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3
23화
* * *
과거, 한성태는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DY라는 이름을 가진 소형 엔터테인먼트.
데리고 있는 배우가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중에서 성공한 배우는 없을 정도로 저력이 없었던 회사.
전생의 첫 엔터테인먼트이자, 마지막 소속사였던 그곳은 한성태에게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다.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굴리기는 엄청 굴렸지.’
최악의 소속사 밑에서 일을 했기에, 좋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좋은 엔터테인먼트에 가고 싶어 여러 소속사를 찾아본 적이 있었고, 그중에는 PAN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면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저희는 소속 배우에게 부족하지 않은 지원을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PAN 엔터테인먼트는 복지가 좋기로 유명했다.
그 복지란 단순히 직원에 국한 짓지 않았다.
“저희와 함께하신다면, 배우님이 연기만을 편하게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 역시 알고 있었다.
“또, 배우님께서 원하시는 게 있으신 게 있다면, 얼마든지 조정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 사실 역시 모를 수가 없었다.
다만.
“배우님이라면, 저희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충분히 합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모든 조건을 얻기 위해서는 오디션에 합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합격하고 나면 좋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
‘예전이었다면, 바로 붙잡았겠지만.’
현실을 알고 있는 그는 정두식의 제안을 듣고 흥분하지 않았다.
바로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오디션을 봐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한성태는 제안을 받을지언정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언제든지 생각이 있으시다면,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네, 조금 더 고민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정두식이 주는 명함을 받아들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함을 품에 집어넣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정두식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성태 씨, 여기 있었군요.”
정두식이 입을 열 때쯤, 그 말을 끊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성태와 함께 고개를 돌린 정두식이 멈칫거렸다.
“최예찬 감독님?”
이혜윤과 함께 있어야 할 최예찬이 어느샌가 다가와 있었다.
최예찬은 거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화계에서 영향력이 강한 사람.
PAN 엔터테인먼트 역시, 그의 영화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예찬은 한번 영화를 제작했다 하면 매번 준수한 성적을 내는 안전성이 보장된 감독이었으니까.
“연극 잘 봤습니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잘하더군요.”
“감사합니다. 감독님이 지켜봐 주고 계셔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떻게 제 덕분입니까. 다 성태 씨가 열심히 했던 거지.”
한성태의 말에 최예찬이 웃음을 보였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자신의 덕이 가장 크다며 턱을 들어 올립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원래 이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은은하게 미소 짓습니다.] [‘천의 얼굴’이 그들의 자신감은 근거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누가 잘했니 마니를 따지는 연기의 신들의 모습에 한성태는 헛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고 저러는 건지.
“두 분…… 아는 사이였습니까?”
한성태가 최예찬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정두식이 조금 멍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안면이 있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뭐, 굳이 따지고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네.”
최예찬의 말에 정두식이 스마트폰을 강하게 쥐는 게 보였다.
* * *
챙!
술잔과 술잔이 부딪친다.
서로의 술잔에 담겨 있던 술이 넘쳐흐른다.
사방에서 고기를 굽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다들 많이 신났네.’
한성태는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들을 살펴보았다.
연극을 무사히 끝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반응이 좋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그 속에서 한성태는 외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은 왜 저들과 어울리지 않는 건지 묻습니다.]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라 어울리지 못하는 거였다.
혼자가 익숙한 그였으니까.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는 당신이 연기할 때와 연기하지 않을 때가 너무 다른 것 같다고 말합니다.]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연기할 때는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연기가 끝나면 그럴 수 없었으니까.
누군가와 같이 다니기보다는 혼자서 대본을 보며 자신에게 부족한 걸 찾고 고치려 노력했다.
[‘천의 얼굴’이 연기에만 투자하는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그래도 너무 외톨이처럼 있는 걸까.
연극의 뒤풀이를 위해 모였지만, 정작 그 혼자서만 동떨어져 있었으니까.
“넌 안 먹냐?”
“어? 아, 먹어야지.”
“어휴, 넌 고기 구울 줄도 몰라? 아니, 뭐 이렇게 다 태웠어.”
혀를 차며 말하는 김민석의 모습에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외톨이가 아니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단백질은 운동인들에게 떼어낼 수 없는 친구라며 팍팍 먹으로 손짓합니다.]그의 옆에는 김민석이 있었고 연기의 신들이 있었다.
앞으로, 그가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다가올 것이다.
“최예찬, 감독님! 사랑의 덧니,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독님, 저는…….”
김민석과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중, 식당 안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이 최예찬에게 다가가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최예찬이 뒤풀이에 참여할 줄은 몰랐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한성태는 조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예찬이 직접 학생들 뒤풀이에 올 것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이혜윤의 인맥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최예찬이 뒤풀이에 올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너, 아까 누구랑 얘기하고 있지 않았어?”
“아, 그거. PAN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왔다고 하더라고. 오디션 보러 오라고 말한 거야.”
“……넌 그 대단한 걸 너무 감정 없이 말하는 거 아니야?”
“바로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건데.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실 필요는 없잖아.”
애초에 계약서를 쓰자고 해도 당장 쓸 생각이 없기도 했다.
지금 그에게 들어오는 계약서라고 해봤자 신인에게나 주는 계약서인데.
그게 한성태에게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엔터테인먼트는 들어가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연기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한성태는 더 이상 전생처럼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력자가 아니었다.
연기의 신이 함께하면서 재능을 얻었다.
전생과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벌써부터 최예찬의 명함을 얻었고 PAN 엔터테인먼트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한성태가 자신감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혼자서 뭘 그렇게 실실거려.”
“그냥, 좋아서.”
좋다.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밥은 잘 먹고 있습니까? 오늘 고생 많이 했는데. 밥이라도 든든하게 먹어야죠.”
학생들을 피해 다가온 최예찬의 모습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인생은 제대로 살아보자고 그는 주먹을 꾹 쥐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이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연기만 잘하면 할 수 없는 건 없다고 자신합니다.]그의 곁에는 연기의 신들이 함께하고 있다.
* * *
우우웅.
아까부터 울리는 스마트폰의 진도에 정두식은 고개를 돌렸다.
그가 다니는 회사의 팀장에게서 걸려온 전화.
정두식은 이름을 확인한 것과 동시에 전화를 받았다.
―지금 어디에요?
“지금 퇴근하는 중입니다.”
―말했던 건 어떻게 됐어요?
팀장의 물음에 정두식은 잠시 멈칫거렸다.
한국대학교 연극영화과의 연극.
그때 보았던 것들은 그에게 많은 걸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아까 보니까. 꼭 데려와야 하는 배우가 있다고 했잖아요.
“네, 저희가 꼭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래요. 데려오면 좋죠. 그래도 너무 힘쓰지는 마요. 학생이 연기를 잘하면 뭐 얼마나 잘하겠어.
정두식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연극영화과가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장을 돌아다니는 그의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었으니까.
“잘합니다. 단순히 잘하고 말고를 논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로요.”
―그 정도에요? 아무리 연기 잘한다고 해도 학생인데. 다른 학생과 비교된다고 너무 띄어주는 건 아니죠?
“성태 씨는 학생 수준이 아닙니다.”
팀장의 말처럼, 한성태의 연기가 학생 수준에 머물렀다면 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없다.
―두식 씨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건데. 오디션 제안해 봤어요?
“생각해 보겠답니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고요?
“네.”
정두식의 말에 팀장이 조금 건방진 거 아니야?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PAN 엔터테인먼트는 작은 회사가 아니었다.
대기업만큼은 아니더라도, 업계에서 알아주는 기획사다.
그런 곳에서 제안한 건데, 일개 대학생이 오디션을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해보겠다는 게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최예찬 감독님이랑 아는 사이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한성태에게 비빌 곳이 없을 때의 이야기였다.
―……최예찬 감독님이면, 제가 아는 그 최예찬?
“네.”
―그분이랑 알고 있다고요?
“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것 같기는 했습니다.”
최예찬은 예전에도 연극을 봐줬다는 식으로 말했으니까.
―허……. 최예찬 감독님이라면 이야기가 또 다르기는 하죠.
최예찬은 그래도 나름, 인지도 있는 감독.
그런 사람과 알고 지내는 배우라면, 그 가치를 일반적인 배우와 같다고 할 수 없었다.
―확실히 흥미가 생기기는 하네요.
“제 생각에는 최대한 빨리 저희가 데리고 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요. 그럼 한번 데리고 오세요. 직접 보고 싶네.
“네, 날을 잡아보겠습니다.”
팀장의 말에 정두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에서 느꼈던 기분을 생각했을 때, 한성태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배우였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수고해요.
팀장과의 전화를 끊은 정두식은 짙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성태…….”
만약, 그를 데려올 수 있다면, 그리고 그를 자신이 담당할 수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나도 제대로 배우를 키우고 싶은데.’
정두식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대배우를 키우고 싶다는 꿈.
그의 차가 텅 빈 도로를 빠르게 달려갔다.