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 * *
한성태가 다 같이 보자면 고른 영화는 미국에서 만든 히어로 영화, ‘스펙트럼’이었다.
빛과 관련된 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보여주는 영화인데, 연출이며 스토리가 상당히 좋아 전생의 한성태도 네 번은 다시 봤던 작품이다.
“팝콘 먹을 거야?”
“어. 카라멜로 해줘.”
“나는 아이스티면 될 것 같아.”
“성태 씨, 저는 허니 팝콘이요!”
김민석을 시작으로, 유범산과 서하린의 말에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라멜 팝콘 하나 더 추가해주세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카운터 직원들은 바쁜 탓인지 한성태 일행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모자 쓰고 오길 잘했다. 나는 괜찮아도, 너나 범산이 형, 하린 씨는 들키기라도 하면 그대로 영화 못 보는 거잖아.”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가 유범산과 서하린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색의 모자를 쓰고 있었고, 알이 없는 안경을 썼다.
다행히 그렇게 한 효과가 있었다.
한성태가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때.
“팝콘 나왔습니다.”
직원의 말에 한성태가 카운터로 다가갔고, 팝콘 옆에 놓인 종이와 펜을 보고 멈칫거렸다.
“팬이에요. 사인 좀 가능할까요?”
작게 속삭이는 그녀를 보며 한성태가 멋쩍게 웃었다.
안 들켰다고 생각했는데.
팬 앞에서는 이런 분장도 어림이 없었나 보다.
한성태가 빠르게 사인을 해주고 일행들을 데리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이야. 성태, 너 돈 좀 썼다?”
상영관에 누워서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좌석을 보며 김민석이 감탄했다.
다른 일행들도 저마다 자신의 자리로 가서 감탄사를 흘렸다.
그들을 바라보던 한성태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영화 하나를 보더라도 편하게 보자는 생각에 가장 좋은 곳으로 예매했는데.
일행들의 반응을 보니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에 한성태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은 한성태가 작게 감탄했다.
‘확실히 편하기는 하네.’
침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좌석이다 보니, 일반 좌석에 앉는 것과 느낌부터가 달랐다.
둥. 두둥!
시간이 조금 지나, 불이 꺼지면서 웅장한 소리가 상영관을 가득 채웠다.
‘역시 재미있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보는 만큼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두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성태는 영화를 충분히 즐겼다.
상영관에서 다른 사람을 살펴보니, 그들도 만족하는 얼굴이었다.
“그럼, 이제 점심 먹으러 갈까요? 제가 예약한 곳이 있어요.”
한성태의 말에 그들이 웃으며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유명 레스토랑이었다.
오직 예약으로만 받는 곳이기도 하고, 금액도 상당히 비싼 곳이다.
“와… 성태 씨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도 좀 보탤게. 영화도 찍어서 여유 있어.”
“야야. 왜 이렇게 혼자 무리하냐.”
일행의 걱정 가득한 말에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분명 비싼 식당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친한 이들에게 사주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스러운 건 아니었다.
“괜찮으니까, 다들 편하게 먹어요. 저 어디랑 계약했는지 잊은 거 아니죠?”
“아.”
“맞다….”
“성태, 너 몽띠끄랑 계약했지.”
몽띠끄가 아무리 망해가는 곳이라고 해도, 대중적으로 봤을 때 그 회사는 엄청 큰 대기업이었다.
회사 시가 총액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곳이니 말 다 한 거겠지.
한성태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결 편해진 그들의 얼굴을 보며 한성태가 미소를 지었다.
“성태 씨, 여기 엄청 맛있네요.”
“그러니까요. 성태야, 고맙다. 네 덕분에 이런 데를 다 와보네.”
“나도 여기는 처음 오는데. 엄청 좋네.”
코스 요리를 맛본 일행의 얼굴에 만족이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나온 한성태가 시간을 보고 멈칫거렸다.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그를 본 김민석이 말을 걸어왔다.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가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뮤지컬이 세 시인데,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아… 세 시간 남았네.”
“응. 그런데 이 중간에 어떻게 할지 짜지를 못했거든. 그래서 좀 고민이네.”
한성태의 말에 김민석이 웃으며 그의 등을 쳤다.
“뭘 그런 걸 걱정하고 그래. 사람이 어떻게 계획한 대로만 살아가냐.”
김민석은 걱정하지 말라며 한성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한성태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너 가보고 싶은 곳 없어? 이 근처에서 골라봐. 그냥 구경이나 하고 가면 얼추 시간 맞을 것 같은데.”
“가고 싶은 곳?”
“응.”
“음….”
잠시 고민하던 한성태가 일행을 돌아봤다.
네 명이 갈 수 있을 만한 곳이라.
카페는 너무 뻔한 것 같고.
잠시 고민하던 한성태가 아, 하고 고개를 들었다.
“있어.”
“있어? 그럼, 거기로 가자.”
“응.”
“그런데 어디야?”
김민석의 물음에 한성태가 웃어 보였다.
* * *
“…성태야.”
자신을 부르는 김민석의 목소리에 한성태가 고개를 돌렸다.
친구의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다.
그 표정을 본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가고 싶다고 한 게… 동묘 시장이야?”
“응. 괜찮지 않아? 여기 구경할 거 많아.”
“아니, 그렇긴 한데. 차라리 백화점에 가지. 왜 여기를 온 거야?”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가 배시시, 웃었다.
“여기도 백화점이야.”
“응?”
“서민들의 백화점. 여기로 전국에 있는 물건들이 다 오잖아.”
한성태의 말에 김민석이 잠시 멈칫거렸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시장은 좀이라며 김민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한성태의 표정을 직접 봐서 그럴까.
한성태에게 다른 곳에 가자며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와. 예전에 옷 사러 동묘 시장 자주 왔었는데. 추억이다.”
“저도 여기 자주 왔어요. 괜찮은 거 많죠.”
김민석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좋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성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나도 여기 좋아. 좋은데… 뭐. 상관없나.”
한성태의 표정을 본 김민석이 실소를 흘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김민석의 어깨에 팔을 두른 한성태가 동묘 시장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온 동묘 시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이곳에서 산 노란색 쫄쫄이는 꽤 괜찮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지금도 괜찮은 게 많다며,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펴봅니다.]신들의 반응을 보며 한성태가 계속 걸음을 옮겼다.
처음 성좌들과 함께 동묘 시장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가진 곳도 없어서 옷 하나 사는 것도 절절 맺었는데.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한성태의 삶은 180% 달라졌다.
성공한 배우.
이제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되었다.
‘성좌들이 없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지.’
아니, 올 수 있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늦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겠지.
성좌들에겐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
“성태야 시간 됐어. 가자.”
“응. 가자.”
친구의 말에 한성태가 일행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면, 언제 어느 순간에도 행복할 것 같다.
한성태가 예매한 뮤지컬은 ‘혁명의 시간’이다.
과거 그가 주연으로서 연기했던 작품.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면 얼마나 달라졌을까.
뮤지컬을 보는 한성태의 미소가 묘하다.
―누가 죄인인가!
배우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며 한성태가 주먹을 꽉 쥐었다.
배우들의 공연을 보니, 괜스레 무대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역시, 나는 연기 없이는 못 살 것 같네.’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연기만을 생각하는 자신을 보며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천의 얼굴’이 당신의 삶과 연기는 하나라고 말합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연기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한성태도 신들의 의견과 같았다.
자신의 삶은 연기와 때어놓을 수 없다.
―이제 가야 합니다!
종막을 향해 달려가는 뮤지컬을 보며 한성태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짝짝짝.
뮤지컬이 끝나고 박수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한성태도 손뼉 치며 공연장을 나왔다.
“와. 너무 좋네요.”
“그러니까요. 뮤지컬도 자주 보러 와야겠어요.”
“성태, 너만큼은 아니어도. 다들 연기 잘하긴 하네.”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친구가 하는 말이 자신을 띄어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는 걸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제 저희 어디 가요?”
서하린의 물음에 한성태가 멈칫거렸다.
뮤지컬을 보고 나서의 일정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 생각 안 했지?”
“…응.”
“그럴 줄 알았다.”
김민석이 웃으며 한성태의 팔을 탁 두드렸다.
“일단 저녁부터 먹는 거 어때요? 저녁은 우리가 성태 사주죠.”
“오. 너무 좋은 생각이에요.”
“역시 민석이가 생각이 깊네.”
김민석의 의견에 서하린과 유범산이 동조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카페에 가서 대화의 꽃을 피웠다.
한성태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몸을 움찔 떨었다.
―올리버: 디자인 나왔습니다.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한성태는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용 무늬가 그려진 만년필의 디자인이 상당히 괜찮았다.
하나하나 살펴본 한성태가 답장을 보냈다.
―너무 좋네요. 이대로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올리버: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혹시 추가로 하고 싶은 거 있으십니까? 의견이 보내주시면 바로 방영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니셜을 추가로 넣을 수 있을까요?
―올리버: 이니셜이요?
―네.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그들의 이니셜을 넣고 싶네요.
한성태가 답장을 보내며 김민석을 슬쩍 살펴봤다.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올리버: 한은, 좋은 사람이네요.
―아니에요. 좋은 사람들이 저와 함께해주시는 거죠. 저는 그들의 은혜에 갚는 거고요.
―올리버: 한의 주변 사람들이란 게 부럽네요. 저도 주변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로.
―되면 되지 않을까요?
한성태는 그렇게 보내놓고 웃음을 흘렸다.
올리버와는 그리 오래 만난 사이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봐온 그의 모습이라면, 가까워져도 충분한 사람이었다.
“뭘 그렇게 실실 쪼개.”
“그냥, 좋아서.”
한성태의 대답에 김민석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행복함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