들의 말에 대답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하던 한성태는 대표실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후우……. 벌써 진이 다 빠지는 거 같네요.”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유명인의 삶이 그런 것이라며,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자기 회사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인데, 저런 환대도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지금 것은 약과라며, 앞으로는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이것보다 더 심해진다고?
한성태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들어가자.”
“네, 형.”
정두식의 말에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쪽으로 와서 앉아요. 마실 건 어떤 거로 드릴까요.”
“생수면 됩니다.”
한성태의 말에 비서가 생수를 가져다줬다.
그는 비서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올리버를 바라봤다.
올리버의 얼굴이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몇 배는 더 환해져 있었다.
“한, 지금 반응이 엄청납니다. 다들 한을 칭찬하고 있어요.”
올리버가 흥분해서 말하는 걸 보며,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회사의 반응이 좋다는 건 한성태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특히 한국에서의 반응이 엄청나요. 작년 매출보다 세 배는 더 뛰었다니까요!”
세 배라.
그 정도면 올리버의 반응이 격해지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한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입니다.”
“올리버와 다른 직원분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죠.”
“한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 미국이나 러시아, 영국 등에서도 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모두 1.5배씩 매출이 늘어났어요.”
“아.”
“그들 모두 한을 보며 감탄하던 사람들이고요. 지금 홈페이지에 달린 댓글들도 전부 한을 이야기하고 있고요.”
올리버의 말에 한성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던 올리버가 툭 하고 한마디를 더 꺼냈다.
“그래서 그런데, 한, 원하는 거 있습니까? 필요한 거라던가요.”
“글쎄요.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건 왜요?”
“한의 브랜드를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아.”
올리버는 지금 한정품을 만들어 보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한성태는 잠시 고민하고는 입을 열었다.
“만년필도 가능할까요?”
장판석이 사용했던 만년필이 괜찮아 보였던 한성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그의 말을 올리버가 진지하게 말했다.
“만년필 가능합니다. 저희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만년필 디자인으로 원하는 게 있으신가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지금은 없네요.”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괜찮다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
“네.”
올리버는 그 외에도 이번 상품을 만들 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도 설명해졌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딱 다섯 개만 생산하기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그중 딱 두 개만 판매한다.
* * *
숙소에 도착한 한성태가 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루 종일 움직여서 그런지, 따로 운동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하다.
한성태는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허공을 바라보는 그는 다음 촬영을 할 때 어떤 연기를 할지 상상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우웅.
그러다 전화가 걸려온 스마트폰을 보며 손을 쭉 뻗었다.
“여보세요.”
―한, 뭐 해?
“지금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중.”
―한가롭구만. 촬영은?
로저스의 물음에 한성태는 웃으며 말했다.
“내일 들어가. 오늘은 촬영 없는 날이야.”
―그래? 어떻게 촬영은 잘되고 있는 거 같아?
“나쁘지 않게 되고 있는 거 같아. 다들 열심히 하고 있거든.”
―부럽네. 나도 영화 제작하고 싶은데.
“하면 되지. 못할 건 또 뭐 있다고.”
―지금 광고나 방송 같은 게 많이 들어와서. 이거 처리하느라 바빠.
“바쁘게 사는구먼.”
―너만 할까.
한성태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아, 한. 너 다음 주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다음 주? 다음 주 언제?”
―화요일. 그때 네가 나 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잠시만, 일정 좀 확인해 볼게.”
한성태가 달력을 바라보았다.
화요일……. 따로 일정이 없다.
“괜찮을 것 같아. 무슨 부탁인데?”
―나 지금 촬영하는 거에 게스트로 나와줄 수 있나 해서. 와서 영화 홍보도 한번 하고!
“음……. 내가 지금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한번 물어보고 연락해도 될까?”
―좋지.
한성태가 전화를 끊었을 때였다.
우웅.
전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걸려온 조시의 연락에 한성태가 눈을 깜빡거렸다.
“네, 조시.”
―한, 화보 잘 봤습니다. 너무 멋있던데요?
“아, 하하. 감사합니다.”
―다음 촬영도 잘 부탁드리고 싶기도 하고, 안부도 물을 겸 전화했습니다. 별일은 없으시죠?
“네, 딱히 별일은 없는데……. 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한성태는 로저스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데미안의 디렉터라면 이번 일에 대한 좋은 해답을 내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거라면…… 나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저희도 촬영 거의 다 마무리되기도 했고. 슬슬 홍보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
―한이 대본을 유출할 사람도 아니고. 편하게 갔다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해야죠.
조시와의 연락을 끝낸 한성태가 로저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 뭐래?
“가도 된대.”
―진짜?
“응, 방금 허락받았어. 시간하고 장소만 문자로 보내줘.”
―오케이. 고맙다. 내가 나중에 밥 한번 살게!
로저스의 말에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